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에도 도야마에 왔을 때에도 구로베 협곡을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이곳을 꼭 함께 오겠다고 생각했던 집사람과 와서 구경을 하게 되었다. 도롯코 열차를 타니 열차를 타기 전에 야마비코 산책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신 야마비고 다리를 지나게 된다. 신야마비고 다리는 우나즈키역을 출발해서 처음 건너는 철교로서 이곳에 있는 22개의 철교중 가장 긴 다리다. 우나즈키역에서 도착역까지 약 20Km의 구간에는 20여개의 철교와 터널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지나쳐보니 인간의 힘도 자연에 못지않게 위대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토롯코열차의 출발역인 우나즈키(宇奈月)역에서 종점인 케야키다이라(欅平)역까지의 거리는 총 20.1km이다. 쿠로베 협곡철도는 1937년 완공되었는데 처음에는 전력회사의 전용철도로만 사용되었다. 그러나 험준한 협곡의 빼어난 경치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입장요청이 쇄도하여, 결국 관광루트로 개방되었으며 1951년부터는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쿠로베협곡열차의 출발장소인 우나즈키역에서 산위로 올라 갈수록 날씨가 점점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 그런 내용을 여러번 경험했기 때문에 걷옷을 준비해 와서 큰 문제는 없었다. 이번에는 좌석과 지붕, 그리고 기둥과 추락방지용 쇠사슬만 있는 보통열차를 이용했는데 윗쪽으로 올라갈 수록 서늘함이 더해진다.
계곡 응달에는 겨우내 내렸던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사진으로는 멀리 있어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눈의 두께가 10m가 훨씬 넘는 큰 덩어리다. 이제 조금씩 녹아서 규모가 적어지고 있는 중이다.
출발역인 우나즈키 역에서 세번째 역인 구로나기 역, 해발 326m에 위치해 있다. 총 연장 20Km의 협궤철도 구간중 가장 험준한 산골자기 설치되었다는 아토히키바시(後曳橋)가 역과 붙어 있다. 철도 옆으로는 겨울철 눈을 피해 걸어서 등산할 수 있도록 동계보도가 터널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오늘은 야마비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동계보도용 터널을 경험해 보았다.
우나즈키역에서 출발한 협궤열차(토롯코 전차)는 총 20Km의 거리를 1시간 20분동안 달려 종점인 케야키다이라(欅平)역에 도착한다. 해발 599m에 위치한 케야키다이라역은 협곡의 철도여행의 종착역으로 쿠로베(黑部)강 상류나 바바다니(祖母谷)로 올라가는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이곳은 겨울의 분위기와 함께 계곡 아랫쪽과는 달리 이제 잎이 돋아나 신록이 파릇파릇한 느낌이다. 신록이 돋아 있어도 이곳은 상당히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케야키다이라역에서 나오면 바바다니가와(祖母谷川)와 오쿠가네바시(奧鐘橋)가 보인다. 다리와 맞다은 산은 해발 1,543m의 오쿠가네야마(奧鐘山)이다. 협궤열차의 종착역인 케야키다가라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오쿠가네바시(奧鐘橋)는 길이는 86.6미터 높이는 34미터로, 다리 위에서 보는 협곡이 엄청 멋있다. 여름에는 이 다리를 통과해서 트레킹을 할 수 있지만 아직 이곳이 상류쪽에는 눈이 녹지 않아서 전 구간이 개통되지 않았다. 역사에는 아직 갈 수 없는 코스를 표시해 놓았는데 가까운 곳을 빼 놓고는 갈 곳이 별로 없는 듯하다.
오쿠가네바시(奧鐘橋)를 건너서부터 큰게 벌린 입 같은 암벽길인 히도쿠이이와(人喰岩), 마치 사람을 삼킬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길을 따라서 15분정도 올라가면 메이켄온천이 나온다고 하는데 아직 산책로가 완전히 개통되지 않아서 오늘도 히도쿠이이와를 중심으로 조금 산책을 하고 되돌아와야 했다. 메이켄(名剣)온천에서 조금 더 가면 바바다니(祖母谷)온천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오늘은 다리를 건너서 조금이라도 갈 수 있게 허용해 주어서 구로베 협곡에 3번째 와서 처음으로 이 길을 걸어본 셈이다.
오쿠가네바시(奧鐘橋)를 건너와서 바바다니가와(祖母谷川) 아랫쪽으로 내려가 보았다. 눈이 녹아서 내리는 물이 양이 많아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에 가와라(河原)전망대가 있는데 내려오는 길에 사루토비교 탐방로로 가는 길이 있었지만 아직은 개방되지 않았는지 지나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전망대 앞에서 바바다니강과 구로베 강의 합류지점이 있었는데 물 색이 청록색에 가까웠다. 전망대 뒷쪽으로는 조금 전에 갔다 왔던 오쿠카네바시가 보인다.
