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SAKA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안 좋았던 기억과,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SAKA 주최 마라톤의 평가때문에 그동안 가급적 SAKA 마라톤은 참여대상에서 제외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몇일전 아는 분이 이번 일요일 풀코스 대회가 없으니 페이스 메이커를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와 어떤 대회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승락을 했었다. 늘 달리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언젠가 한번은 공식 페이스메이커를 해보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SAKA 대회다. 이미 약속은 했고, 안 좋았던 기억도 '4-5년이 흘렀으니 이젠 좀 낳아졌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이른 아침 여의도로 갔다. 날씨도 더운데 참가자도 많다. 요즘 뛰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날씨가 더워도 흥행이 되는가보다.
그런데 본부석에 가서 페이스 메이커 관련 물품을 받으면서 여지없이 나의 기대는 깨져버렸다. 참가 기념품인 너무나 흔한 티셔스한장과 모자 한개 그리고 상의 뒷면의 페이스메이커 표시등번호, 그리고 풍선한개가 전부였다. 최소한 배번과 기록칩은 준비해주고 멀리서도 페이스 메이커임을 알 수 있는 수소 가스가 넣어진 그리고 그 안에 시간 표시가 들어가 있는 풍선은 준비해 주리라 생각했는데...
좁은 주로에서 등번호 한개만으로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페이스 메이커임을 알릴 수 있을까. 속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중간에 안하겠다고 돌아갈 수도 없고.
나름대로 봉사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분당에서 여의도까지 먼 거리를 왔는데 기가 막혔다. 참가자와 페이스 메이커를 조금만 더 배려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내가 맡은 시간은 2시간 정각의 페이스 메이커. 매 Km를 5분 42초의 속도로 달리면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이다.
출발 장소로 이동하니 참가자는 많고 입으로 불어 모자에 매단 풍선은 자꾸 아래로 쳐져버려 내가 2시간 페이스 메리커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내 바로 뒤에 서 있는 몇사람 뿐이다. 좋은 일 하겠다고 기쁜 맘으로 나와서 짜증만 난다. 어찌 되었던 충실한 페이스 메이커가 되자고 다짐하고 출발 총성과 함께 출발.
매 Km를 5분 38초에서 45초의 속도로 달렸다. 출발시 중간 뒤쪽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은 나온다. 추월해야만 추월당한 주자들이 2시간 페이스 메이커가 지난간다고 말하며 따라 붙는 것이 곁눈질로 보인다. 2시간을 목표로 뛰는 주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며 계속 일정한 페이스로 리드했다. 최근들어서 매 Km를 5분이 넘는 속도로 달려보질 않아서 천천히 뛰는 것도내 속도로 뛰는 것 못지않게 힘든것 같다.
다행히 오늘도 약간의 구름이 있어 햇살이 따갑게 내려 쬐는 것보단 훨씬 낳았다. 구름 한점 없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힘든 경기를 치루었을텐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10Km까지는 한강관리 사업소에서 거리표시를 제대로 해 놓아 정속주행이 가능했는데 10Km에서 반환점까지는 400m가 조금 넘는 것 같다. Lab타임이 4분 20초밖에 나오질 않는다. 거리측정 하나 제대로 측정하질 못하나싶다. 아님 참가자들에게 기록 단축의 기쁨을 주기 위한 깊은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인가???
돌아오는 길도 계속 같은 속도로 유지했다. 그래도 20명도 넘는 사람이 나를 따라왔다. 추월하는 주자가 나오면 '힘내시고 따라붙으시면 2시간안에는 들어갑니다'라고 격려해 몇사람이 더 합류했다가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막판에 힘들어하는 주자 한사람을 끝까지 격려해 결국 1시간 58분 2초로 결승점을 밟았다. 결승점 가까이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이 두군데 있었지만 난 페이스 메이커란 등번호만 있고 배번이 없으니 사진을 검색할 방법도 없다.
들어와서 함께 뛴 사람들 수고했다고 격려해주고 난후 기록칩이 없으니 참가메달도 빵과 먹거리도 받지 못하고 물병하나만 받고 끝냈다. 다행히 본부에서 도시락 하나는 챙겨주어서 별로 배는 고프지 않은데 도시락은 잘 먹고 왔다.
옛날처럼 물이 부족하고 중간에 학생 자원봉사자에게만 맡기고 주최측 인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그마한 배려부족으로 난 다시 한번 실망한 대회였으며, 앞으로 페이스 메이커를 해도 절대로 S대회에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도 덕분에 페이스 메이커 하질 않았으면 뛰지도 않았을테인데, 나와서 한강 주로를 달렸으니 고맙다고는 해야겠다.
05km -- 28'24" (28'24")
10km -- 56'33" (28'09")
15km -- 1:23:30 (26'57")
20km -- 1:52:06 (28'36")
Half -- 1:58:0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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