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교토마라톤 ('17.2)

교토마라톤 16-12 (텐류지) (2017.2)

남녘하늘 2018. 7. 27. 00:38


 케이후쿠(京福) 전절 아라시야마 역을 조금 더 지나치면 텐류지(天龍寺) 입구가 나온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1255년에 조성된 왕실 별궁을 1339년에 선종 사원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창건 당시에는 150여 개의 사찰이 빽빽이 들어선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으나 1467년에 오닌의 난을 겪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축소되었다고 한다. 경내의 연못 소겐치(曹源池)를 중심으로 카레산스이(枯山水) 정원 등 나무와 정원이 아름다운 텐류지라고 한다.   





 길가 입구에서 바로 텐류지(天龍寺)가 시작되는줄 알았더니 텐류지는 제일 안쪽에 있고 들어가는 동안 여러 절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산슈인(三秀院), 고겐지(弘源寺), 지사이인(慈院) 등이 이어졌다. 과거 150여개의 사찰이 있었다고 하더니 아직도 많은 사찰이 모여 있는 듯하다. 제일 입구에는 난호인(南芳院)이 있었고 이어서 산슈인(三秀院)이 보였다. 모두 텐류지의 말사인 모양이다. 모든 사찰이 아기자기하고 정원이 훌륭하다.  




  몇 개의 사찰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이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은 본당 참배객이 접수하고 들어가는 곳이다. 이 건물은 현관 역할을 하는 쿠리(庫裏)라는 건물로 1899년 메이지 32년에 세워져 절의 부엌과 사무실을 겸하는 건물이라고 한다. 관광객들이 들어가서 정원을 보는 곳은 왼쪽에 정원 들어가는 입구가 따로 있고, 그곳에서 표를 사면 된다. 많은 여행자들이 텐류지의 정원만이라도 꼭 보고 와야 한다고 했는데 작년에 교토에 왔을 때에는 숙부께서 굳이 이곳 정원을 보지 않아도 볼거리가 많다고 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정원을 구경하려고 일부러 덴류지를 찾았다. 






 무소 소세키가 만든 덴류지에서 그 유명한 소겐치(曹源池) 정원은 일본의 최초의 사적·특별 명승지 제 1호로 지정되었다. 1339년에 처음 만들었던 그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입구를 지나 들어오자마자 사진과 같이 소겐치 정원이 한 눈에 들어왔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크고 작은 돌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는 이 정원이 약동감이 있으면서도 섬세한 풍취가 있어 시원하게 보인다.      






 정원 앞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정원 뒷편으로도 이어지는 산책길이 있어서 한번 가 보았다. 뒷편으로 이어진 산책길은 망경의 언덕(望京の丘)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는데 덴류지를 구경하면서 빼 먹어서는 안되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덴류지도 단풍이 워낙 유명한 곳이여서 단풍철에 오면 더 좋은 구경을 하겠지만 그 때는 사람도 엄청 많아서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하는 점도 있을 것이다. 단풍은 없지만 사람이 적당히 있는 겨울철에도 볼거리가 많으니 잘 방문했다고 생각한다. 산책로는 매우 호젓하다. 아무래도 평지의 관람코스보다 사람은 드물어서, 여유로운 분위기로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는 다른 각도에서의 풍경도 대단하다.    








 언덕을 계속해서 지나가면 덴류지 내에서도 대나무가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덴류지의 북문은 아리시야마의 치쿠린(竹林)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찰 안에도 대나무가 많이 있는 줄은 몰랐다. 치쿠린(竹林)에 있는 대나무보다 더 잘 관리되어 있어서 볼만하다. 하지만 덴류지를 방문한 목적이 대나무를 보기 위함이 아니어서 북문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다시 소겐치(曹源池) 정원쪽으로 되돌아 온다.   






 언덕에서 내려오면 덴류지의 다호덴(多殿)이 보인다. 다호덴을 관람하려면 내부 관람표를 끊어서 다호덴까지 긴 복도를 따라서 들어가야 한다. 일본의 절에서는 지붕이 있는 복도를 흔하게 볼 수가 있다. 오늘 내부관람까지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소켄지 정원만 구경할 생각으로 들어와서 다호텐 구경을 하지 못한다. 다호텐 주변에는 이끼를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수양 벚나무 가지 사이사이에 있는 이끼다. 분명 인공적으로 심은 것 일텐데, 일본의 인공 조경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다호덴을 지나면, 길은 북문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소켄지 구경을 제대로 하지 않고 언덕길부터 구경을 했기 때문에 다시 소켄지 방향으로 되돌아 왔다.   






 단풍이나 벚꽃은 볼 수 없는 시기여서 아쉬움이 많지만 덴류지 곳곳에는 매화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몇 일 더 있으면 매화꽃도 만개할 것으로 보였는데 2월에 매화꽃을 보게 되니 그나마 반갑다. 주변에 있는 나무들과는 달리 일찌감치 꽃망울을 피워낸 매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시 소켄지 정원으로 되돌아 나왔다. 교토의 유명 사찰들은 지역 유지, 번주나 장군가의 보호를 받는 만큼 그들의 휴양처로서 역할도 했다고 한다. 덕분에 계절마다 분위기가 바뀌는 멋진 연못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소겐치 정원을 실제 가까이서 보니 더 멋있다. 소겐치 정원은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고승이었던 무소 소세키가 만든 정원이다. 인공 연못을 중심으로 한 지천회유식 정원의 효시이자 백미라고 한다. 정원 건너편에는 나무와 함께 돌로 꾸며 놓았고, 연못에는 잉어들이 꽤 많았다.      






