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인도네시아 ('17.7)

인도네시아 여행 29-12 ( 수라카르타 시내구경, 박물관 등 ), (2017.7)

남녘하늘 2018. 10. 20. 00:22


 솔로 왕궁에서 나와 조금 이동하니 길가에 동상(Patung Slamet Riyadi)이 보인다. 왕궁을 오기 전에 노보텔 호텔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보았던 동상이다. Slamet Riyadi 라는 솔로 출신의 군인으로 네덜란드 군대와 전투를 했던 국가 영웅이라고 한다. 조금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동상의 모습도 젊은 모습의 동상이다. 총을 들고 있는 동상을 오랫만에 보는 듯하다. 동상이 있는 곳부터 시작되는 도로가 수라카르타에서는 가장 중심 도로인 듯하다. 굉장히 넓고 보행자 도로도 넓직하다. 공원을 걷는듯한 느낌을 준다. 






 동상이 있는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재래 시장인 게데시장(Pasar Gede Solo)을 찾아가 보았다.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을 와서 재래시장을 여러번 찾아 보았는데 내가 원하던 그런 시장을 별로 찾지 못했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적거나 팔고 있는 상품이 보고 싶은 것이 별로 없거나 했었다. 재래시장에 대한 정보가 없고 수라카르타에서는 제일 큰 사장이라고 해서 구글 맵으로 게데 시장을 찾아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도 내가 생각했던 재래시장은 아니었다. 주변에 차이나타운이 있어서인지 시장 바로 앞쪽에도 중국식 사당이 보인다. 







 간단한 수공예품과 과일을 주로 팔고 있었는데 입구쪽만 살펴보고 뒷쪽으로 들어가 보지 않아서 시장의 정확한 규모는 알지 못했다. 열대과일을 조금 더 사 볼 생각이라서 앞쪽만 돌아보았다. 인도네시아가 열대지방이라서 항상 열대과일이 풍부하고 많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과일별로 나오는 시기가 다로 있는 모양이다. 항상 열대지방에 와서 먹던 망고도 지금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간단하게 시장을 둘러 보고 과일을 조금 사 가지고 나왔다.  





 인도네시아는 남반구에 있어서 해가 북쪽에서 뜬다고 하지만 적도에서 가까운 곳인지라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있는 느낌이다. 걸어서 돌아 다니기에는 조금 덥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돌아다닐만 했다. 시장에서 나와 다시 크라톤이 있는 방향으로 되돌아 오는 길에 수라카르다 시티 홀(BALAIKOTA SURAKARTA)이 보였다. 학생들이 모여서 공연을 했던 모양인데 우리가 갔을 때에는 공연을 마치고 간단한 뒷풀이를 하고 있었다. 연극 공연이 있었던 듯 소품을 가지고 연습을 더 하고 있었는데 조금 일찍 왔으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공연이 끝난 뒤라 건물 구경은 크게 의미가 없을 듯 해서 홀 앞 그늘에서 조금 쉬다가 점심을 먹으로 이동한다.    






  점심 식사를 하려고 근처를 많이 돌아 다녔는데 오히려 중심지라서 그런데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걸어 다니느라 몸이 많이 더워서 현지 식당보다는 에어콘이 나오는 식당을 찾으려니 시간이 더 걸렸다. 외관이 허름해 보여 썩 내치지는 않았지만 출입문을 닫고 영업을 하고 있어서 내부가 시원할 것으로 생각하고 들어갔던 사프란(Saffron Resto & Meatshop) 식당이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내부는 시원했었고, 주문해서 먹었던 음식은 생각했던 것보다 맛 있었다. 인도네시아 전통음식을 많이 먹으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탈리안 음식을 먹게 되었다. 시원한 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식당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베짝을 타고 도서 박물관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스라카르타의 물가가 족자카르타의 물가보다는 훨씬 저렴한 것 같다. 베짝을 타고 조금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처음부터 협상을 시작하는 금액이 족자카르타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싸다. 족자카르타에는 베짝도 엄청나게 많지만 관광객이 그만큼 많기에 금액이 상대적으로 많이 비싸진 듯하다. 아저씨가 이면도로를 달려서 라디야 도서 박물관( Museum Radya Pustaka)에 내려 주었다.   





