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융화 교육차 방문한 설악산, 이번에는 비선대에 오르기로 했다. 몇일 전 신흥사에서 울산바위 방향의 등산로중 신흥사에서 울산바위 쪽으로 300여m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해서 100여t의 낙석이 쏟아져 내려 탐방로중 일부가 유실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지점 정비도 끝나지 않았고 또 추가 산사태의 가능성도 있고 해서 산행을 흔들바위쪽에서 비선대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그동안 내가 속초에 교육진행을 오지 않았던 기간중 몇 번은 흔들바위쪽으로 올라 가기도 했었다는데 잘못하면 낙석으로 사고가 생길 수도 있었던 셈이다.
설악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 구간은 약 3Km 거리로 40분정도 소요되며 숲속 길을 산책하는 정도로 등산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민망한 정도로 평이한 살길이다. 울창한 숲길 산책로를 따라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마음으로 걷다보면 천불동과 마등령의 입구인 비선대의 절경과 마주하게 된다. 조금 기억에 남는 힘이 드는 산행을 했으면 좋으련만 여러가지 사정상 그런 코스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요즘의 설악산은 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 기간과 겹쳐서 그동안 우리 직원들 이외에 별로 없었던 때와는 달리 어느 골짜기를 가던지 학생들로 가득차 있어 행사를 하기에도 다소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설악동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교육진행을 하는 것도 쉽지 않고... 산행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교육은 직원 융화에 목적이 있었던바, 간단하게 비선대까지 왕복하기로 결정했다. 두달만에 찾아온 설악산, 불과 두달만에 눈이 쌓여 있던 겨울에서 봄으로 변해버려 초록색이 가득하다.
신흥사 일주문 주변에도 두달 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두달 전인 3월말에는 일주문 주변에도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었는데... 이제는 나뭇잎이 무성한 신록의 계절이 되었다. 4월 초파일이 지난지 몇 일 지나지 않아서 일주문에는 초파일 법요식 행사와 관련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신흥사에도 봄이 찾아왔다. 겨울과는 달리 등산객도 많아졌고, 법당을 찾은 사람들도 많아졌다. 평소에 절을 찾아서 일부러 가는 일은 없지만 이렇게 산에 오게되면 한번씩 법당에 들러 마음의 평화도 찾고,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기원하는 소원을 빌기도 한다. 올해는 특히 재수를 하고있는 큰아들이 수능시험을 잘 보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신흥사의 극락보전을 배경으로. 신흥사에는 극락보전이 대웅전을 대신하고 있다.
신흥사 돌담에 있는 담쟁이넝쿨이 너무 보기 좋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에 담아 보았다. 도시에서 가끔씩 보는 담쟁이는 대부분 콘크리트 건물을 감싸고 있거나, 고속도로변 방음벽을 타고 올라가 있어 볼 때마다 주변환경과 조화롭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곳에서의 담쟁이는 역시 자연속의 일부라는 생각이다. 높은 돌담이 주는 위압감이 있기는 했지만 자연과 조화롭다는 생각이다.
신흥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비선대를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비선대로 오르는 길은 비교적 잘 포장되어 있어 산책 수준으로 보면 된다. 금강굴까지는 3.6Km, 조금 느리게 편한 발걸음으로 걸었다. 중간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많아서 빨리 걷고 싶어도 빨리 걸을 수가 없었고 좁은 바윗길에서는 잠깐씩 멈추면서 걸어야만 했다. 아직 비가 내리는 시기가 아니어서 계곡에 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계곡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계곡물은 있었다.
비선대 다리를 건너면 우측으로 금강굴 가는 길이, 좌측으로 천불동 가는 길이 시작된다. 비선대는 마고 선녀가 하늘로 올라 갔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으로 미륵봉, 형제봉, 신선봉으로 아루어져 있는데 기암의 절경이 대단히 아름다운 곳이지만 등산을 하지 않고도 만나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명소이다. 사진 뒤로 보이는 것처럼 수학여행을 온 중고등학생들로 인해 유원지에 놀러 온 느낌이다. 조용히 산책하고 싶었는데, 역시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는 어디를 가던지간에 조용히 다닐 수가 없다.
시간적인 여유가 되었다면 비선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금강굴까지 가 보았을텐데 오늘도 그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시간을 쪼개서 신흥사에도 잠시 갔다왔었기에 더 큰 욕심을 부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금강굴은 다음에 오르기로 한다. 금강굴에 오르면 한 눈에 들어오는 외설악의 전경은 정말 아름다울텐데...
설악 소공원 입구에서 오늘 행사의 마무리를 하고 있는 교육생들. 비선대를 오르 내리는 동안에는 다른 산행객이나 학생들이 많아서 우리가 준비한 교육을 할 수가 없어 산책을 마치고 나서 간단한 팀웍 행사를 한 것이다. 일과를 떠나 설악산의 기운을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업무 능률이 오를 것으로 판단된다.
설악 소공원에서 행사를 주관했던 우리 인재개발원 식구들과 함께. 눈이 쌓여 있는 풍경도 멋있지만 역시 푸른 색의 산이 훨씬 더 보기도 좋고 느낌도 좋다. 교육을 진행하기에 올해에만 벌써 몇 번째 설악산을 방문했다. 평일날 바쁜 업무를 떠나서, 업무의 일환으로 산행을 하고 있으니 집을 잠시 떠나 있어도 혜택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