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통영 답사여행 3-2 (한산정, 통영케이블카) (2012.10.9)
제승당에서 나와 충무공이 부하 무사들과 함게 활쏘기를 연마했던 한산정으로 향한다. 한산정에서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인에, 활터와 과녁 사이에 바다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이곳뿐이라고 한다, 충무공이 이곳에 활터를 만든 것은 실제 배 위에서 활을 쏘아야 하는 수군인 만큼 바다위에서 거리감에 대한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145m의 거리가 상당히 멀다고 느껴졌는데 활을 쏘아서 멀리 과녁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594년 한산도에서 무과별시를 보았다는 기록과 1596년 무과 초시를 보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는데 한산정이 활쏘기를 치른 장소다. 조선시대에는 조정에서만 과거를 보았으나, 전시에 무과시험을 한양에서 보기에 시간 소비가 많아 충무공이 선조의 허가를 얻어 무과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활쏘기는 병사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해야 할 종목었고, 조선 시대에는 공식적인 무관을 뽑는 무과시험의 핵심과목이었다. 화살은 상당히 만들기 어려운 소모품이어서 사극에서 나오는 것처럼 활쏘기 훈련을 할 때에는 딱딱한 나무판에는 쉽게 화살을 쏘지 않았다고 한다. 몇 겹의 무명천을 겹쳐 만든 솔포라는 과녁에 활을 쏴 화살을 재활용 했는데,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곳의 과녁도 지금 보이는 것처럼 나무과녁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산정에서 나와 제승당으로 나왔다. 제승당 앞마당에는 담장을 따라 비각이 두개 있고, 안에 비석이 몇 개 있다. 이 비들은 충무공의 후손으로 통제사나 부사로 부임했던 이들의 선행을 기념하기 위해 한산도와 거제도의 주민들이 세웠던 송덕비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이다. 한산도에도 이제 서서히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제승당에 오르기 전에 바깥 정문이라 할 수 있는 대첩문(大捷門)이다. 제승당으로 들어갈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는데, 제승당 유적지 관람을 마치고 일행들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제승당을 나오면서 여유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이곳으로 올 때 대첩문 앞에 서있는 수병들은 진짜 사람이 서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 와보니 모형이었다. 대첩문 이름이 붙게된 한산도대첩(閑山島大捷)은 1592년(선조 25년) 7월 7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을 크게 무찌른 전투이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의 잔잔한 바다가를 따라서 제승당에서 선착장으로 가는 길. 제승당을 뒤로 하고 돌아 나오는 길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한산도를 생각하면 제승당과 더불어 이 길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한산도를 들어 갈 때에는 한산섬에 어떤 기념건축물이 있는지도 모르고 들어 갔었느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설명을 들었더니 이제는 대략 알게 되었다. 배를 타고 나오면서 수루가 보여서 사진을 찍어 본다. 제승당이 있는 뒷산 이름이 망산(294m)인데 다음에 한산도에 온다면 시간을 가지고 망산도 오르고 한산도의 구석 구석을 돌아다녀 모아야겠다. 제승당을 비롯하여 충무사, 수루 등 충무공의 숨결이 있는 여러 모습을 뒤로 하고 통영항으로 돌아왔다.
오늘 우리 일행이 하룻밤 묵게 될 충무마리나 리조트. 한산도에서 충무항으로 나오는 길에 지나치게 된다.
멀리 통영까지 와서 저녁시간에 숙소에서 잠만 자기에는 아쉬움이 많아 일행중 몇 몇 사람들과 함께 통영 중앙시장으로 다시 나왔다. 싱싱한 횟감이 있는 바닷가에 와서 그 바다의 싱싱함을 느끼고 가지 않으면 왠지 억울할 것 같아서였다. 통영항 앞쪽에 있는 중앙시장에 들러 횟감을 샀다. 다른 어시장처럼 회감을 파는 곳과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분리되어 있어 바로 싱싱한 회를 사와서 맛볼 수 있었다. 모처럼 집을 떠나 여행을 와서 귀가시간에 얽매이지 않다보니 늦은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여행의 즐거운 한 부문이 아닌가싶다.