 베짝까지 타고서 열심히 라디야 도서 박물관(Museum Radya Pustaka)에 왔는데 이곳 역시 크라톤과 마찬가지로 2시가지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점심을 먹지 않고 왔다면 들어가서 볼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식사도 하지 않고 보러 다닐만큼의 열정은 없었다. 입장을 2시까지밖에 하지 않는 인도네시아의 공무원이 사고가 바뀌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고궁이나 박물관, 기타 주요 여행지의 입장시간을 2시까지로 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비싼 월급 받으면서 뭣하는 것이냐고 난리가 날 것인데 아직 이곳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Radya Pustaka 박물관은 자카르타 국립박물관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박물관으로 1890 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 박물관에는 자와어와 네덜란드어로 저술된 다양한 문학 작품을 보관되어 있고, 자바 전통 공예품, 도자기 등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박물관 밖에 전시되어 있는 석상 등 몇 가지만 볼 수 있었다. 박물관 앞 마당에는 19 세기 수라카르타의 시인인 Rangga Warsita의 흉상이 있다. 박물관 개방 시간을 조금 더 늘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친절했던 현지인들도 구경하지 못하고 되돌아 갔다.   





 박물관이 이미 문을 닫아서 입장하지 못하고 박물관 바로 옆 안쪽에 수라카르타 관광청이 있어서 자료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방문해 보았다. 이곳 역시 문을 닫았는데 관광청은 오늘이 일요일이니 근무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현지인 한명만 근무하고 있었는데, 수라카르타 시내 지도를 한장 달라고 하니 정교하지 못한 관광지도를 한 장 주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묻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갑자기 호감을 보이면서 간단한 한국어 몇 마디를 한다. 한국 드라마를 엄청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냥 보내주지를 않아서 한참 수다를 나누다 나왔다. 






 조금 더 이동하니 입구가 굉장히 화려하고 멋있는 스리웨다리 공원(Taman Sriwedari)이 나왔다. 1877년에 만들어져 오랜 역사를 가진 공원으로 수라카르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여러가지 놀이시설이 있는 장소라고 한다. 들어가는 입구가 굉장히 특색있게 만들어져 있었고 문 안쪽에는 공연장처럼 생긴 야외 무대가 있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고, 높은 지붕의 공연장 같은 곳에는 공원을 찾은 주변지역 사람들의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었다. 






 안쪽으로 놀이시설과 미술관이 있다고 해서 들어가 보았는데 찾지 못했다. 안쪽으로 들어가고 중 현지 인이 다가와서 한국인인지 묻더니 자기와 함께 수라카르타와 주변 관광을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한다. 이미 솔로 크라톤을 비롯해서 여러 곳을 보았고, 오늘 족자카르타로 넘어 간다고 말해도 이곳 숙소비가 저렴하니 하룻밤 쉬고 자기가 몇군데를 안내하겠다고 귀찮게 군다. 너무 적극적으로 사람으르 따라 다녀서 귀찮아 사람을 떠어 놓느라 그냥 공원을 나와 버렸다. 들어갈 때 공연장처럼 보였던 앞쪽에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에 나오는 라마(Rama)와 시타(Sinta)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공원 입구에 커라단 반얀트리 두 그루가 있어 우리나라 시골의 느티나무처럼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나무 아래로는 대포 2문이 놓여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도 네덜란드 시절의 대표 장식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딜 가던지 이런 대포 장식을 너무 자주 만난다.




 스리웨다리 공원을 나와서 다시 도로를 따라서 걷는다. 일방통행으로 되어 있던 이 길은 솔로에서도 중심 도로인 듯하다. 아까 보았던 슬라맛 리야디 동상까지 이어지는 길인데, 그래서 도로 이름도 슬라맛 리야디(Slamet Riyadi) 거리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은 도로 옆에 있는 보행자 도로인데 넓고 가로수가 잘 심어져 있어 산책하기에도 안성마춤이다. 이 길가에서 우리나라 KEB 하나은행 지점을 만나게 되어 기쁜 마음에 사진 한장을 남긴다.   





 조금 더 이동하니 길가에 황금색으로 가루다 모형을 만들어 놓고 솔로 바틱 카니발(SOLO BATIK CARNIVAL)이 이달 14일에서 16일까지 개최된다고 알리고 있었다. 바틱의 도시인 이곳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모양인데 아직 개최되려면 일주일이나 더 있어야 하니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안내 방식이 특이하기도 하고 촌스럽기도 하다.  




 솔로바틱 카니발을 알리는 안내판 앞쪽으로 솔로 시장의 거주지였던 Lodji Gandrung이 있었다. 지금도 시장의 숙소로 사용되는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인도네시아 대통령인 초코 위도도가 솔로 시장으로 재직할 때 이곳에서 생활했던 모양이다. 이 건물 역시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인 1830년대 지어진 것으로 네덜란드 농장주가 사용했었고 일본군 점령기에는 일본 군대의 본부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독립후 이 거리 시작지점에서 보았던 Slamet Riyadi 장군의 군사본부로도 사용된 유서 깊은 건물이다. 건물 앞에 있는 동상은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한다. 물어 볼 사람도 없고, 동상에 대한 설명도 없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한쪽에 그림자연극에 사용되는 와양을 커다랗게 만들어 놓았다. 정원을 비롯한 건물 외부를 돌아다니는 것은 괜찮았는데 건물 안쪽에도 볼만한 것이 있는 듯해서 가보려고 했더니 관리인이 나와서 안쪽은 들어갈 수도 없고 사진도 찍으면 안된다고 한다. 독립 초기에 수카르노 대통령이 이곳에 와서 생활했고 스카르노 대통령이 사용했던 유뮬이 Loji Gandrung의 전시실에 잘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오늘이 일요일이거나 또는 이곳도 2시까지만 개방해서인지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관리인과 원활하게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냥 나왔다.   





