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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산행 - 11차 동문산행 시산제 (2016.3.12)

남녘하늘 2017. 11. 20. 00:16


 동문산악회에서 시산제를 겸한 산행을 도봉산으로 갔다. 도봉산역 앞에 있는 옛골토성 앞마당에서 모인후 용어천계곡 입구에 있는 공터에서 간단하게 시산제를 지내고, 용어천계곡을 출발해서 관음암까지 갔다가 천축사로 내려오는 산행코스를 잡았다. 시산제와 산행을 포함해서 5시간 일정을 잡고 산행은 대략 8km정도 할 예정이다. 아직 날씨가 쌀쌀해서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할 정도다. 오늘 산행에는 40여명의 동문이 참석하는데 시산제를 준비하는 일부 동문들은 아침 일찍 도착해서 시산제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동문산악회가 결성된 이후로 처음 하는 시산제여서 상당히 신경이 쓰였다.  






 오늘 시산제는 도봉산 용어천 계곡에서 진행되었다. 도봉산탐방 지원센터에 문의를 하니 시산제를 공식적으로 허가해주는 곳은 몇 곳 되지 않고 나머지는 비공식적으로 눈 감아 준다고 한다. 용어천계곡에는 시산제를 할만한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3월이 되면 각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일찍 자리를 선점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 가서 해야 한다. 오늘 몇몇 동문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 아침 용어천 계곡 삼거리교 근처 장소에 일찍 왔다고 한다. 동문들이 올라오기 전에 시산제를 지낼 준비도 해 놓았다. 이른 아침부터 수고가 많다. 널찍한 공간 앞쪽에 있는 커다란 암벽에 플래카드를 매달고 제법 큰 돌멩이를 괸 널빤지가 제법 그럴 듯하다. 






 동문들이 모두 모인 다음에 본격적인 시산제 행사가 진행되었다. 엄숙한 마음으로 시산제 축문 낭독 후, 도봉산 신령님과 천지신명께 정성을 다해 올해도 안전한 산행을 바란다는 의미로 일동 재배를 했다. 한 자리에 함께한 동문들 모두가 마음속으로 앞으로 우리 동문들이 무사히 즐겁게 산행을 다녀오고 건강한 올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였을 것이다. 집행부에서 산악인 선서를 비롯해서 준비를 꽤 많이 했다는 느낌이다. 그냥 대충 준비한 시산제 행사가 아니었다.    






 올해 산행도 무탈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학번별로 술을 따르고 절하는 일정이 이어졌는데, 우리 학번은 내가 대표로 술을 따랐다. 신발을 벗고 올라 갔어야 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하느라 몸이 식어 버려서 신을 벗으면 넘 추울 것 같아 신발을 신고 진행했다. 아침부터 고생했으니 산신령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나도 동문산악회의 한해 안전 산행을 기원하고, 우리 집의 평온과 무탈함을 기원했다.   





 시산제를 마치고 다함께 정성껏 준비해온 떡과 과일 등을 맛나게 나누어 먹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한 것을 모두 먹으면 산에 가지도 못하고 이 자리가 길어질 것 같아서 막걸리도 음복하는 수준에서 끝내고, 준비한 음식도 아주 간단하게 먹는 것으로 마쳤다. 나머지 음식을 싸가지고 산행후 뒷풀이 장소에서 먹는 것으로... 오늘 시산제는 체계적으로 잘 마쳤다. 시산제를 마치고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 앞서 단체 사진을 한장 찍고, 부상 예방을 위해서 준비운동까지 마쳤다.    








 오늘은 시산제와 산행 중에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마음은 시산제였지만 실제는 산행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용어천 계곡에서 관음암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시산제를 지낸 곳에서 조금 오르니 계곡 가운데에 있는 바위 전면에는 초서체로 문사동(問師洞)이라는 암각이 새겨져 있다. 문사동(問師洞)은 스승을 모시는 곳 또는 스승에게 묻는 곳이란 뜻으로, 예를 갖추고 스승을 맞아 초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문사동은 도봉산 골짜기 가운데 경치가 특히 빼어나, 도봉 서원의 선비들이 스승을 이곳까지 모시고 와 함께 학문을 논하며 산수의 경치를 즐겼던 모양이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산행길이 어렵지 않을 걸로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아이젠을 준비하여 왔으나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관음암으로 오르는 중간에 잠시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눈이 내릴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도봉산이 제법 놓은 모양이다. 관음암으로 오르는 중간에 절터가 있었는데 절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을 먹었다.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아서 이 골짜기를 따라 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간식 시간과 함께 우리만의 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대표 가수 몇 분의 음악만 감상하고 나머지는 뒷풀이 장소에서 하기로 했다.   





