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여행 29-10 (족자카르타 투구탑, 수라카르타 이동), (2017.7)
원래 오늘 계획은 족자카르타에서 차를 렌트해서 보로부드르 사원을 방분할 계획이었는데 어제 이곳 족자카르타 여행자 거리를 돌아 다녀도 차량만 렌트해 주는 곳이 없었다. 모두 기사와 함께 패키지로 여행하는 것만 가능하다고 한다. 발리에서 여행할 때 차만 렌트해본 경험이 있었던지라 당연히 족자카르타에서도 차를 빌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여행자 거리에서는 차만 렌트해 주는 곳이 없지만 족자카르타 시내 다른 곳에서는 분명히 차량만 렌트해 주는 곳이 있으리란 생각에서 오늘 한번 더 찾아보기로 하고 일정을 바뀌어서 먼저 솔로라고 불리는 수라카르타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이곳도 당초 계획을 차를 렌트해서 편안하게 갔다 올 생각이었는데 차를 렌트하지 못하니 기차를 타고 갔다 오기로 한다.
족자카르타에 와서 기차도 타게 되고 이곳에서 이용해 볼 수 있는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모두 이용해 보게 된다. 역에서 표를 사는 것도 상당히 힘이 들었다. 당일 표를 구매하는 곳과 예매를 하는 곳에 분리되어 있었는데 말이 장 통하지 않아서 조금 헷갈렸다. 겨우 장소를 확인하고 표를 사러 갔더니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냥 입석표라도 달라고 했더니 가장 빠른 표가 2시간 있다가 출발한다고 한다. 표가 그것밖에 없다고 하니 방법이 없다. 일단 표를 구매해 놓고 2시간 정도 시내를 돌아보고 오기로 했다. 표 사는 것 하나도 상당이 귀찮고 복잡하다. 특히 예매를 하려면 너무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정말로 시스템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남아서 한번 가보려고 했던 투구탑을 둘러 보기로 한다. 역에서 말리오보로 거리쪽을 나오면 보이는, 역과 관련있는 조형물과 역사의 모습이다.
투구(Tugu)라는 말이 인도네시아 말로 기념비라는 뜻이라고 한다. 말리오보로 거리 시작점에서 북쪽으로 500여m를 걸어가면 나온다. 아직 아침이어서 걷기에 그리 먼 거리가 아니어서 찬찬히 거리를 돌아보면서 걸어가 보았다. 족자카르타에 도착한 날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면서 지나쳐 갔기에 대략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사거리 로터리 가운데 그냥 조형물처럼 생긴 투구탑은 족자카르타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유적이며 상징중에 하나이다. 1755년 족자카르타의 술탄인 하멩쿠부워노 1세가 세운 기념물로, 왕궁인 크라톤의 정북에 있다. 투구의 북쪽은 머라피 화산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중요한 유적이라고 하는데 관리는 그다지 잘 되지 않은 듯하다. 주변으로 전선도 마구 지나가고 있고 깨끗한 느낌이 아니다.
옛날 크라톤 왕궁을 중심으로 투구탑이 있었던 위치를 설명해 놓은 작은 정원같은 느낌의 전시공간이 있었다. 처음 투구탑을 만들었을 때는 지붕이 원통형(tugu Golong Gilig)이었고 크기도 컸었는데 1864년 6월 족자카르타를 강타한 지진으로 탑이 파괴되어 지금의 뽀족한 기념탑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당초 있었던 원통형의 탑 모형도 옆에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과거에는 건물이 있었던 공간을 시청에서 사들여 전시공간을 만들어 놓은 듯했다. 만들어 놓은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은 듯하다. 잠시 쉬면서 구경하고 가기에도 괜찮았다.
말리오보로(Malioboro) 거리로 돌아오는 길에는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날씨가 더워져서 베짝을 타고 돌아 오기로 했다. 관광객을 봉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족자카르타에서 우리의 교통요금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비싼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현지의 다른 물가와 비교하면 너무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돌아 오는 길에 우리나라의 우리은행 로고가 보였다. 이런 시골같은 곳에 합작 법인이긴 하겠지만 우리은행 지점이 있어서 잠시 기분이 좋다.
말리오보로 거리로 되돌아와서 기차 출발 시간이 될 때까지 차 한잔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유명한 말리오보로 몰(Malioboro Mall)에서 빵과 음료수를 시켜 먹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시원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족자카르타에서 본 몇 안되는 빵전문점인데 빵 가격은 우리와 비교해서도 그다지 싸지 않다는 느낌이다. 한국과 비교해서 많이 싸지 않으니 이곳 물가로 볼 때는 비싼 편인데 빵집은 늘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열차 시간에 맞춰서 다시 족자의 여행자거리인 소스로위자얀(Sosrowijayan)에 들러 골목길인 갱2에 들어섰다. 말리오보로 거리는 벌써 여행자와 장사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돌아다니기가 불편해 졌다. 밤에 와서 보았던 골목길을 다시 한번 지나쳐보니 밤에 보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좁은 골목에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가게가 모여 있다.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보기에도 좋다.
