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마 여행 8-5 (도야마 마라톤) (2013.5)
도야마 마라톤 대회는 이번에 4번째 참석하게 되었다. 일본의 중소도시에서 열리는 대회에 4번씩이나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치 못했었는데 그간 여러 이유로 해서 많이 참석하게 되었다. 주로가 좋은 것도 아니고, 대회를 벤치마킹할 것도 아니지만 항상 함께 참석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참석하다 보니 4번이나 참석하게 된 것이다. 오늘 대회도 즐겁게 달릴 생각으로 참석했고, 집사람도 풀코스에 신청을 해 놓았지만 풀코스를 달릴 능력이 되지 않기에 능력껏 달리다가 응원을 하기로 약속을 해 놓았다.
도야마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은 비가 올 확율이 50%인데 다행이 오늘은 아침에 비가 내리지 않고 날씨가 맑았다. 오후에는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지만 대회 시간에는 비는 내리지 읺을 듯하다. 출발하기 전에 배번을 잘 챙겨서 나왔다. 외국인 참가자에게는 항상 앞번호를 따로 챙겨 주었는데 오늘 배번은 31번인데 외국 참가자 중에서 내가 31번째로 나이가 많다는 이야기다. 나보다 어린 참가자는 10명 정도... 아직은 젊은 측에 포함되었다. 호텔에서 대충 정비를 마치고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도야마 마라톤 대회가 10회째를 맞이한 날이다. 대회 주최측에서도 10번째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의미를 두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대회 출발전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서 출발점으로 가서 집사람을 비롯해서 함께 참가한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번 대회도 서울마라톤클럽 회원들과 함께 참가하게 되었고, 서울마라톤클럽에서 한국에서 참가한 사람들을 구별하기 위해서 주황색 유니폼을 맞춰 주어서 대회장에 입고 나왔다. 100회마라톤 클럽에서 자주 어울리는 회원들과 함께 이번 대회에는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오자고 해서 4팀이 함께 여행도 즐기고 마라톤도 함께 참가하기로 하고 동행했다.
내 배번은 31번이고, 집사람의 배번은 129번이다. 한국인 남성주자는 1번부터 나이순으로 배번을 부여했고, 여성주자는 101번부터 부여를 했다. 달리면서 배번만 보아도 우리나라 사람인지를 바로 구별할 수 있어 달리기를 하면서 다른 주자들의 사진을 찍어주기가 편했다. 다행이 오늘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끝까지 달리지 않는 참가자들이 많아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아서 내가 사진을 찍어야 하는 부담이 덜했다. 도야마마라톤 대회는 규모가 적은 대회여서 배번 수령을 대회 당일에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미리 오지 못한 사람은 당일 아침에 본부에서 배번을 수령하고 있었다.
한국 참가자를 위한 천막부스를 세동이나 따로 마련해 주었고, 참가자를 환영한다는 한글로 된 프랑카드도 걸어 놓았다. 일본 참가자들은 따로 부스도 없었고, 공원 내에 있는 매점 2층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사무실의 한 귀퉁이에 자기 물품을 놓아두고 뛰러 갔다. 몇 명 되지 않은 한국인 참가자를 위한 엄청난 배려였다. 이 부스에 옷도 놓아두고, 뛰고 와서 간단한 음식도 이곳에서 먹었고,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을 그늘진 이곳에서 기다릴 수 있었다.
도야마 신문사에서 호텔까지 차를 보내 주어서 대회장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대회 개최지가 도야마 시내가 아니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여서 대회주최측에서는 도야마역에서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었다. 대회장에 일찍 도착해서 준비를 마치고 나니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남아서 다시 결승점 아치를 세워 놓은 곳으로 이동해서 가족 사진을 함께 찍었다.
드디어 개회식이 진행되었다. 조그마한 중소도시에서 개최되는 대회지만 구색은 모두 갖추어 놓았다. 한국에서 온 참가 선수단에게 환영한다는 박수도 쳐 주었고, 서울마라톤클럽의 박영석회장님을 연단에 불러서 소개까지 해 주었다. 오늘은 날씨도 비교적 날씨가 좋은데, 날씨가 너무 좋으면 달리기가 힘들어진다. 도야마 마라톤 코스는 벚꽃 나무가 있는 2Km정도 구간만 그늘이 있을 뿐 뙤약볕 아래를 뛰어야 하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록 욕심이 없기 때문에 대회 자체를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달릴 예정이다.
대회본부 한켠에는 오늘 대회를 종료하면 선수들에게 제공할 따듯한 스프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잔뜩 쌓아 놓았다. 도야마 마라톤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서 먹었던 스프가 늘 감동이었다. 중소도시의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아기자기하고 인정이 넘치는 대회라는 것을 늘 느끼곤 했었다. 달리는 중간 급수대에서 준비한 품목을 보아도 대회관계자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스텝들은 참가선수들에게 줄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 온 참가자들을 위해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학생들을 여러명 배치해서 불편을 덜어 주었다. 참가자 중에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럿 있어서 그간 대회에 참석해도 불편함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까지 배치해 주는 세심함을 보여 주었다. 한일간의 민간 교류를 보면 이렇게 서로 존중해주고 말이 통하는데, 일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우익들은 정치적인 논리에 같혀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나라 사람들과 서로 친하게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너무 원론이나 감정에 치우쳐서 그들의 진정한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내가 아는 일본사람들은 한국사람을 좋아한다. 통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여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한장 찍었다.
