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일본 시마네('12.2)

시마네여행 8-7 (돗토리 아카가와라) (2012.2)

남녘하늘 2014. 1. 22. 00:43

 

지난 여름 아침 산책을 나왔을 때 보았던 텐진가와(天神川) 표지판이 나타났다. 미사사(三朝) 온천에서 구라요시 시청쪽으로 가는 쪽에 있는 표지판이다. 텐지가와(天神川)는 방금 들렀다가 온 미사사(三朝)온천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하천이다. 표지판 뒤로 보이는 다리를 건너가면 아카가와라(赤瓦) 지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드디어 아카가와라(赤瓦)에 도착했다. 이 곳은 개발보다는 보존을 통해 마을의 역사와 시설물을 관광 자원화한 곳으로 옛날 에도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지어진 창고들이 남아 있다. 일본의 국가지정 중요 전통 보존지구로 정해져서 시라카베도조군(白壁土藏郡:흰벽창고)이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다. 그 때 쓰던 소금창고가 지금도 보존되어 있으며 간장양조장, 죽공예, 주조관, 물산관등 창고를 개조해서 다양한 물품을 판매 하고 있다. 저마다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고, 오래 된 거리와 건축물을  잘 보존 유지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라요시시에 있는 시라카베도조군(白壁土藏郡) 거리, 다른 이름으로는 '아카가와라(赤瓦)'라고 불리는 곳이다. 옛날 일본의 상가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이 거리는 대부분 에도시대부터 메이지때까지 만들어졌으며, 회반죽의 하얀 토벽과 삼나무로 만든 검은 판자, 빨간 기와 등이 오래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번잡한 일본 도심의 관광지와는 달리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시골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일본판 우리나라의 한옥마을과 인사동을 합쳐 놓은 것과 같은 분위기라고 볼 수 있다. 

 

 

 

 

아카가와라(赤瓦)에는 일본인들이 신으로 모시는 다양한 복신(福神)들이 이곳 저곳에 세워져 있었다. 상점의 입구에 세워져 있는 경우도 있었고 상점 안쪽에 세워져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복신을 모시는 곳 마다 스탬프를 찍어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복신의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사업번창, 자녀출산 등 자신이 기원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복신의 각 부위를 쓰다듬으면 된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지역으로 변화한 이곳에는, 상가 관리를 위해 상가나 제조업체마다 고유색과 번호를 지정하였고 상가 앞에 부착해놓고 있다. 시라카베도조군(白壁土藏群) 중에서 11개의 상점을 지정하여 아카가와라(赤瓦)1호점부터 13호점까지 이름을 붙였다. 4라는 숫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뜻하고, 9라는 숫자는 고생을 의미한다고 해서 4호점과 9호점은 없다고 한다. 주민들이 재배한 식자재로 만든 먹거리와 잡화를 파는 12호관인 구와(久和) 앞에서...  

 

 

 

 

 

 

눈이 와서 우리는 돌아 다니는 것이 불편해 졌는데 완전 무장을 하고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와 엄마는 즐겁기만 해 보인다. 나도 운동화 대신에 장화를 신고 있었다면 신나게 돌아다녔을텐데, 편한 운동화를 신고 온 것이 눈길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눈 속을 다녀도 즐거운 여행을 왔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을 하자고 다짐하고 이골목 저 골목을 돌아 다녔다. 지난 여름에는 단체 여행이라 보지 못한 곳이 많아 다시 왔는데 날짜를 잘못 잡은 듯하다.     

 

 

 

 

 

구라요시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도시로서 물이 맑고 깨끗하며 맛이 좋아 옛부터 주조업(酒造嶪)이 발달하였다,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야시오(八潮), 겐스이(元師) 라는 청주가 유명하다. 작년 여름 아카가와라(赤瓦)에 왔을 때에는 사케 제조와 판매까지 하고 있는 타카다 슈조(高田酒造) 양조장을 방문했었는데 양조장 방문은 한번으로 족해 이번에는 찾아가보지 않았다. 선물로 청주가 많이 팔리는지 어느 상점에 가더라도 이곳에서 만든 청주를 진열해 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내리는 눈때문에 돌아 다니는 것이 점점 더 많이 불편해졌다. 오늘은 이 한적한 거리를 계획없이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마음껏 가보려 했었는데 그 계획을 실행할 수가 없었다. 미사사(三朝)에서와 마찬가지로 발목이 푹 빠질 정도로 내린 눈때문에 돌아 다닐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졌다. 

 

 

 

 

 

지난 여름 한번 와 보았던 아카가와라(赤瓦) 거리였기에 이번에는 지도를 지참하지 않고 지난번 방문의 기억으로만 가고 싶은 곳을 가려고 했었는데, 생각없이 이곳 저곳을 다닌데다 폭설까지 내려 방향감각을 상실해 버렸다. 지도 없이는 길을 찾기가 어려워져서 중간에 보이던 관광안내소에 들러 지도를 구했다.  구라요시(倉吉) 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도 미리 확인해 놓아야 했다.   

