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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사찰방문 (2017.5.3)

남녘하늘 2018. 9. 1. 00:39


 올해도 석가탄신일을 맞이해서 사찰 3곳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분당에서 살 때 매번 다녔던  절 두곳과 수원에 있는 새로운 절 한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오전에 일이 있어서 일찍 가지 못하고 오후에 가게 되었는데,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나서인지 사찰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수원에 있는 절은 봉녕사라는 절인데,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지인의 소개 받아서 오늘 처음으로 방문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시내 중심가에 있던 수원사라는 절에 갔다 왔었는데 너무 도심에 있어 주차하기도 힘들고 사찰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서 다른 곳을 찾아 보았었다. 


 먼저 분당으로 넘어가서 불곡산 자락에 있는 두 절을 찾기로 했다. 올해는 먼저 골안사부터 방문했다. 봄이 오는가 싶었는데 어느덧 골안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숲이 제법 우거졌다. 신록의 푸르름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서 만나게 되는 이런 푸르름이 너무나 좋다. 지나간 2년동안 한번도 골안사를 찾아보지 못하다가 초파일이라고 불쑥 찾아오니 불교신자라고 말하기도 쑥스럽다.  너무 늦게 온 것인지 절에 신도들도 별로 보이지 않고 한산한 느낌이다. 초파일이라고 봉사를 하던 신도들도 이제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골안사는 분당에 살 때 집에서 멀지도 않았고, 규모가 적은 아담한 느낌의 절로 분위기가 좋아서 한번씩 찾았던 절이다. 작년에는 일이 있어서 대광사만 들러 골안사 방문은 2년만에 오게 되었다. 오늘 조금 늦게 골안사를 방문해서 느낀 첫 인상은 신도들도 별로 없었지만 연등이 거의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파일에 절을 다녀보면 경기가 좋으면 연등이 많이 걸리고, 반대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눈에 띄게 연등이 줄어든다고 알고 있는데 요즘 서민들의 경기가 최악이라고 하더니 절에 걸린 연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같다. 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서민들의 삶도 여유가 생기고 연등도 많이 걸리기를 기원해 본다.  








워낙 규모가 적은 절이어서 공간이 부족한데 대웅전 한켠 절 마당에서는 부처님을 목욕시켜 주는 관불의식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신도가 없어서 오늘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집사람도 불교행사에 참석해서 큰 부담감 없이 의식을 치른다. 법당에서 신도가 없어서 모처럼 절도 하고 바닥에 앉아서 참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골안사에서 절밥을 주면 한그릇을 먹고 대광사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골안사에서 점심 공양 봉사하던 신도들이 일을 끝마치고 쉬고 있는 분위기여서 물어보기가 민망했다. 골안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대광사는 신도도 많고 늦게까지 식사를 준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나왔다. 절마당에 소 구유에 꽃을 심어 놓은 것이 보기 좋아서 사진 한장 남겼다. 평소 신도가 많이 찾는 오전에는 주차하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은 주차하기도 쉽다. 





 골안사에서 나와 차를 가지고 인근에 있는 대광사로 향했다. 신도가 많을 때에는 절 입구에 걸어다니기도 힘든데 오후에 오니 한가하고 차를 절 주차장에 세울 수도 있었다. 내가 초파일날 법회에 참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는 사람이 많은 오전보다 오후에 방문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3층에 있는 법당에 들렀더니 법당에도 널널해서 너무 좋다. 이곳에서도 절을 하고 잠시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신도가 많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나도 부담없어서 좋다. 









