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울산바위 (2010.12.10)
회사내 서로 다른 부서간 업무협력의 사풍 조성을 목적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 부서 크로스 활동을 하게 되었다. 우리 부서는 지난번 한마음 교육때문에 업무 연관성도 높으면서도, 행사진행 때문에 많이 귀찮게 했던 속초연수원 직원들과 함께 회의도 하면서 식사도 한번 하기로 하고 우리가 속초로 가기로 했다.
속초연수원을 가게 되었지만 속초 식구들이 시간을 맞추어야 했기에 남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부서원들과 함께 설악산에도 다시 한번 가기로 했다. 덕분에 자주 가보지 못했던 울산바위를 올해에만 두번 다녀 오게 되었다. 지난번 교육 진행차 와서 울산바위를 올랏을 때는 다른 직원들은 흔들바위까지만 오고 갈 때 조금 무리해서 나 혼자 울산바위를 올랐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아쉽게도 안개와 구름이 가득해서 산에 올라다는 느낌도 없이 구름 속을 헤메다가 내려 왔었는데 오늘은 날이 맑아 정상에서 제대로 동해바다까지 실컷 구경하고 내려 올 수 있었다.
속초로 향하던 중 오늘도 인제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청정조각공원 휴게소에 들렀다. 교육진행차 속초에 다닐 때 항상 이곳에 들러 국산차를 한잔씩 하고 갔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남녀의 성을 주제로 한 조각 작품이 휴게소 곳곳에 세워져 있고, 휴게실 내부에는 아예 전시장까지 마련 되어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는 훈훈한 날씨에 출발했는데 인제로 들어오니 얼마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이곳 저곳에 쌓여 있었다.
속초로 들어와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바로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직행했다. 낮이 긴 여름철이면 문제가 없지만 겨울철이라 낮이 짧아서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해가 지고되고, 산행후에 예정된 일정을 추진하는데 문제가 있어서이다. 눈이 내리지 않은 겨울 설악산에는 내국인 관광객보다는 외국인이 무척이나 많았다. 등산이 목적이 아닐텐데 왜 이곳을 관광코스로 잡았는지 궁금하다. 산 입구에 왔을 때까지도 설악산 입구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막걸리를 한잔 했기에 오늘도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 산장이나 올랐으면 하고 생각했었는데, 함께 간 신영인부장이 울산바위에 한번 올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신흥사쪽으로 오르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에는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바로 탈수도 없었다. 신흥사 일주문을 배경으로 함께 간 일행들과 함께.
계조암이 있는 흔들바위에서 신영인부장과 함께. 이곳에서부터 울산바위까지는 왕복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나와 신부장이 함께 오르기로 했는데 나머지 일행들은 아무도 가지 않겠다고 한다. 나머지 일행들은 흔들바위까지만 왔다가 다시 내려가다가 중간에 있는 휴게소에서 조금 쉬고 있으라고 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평지와는 달리 이곳부터는 바람도 제법 거세지고 날씨도 추워진다는 느낌이었다.
지난 7월달에도 울산바위에 왔었는데 그때는 구름이 너무 많아서 울산바위 모습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저 발 앞에 놓여 있는 철제 계단만 보고 바위를 오르는 형상이었는데 오늘은 날이 너무 맑아서 주변의 모습이 모두 보인다. 특히 산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설악산에 내린 눈도 보이기 시작했고, 멀리 대청봉과 건너편의 권금성도 보인다. 윗쪽을 보니 철제 808계단도 끝부분까지 모두 보였는데 계단이 이렇게 많은지 지난번에 왔을 때는 느끼지 못했었다.
드디어 해발 873m의 울산바위 정상. 바람도 거쎄게 불고 날씨가 추워져서 오래 있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번에 왔을 때 날이 맑을 때 꼭 한번 더 와서 멀리 동해 바다를 한번 보아갸겠다고 마음먹었는데 5개월만에 스스로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흐믓한 기분. 혼자 오를 때에 비해서는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기는 했지만, 정상에 올라 외설악의 모습과 멀리 속초시내와 동해바다까지 볼 수 있어 좋았다. 정상에 있었던 간이 매점은 폐쇄해 놓았고 태극기는 걸려 있지 않았지만, 주변 배경만으로도 울산바위 정상임을 알 수 있다.
바위 위에는 얼마전에 내린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어 일부분에 빙판이 형성되어 위험한 구간이 있었다. 뻥 뚤린 조망으로 멀리 동해바다까지 내려다 보였지만 바람이 너무 거쎄도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정상까지 올라온 우리를 기다리는 일행이 아랫쪽에서 1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해 빨리 내려 가기로 했다. 겨울산이라 다른 계절에 비해서는 볼 것이 적다. 눈이라도 많이 내렸으면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했었겠지만...
울산바위를 내려 오면서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었다. 해가 질 무렵이 다 되어 가면서 역광인지라 사진이 흐릿하게 나온다. 일기예보에서 오후가 되면 날이 추워질 것이라고 했었는데 산을 내려갈 때에는 갑자기 바람도 세지고 기온이 많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내려 가는 동안에도 몇 사람이 울산바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산에 많이 다녀보지 않은 사람들이 겨울산을 겁내지 않고 행동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뉴스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겨울산행에서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면 큰일이 생길 수 있는데...
산행을 마치고 속초 연수원에 들러 오랫만에 온천수에 샤워를 하고 오늘 속초 방문의 목적인 속초연수원 직원들과 교류시간을 가졌다. 장사항에 있는 한 횟집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연수원 식구들이 자주 이용하는 집이어서 대우도 좋았고, 맛 있는 음식을 끊임없이 제공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야 할 처지여서 운전을 책임질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속초연수원 직원을 이해하고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 꽤 많은 음주 시간을 가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