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으로 이사를 온지가 3년이 되어 가는데 집사람과는 처음으로 광교산에 가 보았다. 어제 마니산 상행에 이어서 오늘은 광교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산에 갈 생각이었는데 어제 밤 집사람과 약간의 트러블이 있어서 아침 일찍 출발하지 못하고 점심이 지나서 출발하게 되었다. 그나마 가지 않겠다고 했으면 나혼자서는 가지는 않았을터인데, 마음을 바꿔 함께 가자고 하니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차를 가지고 경기대학교에 주차를 해 놓고 반디불 공원쪽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출발 시간은 1시 40분인데 날씨가 가장 더운 시간대이라서 그런지 산에 생각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광교산도 수원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찾는 산인데 대략 이시간이면 상광교주차장쪽으로 내려와서 한잔 하고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광교산은 582m 되는 시루봉을 주봉으로 하는 수원의 진산으로 이전에는 광악산(光岳山), 광옥산(光獄山)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928년 후백제의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광옥산 행궁에 머물면서 군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었는데,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 오르는 광경을 보고 이를 부처님이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여 광교(光敎)산이라고 이름하였다고 한다.
어제 내가 집사람에게 새로 사준 캠벌라인 등산화를 사 주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신고 산을 올랐다. 처음에는 말도 없이 오르다가 산행을 하면서 화가 풀어졌는지 이야기도 하면서 산행을 했다. 오늘 산행은 형제봉을 지나서 시루봉 정상을 거쳐 절터 약수터를 거쳐 광교버스 종점까지 가는 10km 구간을 걷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광교산에 오면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구간이다.
첫번째 이정표가 나왔다. 형제봉까지는 3.4km가 남았고, 시루봉까지는 6.0km가 남았다. 광교산은 자주 왔기에 내가 코스를 잘 알고 있어 시간을 조절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 오늘 산행은 그늘도 많고, 산길을 많이 정비해 놓아서 이전에 왔을 때 비해서 산행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사람까지 없으니 산행이 더욱 편하고 재미있었다. 민영이는 아직 산행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무조건 빨리만 가려고 해서 오히려 속도를 늦쳐주는라 바빴다. 힘들게 가면 빨리 지치고 산행이 재미가 없다는 것을 아직 잘 모르고 있다. 힘들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 있으려는 욕심에서 빨리 가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6.25 전쟁때 전사한 전사자의 유해 발굴한 지역이라는 표시석이 있어서 잠시 멈추었다. 작은 아들이 얼마전까지 군생활을 전사자 유해 발굴하는 일을 했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들이 안양과 의왕, 군포에 있는 관악산, 모악산, 수리산을 중심으로 활동을 했다고 했었다.
형제봉 올라가는 길은 계단길이다. 하지만 계단을 딛고 오르고 내리는 디딤판에 쿠션을 붙여 두어서, 그냥 계단보다 훨씬 오르기가 쉽다. 도로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서 멍석같은 것을 깔아 놓는 등 수원시에서 산행로 정비를 많이 해 놓았다는 것을 여러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지자체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형제봉 오르기 전 쉬어가라는 쉼터가 있는 사거리에는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가 있어서 하나씩 사서 먹었다. 막걸리를 팔지 않으니 보기에도 좋고,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받아서 모두 챙기는 것이 보기에도 기분이 좋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서 형제봉으로 이동했다. 집사람이 몇 달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더니 어제 마니산 산행과 오늘 광교산도 생각보다는 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조금만 산행 연습을 시키면 설악산이나 지리산에도 함께가도 될 것으로 보인다. 형제봉에 오르는 암벽은 짧은 구간이지만 두개의 로프가 내려져 있다. 우회로도 있지만, 민영이가 로프를 잡고 오르겠다고 한다. 로프를 타고 오르니 모처럼 전망이 좋은 곳이 나오는데 오늘은 시야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광교의 아파트들이 보이는데 뿌옇게 보인다.
