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마 여행 8-8 (다카야마 2) (2013.5)
미야가와(宮川) 아침시장(朝市)을 둘러보고 나서 고쿠분지(國分寺)를 구경하기 위해서 다카야마(高山) 역 방향으로 이동했다. 다카야마 지역은 눈이 많은 지역이서 중심 상가 지역은 모두 상가 앞쪽 보행자 도로 위쪽으로 눈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시설물을 만들어 놓아서 특이했다. 현지인을 위한 시설이면서 이곳을 찾은 여행자를 위한 시설로 보여진다. 관광 다카야마를 표방하는 지역의 특성을 보는 것 같다.
타카야마 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절이 나온다. 746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고쿠분지(國分寺)라고 절이다. 나라시대(奈良時代)에 전국적으로 창건된 고쿠분지(國分寺) 가운데 하나로, 경내에는 에도 말기에 재건된 산주노토(三重塔)와 수령이 1,200년 이상 된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는 대웅전도 있는데, 그리 크지 않은 절이지만 역사가 깊은 만큼 꽤 볼만한 것이 많이 있었다. 이 절을 보기 위해서 내가 일행과 함게 왔다.
절 입구에 있는 사루보보(さるぼぼ)인형들. 다카야마 지방의 상징적인 것인데, 사루보보는 사루(원숭이)와 보보(아이)를 뜻하는 히다 지방 방언이 합쳐진 합성어로 아기 원숭이란 뜻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적으로 장난감 대신 주던 인형으로, 순산과 액막이의 부적으로도 선물했었다고 한다. 원래 빨간색이고 원래 표정이 없는건데 지금은 다양항 색깔과 다양한 표정으로 캐릭터 상품화 되어 팔리고 있고, 이렇게 절에도 잔뜩 달아 놓았다. 절 뿐만 아니라 타카야마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사루보보를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기념품점도 말할 것도 없고...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경내에 은행나무가 보였다. 용문사 은행나무와 비슷한 느낌인데 수령이 약1,200년이나 된다고 하는데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산속이 아닌 시내에서 이렇게 오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일본의 자연환경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다는 것은 이런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높이도 엄청나고 나무 그늘을 충분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탑과 어울려 고찰의 분위기를 한층더 느끼게 해 주었던 것 같다.
고쿠분지(國分寺)에서 가장 눈에 뛰는 것은 역시 절 마당 한쪽에 세워져 있는 탑인데, 상당히 멋있고 역사적 가치 또한 뛰어나다고 한다. 우리나라 절에서 보는 탑과는 모양이나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더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조금 더 크고 웅장했을 것 같은 고쿠분지이지만 지금은 조금 축소되어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처음 지어졌을 때 건물은 화재로 소실되었으며, 현재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6세기 때 지어진 목조 혼도(本堂)이다.
그렇게 넓고 큰 규모의 절은 아니었지만 이 절도 깨끗하고 잘 꾸며 놓았다. 더구나 에도 시대에 재건된 3층탑, 타카야마 성에서 옮겨왔다는 종루, 수령 1200년을 넘긴 은행나무 등 볼거리가 많이 있었다. 다카야마 시내 구경을 하느라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일행들이 힘들어 해서 경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 주었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으면 고쿠분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다카야마 역까지 한번 가 볼 생각이었는데 오늘은 아쉽지만 이곳을 끝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경내에는 탐스럽게 생각 목단꽃으로 보이는 꽃이 피어 있어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고쿠분지(國分寺)애서 절 구경과 함께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나서 다시 후루이 마치나미(古ぃ町竝)쪽으로 되돌아 왔다. 오는 길에 다시 미야가와를 건너게 되었는데 갈 때보다 더 많은 붉은 색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다. 일본에 와서 집근처 수로에서 잉어를 자주 보기는 했지만 관상용 잉어를 자연하천에서 본 것은 처음이어서 다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추운 겨울철에도 자연에 적응해서 살고 있는 모양이다.
일행들과 함께 모이는 시간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았지만 다른 지역을 둘러 보기에는 모자랄 것 같아서 다시 후루이 마치나미 거리를 돌아 보았다. 우리가 둘러보고 있는 후루이 마치나미는 산마치스지(三町筋)를 부른다. 이치노마치(一之町), 니노마치(二之町), 산노마치(三之町)를 합해서 산마치스지(三町筋)라고 한다. 타카야마가 아무리 적은 도시라고 하지만 세네시간에 도시 전체를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닌데 오늘은 지나가는 길에 들렀던 곳이라 주마간산 격으로 중요한 몇 몇 장소만 보고 지나친다. 다음에 다시 한번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오늘 가보지 못했던 동쪽 산쪽에 있는 사찰지구(寺町)를 비롯해서 이곳으니 유명한 히다규((飛騨牛)도 맛보고 싶다.
