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여행 17-7 (모스크바-노보데비치 수도원, 참새언덕) (2012.6)
끄레믈을 나와서 방문한 곳은 1524년 바실리 3세가 리투아니아로부터 비옥한 스몰렌스크 땅을 탈환하여 모스크바에 병합한 것을 기념하여 건립한 노보데비치 수도원이다. 노보데비치는 러시아 말로 새롭다 또는 거듭난 처녀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수녀원 의미를 지니고 있는셈이다. 하지만 이곳은 수도원 역할보다는 전쟁중에는 요새의 역할과 차르 일족이나 명문귀족의 자녀가 은둔하거나 유배지로서의 역활로 쓰여졌다고 한다. 이곳은 역사적인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 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어 있다. 노보데비치 수도원 앞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일행은 수도원 내부 방문은 하지 못하고 호수에서 수도원의 외관만 감상하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다.
러시아 여러 곳을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풍광이 좋은 곳에서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관광지에서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생계를 위해서 상업적인 활동으로 이해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풍경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숨가쁘게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는 서울의 모습과는 다른 점이 많아서 이 또한 부러웠다. 노보데비치 수도원의 호수가에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16-17세기 러시아 사원 건축의 표본 중 하나로 꼽히는 건물이다. 수도원 내부를 구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가지를 고려 했을 때 호수가 보이는 공원에서 수도원을 감상하는 것이 더 낳다고 판단했기에 공원으로 온 것이라 생각한다. 공원에서 바라보는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수도원이 한폭의 그림처럼 깊은 인상을 주었다. 호수 주변으로 산책로가 있어서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호수 공원 벤치에 앉아 노보데비치 수도원을 감상하는 사람 또한 많았다.
미국의 부시대통령 부부가 러시아-미국 양국 어린이들의 화합을 위해 기증했다는 오리 가족 상. 러시아 사람들이 동물 동상의 머리나 주둥이를 쓰다듬으면 좋은 일이 있다고 믿는 풍습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 얼마나 많이 만졌는지 어미 오리의 머리가 반질반질하다. 산책 나와서 어미 오리를 타고 있는 귀여운 아이와 함께 사진 한장을... 엄청 귀엽게 생겼다.
사진 왼쪽이 노보데비치수도원이고 그 옆이 종루, 그리고 오른쪽의 양파모양의 돔지붕을 한 것이 스몰렌스크성당이다.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후인 1922년에 이 수도원은 박물관으로 지정되고, 1934년부터 국립박물관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수도원의 앞의 아름다운 호수를 보고 이곳에서 영감을 얻어 차이코프스키가 '백조의 호수'를 작곡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백조 대신 청동오리들이 유유히 놀고 있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차를 타고 나오는 길에 본 노보데비치 수도원.
모스크바는 큰 산이 없는 도시로 유명하다. 모스크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참새언덕은 해발이 115m에 불과해 우리의 눈으로는 작은 언덕 정도밖에 안되지만, 모스크바에서는 오스탄키노 텔레비젼 중계탑을 제외하고는 제일 높은 곳이라고 한다. 이 언덕은 관광객들이 꼭 한번씩 찾는다는 모스크바 으뜸 조망 장소이고, 신혼부부들도 사진 촬영을 위해서 많이 찾아오는 명소라고 한다. 공산 정권 시절에는 레닌 언덕으로 불리기도 했다는데, 자그마한 언덕에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도시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우리나라를 부러워 하는 외국인이 많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는데 이곳에서는 실감나는 이야기다.
참새언덕에서 바라다보이는 루즈니키 올림픽경기장. 불과 30년전인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때 주경기장으로 사용된 경기장으로, 미소 냉전시 반쪽 올림픽으로 치러졌던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서방국가들과 함께 우리나라도 참가하지 않았었다. 규모가 큰 운동장으로 총 수용인원은 10만명 정도라고 한다.
구경나온 아이와 함께...
참새언덕이 사람들이 많는 찾는 관광 명소라고 했지만 솔직히 볼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스크바 시내는 전혀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조그마한 언덕조차 없는 모스크바에서 이정도의 높이면 시내를 내려다 볼수 있는 곳이여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침 바로 앞에 모스크바 국립대학이 있고, 모스크바 강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어...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서 그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노점상이 상당히 많았다.
참새(레닌)언덕 맞은편에 있는 엠게우(MGU)라고 불리는 러시아 최고 대학인 모스크바 국립대학이 있다. 모스크바 대학 본부 건물은 오전에 아르바트 거리 입구에서 보았던 러시아 외무성 건물과 마찬가지로 모스크바에 세워진 7개의 스탈린 양식 건물중의 하나이다. 스탈린 양식의 7개 건물은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비롯해서 내무성과 외무성 건물, 문화인 아파트와 예술인 아파트, 그리고 레닌그라드호텔과 우크라이나호텔이라고 한다. 모스크바 대학 본관 건물은 높이 240m, 정면길이 450m, 중앙 30층, 양측 17층 건물로 구성되어 있어 그 위용이 대단하다. 이 대학의 학생수는 약 3만 2천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보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대학본부 건물의 웅장함이나, 한없이 넓은 캠퍼스의 우람한 숲도 아닌 본부건물 앞 연못가에 줄지어 서있는 이대학 출신 노벨상 수상자 12인의 동상들이었다. 한나라에서 한명을 배출하기도 어렵고 우리도 겨우 평화상에서 한명의 수상자가 있는 형편인데, 수상자를 한 대학에서 열두명이나 배출했다는 사실만으로 부러움을 넘어 큰 충격이다. 우리도 많은 분발과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대학 캠퍼스의 넓이는 약150만평이나 된다고 하는데 우람한 침엽수를 비롯해 많은 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중 모스크바 시내를 돌아 다니면서 모스크바 대학교 앞은 수없이 많이 지나쳤지만 정작 이런 캠퍼스 내부를 한번 둘러 보는 것도 좋았을텐데, 본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남기는 것으로 끝내게 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8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