다시 족자카르타 기차역으로 왔다.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은 이곳에 있는 대중교통은 골고루 모두 이용해 보게 된다. 차를 렌트했으면 이번 여행에서 기차를 탈 일이 없었을 것인데 차를 렌트하지 못하는 덕분에 기차여행도 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족자카르타에서 기차를 타면서 느낀 것은, 기차 타는 것이 비행기타는 것처럼 복잡했다는 느낌이다. 외국인은 여권도 있어야 했고, 내국인도 일일이 확인을 하고 입장을 시켰다. 우리 나라에서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인데, 불편하기 그지 없다.
족자카르타 역이 종점이었는지 열차가 미리 프랫홈에 들어와 있었고, 좌적 지정이 되지 않아서 앉고 싶은 자리 아무 곳이나 선점하면 된다. 고급열차가 아니고 보통열차여서 좌석지정이 되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출발할 때까지도 좌석이 가득차지 않는다. 아침에 표를 끊을 때에도 왜 좌석지정이 되지 않는 열차에 표를 더 팔지 않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표 몇장 더 판매한다고 해서 열차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터인데... 열차는 비교적 깨끗했고, 가격은 엄청 저렴했다. 족자카르타에서 수라카르타까지 편도 요금이 800원 정도했다.
수라카르타로 이동하는 도중에 손님들이 계속 타서 중간에 빈자리가 없어졌다. 하지만 얫날 우리나라 열차처럼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열차를 타는 사람을 위해서 한곳에서 모든 좌석을 팔지 않는 것은 알겠는데 입석표를 좀 더 팔아도 될 듯한데 인도네시아 사람든은 우리와 달리 사람과 부딪치기 싫어하는 문화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동하는 중간에 있던 기차역도 찍어 보고 넓은 들판의 모습도 담아 보았다.
솔로(solo)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수라카르타(surakarta)에 도착했다. 하지만 대부분 수라카르타 보다는 솔로 라고 부른다. 이 도시에도 열차역이 몇 개 있는 듯한데 내가 내린 곳은 페루사리(Purwosari)역이다. 1745년 마타람 술탄국이 이곳을 수도로 삼으면서 문화와 역사가 살아있는 자와 섬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족자에서 북동쪽으로 60여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족자처럼 왕궁도 있고, 바틱의 고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현 대통령 조꼬위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은 깔끔하고 프라이드가 넘친다고 한다.
아침에 족자카르타에서 열차표를 끊을 때 2시간 정도 기다려야 열차표를 구할 수 있어서 아예 역에 도착하자마자 되돌아 갈 시간을 고려해서 저녁 7시경에 열차표를 예매해 놓았다. 표를 예매하지 않았으면 돌아올 때 차표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차 타는 것과는 시스템이나 복잡함이 너무나 차이가 나고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았던 인도네시아의 열차 여행이다. 이제 어두워질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기에 이곳에서 돌아보기로 한 곳을 찬찬히 둘러 보면 된다.
택시를 타고 바로 솔로 크라톤을 방문할 까 생각했으나 가는 방향을 알고 있어 이곳의 대중교통을 타고 가 보자고 용감하게 시내 버스를 이용했다. 이곳의 버스는 솔로 트랜스로 트랜스 자카르타나 트랜스 족자카르타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국 여행객이 이곳 수라카르타(솔로)까지 오는 경우가 없으니 이곳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처음 온 곳이라 노선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구글 맵을 겨 놓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가 가 보고자 했던 곳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렸다. 엄청 친절했던 차장이 기억난다.
시내 중심가를 향해서 걷던 중 수라카르타(솔로)에 있는 국립기자 기념물(Monumen PERS Nasional)이 나왔다. 처음에는 박물관인줄 알았는데 박물관의 역할도 하지만 인도네시아 언론과 관련된 내용을 전시하는 곳이였다.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어서 문을 열지 않았는데 한번 들어가서 봐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허락한다. 들어가니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강당도 있고, 로비에 여러명의 흉상이 놓여 있었다. 내용을 읽어도 알 수 없지만 인도네시아 유명한 언론인로 보였다. 높은 천정으로 시원해서 잠시 구경을 하고 나왔다.
국립기자 기념물(Monumen PERS Nasional) 앞 로터리에는 하얀탑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탑 위에는 펜촉 같은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엇는데 기자 기념물 앞이어서 그런 조형물을 세워 놓지 않았나 싶다. 족자카르타의 시내 느낌은 온통 재래시장 분위기였는데 수라카르타에 오니 전원도시에 온 것처럼 도심에 숲도 많고 도로도 훨씬 더 잘 정비되어 있다. 도시는 족자카르타가 커 보이지만 삶의 질은 이곳 수라카르타가 훨씬 더 좋아 보인다.
조금 더 이동하니 노보텔(Hotel Novotel Solo)이 나왔다. 내가 족자카르타에서 묵고 있는 호텔보다 숙박비는 더 저렴하지만 외관이나 시설이 훨씬 더 세련되고 좋아 보였다. 차라리 수라카르타(솔로)에 와서 하룻밤 자면서 편안하게 이곳을 둘러 보았어도 좋을 듯 싶었다. 차만 렌트했으면 족자의 호텔에 짐만 놔두고 이곳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었는데 차를 빌리지 못한 것이 여러모로 아쉽다. 호텔 입구에 장식이 인도네시아에 와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멋있어서 그냥 지나지지 못하고 사진을 남긴다.
(11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