 텐류지의 관람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내부와 외부 관람, 두 번째 외부만 관람. 외부 관람은 정원 관람이라고도 부르는데, 내부 관람에 특별한 의의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정원 코스만 돌아도 텐류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있다면 오호조(大方丈), 고호조(小方丈), 다호덴(多殿)을 돌아보면 좋겠지만, 정원만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방장 바루바닥에 앉아서 여유롭게 정원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다.   





 작년에 와서 소켄지 정원을 보지 못해서 다시 들어와 보았던 덴류지였는데 아직 벚꽃이 필 시기가 아니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정원과 연못, 산책길 만으로도 고즈넉한 분위기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다시 기회가 되면, 제대로 벚꽃이 핀 봄이나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 한번 더 와 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원에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표를 파는 입구에도 잔잔한 모래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텐류지(天龍寺)를 나오는 길에 다시 만난 매화꽃. 작년에 왔을 때도 보았던 매화꽃이다.    




 덴류지를 나와서 치쿠린을 구경하기 위해 이동한다. 치쿠린으로 가는 길은 이 길은 몇 일전 마라톤을 하면서 지나쳤던 코스로 시골길 치고는 참 멋스러운 길이다. 도로를 따라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이어져 있다. 일반 주택보다는 너무 좋아 보이고, 가게라고 하기엔 너무 청결해 보이는 그런 집들이 많았다. 아기자기 한 기념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분위기다. 이 길을 따라 걷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텐류지(天龍寺)에서 나와 치쿠린(竹林)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으로 이동했다. 텐류지에서 나온 사람들을 따라가면 거의가 이 골목으로 들아가고, 구경을 마친 사람들이 나오는 골목으로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으로 가기 위한 진입로다. 골목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길목에 인연을 맺어주는 신을 모셨다는 노노미야 진자(野宮神社)가 나온다. 노노미야 진자는 크기는 적지만 순산과 재물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오늘도 봐야 할 곳이 많아서 입구 사진만 한 장 찍고 지나친다. 이 신사도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찾는지 한국어로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아라시야마의 대나무 숲은 20∼30m 높이의 대나무가 빽빽한 곳이다. 200여m 정도의 산책로를 따라서 숲이 이어지는데 대나무와 댓잎이 하늘을 완전히 가리고 있어 대낮에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 든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사람이 없는 대나무 숲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곳이다. 도착한 시간이 그리 늦지도 않았는데 조금 더 늦게 도착하면 관광객으로 좁은 도로가 가득 찰 것 같다. 겨울철 싱그러운 푸른 숲과 대나무 잎이 바람에 부딪혀내는 소리가 경쾌하다.    




 하지만 대나무 숲길이 너무 짧다. 제법 오래 산책을 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짧아서 약간은 실망이다. 아라시야마의 치쿠린(竹林)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서 규모도 있는 줄 알았다. 이 정도의 대나무 숲이라면 담양의 죽녹원이 훨씬 더 볼 것이 많고, 고창이나 울산에 가도 이곳보다 볼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곳이고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라시야마(嵐山) 치쿠린(竹林)의 끝쪽에 이르면 우측으로는 도록코열차를 타러 가는 길과 왼쪽 위쪽로는 오코치산소(大河内山荘)로 가는 길이 나온다. 오코치산소 정원은 무성영화시절 일본의 유명한 영화배우였던 오코치 덴지로(大河內 傳次郞) 소유의 개인 정원인데. 아라시야마의 전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고 말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오늘도 산장에는 오르지 못하고 통과한다. 삼거리에서 왼쪽 아라시야마공원 가메야마(亀山) 공원쪽으로 이동한다.  




 치쿠린(竹林)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대나무 숲을 지나 되돌아 가지만, 작년에 숙부님의 안내로 가메야마(亀山) 공원으로 가는 루트를 알고 있어서 그 길을 따라간다. 오늘도 가메야마 공원쪽으로는 거의 오지 않았다. 치쿠린보다 더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었는데, 잘 알지도 못하도 못하고 산길을 조금 걷기 싫어서 이쪽 길을 택하지 않는 모양이다. 가메야마 공원을 가로지르며 작년에는 가보지 못했던 전망대를 올라가 보았다. 작년에 와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와 보니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멋진 풍광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공원을 가도 질러 내려오니 조용히 흐르는 호즈가와(保津川)의 물줄기와 완만한 경사를 이룬 주변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이쪽으로 산책을 오지 않았다면 보기가 힘든 경치라고 생각된다. 강변으로는 산책로가 정비돼 있어 분위기가 너무나 좋다. 어제 달리면서 보았던 가쓰라가와(桂川)는 아라시야마 위쪽 산 계속 사이로 흐르는 호즈가와(保津川)와 도게츠 다리 주변에 흐르는 넓은 오이가와(大堰川)를 합쳐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 도게츠 다리에는 흐르는 강의 이름이 오이가와(大堰川)로 적혀 있지만 공식 행정명칭은 가쓰라가와라고 한다. 강이름이 어떻든지 간에 주변의 풍광이 정말 멋있다. 






 유람선 선창장 앞에서 토게츠교(度月橋)까지 거리도 예쁘게 꾸며진 구간이었는데 고급스러워 보이는 음식점이 이어져 있었다. 주변의 풍광이 멋있기 때문에 이곳에도 카페와 음식점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듯하다. 작년에 왔을 때 다음에 아라시야마를 방문하게 되면 이곳에서 식사를 한번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서 오늘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을 예약해 놓았다. 예약 시간에 맞추어 오느라 오코치산소(大河内山荘)에 가서 차 한잔 하지도 못했다.    






(1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