 법당에서 나와 절 마당으로 가니 동양최대의 목조 불전인 미륵보전이 보인다. 이 미륵보전은 내가 분당에 이사 올 때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14년동안 공사를 해서 지난달 4월 10일날 완공되어서 낙성법요식을 했다고 한다. 아주 오햇동안 공사를 해 왔고 불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계속해서 지켜봐 왔었다. 이제는 단청도 끝냈고 안쪽에 17m의 청동좌불까지 모셨다고 한다. 외관으로는 목조 3층 건물처럼 보이는데 내부는 한개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용화회상(龍華會上), 2층에는 미륵보전(彌勒寶殿), 3층에는 도솔천궁(兜率天宮)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왜 한 건물에 각각 다른 현판을 걸었는지 궁금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미륵불좌상이 놓여 있었다. 좌대의 높이는2.7m이며 좌불상의 높이는14.3m 총 17m의 웅장한 규모다. 법당의 면적이 200평이라고 하는데 법당이 좁아 보일 정도이니 규모가 엄청나고 한참 윗쪽으로 쳐다 보아야 할 정도다. 미륵불은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에 들고 56억7000만 년 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고 알려진 미래의 부처로, 미륵신앙은 미륵불이 출현해 모든 고통을 소멸하고 세상을 구원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미륵보전의 외벽과 내벽은 미륵신앙을 담은 벽화와 단청을 해 놓아 화려한 느낌이다. 지금은 새건물로 화려함이 넘치비만 시간이 몇 백년 흐르면 이 건물도 중요한 문화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륵보전을 나오는 길에 골안사와 마찬가지로 부처님을 목욕시켜 주는 관불의식을 하는 장소가 있어서 집사람이 경건한 행동으로 관불의식을 행했다. 대광사는 시간이 늦어서 신도들이 조금은 보인다.  








 골안사를 거쳐 대광사에 왔기에 점심시간은 한참 지나버렸고 저녁 먹을 시간에 아직 멀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대광사에서는 절밥을 먹을 수 있었다. 천대종단의 대광사는 재정이 튼튼하고 신도도 많아서 초파일에 방문하면 매년 백설기 떡을 만들어 방문하는 신자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주변의 다른 절과 비교를 해 보아도 대광사에 오면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런 여유와는 달리 골안사를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광사에도 연등의 숫자가 엄청나게 줄어 있었다. 정말로 서민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대광사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대광사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와서 잠시 쉬었다가 수원 우만동에 있는 봉녕사를 찾았다. 수원으로 이사 온 뒤에 수원에 있는 사찰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주위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 보았더니 추천해준 사찰이 봉녕사이다. 광교산 기슭에 자리잡은 봉녕사는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고려 시대의 불상인 석조 삼존불과 대웅전 앞뜰에 수령 800여 년의 향나무가 있는 사찰이다.  또한 대표적인 비구니 수행도량으로 봉녕승가대학,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을 갖춘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대략 위치만 알고 월드컵 경기장 쪽에서 찾아갔는데 절도 들어가는 입구가 내가 생각했던 쪽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식 문은 아니어도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좋은 길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절에 도착할 무렵에 날이 어두워지면서 연등에 불이 켜졌다.   






 일반적인 절은 절의 중심에 있는 곳을 대웅전이라고 하는데 봉녕사에는 본당이 대적광전이라고 쓰여 있다. 진리의 본체이자 침묵 속에서 찬란한 불을 발하는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을 대적광전이라 한단다. 법당에 들어가 보려고 했더니 저녁 시간에 신도들과 함께 아주 오랫종안 108배를 올리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법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주변의 조경이 너무 잘 해 놓아서 낮에 한번 와 보아야 할 것 같다.   






 석등에 걸려 있었던 커다랗고 특이했던 연등의 모습니다. 




 108배를 올리는 행사가 끝날 무렵에 법당에 들어가서 예를 올렸다. 오늘도 아침에 마음먹은대로 3곳의 사찰을 방문해서 예를 올렸다. 내가 추진하는 일이 잘 풀리고, 가족이 건강하고, 몇 일 후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잘 해서 내나라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정부가 구성되기를 바래 보았다. 아직 내 안에서 종교는 아직 완전한 형태가 아닌 것 같다. 그저 내가 아쉬울 때나 산행을 하면서 우연히 절을 방문했을 때에 찾아서 심리적인 위안을 받고오는, 말하자면, 투철한 믿음 없이 종교가 가져다주는 순기능만 이용하는 불완전한 불교신자인 듯하다. 절에 가면 그냥 머릿속이 깨끗해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개인적인 소망만 빌고 오는 수준의 이기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좀 더 공부도 하고 절도 자주 찾아야 하는데 아직 잘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