 다시 관음사를 향해서 오른다. 탐방지원센터에서 관음암까지 거리가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힘이 들 수 있는데 오늘은 여성 동문들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한다. 도봉산에 자주 오르는 황완성 동문이 오늘 전망이 좋은 곳을 안내하겠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 아직 산행 복장은 한겨울을 연상시키고 있지만 기분은 봄소풍을 온 느낌이다. 황동문이 사진을 많이 찍어 주어서 내 사진도 많다.        






 관음암에 도착하기 직전에 오른쪽으로 조금 오르니 관음암 전망대가 나왔다. 정규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었는데 자주 와본 사람이 아니면 이곳에 멋진 전망대가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는 위치였다. 도봉산 정상부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주봉 전경도 보이고 산 아래 시내의 모습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보는 도봉산의 정상부는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황동문의 말로는 이곳 전망대에서 보는 도봉산의 모습은 계절마다 다르고 각각 다른 즐거움을 준다고 한다. 다른 계절에도 한번 와 보아야겠다. 전망대에서 동문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더 이상 산에 오르지 않고 하산하기로 한다. 시산제와 산행을 겸해서 했기에 관음암 아래까지 올라온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멋진 전망대를 새롭게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오래 전 창동에 살 때 수락산과 도봉산을 자주 왔어도 매번 같은 길만 올라서 이런 곳이 있는지를 몰랐었다.   





 관음암 삼거리에서 마당바위쪽으로 하산했다. 도봉산의 대표적 쉼터인 마당바위는 산 아래쪽에서 신선대나 자운봉까지 갈 때에도 잠깐의 휴식을 갖는 공간으로 간식 등을 먹으며 쉴 수 있는 곳이다. 마당바위에서는 멀리 시내 전망도 보기 좋고, 또 멀리 도봉산 북한산 능선이 보이니 전망도 나름 괜찮은 곳이다. 관음암 전망대에서 충분한 휴식을 했기에 마당바위에서 쉬지 않고, 시내 전망을 배경 삼아 사진 한장 남기고 하산한다. 





 마당바위에서 천축사와 도봉대피소를 거쳐 도봉탐방지원센터로 내려 왔다. 관음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천축사는 천년 신라고찰이다. 의상이 의상대에서 수도하며 제자들로 하여금 이곳에 암자를 짓게 한 것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산행을 마치고 뒷풀이 장소로 빨리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절 안쪽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지나치면서 사진 한장을 남겼다. 산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산에 오를 때에는 사진을 많이 찍는데 내려 올 때는 사진이 거의 없다. 나만 그런 것인지 다른 사람도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산 때는 사고 방지를 위해 신경쓰느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산행을 마치고 탐방지원센터 아랫쪽 음식점에서 뒷풀이가 있었다. 시산제를 마치고 음복도 하고 또 산행중에 간식을 먹었지만 산에서 내려오니 다시 식욕이 돋는다. 미리 집행부에서 식당을 예약을 해 놓아서 내려 오자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식당 전체를 빌려 놓아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 동문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산행을 즐기는 건강한 동문들인지라 먹는 것도 잘 먹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운동을 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잘 먹고도 살찌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산중에서 있었던 음악회의 여운을 뒷풀이 장소에서 이어갔다. 집행부에서 뒷풀이 식당을 정할 때부터 식당내에 음향시설이 있는 곳을 일부러 섭외해 놓았던 모양이다. 식사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 음악회가 열렸다.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한 곡씩 부르게 되었다. 선배님들이 나이가 들어 가면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성중에 하나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과, 마이크를 잡으면 놓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 나는 마이크를 잡지 않고 들어주는 입장인데 오늘은 동문별로 한곡씩 부르게 되어서 마지 못해 한곡 부르게 되었다. 산행만큼이나 긴 뒷풀이 시간이 이어진다. 난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