오늘 산행의 1차 목표지였던 형제봉에 도착했다. 집사람이 힘들다고 하면서도 잘 따라와 주었다. 광교산은 높이에 비하여 넓은 면적에 자리한 대단한 규모의 큰 육산이나, 현제봉 근처는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으로 올라가야 할 통신탑 모습이 뿌연 날씨로 희미하게 보인다. 형제봉 표시석이 바로 옆에 있어서 정상석(448.0m)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긴다.
다시 시루봉까지 내리막과 오르막을 지나 2.6km를 힘내서 이동했다. 형제봉에서 좀 쉬었다 출발했는데 딱 1시간 만에 광교산의 정상인 시루봉에 도착했다. 옛날 시루봉은 무척 좁은 공간이었는데 데크로 넓직하게 만들어 놓고 의자도 만들어 놓아서 쉬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앗다. 다만 나무들의 키가 높아 아래쪽 뷰가 그리 좋지는 못하다. 정상인데도 날씨가 더워서인지 아니면 이미 사람들이 하산을 해 버렸는지 산행객들이 별로 없다. 광교산 정상에 와서 사람을 가장 적게 본날이 아닌가 싶다. 두사람이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다른 사람이 올때까지 휴식을 취하면서 기다렸다.
이제는 산을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방향은 상광교를 향해서 억세밭 방향으로 이동한다. 중간에 노루목 대피소가 있다. 지금처럼 한여름에는 효용석이 거의 없지만, 겨울에는 좋은 휴식처가 될 것이다. 오늘 같은 날에는 숲속에서 쉬는 것이 더 좋은 듯한데 산행객이 대피소에서 낮잠을 청하고 있다. 주변에 벤취도 많이 있는데...
노루목 대피소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억새밭이 나온다. 억새를 심어 놓기는 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서 억새밭이라고 말하기에 조금 민망스러운 정도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보면 된다. 억새밭까지는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이동한 것이고 이곳부터 상광교 종점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이제 편안하게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조금 내려와서 보이는 절터 약수터의 풍경은 보기 좋다. 오랫만에 왔더니 운동시설까지 갖추어 놓아서 간단하게 몸을 풀수도 있게 만들어 놓았다. 산행하면서 별로 사람들을 보지 못했는데 약수터에는 약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가져온 물보다는 약수가 시원할 것 같아 약수를 마셨더니 역시 시원하다. 약수터 주변도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약수물을 마시면서 조금 쉬어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곳에 오면 언제나 태극기가 걸려 있는 것다. 누군가가 매번 새로운 태극기로 교체를 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산행은 올라가는 것이 힘들지만, 초보자는 내려 오는 것도 힘든다. 정상에서 내려올 체력을 남겨 놓고 산행을 해야 하는데 초보자들은 오르는데 힘을 다 써 버리고 체력안배를 잘하지 못한다. 정상까지는 잘 따라왔던 집사람이 내려 오면서 힘들다고 호소한다. 상광교 종점까지 2km 정도 남았다고 말해 주었는데 가도가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으니 나중에는 짜증을 낸다. 중간에 쉬어 가고 싶었는데 모기가 많아서 숲속에서 쉬는 것은 생략했다.
열심히 걸어서 내려오니 저수지가 나오고 광교버스 종점이 나왔다. 반딧불이 화장실 입구에서 시루봉 정상까지는 2시간 정도 걸렸고, 정상에서 광교버스종점까지는 1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정상에서 절터를 지나 내려오는 길이 옛날에는 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길도 짧은 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상버스 종점에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반디불공원앞까지 타고 와서 다시 경기대학교에 가서 차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와 오늘 이틀동안 집에서 빈둥거리지 않고 산에 갔다와서 좋았다. 더구나 체력이 떨어지는 집사람과 함께 연이틀 산에 갔다 왔다는 것이 너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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