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이부스키마라톤('18.1)

이부스키 마라톤 9-5 (대회장 풍경과 주로 풍경 1) (2018.1)

남녘하늘 2019. 3. 15. 08:28


 2011년 이 대회에 참석하고 안 이후에 7년만에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에 다시 참석하게 되었다. 2011년에는 호텔에서 이른 시간에 조식 서비스를 해 주어서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이번 호텔은 이른 조식을 제공하지 않아서 어제 밤 백화점에서 사온 음식을 방에서 개별적으로 먹고 호텔 로비에 새벽 4시 40분에 모였다. 이른 아침에 체크아웃까지 마치고 저녁에 짐을 찾아가기로 하고 가고시마 주오(鹿兒島 中央)역으로 이동해서 5시 10분에 이부스키로 떠나는 열차를 타게 되었다. 다른 때보다 1시간 일찍 출발하는 열차인데 이 시간에도 이부스키로 떠나난 주자들이 생각보다는 많다. 일부 인원은 좌석을 잡지 못해서 서서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가고시마 주오(鹿兒島中央)역에서 이브스키(指宿)까지 운행되는 나노하나(菜の花:유채꽃)열차를 1시간 10분 정도 타고 6시 20분경에 이부스키(指宿)역에 도착했다. 다른 때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이부스키에 도착해서 여유가 있다. 처음 온 일행들과 함께 급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어서 천천히 나가기로 했다. 열차를 타고 있을 때에는 잘 몰랐는데 내려서 보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대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에는 대회 관계자들이 이른 시간임에도 역까지 나와서 안내를 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대회 운영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하다.      







 오늘은 마라톤대회때문에 다른 때와는 달리 특별열차가 많이 운영되고 있었다. 아침에 이부스키로 오는 열차도 많이 편성되어 있었지만 우리 일앻은 아침에 배번을 받기 위해서 일찍 서둘렀다. 대회를 마치고 검은모래 온천에 가서 온천욕을 하고 나서 가고시마로 되돌아 가야 하기에 열차 시간을 확인하고 함께 한 일행들에게 내용을 알려 주었다. 온천을 함께 했으면 좋겠지만 너무 늦게 달려온 사람은 온천을 생략하고 바로 이부스키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새벽부터 서둘렀더니 이부스키역에 도착해서도 캄캄한 새벽이다.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의 명칭이 나노하나(菜の花:유채꽃)마라톤 대회인데 역 앞에도 유채꽃을 많이 심어 놓았다. 후쿠오카에 있을 때에는 많이 쌀쌀했는데 이부스키는 그만큼 쌀쌀하지는 않다. 우리가 일찍 도착해서인지 잠시 일정 설명을 마치고 셔들버스를 타는 곳으로 나오니 이번에는 차를 많이 운행해서인지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지 않다. 역에서 대회장까지는 유료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는데, 2011년에 왔을 때에는 살짝 새치기를 했는데 오늘은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셔틀 버스에서 내려 배번을 받기로 되어 있는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이부스키 대회장에 이렇게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것이 처음이다. 운동장에 도착해서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날이 쌀쌀해서 운동장에는 아직 참가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물품을 놓아두는 체육관 안쪽에는 벌써 수 많은 참가자들이 도착해서 대회 참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이규운 사장을 만나서 배번을 받기로 했는데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약속 장소로 나오지 않아서 나혼자 걱정을 하면서 속앓이를 했다. 함께온 일행에게 체육관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체육관에서 100회 마라톤클럽의 이문희형님을 만났다. 어제 밤 가고시마에서 볼까 했는데 너무 늦게 연락이 되어서 오늘 만나기로 했다. 온 가족이 함께 대회에 참가신청을 했는데 딸의 신청이 누락되어서 아침부터 바쁘게 일처리를 해서 겨우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새벽같이 대회장에 왔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때문에 나혼자 아침 시간을 바쁘게 움직였다. 다른 일행들은 옷도 갈아입고 준비를 마쳤는데 나 홀로 늦게 준비를 끝냈다. 짜증이 밀려 왔지만 대회 참가를 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기쁜 마음으로 대회를 즐기기로 했다.    






 물품을 수령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체육관 밖으로 나오니 그 사이에 날이 훤하게 밝았다. 꽤 시간이 지난 모양이다. 물품을 전달 받느라 시간을 지체했지만 워낙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대회 출발때까지는 여유가 잇었다. 대회 참가 복장을 갖추어 입고 결승점이 있는 운동장과 주변을 둘러 보기로 했다. 이 시간에도 운동장에 들어오는 참가자들이 많이 있었다. 결승점 입구에 있는 대형 아치는 이곳에 올 때마다 매번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것도 하나의 전통인 듯하다.   






