외국 여행/발리 ('15.5)

발리여행 25-21 (스라야, 뜨갈랄랑의 계단식 논), (2015.5)

남녘하늘 2017. 6. 2. 00:03

 

 짠디다사 (Candidasa)를 출발해 암나푸라(Amlapura) 방향으로 이동중이다. 상황이 된다면 다이빙과 스노클링이 유명한 발리 동쪽끝 아메드(Amed)까지 가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네비게이션의 이상으로 인해 정확한 길을 알지 못한채 방향감각으로만 길을 찾아가는 형상이 되어 버렸다. 방향만 설정하고 바닷길을 따라서 가다 보면 아메드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가는 길이 이상하다. 워낙 시골마을이어서 도로 표지판도 하나 없었다. 바닷가를 따라 가다가 다시 산길이 나왔는데 파크라마 스라야 (Pakraman Seraya )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자그마한 마을이다. 이곳에도 사원이 있어서 잠시 차에서 내려 사원을 둘러 보았다.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스라야 (Seraya)마을은 마을 뒷쪽에 있는 1,1175m의 스라야 산 아래 있어서 붙어진 지명인 듯 했다. 사원 뒷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 스라야 산이었던 모양이다. 스라야 산에서 왼쪽으로는 3,142m의 발리에서 가장 높은 아궁산이 있다. 발리는 화산지형으로 생각보다는 2,000m가 넘는 높은 산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오늘은 숙소에서 출발할 때 사원에 갈 것을 예상하고 싸롱을 가지고 와서 사원을 들어가는데 문제가 없었다. 이곳 사원도 발리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한적한 사원이었다. 사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의 모습과 멀리 보이는 해변이 정겨웠다. 

 

 

 

 

 

 사원 앞에는 조그마한 마을 시장이 있었다. 시장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규모가 적은 곳으로, 상점 몇 개가 모여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았다. 외지인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여서 우리가 관광을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경거리가 되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장을 보러 오는 시간이 아니었는지 손님이라곤 우리 밖에 없었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비슷하지만 이곳 발리 시골의 풍경도 우리의 삶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듯하다. 열대과일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농산품도 비슷하고.  

 

 

 

 

 

 시장 한켠에 과일을 판매하는 할머님이 계셨다. 바나나는 지난번 우붓에서 산 것이 아직 남아 있어서 이곳에서 람부탄(Rambutan)을 구매했다. 람부탄은 말레이시아가 원산지라고 들었는데 말레이 말로 '털이 달린 과일' 이란 뜻으로 알고 있다. 역시 한적한 시골에서 구매를 하니 지난번 바나나처럼 엄청나게 저렴하다. 맛을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맛이 있었는데, 과일에 개미같은 벌레가 너무 많이 있는 것이 흠이었다. 과일이 너무 다니까 진딧물이 많이 붙어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발리 여행은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많은 여행이 된다.    

 

 

 

  스라야 (Seraya)마을을 출발해서 다시 아메드(Amed)로 방향을 정하고 이동했는데, 이 길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닌 듯 했다. 중앙선이 표시된 2차선 도로인데 폭이 너무 좁아서 마주 오는 차가 오면 속도를 줄여야 할 정도로 불안했다. 계속해서 가면 아메드까지는 갈 수 있으리라 생각은 들었지만, 그것도 확실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결국 아메드로 가는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되돌아 오기로 했다. 안전한 길이 있었다면 계속해서 갔겠지만 이미 한차례의 사고를 경험한 터라 좁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가는 길에 대나무 군락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와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1차선 폭 밖에 되지 않았던 2차선 도로... 그나마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몇 일전에 방문했던 물의 궁전인 따만 우중(Taman Ujung)의 바로 앞쪽 바닷가에 가 보았다. 따만 우중(Taman Ujung)에서 내려다 보이던 바다가 굉장히 멋있어 보여서 지나가는 길에 들러 보았는데 멀리서 보았던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인도네시아 특유의 배가 많이 정박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되는데 우리 말고는 관광객이 없었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지 않은 듯하다.

 

 

 

 

 

 

 오는 길에 또 다른 바닷가에 가 보았는데 여기바다는 보통 모래가 아닌 검은색 모래와 검은 자갈이 쌓인 해변이다. 화산의 영향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끝었이 이어진 해변에 이곳에도 인도네시아 특유의 네발달린 배가 줄지어 서 있었고, 시원한 바닷 바람이 불어와서 마냥 있고 싶은 곳이었다. 발리의 동부해안에도 이런 류의 해수욕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아멧으로 가지 못하게 되면서 여행 일정을 급하게 변경했다. 네비게이션이 없어도 찾아 갈 수 있는 곳을 가기로 하고, 먼저 우붓으로 가서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에 뜨갈랄랑의 계단식 논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곳은 한번 지나가본 길이어서 찾아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찐디다사에서 우붓으로 가는 길은 작은 아들이 네비게이션의 도움없이 그냥 지도를 봐 가면서 도와 주어서 쉽게 찾아 갈 수 있었다. 작은 녀석도 군대를 갔다 오더니 지도를 보면서 길을 잘 안내해 주었다. 그동안 내가 잘 알지 몰랐던 아들의 능력이다.

