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5-4 (붕따우), (2009.1)
붕타우에서의 아침은 새벽달리기로 시작했다. 모두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인지라 베트남에 오기 전부터 붕타우 해변을 달리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았고 이를 실천했다. 통트기 한참전인 새벽 5시에 호텔을 출발해서 붕타우의 해변과 붕타우 시내를 대략 서너시간 동안 달리기를 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새벽에 출발했음에도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은 이 조그마한 도시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차 날이 밝아오고 천천히 달렸음에도 더운 남쪽나라인지라 땀은 흐르고... 붕타우 해변의 모래밭은 생각보다 딱딱해서 발이 빠지지 않아 달리기에 좋았다. 썰물 시간대여서 해변의 크기도 넓고 달리기에 정말 좋았다. 일행중 가장 잘 달리는 최농훈교수만 발목이 안 좋아 참가하지 않고 나머지 남자 일행은 모두 참가했다.
6Km 정도 되는 백 비치 해변을 달리고 난뒤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서... 뒤로 보이는 섬이 혼바섬이고 이 섬에 혼바사라는 절이 있다. 밀물때에는 섬으로 변하고 썰물때에는 육지와 연결되는 곳이다. 지금은 물이 빠진 상태라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초록색으로 되어 있는 쪽이 물에 잠기지 않는 곳이고 나머지는 바다에 잠기는 곳으로 보인다.
백 비치 해변이 끝나고 거인 예수상이 있는 언덕(산)으로 올라가는 길가에서. 가로수를 용의 몸통모양으로 조경해 놓고 앞쪽에 용머리 장식물을 만들어 놓았다. 베트남도 우리나라처럼 중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인지라 우리나라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았다.
붕타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거인예수상이다. 붕따우 어디에서나 바라다 보이는 적당한 높이의 산 위에 있다. 식민지 시절 베트남인들에게 고통을 준점을 사과하며 용서와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프랑스에서 높이 30m의 예수상을 보내와 이곳에 세웠다. 주변은 나무와 꽃들로 공원처럼 조성해 놓아서 현지인들의 휴식공간으로 각광받는 곳이다.
산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제법 불어 더운 날씨이지만 땀을 식혀 주었다.
예수상의 어께부분이 전망대로 구성되어 있고 그곳에서 해안과 붕타우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너무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예수상 안쪽의 출입문이 개방되지 않아 올라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예수상이 설치되어 있는 언덕자체가 꽤 높은 곳이어서 어지간한 곳을 모두 조망할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붕타우 시내 전경과 백비치 전경.
굳이 예수상에 있는 전망대를 올라가지 않아도 내려다보이는 해변은 멋있다. 우리 일행이 이런 곳을 뛰어서 오르내리니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존경의 눈초리를 보낸다. 걸어 올라가기에도 힘든 언덕(산)을 뛰어다니니 놀랄 수 밖에. 거인 예수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아름다운 꽃밭과 함께 여기저기서 천사들의 모형이 제작되어 있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으로 초청해준 강홍원 형님과 함께. 오르막을 뛰어 올라왔더니 상의가 땀범벅이다.
거인 예수상이 있는 언덕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붕타우 시내 방면으로 뛰어 가면서. 이 해안도로를 따라서 아기자기한 건물도 많았고, 꽤 괜찮아 보이는 식당과 호텔이 많이 보였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인지 한글로 된 식당간판도 간간이 보였다. 붕타우는 오래 전 부터 베트남에서는 손꼽히는 휴양지였으며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고관대작들의 별장이 이 곳에 몰려 있었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과 풍광이 있었다.
어제 저녁 커피를 마시러 왔던 카페를 뛰어서 지나게 된다. 밖에서 보면 온통 나무로 덮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꽤 괜찮은 공간과 전망이 나오는 곳이였다.
긴 언덕을 지나 시내 방면으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거주하는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뒤로 멀리 보이는 건물이 호치민시까지 고속선을 타는 여객선 터미널이다. 호치민시에서 육상으로 붕타우를 오는 것보다 메콩강을 통해 쾌속선으로 오는 것이 시간이 덜 걸린다고 한다.
달리는 동안 베트남의 장례행사를 치르는 차량을 만났다. 운구차량 앞쪽에는 째즈밴드가 음악을 틀고 앞장서고 있었고 뒷쪽 차량에서는 가짜 돈을 길가에 뿌리면서 따르고 있었다. 조문객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쭉 따라가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호상일 경우에는 축제와 같은 것이 베트남의 장례문화라고 한다. 하지만 장례문화는 동양권이어서 우리나라와 흡사한 점도 많다고 한다.
