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마카오, 광저우 여행 15-4 (마카오 세계문화유산 2) (2016.12)
세나도 광장에서는 10분정도 걸어서 폰티 오르타 광장에 도착했다. 마카오 관광청에서 발행하는 마카오 도보 여행 코스에 소개되고 있어서 한번 방문하게 되었다. 과거 이곳은 중국 최초의 아편무역 전용 부두였는데, 지금은 매립해서 작은 광장 겸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길이 105m, 폭 40m 가량의 작은 광장으로 길쭉한 모양은 원래 물길이 들어오던 부두를 매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편 전용 부두였던 폰티 오르타로 들어온 아편은 바로 옆에 위치한 아편하우스에서 일부 소비되었고, 대부분은 중국으로 밀수출되었다고 한다. 폰티 오르타 광장은 중국의 아픈 흑역사의 현장이다.
폰티 오르타 광장 바로 옆에는 유명한 오피움 하우스(Opium House: 아편) 가 있다. 1857년 중국과 영국, 프랑스의 아편 전쟁 이후 중국에도 아편 무역이 합법화 되었다. 그 영향으로 마카오에도 아편의 합법적으로 거래 되었고,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던 아편은 중국의 상류층, 하류층 모두를 아편에 빠지게 만들었다. 1880년에 지어진 이곳은 상류층의 아편 카페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는 모든 종류의 마약이 불법화되어 현재는 동선당(마카오 최대 규모의 중국계 자선단체)의 진료소로 사용된다고 하니 그 역할이 극과 극으로 바뀐 셈이다.
오피움 하우스(Opium House) 근처에 있는 분위기가 좋아보였던 카페. 들어가서 차 한잔 하고 싶었지만 가봐야 할 곳도 많고 돌아 다니면서 먹은 것이 많아서 다음에 한번 가 보기로 하고 지나친다.
폰티 오르타 광장을 지나 마카오의 서민적인 동네를 걷어 보는 것도 나름 재미 있다. 마카오의 화려한 모습만 보는 것보다 이런 서민적인 모습도 보는 것이 마카오를 조금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이라 믿는다. 좁은 골목에 5층 정도의 건물이 많은 골목길을 지나갔다. 오래된 녹슨 철골의 베란다 모습도 많았고, 그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표시를 내는 빨랫감과 함께 잘 관리된 화분이 많이 보였다. 좁은 골목에 앞 뒷집의 간격이 너무 좁아서 개인 프라이버시가 잘 보호되지 않을 듯한 느낌이 든다.
골목길을 지나다 보니 마카오의 청나라시대 전통 거리를 복원해 놓은 펠리시다데 거리가 나왔다. 과거 홍등가 였던 이곳이 이제는 마카오 반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국풍의 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나라 영화 '도둑들'의 찰영 현장이었다고 하는데 영화를 찍었다는 것만 알고 그 현장 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일정이 아니어서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지나쳤다. 세나도 광장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이 골목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구경을 와 있었다. 무엇을 보려고 온 것인지 궁금하다.
작은 골목길에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빵집이 있었다. 세나도 광장에서 팔고 있는 에그 타르트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기다리기 싫어서 지나쳤었다. 현지인이 이용하는 빵집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이곳에서 에그타르트를 사서 먹었는데,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맛은 너무 없었다. 부드러운 에그타르트를 생각했는데 전혀 부드럽지가 않다. 에그타르트가 마카오에서 유명한 이유는 포르투갈의 스타일에 마카오만의 방식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 검증이 된 손님이 많은 집에서 먹어야 할 모양이다. 에그타르트와 쥬스를 사서 길거리에서 먹었다.
마카오는 그리 크지 않다. 지도로 보면 멀어 보이지만 오늘 오후에 진행하려는 세나도 광장에서 아마 사원까지 1km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날씨가 조금만 더 선선했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지만, 추운 한국에 있다가 따스한 곳으로 온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마카오 관광청은 마카오의 도보여행을 할 수 있도록 8가지의 도보 추천 코스를 제안해 놓았다. 잠시 길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포르투갈과 중국이 교차하는 거리 (Crossroads of China and Portugal)를 걷기로 했다. 제안하는 추천 코스를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거의 추천 코스를 따라 움직였다.