 

 굳이 우붓을 다시 온 것은 지난 몇일간 우붓에서 머물면서도 바비굴링을 잘하는 '이부오카'라는 레스토랑을 가보지 못해 아들이 못내 섭섭해 하는 것 같아서 오로지 작은 아들을 위해서 찾아온 것이다. 4년만에 찾은 이부오카는 내부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동안 장사가 잘 되었는지 완전히 깨끗한 레스토랑으로 분위기를 바뀌어 놓았다.   

 

 

 

 

아기 통돼지 바비큐 요리를 바비굴링이라고 한다. 아기 통돼지를 기름이 쪽 빠질 정도로 구운 후 부위별로 잘라 껍질, 살, 내장 등과 발리 샐러드를 밥 위에 올려 먹는 음식이 바비굴링이다. 이슬람 교리에 따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네시아 다른 곳과는 달리 힌두교를 믿는 발리는 돼지고기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할 수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바비굴링이라고 한다. 특별한 향이나 거부감 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수있는 요리라고 하지만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먹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아들은 좋아했지만, 나와 집사람은 아들때문에 와서 먹었을 뿐이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옛날 우리가 왔던 그집에 맞나 싶다. 맛은 그때와 별 차이가 없었지만...  

 

 

 

 우붓에서 식사를 마치고 지난번에 바뚜루 산에서 내려 오다가 지나쳐 버린 뜨갈랄랑(Tegallalang)의 계단식 논(라이스 테라스, Rice Terrace)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우붓에서 북쪽으로 차로 20여분 가면 뜨갈랄랑 마을에 도착한다. 도로가 좁아서 길가에 차를 세우기에 불편했는데 한 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앞에 차를 세우고 주인에게 라이스테라스에 갔다가 공예품을 구경하러 오겠다고 말하고 도로 아래로 내려선다. 원래 이곳은 농사를 짓는 원주민들의 마을이었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서 농사보다는 관광을 위주로 생활하게 되었다고 한다. 농사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계속 짖고 있다고 한다.  

 

 

 

 

 

 이곳 계단식 논의 풍광도 눈으로 보는 것을 사진으로 표현하기에는 내 사진 찍는 실력이 엄청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만큼 직접 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논 농사를 짖고, 다랭이 논이라고 해서 이런 류의 계단식 논이 있지만 발리의 계단식 논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풍광이다. 발리의 여러곳에서 라이스테라스를 보았지만 이처럼 오밀조밀하게 아름다운 테라스는 처음 보았다. 그냥 멀리서 쳐다만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어서 날씨는 더웠지만 계곡을 지나 반대편 논까지 한번 가 보기로 했다. 반대편에서 보면 어떤 모습이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계곡을 지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침식작용이 많이 일어나서 계곡이 아주 깊었다. 잘못해서 한번 빠지면 그냥 나오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계곡을 지나는 나무 다리가 있었는데 그 다리를 보수해야 한다고 하면서 기부금을 받고 있었다.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알수 없어 약간의 돈을 기부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짖는 농민이 장사를 하지 못하고 있어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고, 농사는 농민이 짖는데 그 것을 상품화해서 상인들만 돈을 버니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더운 날씨에 계곡을 넘어 갔다 왔는데 차가 있는 곳으로 와보니 이미 상점은 문을 닫아 버렸다. 6시도 되지 않았는데 참 빨리도 문을 닫아 버린다. 다음에 다른 일행과 함께 발리를 오게 되면 이곳을 꼭 한번 소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발리 여행을 하면서 발리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라이스 테라스는 모두 다녀 본 것 같다. 규모면에서 가장 컸던 '빠중'의 라이스 테라스. 뜨갈랄랑의 계단식 논보다는 규모면에서 컷지만 가까이 가 보지 못해서 아쉽다. 이곳도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빠중'의 라이스 테라스 모습이다.   

 

 

 

 아궁산을 배경으로 볼 수 있었던 테리스 라이스. 정확한 지명은 알 수 없었지만 따르타강가에서 부사키 사원으로 이동중에 만났던 마하기리 레스토랑에서 본 장면이다. 일반인이라면 절대로 찾아 갈 수 없는 외진 곳에 엄청난 풍광이 펼쳐져 있었다. 주로 외국인 단체 손님을 받는 모양이었다. 이곳의 계단식 논의 모습도 인상에 많이 남는다. 마하기리 레스토랑에서 본 라이스 테라스.   

 

 

 

 

(2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