다카야마 도심에서 출발해서 버스로 약 7-8분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단순히 식당에 가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마쯔리노 모리(祭りの森)라고 불리는 곳으로 상당히 유명한 장소가 함께 있었다. 마쯔리노모리(祭りの森)는 축제용 수레와 북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 축제때 쓰는 수레를 이곳에서는 야타이(屋台)라고 한단다. 야타이에는 카라쿠리라는 사람이 안쪽에 들어가서 인형극이 공연한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항상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공연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밥을 먹으로 왔기 때문에 공연은 구경하지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마쯔리노 모리(まつりの森) 입구에 있는 수레의 축소모형과 큰북 사진을 찍어 보았다. 다카야마 마쯔리(高山祭)는 매년 4월 14,15일에 열리는데 일본에서 3대 축제의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그 축제때 사용되는 거대하고 화려한 축제용 수레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타이코(太鼓)를 마쯔리노 모리에서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8대의 수레와 인형극도 감상할 수 있다는데 오늘은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쯔리노모리(祭りの森)에는 야타이(屋台)전시장과 더불어 수만마리의 희귀 곤충을 전시해 놓은 세계곤충관(世界の 昆蟲館)도 한켠에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한번 들러보았겠지만 어른들끼리 하는 여행에 시간이 충분한 것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쳤다. 다카야마만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구경해도 괜찮을 듯하다. 이곳에 있는 상품판매점에는 다카야마의 거리에서처럼 이지방의 상징적인 존재인 사루보보(さるぼぼ)인형을 많이 팔고 있었다.
단순히 점심을 먹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따라왔던 곳인데 볼거리가 많은 장소였다. 그간 여행을 하면서 거의 기념품을 사지도 못했었는데 이곳에 있는 기념품점은 종류도 다양하고 다카야마 지방의 특산품과 함께 이 지역의 먹거리도 많이 구비해 놓고 있었다. 오늘도 공항에서 비싼 기념품을 사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기념품을 사는 편이 좋을 듯해서 여러가지를 보고 나서 이지역 먹거리 몇가지를 구입해서 왔다. 주최측에서 상당히 신경을 써서 이곳으로 데리고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에 여건이 되면 지나가는 길에 있는 나고야(名古屋) 성을 한번 방문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혼자서 다니는 여행이었다면 다른 시간을 줄여서라도 한번 가고 싶었던 나고야 성을 꼭 방문했을 것이다. 일행들과 함께 나고야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추부(中部)공항으로 이동했다. 다카야마 시내 너머로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카사가다케(笠ヶ岳 :2,897m) 등 북알프스의 연봉들이 보인다.
나고야(名古屋) 외곽에 있는 추부(中部)공항은 일본 중부지역의 거점 공항으로, 나고야가 위치한 아이치현을 중심으로 그 주변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민자공항이다. 중부지역의 중심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멀지않은곳에 일본을 대표하는 간사이공항이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여유롭고 한적한 모습이다. 우리를 이곳까지 태워준 도야마의 관광버스는 다시 우리를 내려주고 도야마로 돌아가야 한다. 도야마신문사의 배려 덕분에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인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하니 미안한 마음도 생긴다.
한적하지만 깔끔한 추부공항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일본에 와있다는것이 느껴진다. 추부국제공항은 인천공항처럼 해상 섬에 위치한 공항이다. 민자공항이어서 공항으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스카이 데크라는 공항 전망대도 있고, 4층에 스카이 타운이라는 이름의 식당과 상점 이벤트홀이 있어 볼거리도 많은데 일행들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공항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옥상에 있는 공항전망대에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입국수속을 함께 받는 바람에 갈 수가 없었다. 수속을 밟고 면세구역으로 나오니 자그마한 면세점이 몇개 있을 뿐 안쪽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다. 밖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공항을 이륙해서 거의 두시간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3박4일간의 여행이었는데 좋은 구경은 많이 하고 왔다는 느낌이다. 출국장을 나와서 함께 갔던 일행들 모두가 모여서 기념사진을 한장 찍고 이번 도야마 마라톤 여행을 끝냈다. 많은 일행이 함께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다 보니 잡음도 없었고, 시간 약속도 잘 지켜져서 여행을 마치는 순간까지도 기분이 좋았다. 100회마라톤클럽의 4부부도 끝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좋은 시간 함께해서 너무 좋았다.
이번 여행은 도야마를 네번째로 방문한 것이다. 일본의 조그만 중소도시인 도야마를 네번이나 방문하게 된 것은 서울마라톤클럽의 사람들과 함께 도야마마라톤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처음으로 집사람과 함께 도야마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더 중점을 두었던 여행이었다. 다행이 이번에도 박영석회장님이 대회 주최측인 도야마 신문사와의 끈끈한 관계로 인해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이상 도야마 마라톤대회에 참석하지는 못할 것이고, 다음에 다시 도야마에 오게 된다면 산행을 하는 목적으로 오거나 아니면 가을 단풍을 구경하러 한번 더 올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같은 지역을 네번째 왔지만 이번에도 새로운 곳을 방문할 수 있어 좋았고 집사람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도야마 알펜루트의 전 구간을 돌아보고 귀국길에 다카야마까지 볼 수 있어 좋았다. 함께 여행을 했던 일행들도 모두 만족한 표정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알찬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