마카오에서 가장 큰 공공 도서관인 로버트 호 퉁 경의 도서관(Sir Robert Tung Library)을 방문했다. 이곳은 19세기 말 마카오 대부호 도나 캐롤리나 쿤야가 살던 대저택이었다고 한다. 이후 홍콩 거부 로버트 호 퉁이 매입해 자신의 별장으로 이용하다가 그가 사망한 뒤, 유언에 따라 별장은 마카오 정부에 기증되었고, 공공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선진국은 이런 기부문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편익을 누릴 수 있는 듯하다.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 아주 자그마한 정원과 카페가 있다. 도서관이어서 관광객이 시끄럽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정원과 도서관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조용히 나왔다.
성 아우구스틴 광장(St. Augustine’s Square)은 주변에 성당, 도서관, 신학교들이 몰려 있는 장소로 전통적인 포르투갈풍 거리의 느낌이 많이 나는 장소다. 광장에서 도서관을 등지고 약간의 언덕길을 조금 내려 성 아우구스틴 교회(ST. AUGUSTINE'S CHURCH)가 있다. 1586년에 스페인 아우구스틴 사제단에 의해 신학교로 건설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의 교회는 1874년에 재건 되었다. 성당 옆의 광장은 작지만 매우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었는데 최근 이곳을 중심으로 카페 등이 늘어나는 중이라고 한다. 돔 페드로 5세 극장이 바로 앞에 있다.
성 아우구스틴 교회 맞은편에 삼각형 지붕 모양을 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돔 페드로 5세 극장( Dome Pedro V theater)이 있는데, 1860년에 건축된 중국 최초의 서양식 극장이다. 내부는 공연이 있을 경우에만 공개가 된다고 들었는데 공연이 없음에도 입장이 가능했다. 276개의 좌석이 있는 돔 페드로 5세 극장은 주요 공공행사와 기념식이 열리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인 장소였다고 한다. 당시 이 극장은 마카오 사람과 포르투갈 사람의 중요 사교장이었던 셈이다. 극장 앞 정원이 너무 좁고 적어서 건물 사진을 찍기가 힘들다.
입구를 들어가 그장 내부를 구경하고 있는데 경비하는 분이 2층으로 올라가면 더 잘 볼 수 있다고 하면서 2층을 안내해 준다. 2층에 오르니 무대가 내려다 보이면서 또 다른 느낌이 든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VIP들은 주로 2층에서 관람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뚝뚝해 보였던 경비 아저씨가 카메라를 달라고 하더니 각도까지 맞춰 가면서 가족 사진을 찍어준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 앞 마당이 워낙 좁아서 건물을 배경을 사진을 찍으려면 바깥으로 나가서 찍어야 한다.
성 아우구스틴 성당과 돔 페드로 5세 극장등을 보고 다시 내려와 아마 사원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성 로렌스 성당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가 들어가게 되는 성당은 길에서 보면 좀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출입문 쇠창살이 조금은 위협적이고 이질적이다. 성당 위의 왼쪽에는 시계가 오른쪽에는 종이 달려 있다. 16세기 중반인 1558년-1560년대에 예수회에서 설립한 성 로렌스 성당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이다. 여러차례 중건을 거쳐 2006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가 되었다.
성 로렌스 성당의 내부는 화려하다는 느낌이다. 스테인 글라스와 샹들리에. 그리고 독특한 천장의 형태가 다른 성당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제단에는 책과 지팡이를 든 로렌스상이 있다. 성당 옆으로는 마리아상과 정원이 있었는데,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어서 공원을 찾은 느낌이다. 이 성당 근처는 마카오에서 비교적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고 하는데 그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분위기가 있는 성당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중국 사상가 정관응의 고택, 중국 전통방식으로 지어졌다는 만다린 하우스에 왔다. 입구 문을 지나 바로 마주 보이는 곳이 매표소인가 했더니 관광 안내소이다. 릴라우 광장에서 집을 바로 찾지 못해서 지체하는 사이에 입장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 입장하지 못할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입장을 시켜 주었다.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관광객에게 약간의 융통성을 주어 기분 좋게 들어갈 수 있었다. 중국어로 정가대옥(政家大屋)이라 불리우는 거대한 규모의 만다린 하우스는 오래된 중국 영화에서 본듯한 모습이면서 뭔가 더 세련된 느낌이다.