즐거운 모임을 끝내고 나서 중앙시장 앞쪽 바닷가로 나오니 통영항에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산도 대첩에서 맹활약을 펼쳐 왜구를 물리치는데 앞장선 거북선의 실제 모형을 재구성하여 통영 바다에 직접 띄워놓고 통영을 찾는 관광객의 무료 관람케 하는 거북선이다. 야간에는 거북선 관람을 할 수 없어 거북선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몇 년전에 왔을 때보다 거북선 주변으로 더 많은 병선을 제작해서 전시해 놓았다. 통영시에서 볼거리를 자꾸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서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충무마리나리조트 주변 해안도로를 돌아보았다. 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모임으로 인해 잠을 거의 자지 못하다가 아침 해가 뜰 무렵에는 깜박 잠이 들어버려서 일출은 보지 못했다. 함께 한 일행들에게 나가자고 하니 좀 더 쉬겠다고 해서 혼자서 산책을 나섰다. 충무마리나리조트 해안도로는해안선을 따라 멋진 풍광과 분위기로 인해 충무에 여행을 온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한눈에 보아도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 있게 잘 가꾸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이곳을 나와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왕복 6km의 해안도로인데 산책로 끝까지 한번 갔다 왔으면 좋으련만 걸어서 끝까지 가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같아 중간에 돌아올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충무마라나리조트에서 자전거를 빌려 준다는데, 다음에 오면 자전거를 타고 갔다 왔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차나 오토바이의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된 도로로 자전거와 걷기만 가능한 산책로였다. 어제 다녀 왔던 한산섬도 보이고 바다를 끼고 걸기 때문에 해안의 멋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맑은 바닷바람을 맞으니 어제 밤 마신 술이 확 깬다.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러 이동한다. 한려수도의 비경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중 하나는 직접 섬에 가서 보는 방법도 있지만, 높은 곳에 올라 한려수도의 해안선을 감상하는 방법도 있다. 내가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산 정상에서는 나무 대신 숲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려수도 비경 감상의 최적의 장소인 미륵산 정상으로 올라가 본다. 산림청 지정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선정된 해발 461m의 미륵산 정상까지 운항하는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일반 관광용으로는 1975m의 국내 최장 길이고 경남도내에서는 첫 관광용 케이블카이다. 워낙 인기가 높아서 일찍 가지 않으면 입구에서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이 여행사에서 일찍 나가 단체표를 구해 놓았다.
통영 케이블카는 성인 왕복요금이 9천원으로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 앞바다를 손쉽게 감상하는 비용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워낙 인기가 높아서 부지런하지 않으면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1-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기상악화 등으로 케이블카가 운행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받지 않고 현장에서만 판매하기에 통영에서 케이블카를 타고자 마음먹으면 조금 더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다.
탑승한지 10여분만에 통영에서 가장 높은 해발 461m의 미륵산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니 참 편하고 좋았다. 물론 환경파괴라든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실이 있으면 반대급부의 득도 있는 법이다. 특히 이곳 통영 같은 경우에는 설치한지 1년만에 100만명이 케이블카를 이용했고, 이로 인해 1년 반도 채 안되어 투자금이 회수 되었다고 한다. 이 케이블카 하나로 인해 통영에 관광객이 유치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잘 만들어진 나무 테크길을 조그만 오르면 미륵산 정상에 도달한다. 날씨까지 맑아 미륵봉에서 바라본 한려수도는 참 멋지다. 보석 같은 섬들로 수놓아진 형언할 수 없는 쪽빛 바다와 통통 떠있는 배들이 어우러져 정말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또한 이순신 장군이 학익진을 펼쳐 대승을 거뒀던 한산대첩 승전지,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항 등 아름답고 포근한 풍광 등도 한눈에 들어온다. 거제도, 사량도, 한산도, 욕지도 등 한려수도의 수 많은 섬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높은 미륵산에서 통영항을 내려다보며 맑은 공기를 마시니 그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것 같다. 비록 땀흘려 올라 온 산은 아니지만, 모처럼 이렇게 편하게 산을 오르는 것도 즐겁다. 함께 온 동료들이 산에 오르는 것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기때문에 이런 편한 여행도 필요한 듯하다. 게이블카 운행시간이 오전 9시 전후여서 미륵산에서 일출을 보려면 땀흘려 올라와야만 가능할 듯 하다. 정상에서 통영항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다시 통영 전적지 관람을 위해 내려 간다. 통영케이블카를 탑승한 것은 이번 여행에서 유일한 보너스 관광이다.
미륵산 정상 바로 아래 위치한 상부역사에는 간단한 차 한 잔, 간식을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고 외부 테라스로 나가면 산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간의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만 와도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정상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미륵산에서 내려와 충무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세병관(국보 제305호)으로 오르는 길가에 벅수라고 불리는 돌장승이 있었다. 마을이나 사찰 입구 등에 세워져 경계를 나타내기도 하고 잡귀의 출입을 막는 수호신 역할도 하는 장승은 보통 한 쌍을 이루어져 있는데 이 장승은 홀로 있는 독장승이다. 장승이라는 명칭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불리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벅수라고 해 놓았다.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패여있고 둥근 눈은 튀어나왔으며 코는 삼각형으로 뭉툭하다. 활짝 웃고있는 입에는 송곳니가 길게 삐져나와 있는데 험상궂은 모습이기 보다는 익살스럽다. 몸체에는 토지대장군(土地大將軍)이라는 쓰여 있다. 지나치는 길에 특이해서 사진을 한장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