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여행 29-9 (족자카르타 말리오보로 거리행진 등), (2017.7)
말리오보르(Malioboro) 거리를 따라서 내려 오다 보니 한 건물 마당에 군복과 화려한 군 예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일반 사람들도 통제를 하지 않고 있는데 함께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있어서 우리도 들어가 보았다. 무슨 행사가 있느지 물어보니 인도네시아 공군사관학교 사관생도의 졸업기념 거리행진을 한다고 한다. 모처럼 족자카르타에 와서 좋은 구경을 하게 되었다. 족자카르타가 그냥 고도인줄만 알았더니 이곳에 인도네시아 공군사관학교도 있고, 인도네시아에서 명문학교로 유명한 가자마다 대학교 (Universtas Gadjah Mada, UGM)를 비롯해 고등교육기관이 160여개나 밀집해 있는 교육도시이기도 했다.
행진이 시작하는 시간을 물어보니 정확하게 알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먼저 말리오보로 거리 산책을 하다가 행진이 시작되면 구경하기로 했다. 처음 걸어보는 말리오보로 거리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일방 통행하는 차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보행자 거리가 조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쪽 보행자 도로에는 자전거를 개조한 베짝과 마차가 다니고 있어서 보행자 도로가 아닌 느낌이다. 도로가 복잡하고 상가와 상인도 너무 많고 생각보다 공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는 것이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가진 첫 느낌이었다. 오늘 행진이 제법 이 지역의 유명한 행사인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길가에 자리잡고 앉아 있었다. 나는 거리행진도 보고 싶지만 처음 방문한 이 거리 구경이 더 재미 있어서 길을 따라서 계속 이동했다.
잠시 쇼핑몰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는 사이에 도로가 완전히 통제되고 거리행진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보았으면 좋았을 터인데 정확한 시간을 알지 못한 탓에 거리 행진의 시작은 보지 못했다. 앞서 어떤 행렬이 지나갔는지 모르지만 내가 도로에 갔을 때에는 우리나라의 사자춤을 추는 것과 비슷한 복장을 갖춘 일행부터 중국의 용춤을 추는 것과 비슷한 팀들이 끊임없이 지나간다. 이곳 주민들도 이 거리행진에 참석해서 북과 악기를 치고 춤을 추면서 지나가기도 한다. 우연찮게 좋은 구경을 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한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거리행진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한자리에서 거리행진을 보아야 할 이유가 없어서 이동하면서 구경을 했다. 크라톤 방향로 가니 말리오보로 거리에 있던 사람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나오고 있었다. 족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 나오고 있었는데 잠시후 하늘에 에어쇼를 할 때 자주 보았던 비행기들이 저공 비행을 했다. 나중에 보니 우리나라에서 인도네시아로 수출한 KT-1 웅비 라고 불리는 훈련기였다. 어쩐지 많이 본듯한 비행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에어쇼를 할 때 자주 등장했던 기종이다. 현지인들이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크라톤이 있는 북쪽 광장에는 아예 지역주민들이 인산인해다. 더 이상 진행하여 가 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내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서 내가 있는 쪽에서 다른 행가가 더 진행되는 것으로 눈치챘다. 다시 반대편으로 조금 이동했다. 계속되는 인도네시아 공군의 에어쇼. 우리나라 공군의 에어쇼를 여러번 참관해본 나로서는 아직 인니의 공군 에어쇼가 우리를 따라 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된다.
인도네시아는 8-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되고 졸업식은 7월에 있다고 한다. 7월말에 족자카르타에 있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이 예정되어 있는데, 오늘은 사전행사로서 생도들의 졸업기념 퍼레이드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많은 우수한 고등학생들 중에서 선발된 사관학교 생도들인지라 똘망똘망해 보이고 보기에도 엘리트 같아 보였다. 화려한 제복을 입혀 놓아서 더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행군하는 모습은 절도가 없이 자유분망해 보인다. 졸업하면 인도네시 전국으로 나뉘어져서 복무를 하게 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하늘을 잘 지켜주고 한국 공군과 우호를 유지해 주었으면 좋겠다.
생도들의 거리 행진에 이어서 생도와 공군 군악대로 구성된 악대의 공연이 있었다. 하늘색의 제복을 입은 사람은 사관학교 생도로 보이고 하늘색 군복이나 조종사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역 군인으로 보였다. 사관생도는 트럼펫과 작은 북 등 연주하기 쉬운 악기를 다뤘고, 현역군인들은 다루기 어려운 악기를 가지고 곡예수준에 가까운 힘찬 연주를 한다. 특히 이 더운 날씨에 조종사 복장에 헬멧까지 쓰고 악기를 다루는 모습은 공군 군악대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정말 좋은 구경을 했다. 족자카르타에 있는 인도네시아 공군사관학교는 AAU (Akademi Angkatan Udara ) 로 불린다.