출발을 위해 드디어 스타트 라인으로 이동중이다. 오늘 도야마 마라톤대회에는 약 1,16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고 한다. 10회 대회이자 도야마신문 창간 90주년 대회여서 주최측에서 참가자 모집에 신경을 쓴 모양이다.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으로 복잡한 느낌이다. 지난번 대회의 경험을 생각해서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달릴 예정이다. 함께 참가한 우리 일행들의 사진도 찍어주고 또 집사람 사진도 찍을 예정이다. 같은 코스를 3회전 반복해서 뛰기 때문에 일행의 사진을 많이 찍어 줄 수 있다.
좁은 출발점에 천명이 넘는 주자들이 모이니 다른 때와는 달리 엄청나게 붐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도 내리막을 내려가는 사람들로 인해 바로 나갈 수가 없을 정도이다. 매번 천명 정도가 참석한다면 이 대회는 재미있을 것 같다. 기록 욕심이 없어서 앞쪽에 서지 않았더니 출발하는데에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이 대회는 건타임을 사용하는데 도착하는 것은 매트를 만들어 전자측정을 하는데 출발하는 것은 앞에 나간 사람이 많이 유리하다. 오늘은 집사람이 처음으로 풀코스 대회에 참석했기에 초반 1km 정도는 함깨 달리고 나서 내가 앞서 나갔다.
늦게 출발했더니 선두주자는 벌써 보이지 않을만큼 멀리 가 버렸다. 출발지의 좁은 주로로 인해서 한참은 선수들을 추월할 수가 없어서 그냥 다른 주자들과 함께 물 흐르듯이 함께 따라서 나갔다. 1km를 지나니 앞뒤 간격이 벌어지면서 추월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집사람은 능력껏 달리다가 멈추라고 말하고 앞으로 나갔다. 대회 참가자가 많으니 함께 따라온 가족이나 동료들도 많은지 오늘은 주로에서 응원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졌다. 다른 한국에서 온 주자 사진을 내가 달리면서 찍어주면 되지만 내 사진은 응원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찍었다. 오늘은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많아서 좋다.
제2 반환점 근처에 있는 급수대. 이런 급수대가 전체 코스에 3곳에 운영되고 있어서 풀코스를 달리는 동안 12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물과 자몽과 오렌지를 비롯한 과일, 빵과 초밥등 여러가지 종류의 간식을 준비해 놓아 달리기를 하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해 놓았다. 날씨가 더웠지만 충분한 급수와 먹거리를 제공해서 달리기가 재미있고 즐겁다. 달리면서 주는 것을 골고루 많이 먹었더니 달리고 나서도 배가 전혀 고프지 않다.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즐길 수 있는 것이 몇가지 더 늘어난다.
아직 풀코스를 달릴만큼 체력이 갖지 못한 집사람은 자신의 능력껏 달리다가 힘들면 달리기를 멈추고 본부석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었다. 그동안 10km 대회에는 몇번 참석했기에 대략 15km 이상은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내가 먼저 달려 나갔지만 도야마마라톤 대회의 코스가 같은 구간을 3회전 왕복하는 것이여서 첫바퀴를 돌면서 두번 볼 수 있었고, 그 다음에는 달리기를 그만 두었기때문에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17km를 달렸다고 한다. 달리기를 목적으로 온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정도만 뛰었어도 만족한다. 더구나 마라톤대회를 마치고 나면 도야마 시내구경을 하러 가기로 되어 있어서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하천이 있는 중간에 있는 중간 급수대. 이 급수대 양쪽에 반환점에 급수대가 더 마련되어 있다. 날씨는 더웠지만 바람이 조금 불어서 다른 때보다는 물도 적게 마신 듯하고 급수대의 효용가치도 조금 떨어졌었다. 하지만 급수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스텝들은 정성껫 주자들에게 먹거리를 나눠주면서 봉사를 하고 있었다. 큰 규모의 대회와 달리 주최측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대회이다.
엄청난 따가운 햇볕 아래서 뛰다가 만나는 뚝방길의 벚꽃나무 그늘. 도야마 시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는 이 길을 대회때문에 통제하고 있었는데, 행사 주최측이나 인근 사람들이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여졌다. 벚꽃이 필 때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면 어떻게는지를 물어 보았더니 그때는 시민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Km 가까이 이어진 이길에 벚꽃이 피면 상당히 보기 좋았을 것 같았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는 맑고 햇볕은 강했지만 바람이 적당히 불어주어서 달리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드디어 4시간 12분 28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3년전에 와서 달린 대회때보다 기록이 1초 빨라졌다. 오늘도 사진도 찍지 않고 기록만 생각했다면 4시간 안에 충분히 들어올 수도 있었겠지만, 기록을 생각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가면서 즐겁게 달렸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125번째의 풀코스 참가 기록인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것으로도 충분하다. 달리는 동안 즐거웠고, 또 다른 달림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었다고 자신한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가족들과 함께 도야마 시내 관광을 나가기로 했기에 빨리 들어올 이유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도야마신문 1면과 8-9면, 28-29면에 도야마 마라톤 특집기사로 실었고 완주한 890명의 완주자 이름과 기록이 게시해 주었다. 나는 남자 완주자 776명 중에서 307등을 했다고 나와 있었다. 사진을 찍지 않고 달리기에만 전념했으면 100등안에는 들어 올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기록에 연연한 것이 아니라 집사람과 함께 여행을 온 것이여서 기록은 큰 의미가 없었다. 함께 달리고 즐긴 것으로도 충분하다. 지방신문사에서 대회를 주관하다고 보니 대우도 좋았던 것 같다. 한국에서 온 일행 사진도 신문 한켠에 실어 주었다.
(6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