프런트 비치 앞에 있는 항구의 배들. 크고 작은 어선들이 가득차 있었는데 이곳 역시 사진으로 그 느낌을 전하는데에는 무리가 있다. 잘 찍은 엽서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일었던 곳이다. 한적하고 아늑하고 평화롭다는 느낌이 들었던 곳이다.
붕타우의 중심부이기도 한 프런트 비치는 크고 작은 어선들이 바로 코앞에 정박해 있다. 해수욕을 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한 장소는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시내 중심가와 바로 붙어 있었고, 고급 호텔과 호텔과 해변 사이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하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구는 정도의 물놀이를 하기에 적합한 해변이었다.
해변앞 공원에서 강철우 선배님과 함께
해변에서의 달리기를 마치고 이제를 붕타우 도심을 통과해 호텔로 복귀하는 코스로 접어들었다. 강홍원 형님과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달리기인지라 도심의 곳곳을 달리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인지라 도심이 깨끗하고 잘 정비되어 있었다. 달리기를 한 거리를 차량으로 지나쳤으면 제대로 볼 수 없었을 것 같고 걸어서 다녔다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텐데 오히려 달리면서 좋은 것을 많이 보았다는 생각이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붕타우에서는 제법 큰 재래시장인 머이 시장을 들렀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짧은 달리기 복장으로 시장통을 돌아다니는 것이 쑥스럽기는 했지만, 이 때가 아니면 다시 시간을 내어서 오기가 힘들 것 같아 구경을 했다. 역시 시장은 역동적이고 그들이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어 좋다.
시장에 이쁜 베트남 아가씨가 있어 살짝 사진을 찍었다. 과일을 조금 사고 싶었으나 우리 일행이 달리기를 하는 동안 집사람 일행이 이 시장에 와서 간단한 물품을 사 가기로 되어 있어 쇼핑은 생략했다. 재래 시장인지라 주료 식료품과 과일, 그리고 바다에서 잡아온 어류가 주요 유통품목이다.
시장 입구를 배경으로.
사진에 있는 ABC 모텔은 머이 시장 바로 앞쪽에 있는 모텔로 원래는 우리 일행이 이 모텔을 통째로 빌려서 사용할 계획이었는데, 베트남 현지인이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해 예약이 안돼 있어 다른 호텔로 급하게 옮기게 된 곳이다. 덕분에 더 께끗하고 좋은 호텔에서 묵었지만 시내에서 조금 외곽에 떨어진 곳으로 숙소를 옮겨서을 시내 구경을 많이 못하게 된 점도 있다.
산책과 관광, 시장 구경까지 포함해 대략 4시간의 달리기를 마치고 호텔로 귀환. 남들이 해 보지 못하는 기억에 남는 여행의 추억을 또 하나 만들었다. 날씨는 덥고 땀은 흘렸지만 기분은 상쾌했고 몸은 가벼웠다. 다만 우리를 기다리느라 조금은 지루했을 가족에게는 미안하다.
붕타우를 떠나 다시 호치민시로 이동중. 2시간이 넘는 이동중 붕타우 근처에서만 뒤에 보이는 산이 있을 뿐 나머지는 지평선만 존재하는 평야지대이다.
도로 가를 지나다보면 논의 한쪽에는 벼의 파란 잎이 가득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이미 추수하고 남은 누런 볏짚만 서있기도 한데 자연 조건과 비옥한 대지로 인해 3모작의 쌀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경제를 통제하던 시절에는 쌀이 부족하여 수입하여 먹었지만 개방정책을 실시하고부터는 쌀의 생산량이 늘어 태국 다음의 쌀 수출국이 되었다고 하니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모판을 만들고 난뒤 다시 이양기를 통해 모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볍씨를 그냥 뿌리고 기다리는 농사를 지어 생산성은 우리나라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무질서하게 벼가 자라고 있어 논이 아니라 밭같은 느낌이 든다.
호치민시로 돌아오는 도중 강홍원 형님이 근무하는 회사를 잠시 방문했다. 풍력발전기와 관련된 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공장을 계속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 대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로 회사명은 생략. 우리나라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원가를 낮추어 경쟁력을 갖추는 방안이니 뭐라고 할 수 없다.
회사방문을 마치고 다시 호치민시로... 중간에 잘 조림된 나무 숲이 있어 무슨 나무인지 물었더니 고무나무 숲이라고 한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무 생산국이다. 호치민 주위에 산재한 고무나무 숲에서는 늘 고무원액이 생산되고 이를 원료로 하는 각종 라텍스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붕타우로 갈 때 방문했던 대형 마켓에 다시 들러 필요한 물품을 몇 가지 더 준비했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