 

 

 

오늘 내리는 눈은 보통 적당히 내리는 눈이 아니라 완전 폭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이 내리면서 눈이 멈추질 않는다. 적당히 내리는 눈은 운치도 있고 즐길 수 있지만, 폭설이 내리게 되니 우선 돌아다니는 것부터 힘들어지고,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질 않는다. 더구나 눈이 더 많이 내려서 구라요시(倉吉) 역으로 되돌아 가는 대중교통이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몰려 오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배는 눈때문에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로에 버스가 다니는지 자주 쳐다보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카가와라(赤瓦) 8호관인 향토 특산관. 토산품과 공예품이 늘어선 1층의 도라조에는 현지의 명과를 진열해 놓고 판매중이고, 2츧엔 우쓰부키안(打吹庵 :수타메밀국수집)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아카가와라(赤瓦)를 구경하면서 선물로 무엇을 살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8호관인 향토특산관에서 사기로 마음먹고 다른 곳을 모두 구경하고 나서 구라요시로 돌아가기 직전에 다시 찾아와 선물을 샀다. 선물을 들고 돌아 다닐 수가 없어서...   

 

 

 

 

산아래 쪽으로 대형 벽화가 보이는데, 이 벽화는 이 마을의 우츠부키(打吹) 전설을 모티브로 그린 것이로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한다. 선녀와 나무꾼에서는 선녀가 하늘로 되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지만 일본 설화는 선녀가 아이들을 두고 혼자 올라가버려 아이들이 엄마가 떠나간 산에 올라가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면서 엄마를 그리워한다고 한다. 사진 뒤로 보이는 산이 선녀가 날아올라갔다는 우츠부키(打吹)산. 그리고 매년 쿠라요시에서는 북을 치고 피리를 부는 우츠부키 축제가 열린다. 눈때문에 벽화 뒷쪽의 산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아카가와라(赤瓦) 상점가에서 인도풍의 다이렌지(大蓮寺)로 통하는 작은 길은 골목도 굉장히 예쁘게 꾸며져 있다. 골목에 빨간등이 일렬로 세워져 있어 굉장히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길을 벤텐산도(弁天參道)라고 부른다. 여름에 열리는 구라요시 우츠부키(打吹)축제가 열릴 때에도 등불을 켜 놓아 분위기를 멋지게 연출해 주는 길이라고 한다. 오늘은 눈이 워낙 많이 내려 빨간 등위에도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골목길에도 눈이 쌓여 걷기 힘들었다.    

 

 

 

 

 

아카가와라(赤瓦)가 있는 마을 한가운데 인도양식으로 지어진 특이한 절이 있로 1500년대 말에 지어졌다는 다이렌지(大蓮寺)이다. 인도신화에 나오는 물과 예술의 여신인 벤자이텐 신을 모시는 절이라고 한다. 다이렌지(大蓮寺)의 대문은 일본의 전통적인 목조 누각이나  본당은 철근 콘크리트양식의 현대풍 건물이다. 구라요시(倉吉) 시의 관광안내서에서 이 절은 1955년에 재건된 현대풍의 본당과 오사카의 거상 요도야 세이베(淀屋清兵衛)의 묘가 안치되어 있는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구라요시(倉吉) 역으로 되돌아 갈 무렵 줄기차게 내리던 폭설이 잠시 멈췄다. 또 언제 내릴지 모르겠으나 눈이 멈추니 역시 좋다. 아카가와라(赤瓦)에는 마을 중간에 시내물이 흘러가는 곳이 많아서 골목길 제설 작업을 하기에는 손쉬워 보였다. 눈을 밀어 물에다 넣어버리면 물과 함께 흘러내려 가버리니... 시냇물이 흐르는 곳은 제설작업이 되어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골목길은 눈때문에 다니기에 너무 불편한 상황이다. 도로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하루 따로 여행코스를 떠났던 일행을 다시 구로요시(倉吉) 역에서 만났다. 따로 관광을 나섰던 동생가족과 아들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눈 때문에 그리 즐거운 여행은 아니였던 것 같다. 길이 많이 미끄러워 관광버스가 이동간에 속도를 내지 못해, 예정되어 있던 관광지를 모두 둘러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은 즐거웠다고...  구라요시(倉吉) 역에서 다시 사카이미나토(境港) 항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바꿔타고 사카이미나토(境港) 항으로 이동했다.  

 

 

 

 

하루종일 눈이 내리다가 잠시 그쳤는데 다시 출항할 무렵에 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번 시마네와 톳토리 여행은 폭설이 내려 눈을 원없이 보고온 여행이 되었다. 사카이미나토(境港) 항에 도착할 때도 눈이 내렸는데 출발할 때도 눈이 내리니, 눈으로 시작해서 눈으로 끝나는 셈이다. 지난 여름에 왔을 때에는 해가 길어서 배를 타고 가면서 일몰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여행은 겨울이라 배를 타기도 전에 어두워져 버렸다. 

 

 

 

 

사카이미나토(境港) 항구를 떠나면서... 이번 가족 여행은 눈때문에 여행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에는 틀림없다. 동생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고, 다음에 되돌아보면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많은 에피소드를 남긴 여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간과 여건이 허락한다면 함께 이런 유쾌한 여행을 자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8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