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마라톤 14-4 (마라톤 엑스포장) (2016.2)
오사카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교토로 이동한다. 일본에 오기 전에 당숙부님께 연락을 취해서 케이한(京阪)전철 시치조(七条)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해 놓았다. 일본에 미리 와서 구경을 하고 온다는 소리는 하지 못하고 오늘 한국에서 들어 오는 것으로 이야기를 해 놓았다. 그냥 당당하게 이틀전에 일본에 도착해서 오사카를 구경하고 온다고 해도 괜찮았을텐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케이한(京阪)전철 시치조(七条)역은 급행이 정차하는 역이어서 오사카에서 급행을 타니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당숙과 숙모님께서 미리 약속을 해 놓았던 케이한(京阪)전철 시치조(七条)역앞에 나와 계셔서 이후 일정은 매우 편하게 진행되었다. 오사카에서 오전에 관광을 할 때에는 날씨가 맑았는데 교토로 이동하는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비가 와도 괜찮지만 내일 대회날에는 비가 오지 말아야 할텐데를 걱정하고 있다. 마라톤 엑스포가 열리는 미야코멧세(みやこめっせ)로 이동했다. 교토마라톤 대회를 알리는 간판에 있는 오코시야스(おこしやす)라는 말은 교토 사투리로 어서오세요라는 뜻이라고 숙모님께서 알려 주신다.
주차할만한 공간이 마땅찮아서 나와 집사람만 행사장에 입장하고 당숙부와 숙모님은 근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마라톤 엑스포가 열리는 교토 미야코멧세(みやこめっせ)의 입구에는 일본의 전통 가마 같은 것을 전시해 놓았다. 일본에서 개최된 다른 대회와는 분위기에서 차이가 있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배번과 물품을 배포해주고 마라톤 용품과 관련된 여러가지 물품을 판매하는 마라톤 엑스포 행사가 개최되고, 내일은 이곳이 마라톤 대회의 결승점이 된다. 도쿄마라톤 대회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 대회인지라 대회 코스의 설계나 행사장들이 모두 도쿄마라톤 대회를 닮아 있다.
교토마라톤에서도 배번을 받는 곳은 참가자 가족이나 지인등은 참석하지 못하고 주자들만이 입장할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한국사람인데 부인과 함께 왔다고 하니 예외적으로 가족을 입장시켜 주었다. 왠지 외국인이라고 대우를 받는 느낌이다. 외국 참가자를 위한 부스를 제일 끝쪽에 따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번 대회에는 1,500여명이 참가한 모양이다. 아직 외국인 참가자가 많지 않아서인지 따로 우리말을 구사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놓지는 않았지만 배번을 받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일처리를 매끄럽게 해 주어서 기분이 좋다.
미리 이메일로 보내준 배번 교환권을 인쇄해서 갔더니 바로 배번을 찾아서 준다. 배번을 받는 참가자 접수 행사는 어제와 오늘 이틀간에 걸쳐서 이곳에서 진행된다. 우리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배번을 택배로 보내지 않고 이처럼 직접 행사장에 나와서 배번도 수령하고 마라톤 엑스포를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배번을 수령하고 쉼터 광장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오코시야스 광장(おこしやす 広場)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마라톤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교토마라톤 대회의 참가자가 1만 5천명이라고 하는데 주변에서 열렸던 오사카라마톤이나 고베마라톤에 비해서는 참자가 규모가 조금 적어서인지 엑스포의 규모도 조금 작았다는 느낌이다. 규모는 작아도 내용은 알차게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이곳에서도 교토마라톤을 기념하는 한정 셔스도 판매하고 있다. 이번 대회의 기념품에 티셔스가 없어서 한장 구매할까 고민을 잠시 하다가 기념 셔스가 너무 많아서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엑스포에 참여한 부스를 돌아다니다 한 참여업체 코너에서 뽑기를 했는데 집사람이 달리기를 할 때 팔에 스마트 폰을 넣을 수 있는 밴드를 기념품으로 받았다. 대부분의 가람들은 사탕한개 받는 것으로 끝났는데, 교토마라톤 로고가 새겨진 자그마한 기념품이어서 기분은 좋다. 달리기를 하면서 필요한 음료나 파워젤 같은 먹거리도 많이 판매하고 있었고, 스포츠 웨어 관련 부스도 설치되어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역시 마라톤에 관해서도 우리보다는 한수 위라는 생각이다.
직접적인 상품 판매보다는 이번 대회에 스폰을 하는 업체들의 회사 PR을 하는 부스도 많이 있었다. 그런 회사들은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간접적인 광고활동을 하는 듯하다. 사진을 찍어서 나눠 주기도 하고, 소원을 적을 수 있는 조그만한 나무패찰을 나눠 주기고 했다. 아기자기하게 나눠주는 물품이 많아서 가방이 점점 무거워진다는 느낌이다.
