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여행 10-6 (다운타운까지 아침달리기 ) (2015.1)
해외여행을 나오면 항상 운동화와 달리기 복장을 챙겨와서 주변을 한번은 달려 주고 했었다. 이번 출장에도 역시 운동화와 운동복을 챙겨 왔는데 그동안 달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아침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저녁시간에는 도로에 사람이 많아서 달리기는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새벽과 아침에는 달리는 사람이 많아서 나도 한번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에 시간적인 여유를 만들 수 있어서 혼자 달리기를 하려고 준비했다. 똑닥이 디카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함께 출장온 동료에서 어제 저녁에 카메라도 빌려 놓고 아침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숙소를 중심으로 공항이 있는 방향으로는 아침 산책도 해 보았고, 여러번 구경을 가 보았는데 북쪽 다운타운 쪽은 가보질 못해서 오늘은 다운타운까지 달려갔다가 올 생각이다. 숙소에서 다운타운 끝까지 멀어보았자 8km 남짖 된다고 생각되었고 왕복해도 16km가 되지 않을 것이라 아침에 사진을 찍으면서 달려도 1시간 30분안에는 돌아올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6시에 호텔을 나섰다. 출발하면서 파리 호텔에 있는 개선문을 배경으로 벨보이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사진에 있는 시간은 서울의 시간이다. 내 카메라가 아니어서 설정을 바꾸지 못해 현지시간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호텔을 출발해서 다운타운까지 갈 때는 도로의 오른쪽을 따라서 뛰어가고, 호텔로 돌아 올때는 반대편 길을 이용하기로 생각하고 뛰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밤 늦게 흥청거리던 라스베가스의 분위기는 거의 느낄 수가 없다. 거리에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조명은 그대로 켜져 있어서 호텔의 화려한 외관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새벽의 라스베가스에는 나처럼 달리는 사람이 조금 있었고,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과 라스베가스에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홈리스만이 보였다. 밤새워 호텔에서 카지노게임하고 지새우느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은 많지 않은 듯하다. 달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할 생각으로 나갔는데 생각보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말할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스트립에서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윈호텔을 지나고 나니 아예 달리는 사람도 볼 수가 없었다. 달리는 사람들도 조금 번화한 스트립 지역내에서만 뛰었던 모양이다.
라스베가스 스트립 지역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스트라토스피어 호텔을 배경으로... 이 호텔의 전망대는 107층 높이로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이 타워에 전망대도 있고, 또 꼭대기 층에 놀이기구가 있어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시간과 여건상 가 보지는 못했다. 이곳에도 스카이 번지 점프도 있다고 했는데, 새벽이라 기구가 작동하지는 않았다. 이 호텔에 이용객에게는 전망대가 무료 오픈 된다고 하는데 시설도 오래 되었고, 중심지에서 떨어져 있어 숙박할 생각은 하지 못했었던 곳이다. 하여간 이 전망대는 라스베가스의 랜드마크이다. 오늘 달리면서도 내가 방향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스트립 지역을 벗어나니 내가 생각하고 있던 라스베가스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엄청 번화하고 화려했던 호텔의 모습은 사라지고 군데 군데 빈 공터가 많이 있었고, 나즈막한 건물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막 기후를 느낄 수 있어 가로수를 비롯해 주변의 나무도 사막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라스베가스가 카지노와 함께 결혼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들었는데 도심에서 벗어나니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채플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주차공간을 갖추고 마치 예식장 같은 분위기를 주는 채플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드디어 라스베가스의 랜드마크인 스트라토스피어 호텔 전망대를 지나쳐 다운타운 지역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다운타운 중심지까지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물론 아침에 돌아다니는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의 차량은 가끔씩 지나쳤지만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야경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어쩌다 도로에서 사람을 만나면 체면 불구하고 무조건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운타운의 중심지역으로 들어오니 높은 건물과 호텔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고, 사람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트립과 다운타운의 중간지대는 아직 개발도 덜 되었고 남북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지 못한 모양이다.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카지노나 호텔이 들어서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의 투자여력이 없거나 투자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곳의 법원 건물로 보이는 곳도 통과했는데 나머지는 사전 정보를 가지고 뛰러 나오지 않아서 어떤 건물인지 알 수가 없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면서 관광을 하는 것처럼 지도책을 가지고 나올 수가 없어서 그냥 대략적으로 지도만 한번 살펴 보고 나왔다. 그래서 정확하게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채, 그냥 직선주로를 끝까지 달려 가면 다운타운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었다. 드디어 도심이 끝나고 외곽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연결되는 라스베가스 다운타운의 북단 끝까지 온듯하다. 더 이상 가면 도심이 끝날것 같아 북쪽 방향으로 진행은 멈추고 다운타운의 중심가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다운타운 중심가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이동하는데 몹 뮤지엄이라는 건물이 보인다. 이른 아침이라서 박물관에 들어가 볼 수도 없지만 건물의 외형이 관청같아 보인다는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곳에 과거에는 법원 건물이었다고 한다. 학교 교과서에는 절대 배울 수 없는 마피아 등 조직 폭력배들의 역사를 알려주는 갱스터 박물관(The Mob Museum)이다. 나중에 시내 구경을 다니다 보니 버스 정류장등에서도 박물관 광고를 하고 있었다.
