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쿠웨이트 여행 6-3 (아부다비), (2008.8)
아랍에미레이트의 수도는 아부다비이다. 두바이에서는 150km정도 떨어져있어 차량으로 두시간이 채 안걸린다. 두바이나 아부다비 모두 모래 사막위에 건설한 도시라 그냥 허허벌판에 아스팔트만 깔면 도로인지라 길이 모두 넓은 편이다. 교통체계도 우리와 좀 달라서 좌회전이나 유턴같은건 거의 없고 원형으로 로타리식으로 해놓아서 한번 잘못 지나치게 되면 다음 교차로가 나타날때까지 속수무책으로 그냥 달려야 한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길도 두바이 시내를 벗어나자 바로 모래 사막이 펼쳐진다. 두바이로 가는 길에는 사막에서 자라는 풀만이 뜨문 뜨문 보였고 그 척박한 땅에 낙타를 방목해서 키우는 농장도 가끔씩 보였다. 급수 시설이 없는 곳에는 정말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다.
아부다비의 첫 방문지는 두바이에 지어진 7성호텔을 보고 아부다비가 지은 7성호텔, 에미레이트 팰리스호텔이다.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호텔과는 달리 왕실소유의 호텔로, 호텔안에 골프장이 있고 호텔자체가 성을 연상시킨다. 대지는 축구장 약 1400개를 펼쳐놓은 면적,건물의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길이만 1㎞, 건설비만 35억 달러(약 4조5,000억원), 호텔 객실 수는 400개도 안되지만 직원 2,600명. 이 호텔의 일반 객실료는 시즌에 따라 하루에 600~2,000달러(약 78만~260만원) 수준이다. 버즈 알 아랍호텔의 높이를 화려함으로 누르려는 기세가 역력하다.
버즈 알 아랍은 최소 5만 원짜리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 입장이 된다고 하는데, 에미레이트 팰리스호텔은 객실을 제외하고 모든 공간을 관광객에게 개방한다. 원래 아부다비 국왕의 왕궁으로 쓰기 위해 지었지만 국민과 함께 하고 싶다는 국왕의 뜻에 따라 호텔로 개조했다.
네장의 사진은 호텔측에서 제공한 호텔 전경 사진이다.
개선문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대한 정문을 통과해 호텔 본관으로 들어가면 모스크로 천장을 처리한 거대한 중앙 홀이 나온다. 아라베스크 양식의 문양과 형형색색의 대리석, 화려한 순금장식이 어우러져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중앙홀에는 각종 파티, 세미나 등을 개최할 수 있는 공간과 왕족들만 머물 수 있는 최고급 스위트룸이 위치해 있다. 중앙홀 양쪽의 이스트 윙과 웨스트 윙에 일반 객실이 있다.
아부다비사람들은 아부다비를 두바이에 비교하면 언짢아한다. 두바이 개발 자금의 대부분이 아부다비 왕족의 자금이기 때문이다. 재주는 두바이가 넘고 실속은 아부다비가 챙기는 셈이다. 에미리트 호텔을 보면 아부다비인들의 자부심이 결코 허황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부다비에는 두바이에 없는 문화와 여유가 있다.
두바이의 각종 대형 해안개발에 자극 받은 아부다비가 이에 대응하여 UAE 루브르박물관 분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그 축소모형을 에미레이트 팰리스호텔에서 전시하고 있었다.
아부다비 맞은 편 해변을 매립해서 Cultural District 를 만들고 구겐하임, 루브르박물관 등을 세우는 프로젝트이다. 루브르박물관 분관은 2013년 사디야트 섬에서 개관한다고 한다. `사막의 루브르(Desert Louvre)'라는 이름의 이 박물관은 아부다비 정부가 중동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조성 중인 사디야트섬에 개관하며, 이 섬에는 2018년까지 구겐하임 박물관 중동분관, 셰이크자이드 UAE국립박물관, 해양박물관 등도 들어선다.
아부다비 정부는 30년간 루브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사용권을 부여받고 루브르박물관의 작품 수백점을 6개월에서 2년간 대여하는 조건으로 4억유로(한화 7천52억원)을 루브르박물관측에 지불키로 했다.
두바이가 지난 십수년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훨씬 더 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연합 내에서의 위상이나 땅덩어리 크기, 석유 매장량 등으로 따져볼 때 아부다비에는 상대가 안된다. UAE의 수도인 아부다비는 UAE 전체국토의 87%, GDP의 60%, 석유자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도자가 국가수반인 대통령도 맡고 있다. 반면 두바이는 연합 내에서 두번째로 큰 토후국이긴 하지만 국토 사이즈는 상대가 되지 못하고 다만 활발한 투자 유치와 개발 드라이브를 통해 GDP의 25% 정도를 차지하며 부통령과 수상, 국방장관 등을 맡고 있다.
아부다비는 워낙 풍부한 천연자원 덕에 미래에 대한 걱정을 그리 심각하게 하지 않고 있다가 두바이의 성공을 본 뒤 베낄만한 부분만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는 형상이다. 두바이의 7성급 '버즈 알 아랍 호텔'을 의식해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을 만들었다. 호텔 로비만 보아도 이 호텔이 얼마나 화려하게 만들어졌는지 느낄 수있다.
