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한번 가 보고 싶었던 용주사를 찾아 갔다. 융건릉은 여러 번 가 보았음에도 바로 근처에 있는 용주사는 늘 가보지 못했다. 화성 융건릉과 용주사는 특별한 관계로, 왕릉 바로 옆에 절이 있고 그 절은 사도세자와 정조를 위한 사당이다. 융건릉에서 용주사까지는 1.6km정도 떨어져 있다. 용주사의 사천왕문에서 시작된다. 사천왕문 입구에 용주사라고 현판에 쓰여져 있다. 고즈넉한 절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주한미군의 문화탐방 행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복차림의 주한 미군들이 용주사를 찾아서 시끌벅적한 절이 되어 버렸다.
사천왕문을 지나서 매표소가 있었다. 입장료는 1500원으로 저렴한데 화성 시민은 무료 입장이라고 한다. 용주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름드리 나무들이다. 산 속에 있는 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법 큰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안쪽으로 조금 올라 가니 삼문이 나왔다. 삼문은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궁궐 양식으로 세 곳에 모두 대문이 설치되어 있다.
삼문을 지나니 5층 석탑이 보이고 그 뒤로는 천보루가 있다. 천보루도 경기도 문화제 제36호로 궁궐 건축과 유사하다고 하는데 한창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대웅전 앞에 있는 커다란 건물이 공사중이니 절 전체가 공사하는 분위기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날을 잘못 선택해서 용주사를 방문한 것 같다. 5층 석탑에는 부처님의 사리 2과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탑에도 무엇인가 보수를 하기 위해서 작업대를 설치해 놓았다.
천보루를 지나 대웅전에 가지 못하고 옆으로 돌아서 대웅전 방향으로 이동했다. 옆쪽으로 돌아가니 규모가 크지 않은 아담한 사찰이라 편안함과 고즈넉함이 더해져 간다. 우물터 같아 보이는 곳에 소원을 담은 촛불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에서도 소원을 빌고, 자식들의 안녕을 비는 사람들의 흔적을 많이 보게 된다.
용주사의 중심건물인 대웅보전은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35호다. 대웅보전은 용주사의 주불전으로 여러 번의 중수가 있었지만 외부 단청을 제외하고 초창기 때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대웅보전은 삼존불상을 모시고 있고 내부와 외부를 모두 화려하다는 느낌이다. 대웅보전에 들어가서 시원하게 묵상이라도 할까 했는데 쳐다 보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오늘은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용주사의 각 부재의 사용이나 문양, 공간 배치 등은 궁궐의 형식과 유사하다. 용주사는 창건 당시 140여 칸의 규모로 지어졌는데, 창건 당시의 규모나 형태가 거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사찰이기도 하다. 공사중인 천보루를 제외하곤 안쪽으로 들어 와서 보니 분위기도 좋고 건물의 위치나 모양이 편안하고 잘 꾸며져 있다는 느낌이다. 호성전 앞에 있는 부모은중경탑에는 부모님의 크고 깊은 은혜를 보답하도록 가르친 불교 경전이 새겨져 있다.
분명 절이라 생각했는데 눈 앞에 홍살문을 보면서 조금 의아했었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건립한 절이다. 그러다보니, 부처님께 기도하는 절이면서 아버지의 신위(영가)를 모신 사당인 것이다. 그래서 사당과 같이 홍살문도 있고 삼문 형태의 출입문도 있다. 안내문에는 위패를 모셔 놓고 일년에 여섯번씩 제를 모셔 왔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이후로 중단되었고, 홍살문도 2008년에 다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홍살문 옆으로 돌 비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용주사로 들어가기 전에 효행박물관이 있다. 개방을 했으면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휴무인지 문을 열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용주사이니 다음번을 기약해도 될 것 같다. 효행박물관에는 보물 제1754호인 불설부모은 풍경 목판과 보물 제1095호인 봉림사 아미타불 복장유물, 정조대왕 친필인 봉불기복게, 김홍도의 사곡병풍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다고 한다.
용주사에 둘어 올 때부터 맞은편의 어느 곳에서 성월 주지의 퇴출을 촉구하는 확성기 시위가 있었다. 사찰 측에서도 초입에 확성기를 설치해 이에 맞대응 하고 있었는데, 고즈넉한 사찰에서 확성기 시위라니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내용이 궁금해서 집에 와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성월 주지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였다. 중이 세속에 물들면 어쩔 수 없는데, 요즘 절에 가도 진짜 중을 만나기 어려운 세상이 아닌가 싶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즐거운 기분으로 갔는데 찜찜함을 가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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