입구를 지나 다시 내부로 들어가는 보름달처럼 둥글게 만들어 놓은 문이 너무나 특이했지만 대단한 볼거리가 있다고 하기 힘들다. 고전적인 건축 양식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한바퀴 휙 둘러 보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부 디자인과 구조, 채광이 들어오는 길, 각 소품과 인테리어는 그 자체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자체로 오래된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이곳 이외에도 동남아에 차이나 타운에 가면 비슷한 느낌의 집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세월의 흔적은 피할 수 없었지만 오래전 이곳에 살던 이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다.
만다린 하우스까지 구경하고 마카오 세계문화유산 찾아가는 길의 끝에 있는 아마 사원까지는 가지 못하고 다시 세나도 광장으로 되돌아 왔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너무 많이 걸어서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표정이다. 아무리 좋은 풍광도 몸이 힘들면 재미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여행 초반부터 너무 무리하면 앞으로 일정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나름 조절했는데 그것도 많이 힘든 모양이다. 되돌아 오는 중에 날이 어두워졌다. 조명이 들어오니 낮에 보았던 풍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세나도 광장 곳곳에 달린 전구들이 불빛을 비추며 환하게 밝혀 주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특별히 이런 전구를 설치한 것인지 평소에도 이런 조명장치를 만들어 놓은지는 알 수가 없다. 하여간 조명이 엄청 화려하다.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어서 늦은 시간이 아니어서 낮보다는 사람이 적었지만 아직도 광장과 광장 주변에는 관광객이 엄청나다. 광장 주변을 구경하고 나서 다시 윈호텔 방향으로 이동한다.
윈호텔의 분수쇼를 보러 가는 중간에 리스보아 호텔을 들어가 보았다. 몇 년전에 왔을 때에는 카지노에 잠시 들러 보았지만 이곳 역시 어린 조카가 있어서 카지노에는 갈 수 없어 호텔 내부 구경을 했다. 로비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크리스마스 장식부터 시작해 내부 장식이 엄청나다. 마카오 재벌 스탠리 호의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스케일이 보통이 아니고 전시품은 돈이 얼마나 들어 갔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전시품 중 일부는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전시품이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않고 들어왔는데 눈호강을 했다.
리스보아 호텔에서 길을 건너 지하도를 따라 걸어 나오면 윈 호텔과 연결된다. 윈 호텔의 분수쇼와 행운의 용, 번영의 나무 공연이 유명하다. 호텔 앞에는 바닷가로 이어지는 산책 도로가 있어 분수쇼가 시작되기 전에 잠시 산책을 했다. 몇 년전 윈호텔에 와서 보았던 분수쇼가 재미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사이에 눈이 높아졌는지 오늘 하는 분수쇼가 조금 시시했다는 느낌이다. 잠시 분수쇼를 보면서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분수쇼를 구경하고 나서 윈호텔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중국인들이 좋아한다는 금붕어 어항도 보이고 비단실로 수놓아진 매화 장식과 함께 명품샵들이 가득하다. 마카오도 이제 최대의 고객은 중국 본토 사람들인 듯하다. 윈호텔에서 진행되는 번영의 나무쇼를 보기 위해서 안쪽으로 이동했다. 쇼를 기다리는 동안 자세히 살펴보니 아래 구 형태에는 하늘의 별자리가 표현되어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번영의 나무 쇼가 시작되었다. 천장이 열리며 커다란 샹들리에가 내려오고 바닥의 구가 열리며 커다란 나무가 서서히 올라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윈호텔에서 몇가지 공연을 구경하고 마치고 이제는 홍콩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미리 돌아가는 배편을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터미널에 일찍 가지 않아도 되고 마카오에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마카오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으면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홍콩으로 이동했을 터인데 이번에도 여건이 되지 않는다. 내일은 이곳 마카오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복잡할 것으로 예상이 되어서 오늘 홍콩에 숙소를 정해 놓은 것이다. 다음에 마카오에 오면 하룻밤 자면서 마카오의 밤문화도 느껴 보아야겠다.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