에미레이트 팰리스호텔 라운지에서...
일반 관광객에게는 호텔의 스위트 룸을 개방하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특별히 스위트 룸을 개방해 주고 전담 직원을 보내 안내해 주었다. 스위트룸을 돌아 보았는데 이것이 호텔인지 대 저택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장식과 화려함이 엄청나다. 스위트 룸 테라스에서 바라본 호텔 앞 전용 해수욕장. 이곳의 모래는 알제리에서 수입했다고 한다. 날씨가 더워 바닷물도 뜨거우니 한낮에는 수영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
호텔 객실의 이곳 저곳.
아부다비의 시내 풍경. 도심의 모습과 공원의 모습, 그리고 일반인들이 살고있는 거주지역.
두바이는 이제 막 국제도시로 도약하며 도시 전체가 공사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난리 법석이지만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레이트의 수도답게 안정되어 있었고 깨끗했다. 외국인들이 살기좋은 도시로 추천할 정도이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도 시민들을 배려한 흔적이 보였고 유럽의 잘사는 도시들 못지않게 안정되고 깔끔했다. 날씨는 엄청나게 덥지만 도시 곳곳에도 녹지공간이 많았고, 두바이와는 달리 가로수도 잘 관리되어 있어 환경이 훨씬 낳다.
준공해 놓고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셰이크 자예드 모스크 (Shaikh Zayed Mosque) 일명 그랜드 모스크 (Grand Mosque). 택시기사들은 빅 모스크라고 부른다고...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모스크이고 아랍쪽에서 가장 큰 모스크라고 한다. 그랜드 모스크는 이슬람의 교회이다. 그래서 반바지를 입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다. 아랍 사람들이 입는 하얀 옷을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 입구 오른쪽에서 빌려준다. 16만명이 한 번에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가능할지...
지금은 주변이 허허벌판이지만 그랜드 모스크가 있는 곳은 이곳은 2030년 아부다비의 구도심과 신도심의 중심이 된다. 아부다비는 개발계획의 재원을 확보해놓은 상태로 매일 270만 배럴 생산하는 석유로 거둔 수익들이 바탕이 된다. 날씨는 덥고 관광차 온 아부다비가 아니였기에 그랜드 모스크에 들어가보지는 못하고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또 언젠가 아부다비에 오게 되면 엄청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금융지구 위주로 개발될 림섬 개발 단지로 들어가면서...
아부다비 개발계획의 기본원칙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환경 보전, 전통적인 가치와 삶의 방식 보전등이다. 아부다비를 ‘중동의 문화허브’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특히 눈에 띈다. 사디야트 섬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분관,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 오페라 하우스 ,해양 박물관 등이 건설된다. 해안에서 300m 떨어진 림 섬엔 금융지구가 들어선다. 또 고급주택과 호텔,쇼핑몰,골프장,해양스포츠 시설 등을 지어 세계 최고의 관광 휴양지로 거듭날 것이다. 림섬 개발관에 들러 아부다비 개발 계획의 한 단면을 살펴 보았다. 오일 달러를 근간으로 하는 UAE의 개발은 정말로 엄청나다.
아부다비는 도시 정비차원에서도 두바이처럼 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마천루를 마구 짓는 방식이 아니라 녹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면서 교통과 환경까지 염두에 두고 계획성 있게 건물을 지어도 짓겠다는 구상이다. 아부다비에 와 보면 도시 전체의 녹지가 두바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바닷가에는 염분성분에 강한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고, 공원에도 제법 큰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 역시 급수시설이 있어야 하지만... 림섬 개발도 그런 아부다비의 철학이 담겨 있는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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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림섬 개발계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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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섬(Al Reem Island)프로젝트>
ㅇ 아부다비 해안에서 약 300m 떨어진 총 650만㎡ 크기의 자연 섬 림에 고급 주택을 비롯해 사무실, 쇼핑몰, 호텔, 골프장 ,해양스포츠 시설 등을 건설하는 개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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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밖으로 보이는 공사현장. 바다 너머로 보이는 건물은 아부다비 시내의 건물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발전전략은 많은 차이가 있다. 두바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외국자본 유치로 투자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의 투자가 멈추면 문제가 발생한 소지가 많은 반면 아부다비는 대부분 자국의 국부펀드나 국영회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은 아부다비가 더 큰 편이다. 두바이는 석유가 거의 고갈되는 2020년께 이전 주요 투자의 대부분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아부다비는 좀 더 시간의 여유가 있다. 그래서 ‘아부다비가 막 시작이라면 두바이는 끝물’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은 두바이가 각광을 받지만 저력은 아부다비가 더 크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신도시 건설과 비교해서는 역시 오일머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자금만 있을 뿐이고 우리에게는 기술력과 IT가 있어 비교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부다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쿠웨이트로 이동하기 위해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아부다비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 출국수속을 끝내고 1,2층으로 되어있는 조그마한 공항 면세점에 들어섰다. 두바이가 주도권을 잡기 전까진 아부다비 공항이 중간 기착지였는데 공항마저 두바이공항에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 지금은 비교대상이 안된다. 하지만 공항의 분위기가 벌집을 연상하게 만드는 느낌을 주었고, 다른 공항과는 다른 독특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특이한 느낌을 받았다.
(4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