 운동장에서는 대회 참가에 앞서 몸을 풀기 위해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기록에 욕심이 없기 때문에 따로 연습이 필요치는 않았다. 처음 참가한 일행들에게 대회장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미리 나와 본 것이다. 이 넓은 운동장에 휴지 한장이나 비닐 조각 하나 찾을 수가 없다. 참으로 부럽고 두려운 마음이다. 욕하면서 배우는 일본이라고 하는데, 배울 점을 배워야 한다. 너무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결승점 앞에는 유채꽃 화분을 많이 가져다 놓았다. 세심하게 준비를 해 놓은 느낌을 이곳에서도 받는다. 이색 복장을 하고 참가한 선수가 있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일본 대회에 참가하면 이런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뛰는 주자가 굉장히 많다. 오늘도 주로에서 다양한 복장의 참가자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침에 날씨가 조금 선선하기는 하지만 내 복장이 너무 겨울 대비용 복장이어서 조금 걱정이 된다. 조금 얇은 옷을 준비하고 입었어야 했는데 한국이 너무 추워서 이곳에서도 추울 것으로 생각하고 복장에 대해서 고려를 조금 덜했다. 천천히 달리기로 했고, 이제와서 바꿔 입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체육관으로 되돌아 가서 소지품을 계단 한쪽 편에 놓아두고 이제 대회 출발 장소로 이동한다. 깨끗한 주변환경과 더불어 배워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이곳 이부스키 대회는 물품 보관소를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실내 체육관에서 옷을 갈아 입고 체육관 아무 곳에나 자신의 짐을 놓아 두고 대회에 참석하게 되어 있었다. 도난의 위험이 없으니 물품 보관소를 운영하지 않는데 올 때마다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도 체육관 계단 옆에 소지품을 놓아두고 출발 장소로 이동한다. 대회 출발점은 운동장이 아니라 700여m 떨어진 장소에 있어 조금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결승점과는 달리 출발 장소로 이동하는 도로에는 유채꽃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일찍 대회장에 와서 오늘은 여유있게 출발 장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동중에 우리와 함께 오지 않은 한국의 참가자를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중간 중간 사진도 찍으면서 출발장소가 갔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출발 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주자들로 대회장이 가득하다. 가능하면 앞쪽에서 출발해서 천천히 뛸 생각이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앞쪽으로 이동하기도 쉽지가 않다.   







 단체 참가 신청을 부탁하면서 4시간 이내 완주자로 신청을 해 달라고 했는데 이규운사장이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고 신청해서 우리 배번으로는 4시간 이후 주자들이 출발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4시간 이후 주자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어서 모임 장소 안쪽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쩡쩡하게 출발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내가 직접 신청을 했다면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을 터인데 조금 아쉽다. 출발할 때까지 함께 온 일행들과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그런 공간도 없었다.  






 9시가 되어서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앞쪽으로 얼마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알 수 없는데 출발점까지 이동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많은 참가자들에 비해서 출발점에 너무 좁고 붐벼서 대회운영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참가 때까지 기록측정을 건타임(출발 총성부터 카운트하는 것)으로 측정하고 있어서 오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대회는 넷타임을 사용하고 있었다. 출발점에도 센서를 가져다 놓아서 출발점을 통화하면서 기록이 카운트 되도록 해 놓았다. 벌써 오래전부터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이리 늦게 했는지 알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나라 IT 기술이 상당히 발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도 좁은 2차선의 주로가 사람으로 가득찼고, 한참을 가도 그 인원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대회에도 동아마라톤이나 춘천마라톤 조차도 참가 인원을 2만명 채우지 못해 10km 코스를 만들어 겨우 2만명을 채우는데 이런 조그마한 시골의 대회에 참가자 1만 3천여명은 정말로 대단한 규모이다. 한때 2만명이 넘게 참가한 적도 있었는데 참가 인원이 조금 줄어든 모양이다. 이번 대회에 한국에서는 37명이 참석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5km까지는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을 통과하게 되는데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응원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메이져 대회의 응원인파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힘을 주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앞썬 마라톤의 선진국이다. 주로에서 특이한 복장을 하고 달리는 주자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달리기 복장으로 뛰는 것보다 몇 배 더 힘들 것인데 주변의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봉사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피카츄 복장으로 달리는 주자가 있어 젊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추월해서 보지 중년의 아줌마들이었다. 대단하다.    






 기록순으로 주자의 출발 시간을 조금 차등을 두게 되면 좁은 주로도 덜 혼잡하게 활용할 수 있었을 터인데 한번에 모두 출발을 시켜서 좁은 주로가 더욱 붐볐다.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에서 유일하게 개선되었으면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어짜피 오늘은 기록에 얽매이지 않고 완주에 목표를 두었기에 길이 혼잡하고 정체되어도 상관없다. 초반 5km를 지날때 기록을 보니 km당 7분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많이 늦은 속도이지만 5시간 안에는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빠르게 달리지 않으니 더욱 편안한 달리기를 하게 된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