오랫동안 연주를 하고 나서 악대의 행진으로 거리행진은 끝이 나는 것 같다. 말레오보로 거리 남쪽 끝에 간단한 천막이 만들어지고 귀빈석이 있어서 가 보았더니 공군 장성 3명을 포함해서 공군 영관급 장교와 지역유지들이 행사를 참관했던 모양이다. 참가했던 장성은 아마도 공군사관학교 교장과 참모장쯤 되는 듯하다. 군복의 별만 보고 굳이 자세한 것은 물어 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사촌 매형이 공군참모총장까지 했던지라 참모장 같은 분과 몇마디 나눴더니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 졸업을 축하한다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좋은 구경을 하느라 더운 야외에 너무 오래 있어서 휴식이 필요했다. 오늘 일정은 족자카르타로 이동하는 것과 족자카르타에서 여행을 하기 위한 몇가지 예약을 해야 했는데 좋은 구경을 하느라 한가지 숙제를 아직 끝내지 못했다. 숙제는 조금 더 있다가 하기로 하고 대형 쇼핑몰에 있는 카페에 가서 차한잔을 마시면서 체력을 보충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족자카르타의 여행자 거리 소스로위자얀(Sosrowijayan)으로 이동했다. 내가 묵은 호텔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여느 다른 나라의 여행자 거리와 마찬가지로 배낭족들이 모여드는 곳이라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 늘어서 있고, 다양한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여러 곳에 있었다. 다른 나라의 여행자 거리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다는 점이다. 소스로위자얀에는 중심 거리와 좁은 골목인 갱(Gang)이 있다. 보통 두 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인데 대부분의 숙소는 이 갱에 들어가야 있다. 나처럼 미리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편하게 지내려다 보니 예약을 하고 왔는데 실수를 한 것 같다.
소스로위자얀(Sosrowijayan)에 있는 몇 곳의 여행사를 돌아다니면서 기사없이 렌트카만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 동네에서는 렌트카만 빌려주는 여행사가 한 곳도 없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던가 아니면 기사가 있는 렌트카로 짜여진 일정에 따라서 관광을 하는 모양이다. 수십 곳이 넘는 여행사를 돌아다니다가 근처에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짜 왔던 계획을 수정하기로 마음먹고 저녁을 먹으로 갔다. 렌트가만 빌려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숙소에서 가까운 말리오보로 몰 바로 옆에 있는 식당을 찾아 갔는데, 외국인이 많이 있고 외관만 그럴싸할 뿐 너무 잘못 선택한 식당이다.
레스토랑 이름이 레기안 가든 레스토랑 (Legian Garden Restaurant )이었는데 전망은 그런대로 괜찮고 서양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꽤 괜찮은 식당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청소상태도 불결하고, 음식은 엄청 짜고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식당이었다. 다음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말리고 싶다. 말리오보로의 매연과 더불이 안 좋은 인상 하나를 가지고 온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다시 트랜스 족자 버스를 타고 말리오보로 거리 남쪽에 있는 쁘라위로따만(Prawirotaman) 지역으로 이동했다. 중심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지만 조용하고 주변이 깨끗하며 외국인이 많이 있고 분위기가 좋은 카페 등이 많다고 한다. 이런 곳인줄 알았으면 굳이 시끄럽고 복잡하면서도 비용이 비싼 말리오보로에 숙소를 잡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정보가 없어서 무조건 시내 중심가에 잡자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실수했다. 이곳에는 예약이 없어도 깨끗한 조그만 호텔이 제법 있었다. 서양 친구들은 어떻게 알고 이 조용하고 운치있는 곳으로 모두 모였을까 생각하면서 주변을 돌아 보았다.
사실 쁘라위로따만(Prawirotaman)에 찾아온 이유는 이곳에 공정여행사로 알려진 비아비아(Via Via) 여행사를 찾아온 것이다. 족 자카르타에 4박 5일간 머물면서 유적지도 구경하지만 족자카르타의 속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저녁을 먹고 찾아 왔었다. 비아비아(Via Via)는 여행사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 카페도 같이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여행사에 가서 몇가지 여행상품을 선택했더니 내가 있는 동안에는 참가하고 싶은 상품이 모두 매진이다. 아주 소수의 인원을 가지고 현지주민에게는 실제적인 도움이 되고 관광객에게는 무엇인가 울림을 줄 수 있는 공정여행사로 소문이 나서 인터넷으로 예약이 끝났던 것 같다. 오늘 족자에 와서 하려고 했던 예약과 관련된 숙제는 하나도 하지 못하게 된다. 머리가 아파 오지만 자유여행의 묘미을 살려 대안을 찾으면 된다.
쁘라위로따만 도로의 동쪽 입구 첫집인 TJ cafe라는 곳을 가 보았다. 저녁식사도 할 수 있고 차도 한잔 마실 수 있는 곳이였다. 이미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저녁은 생략하고 간단하게 차를 한잔 하고 왔다. 특별 이벤트로 이달 중순까지 저녁 식비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미 안되지만 내일 저녁 시간이 되면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다. 부페처럼 식비를 내면 여러가지 음식을 직접 구워서 테이블로 배달해 준다고 한다.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맛있어 보였다.
여러가지 음식 재료를 숯불에 구워서 가져다 준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인도네시아에 와서 처음으로 베짝을 이용해 보았다. 대중교통인 트랜스 족자는 저녁 9시 30분이 지나면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을 생각하고 12시 가까이까지 운행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이 참 살기 좋은 나라다. 그래서 늦게까지 일해야 하고, 늦게까지 회식하는 단점도 있지만... 베짝은 자전거 바퀴를 밟아서 가는 인력거의 일종으로, 2명까지는 탈 수 있는 듯하다. 자전거를 개조해서 만든 것과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들 것이 있는데 주로 오토바이를 개조한 것을 주로 탔다. 노인이나 힘 없는 분들이 주로 자전거를 개조해 페달을 밟아서 움직이는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더구나 자전거 배짝은 오토바이를 개조한 베작의 속도를 따라 올 수가 없다.
(10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