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여행 26-9 (카파도키아 열기구체험) (2014.5)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열기구 체험 준비를 했다. 카파도키아 지역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단연 열기구 탑승이라고 한다. 이른 새벽 해가 뜨기 바로 전 열기구를 탑승해서 하늘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주변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괴레메 협곡과 파샤바 계곡을 비롯해 장엄한 자연을 내려다볼 수 있다. 하늘로 올라가면 추울 수 있을 것 같아 따뜻한 복장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워낙 포근해서 그럴 필요가 없었고 얇은 장갑도 준비했는데 무용지물이다. 이른 새벽에 도착하니 열기구들이 전부 뉘어져 있고 열기구 작업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열기구에 따뜻한 바람을 주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괴레메 열기구 탑승 장소는 어제 방문했었던 괴레메 야외박물관과 파샤바 계곡 사이에 있었다. 열기구에 먼저 뜨거운 바람을 바람을 주입하는데 어느 정도 열기구가 모양을 갖출 때까지는 선풍기로 바람을 불어 넣는 모양이다. 하늘 높이 오르면 추울까봐 두툼한 옷을 준비했는데 아침인데도 쌀쌀하지 않고 열기구를 타기에는 좋은 날씨라고 한다. 우리 일행을 비롯해서 15명 정도가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는 탑승자의 대부분이 외국인들이었다. 열기구는 대기권이 가장 안정되어 기류의 흐름이 작은 일출 직전에 띄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하여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것이다.
열기구에 어느 정도 바람이 들어가 모양을 갖춘 후 탑승이 이루어졌다. 커다란 열기구 비행선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안쪽이 4등분 되어 있었고,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인원을 배분해서 탑승했다. 열기구 파일럿은 주조종사와 부조종사가 있었으며 지상에는 이착륙을 돕는 스텝들로 한팀을 이루고 있다. 기류가 좋지 않으면 띄우지 않는다고도 했었는데, 오늘은 날씨도 맑고 기온도 따뜻하고 난기류도 없어서 열기구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우리 열기구도 괴레메 야외박물관 상공으로 떠올랐다. 열기구는 상승과 하강을 조정할 수 있어서 자세히 찬찬히 관람도 하며 바람에 의해 한쪽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어 재미 있고 신나는 투어였다. 우리가 탑승한 열기구가 주변에 있던 다른 열기구에 비해 늦게 이륙하는 바람에 상공에는 먼저 이륙한 열기구가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어제 보았던 파샤바계곡과 괴레메 박물관의 기암괴석들이 바로 눈앞에서 보이기도 내려다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탄 열기구가 조금 높이 떠오르니 이미 수많은 열기구들이 여기저기서 떠올라 열기구 투어들을 하고 있었다. 대략 숫자를 세어보니 100개도 넘는 열기구가 투어를 하고 있었다. 이번 터기여행을 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열기구 투어였는데, 어제 가이드가 우리 일행중에서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7명만 신청한다고 하니 열기구보다는 다른 옵션을 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꼭 하겠다고 우겨서 오늘 열기구 투어를 할 수 있었다. 하늘에 올라와 보니 신청해서 열기구 체험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이륙후 조금 지나니 어제 오후에 다녀온 괴레메 야외박물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비한 괴레메 협곡을 기구를 타고 날아가며 바라보는 광경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멋진 경험이다. 어제 기념품 상점에서 터키석을 산다고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이런 열기구체험에는 참석하지 않은 사람은, 이 먼곳까지 와서 할 수 있는 멋진 체험을 하지 못한 것이다. 봉우리마다 창문과 환기구를 뚫은 모습들이 이 세상이 아닌 다른 행성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봉우리 주변으로 어지럽게 생겨난 소로길들이 이곳에 출입이 많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열기구 파일럿은 우리를 괴이한 산봉우리 석회석 바위 틈을 가까이 오르 내리며 현실감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괴레메계곡이 미국의 그랜드케년처럼 골은 깊고 넓지 않더라도 더 아기자기하게 독특하다. 우뚝우뚝 솟은 수많은 석회석 봉우리에 환기를 목적으로 또 태양빛을 받으려고 군데군데 구멍을 뚫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고층 아파트의 유리창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이곳에 숨어 지내면서 그들의 신앙을 지켰다고 하니 다시 생각해도 대단하다.
