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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종주 예산구간 동반주 (2011.12.18)

남녘하늘 2012. 1. 5. 23:09

 

한국자생식물원의 김창렬원장님이 혼자서 지난 11월 초부터 한반도 종주 달리기를 시작했다. 선배님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구석 구석을 뛰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10월 9일 한국자생식물원의 화재로 인해 식물원 임시휴관을 계기로 그동안 꿈꾸어왔던 종주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북한땅까지도 달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계신다.

 

나도 종주를 하는 동안 한두번은 동반주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주에 문희형의 고향인 예산을 통과한다고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서게 되었다. 당초 문희형과 나만 내려갈 예정이었는데, 100회 마라톤클럽의 선배 몇 분이 함께 동행하게 되어서 김창렬원장님이 한반도 종주 달리기를 시작하신 이후 가장 많이 사람들과 함께 달리게 되었다.

 

하루에 대략 20-25km 정도를 달리고,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다음날 달릴 코스를 미리 답사하고, 거리 표시를 해 놓은 등 대충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달리고 있었다. 우리가 동행하는 오늘은 달리는 날만으로 한반도 종주 43일째 되는 날이다. 매주 토요일은 휴식을 취하면서, 달리기를 위해 도움을 주고 있는 스텝들과 함께 충남 예산군 광시면 관음리까지 와 있었다. 오늘은관음리 마을앞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오전 8시경부터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해서 우리 일행은 새벽 5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예산까지 내려왔다.  

 

날씨가 많이 풀리기는 했지만 겨울 호수가의 날씨는 생각보다 제법 쌀쌀해서 방한복을 입고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관음리에서 1km정도를 달려 오니 예당저수지의 상류쪽에 나타났다. 오늘은 예당저수지를 따라서 뛰어 예산읍내를 통과하는 코스를 잡아 놓았다고 한다. 문희 형을 따라서 오래전에 와 보앗던 예당저수지인데 언제가 한번 호수 주변을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 뜻을 이루게 된다. 예당저수지는 1962년에 완공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로 예산군과 당진군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한다고 해서 예산과 당지의 앞머리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저수지의 남북길이 10km 정도가 되고 폭이 1km가 넘으니 저수지만 한바퀴 달려도 거의 30km의 거리는 나올듯싶다.

 

 

 

 

한참을 달려와 무봉리와 탄방리를 이어주는 무봉교에 도착했다. 이 도로는 워낙 차들이 다니지 않는 도로여서 함께 뛰었던 6명이 도로 전체를 차지하고 달려 보았다. 김창렬원장님은 혼자서 도로를 달려야 했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복장을 하고서 달렸다고 한다. 간혹 이 복장때문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달리면서 들려 주었다. 오늘 우리가 달린 도로는 차량 통행이 없는 곳이 많아서 즐거운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특히 예당저수지 주변을 달리는 도로는 농로같은 느낌을 주는 도로였는데 당초 계획에 없었던 것을 이문희형이 알려 주어 호반 달리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7-8년 전 예산마라톤 대회에 참석했을 때 달렸던 벚꽃 길을 달려 오늘의 목표점인 간양교차로까지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다. 한참동안 이 길을 달려 보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벚꽃나무가 제법 많이 커 있었다. 뒤로 보이는 고가도로는 장항선 철길인데 교통의 흐름을 위해 고가로 설치해 놓았다. 난 아침을 먹지 않고 뛰었더니 중간에 허기가 져서 모든 구간을 달리지 못하고 중간에 지원차량을 이용하고 있다가 목표점에 다와서 다시 함께 뛰고 있는 중이다.   

 

 

 

오늘의 목표지점인 간양교차로에 도착해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김창렬원장님의 직장 직원가족들까지 응원을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달리기를 축하해 주었다. 사진을 찍어주느라 고생한 이문희형은 사진속에 없다. 꼭 한번 달리고 싶었던 예당저수지를 달려 보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다.

 

 

 

 

달리기를 마친뒤 이 지역의 명소인 세심천이라는 온천을 찾아 온천욕을 즐겼다. 덕산온천을 비롯해서 이 부근에 많은 온천이 있었는데 세심천이 좋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문희형 친구분이 사장으로 있었다. 마침 입구에서 친구분을 만나 무료로 입장하게 되었다. 원래 사장님이 친구라고 말하지 않고 돈주고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좋은 일을 하니 이런 기분 좋은 일도 생긴다. 세심천은 굉장히 넓고 온천수도 좋았다. 야외 노천탕에 있으니 머리는 차고, 몸은 따뜻해서 한겨울의 온천욕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온천욕을 즐긴 다음에 다시 수덕사 근처로 이동해서 산채 정식으로 식사를 했다. 수덕사와 덕숭산은 내가 자주 와 보았던 사찰과 산이어서 낯설지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절 바로 아래까지 음식점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절 아랫쪽에 대형 주차장과 음식점을 모아 두어서 절이 있는 곳과 분리를 시켜 놓았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달리고 난 뒤의 뒷풀이를 잘 했다.

 

 

 

 

 

 

오늘까지 43구간을 달렸지만 아직 충청권도 조금 더 달려야 하고 경기도를 거쳐 다시 강원도 평창까지 가려면 최소 2-3주일 이상은 더 달려야 할 것이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질 것이고, 피로는 더욱 누적될 것인데 큰 어려움없이 달리기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서울 가까이 오면 한두번은 동반주를 더 했으면 좋겠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먼 길까지 내려와 주었다고 너무 반가와하면서 좋아해서, 내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늘 대략 20km 정도를 함께 뛰었는데 나도 다음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선배님이 뛰었던 길을 따라서 혼자서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 달리기에는 아직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이 너무 열악하고, 도처에 위험이 상존해 있어서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한반도 종주를 마치고 나면 하나의 기록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끝까지 잘 달리시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