어디가 다운타운의 중심지 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고 대략 방향감각만으로 가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더니 다운타운의 중심지가 나왔다. 역시 지리적인 감각은 내가 생각해도 탁월하다. 오늘 저녁에 일행들과 함께 다시 한번 이곳 다운타운을 방문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밝을 때 풍경 몇 장만 찍고 되돌아 가기로 했다. 이곳까지 오면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면서 오다 보니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운동을 나왔다는 생각보다는 산책을 나온 기분이다. 쌀쌀한 날씨지만 조금 뛰었다고 땀은 흐른다.
밤이 되면 이곳에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불야성을 이루겠지만 이른 아침의 다운타운은 조명등에 불이 켜져 있었음에도 화려함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지난 밤 지저분해졌던 광장을 청소하는 사람들과 청소차가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이 번화가에도 이른 아침이라 관광객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낮과 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라스베가스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 덕분에 깨끗한 라스베가스가 유지되는 것 같다.
다운타운의 중심가를 이곳 저곳 눈구경하다 보니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졌다. 달린 거리가 얼마만큼 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시간으로 봤을 때 대략 10km 남짖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냥 달리기만 했다면 아침에 호텔을 출발해서 1시간이 넘게 지났기 때문에 다운타운을 반환해서 호텔까지 가는 길의 절반 정도는 갔어야 했다. 그런데 볼거리도 많았고,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아직도 북쪽 다운타운 중심가에 있게 되어서 어떻게 되돌아 갈지 잠시 고민을 했다.
아침에 호텔을 나서면서 혹시 몰라서 약간의 비상금을 가지 왔었다. 물이라도 사 먹거나 급한 일이 생기게 되면 택시라도 타고 움직일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지체되어서 아침 달리기는 충분하다는 생각에 되돌아 가는 편은 버스를 이용해서 되돌아 가기로 했다. 굳이 택시를 타지 않더라도 약속시간 전에는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라스베가스의 대중교통은 듀스버스와 SDX버스가 있어 비교적 편리하게 스트립과 다운타운을 오갈때 이용할 수 있다. 이층버스인 듀스버스는 일종의 완행버스이고 급행버스인 SDX버스는 열차처럼 길쭉한 모양이다. 그냥 보기에는 2층 버스인 듀스버스가 고속버스 같은 느낌은 주는데 실제로는 완행이고 24시간 운행된다. 다운타운에서 내가 버스를 탈 때는 SDX버스가 운행되는 시간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듀스버스를 타게 되었다.
대중교통인 버스는 1일 이용권을 구입하면 급행이나 완행버스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아직 급행인 SDX버스는 운행되지 않아서 듀스버스를 타고 호텔까지 가게 되었는데, 버스로 가면 뛰어서 가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이동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라스베가스에 와서 처음 타는 버스였기에 어떤 방식으로 운행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미 버스를 탔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대로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데 버스가 이동하는 것이 내가 달려서 가는 것보다 훨씬 느렸다.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에 달리는 속도야 당연히 달리는 것보다 빠르지만, 정류장에서 머무는 시간과 지나가는 노선이 직선이 아니라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속이 탔다. 아침에 일행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호텔은 아직 멀었고...
2층 버스의 제일 앞좌석에 앉아서 새벽에 달리면서 보지 못했던 라스베가스의 여러 풍광을 본 것은 좋았지만, 호텔로 오는 내내 가슴 졸이면서 많이 불편했다. 달리기를 마치고 샤워라도 하고 일행을 만날 계획이었는데 정말로 호텔에 도착하니 딱 미팅하기로 한 시간이어서 달린 복장 그대로 함께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 함께 한 일행들에게 티내지 않고 아침 달리기를 하려 했는데 버스가 달리는 속도보다 느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버스를 기다린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내가 뛰는 것이 훨씬 빨랐다. 반쪽짜리 아침 달리기였고 마음 쫄이면서 버스를 탔지만 하루를 일찍 시작한 덕분에 좋은 구경은 많이 했다는 생각이다.
(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