 Slamet Riyadi 거리를 따라서 이동하니 솔로 그랜드몰(Solo Grand Mall)이 나왔다. 더운 날씨에 계속해서 걷다 보니 시원한 곳이 생각났었고, 커피 한잔 하면서 휴식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몰에 들어갔다. 출입구가 모스크에 들어가는 분위기가 나도록 해 놓아 이색적이었다. 인도네시아의 대형 쇼핑몰의 일반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 그랜드몰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일단 엄청 시원하다. 백화점보다는 조금 서민적인 느낌이고 가족단위의 이용객이 많아 보였다.   






 오늘 수라카라타(솔로)에 와서 가 보려고 마음 먹었던 곳은 모두 가 보았다. 쇼핑몰에 오기전에 방문했던 수라카르타 관광청에서 받은 솔로의 관광지도를 보니 다른 관광지가 모두 거리가 있어 차를 가지고 이동해야 했다. 더구나 이제는 시간이 어중간해서 새로운 곳을 찾아가기에는 문제가 있을  듯해서 더 이상의 돌아다니지 않기로 했다. 아직 열차를 탈 때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시원한 이 곳에서 차 한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솔로 그랜드몰 2층에는 제법 넓은 카페가 2곳이나 있어서 날이 어둑해질 때까 차와 빵을 시켜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쇼핑몰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열차시간에 맞춰서 베짝을 타고 역으로 되돌아 왔다. 수라카르타에 와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가는 듯하다. 원래 차를 렌트해서 직접 왔으면 오고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솔로 크라톤을 비롯해서 몇가지 보지 못하고 갔을 터인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기차여행을 하게 되면서 불편함은 있었지만 더 많은 것을 보고 돌아가게 된다. 짧은 하루동안의 수라카르타 여행이었지만 족자카르타보다 훨씬 더 수준높은 동네라는 느낌을 가지고 돌아간다.   






 수라카르타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족자카르타로 되돌아 갈 때도 기차를 타는 것은 삼엄한 느낌이다. 여권이나 신분증, 열차표를 일일이 체크하고 입장시켜 준다. 기차 타는 것이 비행기를 타는 듯한 느낌이다. 절차가 복잡해도 교통요금은 단지 8,000루피아 (800원정도)로 엄청 착하다. 베짝을 타고 역까지 오는데 2만루피아를 준 것에 비하면... 열차의 종류가 다양한 모양인데 내가 아침에 끊었던 열차는 급행이 아닌 보통열차인 쁘라멕스(Prameks)인 모양이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탄다.   






 돌아올 때는 솔로역이 종점이 아니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어서 빈자리가 없었다. 1시간 가까이를 서서 오려니 낮에 하루종일 걸어 다녔던지라 조금 힘이 들었다. 나이가 한참 어려보이는 여대생 여러명이 함께 오면서 집사람을 같이 앉게 해주어 나만 서서왔다. 수라카르타에 올때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객차에 역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표검사를 한다. 우리나라는 PDA 기기를 들고다니면서 의심가는 사람들만 티켓 확인을 하지만, 여기는 아직도 종이로 된 표를 보여주면 펀치 기계로 구멍을 뚫어준다. 그런데 표 검사하는 간단한 일에 무려 세 명이 함께 다닌다. 아나로그와 디지탈이 공존하는 인도네시아 철도다. 






 다시 족자카르타로 돌아왔다. 역에서 나와 여행자들의 거리인 소스로위자얀을 거쳐 족자카르타의 중심 거리인 말리오보로 거리로 넘어왔다. 여행자 거리답게 낮보다는 밤에 사람이 훨씬 더 많아지는데 말리오보로 몰 앞쪽에서 길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악기들도 신기하게 생겼고 음색도 독특하고 희안하다. 대나무로 만든 실로폰 비슷하게 생긴 짤룽 (calung )이 내는 맑고 통통 울리는 소리가 매우 매력적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연주에 빠져서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한다. 아마도 관광객을 위해서 밤이 되면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모양이다. 다음날도 비슷한 시간에 이 연주를 또 접하게 된다.   






(1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