열기구 투어는 적지 않은 추가 경비가 필요하다. 어제 가이드를 통해서 1인당 170유로(한화250,000원)의 비용을 지불했는데, 가이드가 중간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수수료로 가져 갔다고 생각한다. 한시간 조금 넘게 타는 것에 비해서는 비용이 다소 들어가는 편이지만 여행지에서의 기념품 구매는 최소로 하고, 체험하는 것을 빼먹지 말고 하는 것이 내 여행원칙이기 때문에 실행했다. 어제 저녁에 괴레메 시내에 나가서 여행사와 직접 접촉을 해보니 100유로도 안되는 비용으로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이드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이드가 너무 뚱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직도 여행을 함께 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
멀리 동쪽하늘에서 해가 떠오를 것처럼 노을이 지기는 했지만 구름이 많아져서 해가 뜨는 광경을 보지 못하고 날이 밝아 버렸다. 이렇게 창공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보았으면 더 멋있고 장관이었을텐데 조금 아쉽다. 열기구에서 내려다 본 괴레메의 입체적인 모습.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 오르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멋진 모습이다. 해 뜨는 것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전경을 보았다. 이런 광경을 보기 위해서 열기구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열기구가 관광객을 태우고 비행하는 곳은 호주와 뉴질랜드와 이집트, 터키 등 몇 나라뿐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터키가 가장 자연적인 조건이 좋다고 한다.
열기구는 방향을 돌려 만물상 계곡 쪽도 가고 비둘기 계곡 쪽으로 갔다. 비둘기계곡 산꼭대기 분지에는 우리들이 못 보았던 밭들과 과일농장들이 보였고 이 분지에 스프링클러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는 카파도기아 사람들의 부지런한 생활을 볼 수가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관광에만 기대하는 것이 아니고 이처럼 농산물을 생산하며 살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우리 일행을 태우고 창공을 떠다닌 열기구의 파일럿의 능력에 따라서 얼마나 알차고 멋진 지상의 장관을 보느냐 하는 것은 좌우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분야의 베테랑이었다는 느낌이다.
파일럿의 능력은 높이 올라가는 게 아니고 낮게 날면서 계곡을 모두 구경할 수 있게 하는 기술에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우리 기구는 높이 날지 않고 계곡을 따라서 이동하면서 계곡의 모습만 보여주는가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우리 기구도 높이 오르기도 하면서 높은 곳에서의 전체적인 전경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많은 열기구는 높이만 올라가서 전경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우리팀이 미리 알고 선택한 것은 아니였지만, 능력있는 파일럿을 만나서 구석 구석 구경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열기구를 타고 이동하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다. 그날 그날 바람이 부는 곳을 따라서 이동하기 때문에 정확한 착륙지점도 미리 알수가 없다. 하지만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이 카파도키아의 모습은 다음에 다시 괴레메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다음에 오면 절대로 패키지 여행을 오지 않고 자유여행을 와서 차를 렌트하거나 오토바이를 빌려서 아늘에서 보았던 이곳 저곳을 모두 둘러 보았으면 한다. 오늘 열기구 체험은 그다지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터키에 여행와서 가장 좋앗던 체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탔던 열기구는 다른 열기구보다 늦게 출발했는데, 착륙도 다른 팀에 비해서 하늘에 더 머물다가 많이 늦게 했다. 체공시간이 훨씬 더 많아서 더 오랫동안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착륙할 지점 근처에 오니 열기구가 움직임을 따라서 아래 도로에 트럭을 비롯해서 지상스텝들의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평평한 지역이 아니었음에도 노련한 파일럿은 트럭뒤에 달려 있는 트레일러 위에 정확하게 착륙했다. 주변에 있는 스텝의 도움이 있었지만 대단한 경력의 소지자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열기구 투어를 성공적을 마치고 내려오니 비행을 축하하는 스파클링 와인을 한잔씩 준비해서 나눠준다. 우리 열기구 파일럿은 정말로 베테랑이었다. 무조건 높이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계곡과 가파도키아의 아름다음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적당한 높이를 유지해 주면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파일럿이 열기구 비행 증서까지 준비해서 사인을 해서 나눠 주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기념이 되는 것이다. 아주 기분 좋은 체험이었다고 생각한다.
(10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