3층 행사장에서는 교토 마라톤 코스에 대한 설명과 동영상으로 코스를 돌아 볼 수 있는 코너도 있고, 동인본 대지진과 관련된 사진전 부스와 대회장으로 이동하는 교통편에 대한 안내 부스가 있다고 한다. 또한 행사장을 돌아보느라 수고한 참가자를 위한 휴식 장소와 먹거리 장터도 운영된다고 했다. 3층 입구에 들어서니 입구 바로 뒷편에 교토마라톤 대회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지난 2012년에 첫대회가 개최되었는데 불과 5년만에 사람들이 참가하고 싶어하는 명품대회로 만들어 놓았다. 기본적으로 달리기를 즐겨하는 시민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스 소개 코너에서는 항공 사진에 원형의 거대한 지형도와 조합해서 만들어 주로를 표시해 놓았다. 대회 관계자들의 세심한 배려와 정성과 서비스를 볼 수 있어서 기분도 좋고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미리 주로를 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다. 대형으로 만들어 놓아서 대회 홈페이지에서 조그마한 화면으로 보던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엑스포장에는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어 갈 수 있는 포토 포인트를 만들어 놓아서 솔솔한 재미도 있다. 모든 것이 대회 주최측의 배려라고 생각된다.
교토 마라톤 엑스포도 어제와 오늘, 2일동안 개최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늘 방문하는 모양인지, 행사장에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배번과 기념품을 모두 집으로 배송해 주는 우리와는 달리 외국의 대부분의 대회는 이렇게 직접 엑스포장을 찾아와 배번과 물품을 받아가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행사를 부러워 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행사를 잘 준비해서 엑스포 행사를 개최했으면 좋겠다. 행사자에는 내일 대회장에 가는 차편을 안내해주면서, 시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버스와 지하철 표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모든 것이 씨스템화 되어 있다.
엑스포장 3층 출구 앞에서 행사장 참가자들이 쉴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다양한 먹거리도 판매하고 있었다. 실내 포장마차 같은 컨셉인데, 오늘 뿐만 아니라 내일 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나서 주자들에게도 음식을 판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점심을 먹은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다른 먹거리를 사먹지는 못했지만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는 않은 듯하다. 사람들이 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간에는 엑스포장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이 쉬고 있다. 밖에 내가 내리고 있어 다들 천천히 나가려는 모양이다.
교토마라톤 EXPO도 외국의 다른 마라톤 엑스포처럼 상품만 파는 시장이 아니라 행사에 참가한 사람과 가족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마라톤 이벤트 행사중의 하나였다. 평소 마라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오더라도 자연스럽게 마라톤을 접할 수 있고, 여러가지를 배워 갈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와 전시가 이루어졌다. 올해로 10번째로 열린 도쿄마라톤 대회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 교토마라톤이고, 올해로 5번째 열리는 교토마라톤인데 와서 보니 도쿄마라톤 엑스포장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엑스포 장을 나오니 행사장에 들어갈 때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겨울비라서 크게 걱정은 되지 않지만 빨리 그쳐야 할텐데...
당숙집에 와서 한참을 쉬다가 저녁을 먹으로 간 곳이 고조(五条) 거리 리서치 파크로 이동했다. 이곳에 6촌 동생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중에 하나인 NICK STOCK이라는 레스토랑이었다. 6촌 동생은 이 레스토랑 이외에 다른 브랜드를 포함해서 일본과 미국에서 8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숙부님 내외와 큰 고모님이 오셔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큰 고모님께서는 오랫만에 찾아온 내가 너무 반갑다고 하신다. 가끔 한국을 방문하셨고 형제분들 가운데 우리말을 가장 잘 구사하시는 분이시다.
6촌 동생 남홍이다. 일본식 이름은 아키라라고 불린다. 오늘 저녁을 먹은 레스토랑 이외에도 교토에 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교토 규카츠 맛집으로 알려진 교토 가츠규(京都 勝牛)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작은 할아버지께서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징용을 가셔 1세대에는 고생을 엄청 많이 하셨다고 하시는데 그 덕분에 2대와 3대는 일본에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차별을 많이 당해서 당숙부와 숙모님까지는 우리말을 하시는데 6촌 동생들은 우리 말을 거의 하지 못하고,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일본 사람이 되어질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교류가 있어서 내가 방문하면 엄청 좋아한다.
당숙 집으로 돌아와서 내일 대회에 나가기 앞서서 준비를 했다. 다행히 일기예보를 보니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바람이 불고 기온은 조금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가 아니고 날씨가 어떨지 몰라서 달리기 복장을 여러가지 준비해 온터라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오늘 받은 배번을 내가 달릴때 입을 셔스에 부착하고 다른 물품을 꺼내 놓고 사진 한장을 남겼다. 교토마라톤 대회에서는 배번을 두장 주어서 셔스 앞 뒷쪽에 함께 붙이도록 하고 있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