케야키다이라역 주변을 한시간에 걸쳐서 돌아보고 나서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너무 서늘해서 따뜻한 것이 생각났는데 오늘은 2층에 있는 식당에 들릴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해서 매점에서 따뜻한 캔커피와 간식을 사서 간단히 먹었다. 함께한 사람들의 복장을 보면 어떻게 5월의 산행 복장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한겨울에 산행을 떠날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듯하다. 그래도 계곡을 올라 오면서 보았던 풍광과 케야키 다이라역 주변을 다니면서 본 풍광에 모두 만족해하는 표정이다. 한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5월달에 겨울을 경험함했기 때문인 듯하다.
주변 관광을 모두 마치고 다시 찬바람을 가르며 토롯코 전차를 타고 출발지인 우나쯔기역으로 복귀한다.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도롯코열차에서는 지나가는 동안 보여지는 주요 지점에서 안내방송을 해 준다. 하지만 한국말로 해 주는 것도 아니고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눈으로 보아도 구로베 계곡의 풍광을 충분히 즐길 수 있기에 설명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신 한글로 된 가이드맵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한번 보면 여행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올라갈 때에는 내려오는 관광객이 많았는데, 내려올 때에는 우리 일행이 거의 마지막인듯 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우리 열차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올라갈 때 보는 구로베협곡의 모습이 내려 오면서 보는 것과 느낌이 다르다.
올라 갈때와 마찬가지로 오픈 열차를 타고 협곡을 내려왔는데 엄청 쌀쌀했다. 계곡 위에 있는 동안 체온이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창문이 없는 열차를 타고 내려 오자니 생각보다는 바람이 체온을 많이 떨어뜨렸다. 나무잎이 예쁜 초록이라 보기에는 따스해 보이지만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이 생각보다는 추위를 느끼게 했다. 이 토롯코 열차는 눈때문에 4월말부터 11월까지만 운행된다고 한다. 우리는 운행 개시된지 얼마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용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우나즈키(宇奈月) 역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넘어서 시간은 늦었지만 계곡에 있을 때에 비해서는 한결 따스하다. 일본에 도착한 첫날부터 조금 강행군을 한 셈이다. 내일은 일본 북알프스의 유명 관광지중에 다테야마(立山)-쿠로베(黑部) 알핀루트 관광을 하게 되어 있어서 첫날부터 바쁘게 움직이게 되었다. 우나즈키역을 출발해서 숙소가 있는 도야마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로 한시간 정도 걸린다.
구로베 협곡 여행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도 호텔은 매번 묵었던 도야마 관광호텔이다. 도야마 관광호텔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었지만 주변에 숲과 온천을 갖춘 아담한 호텔이다. 외관은 그다지 현대식은 아니었지만 내부는 깨끗하고 아늑했으며, 다다미 방이어서 이국적인 정경이었다. 호텔 식당에서 제공한 저녁식사.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서비스가 좋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방안에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쉬워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서 차라도 한잔 마시기로 했다. 늘 도야마관광호텔에 묵게되면 가까이 있어서 들러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제대로 와서 차한잔 마셔보지 못했던 재일동포가 운영하던 고진칸(吳仁館)이란 레스토랑을 찻았다. 우리가 묵었던 도야마 관광호텔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고, 레스토랑 앞에는 도야마시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는 멀리 만년설이 덮힌 일본의 북알프스 산들과 도야마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곳인데,오늘은 밤중에 도착해서 도시의 불빛만 볼 수 있었다.
전망대 바로 옆 아주 좋은 위치에 있었던 레스토랑 고진칸(吳仁館). 여러번 방문해도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어서 차를 한잔 할 수 있었다. 주인인 교포 2세는 나와 고향도 같고 성도 같은데, 방문할 때마다 주인이 없는 경우도 있고, 문을 일찍 닫은 경우도 있었는데 오늘은 시간을 잘 맞춘 모양이다. 종씨인 주인이 내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어도 이야기를 하니 바로 기억해 주었다. 반갑게 맞아주면서 레스토랑 1,2층 곳곳도 구경시켜 주었다. 마감시간이 다 되었을텐데 문 닫을 생각을 하지 않고 차를 내 주었고, 나중에 차값도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억지로 차값은 내고 왔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던 것이 2005년이니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셈이다. 한국인 2세인 주인은 간단한 한국말을 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 찾아온 우리를 기쁜 마음으로 반겨 주었다. 차 한잔 마시는 것보다 더 즐거운 만남이 되었다. 게다가 우리 일행중에 한분은 작년에 와서 차를 마셨는데 그때도 차값을 받지 않았다고 간단한 선물을 가져와서 전달했더니 너무 좋아했다. 레스토랑 앞에는 한국에서 도야마대학으로 연수왔던 대학교수들이 현주인의 부친을 추모하는 추모비를 세워 놓았는데 그 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모양이다. 고국의 사람을 그리고 생각하는 마음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어 기분이 좋다.
(3편에서 계속)
'외국 여행 > 일본 도야마('13.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야마 여행 8-6 (도야마 시내관광) (2013.5) (0) | 2016.01.11 |
---|---|
도야마 여행 8-5 (도야마 마라톤) (2013.5) (0) | 2016.01.09 |
도야마 여행 8-4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2) (2013.5) (0) | 2016.01.07 |
도야마 여행 8-3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1) (2013.5) (0) | 2016.01.05 |
도야마 여행 8-1 (우나쯔키) (2013.5) (0) | 2016.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