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도야마 시내관광을 할 때부터 내리던 비는 밤새 그치고 다행이 아침에는 다시 맑은 하늘을 보이고 있었다. 오늘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데 도쿄나 오사카와는 달리 이곳 도야마에는 서울로 가는 직항편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어서 도야마 공항을 이용하지 못하고 버스로 4시간 이상을 달려 나고야(名古屋)로 이동해서 나고야 추부(中部)공항을 이용하기로 되어 있다.
나고야로 이동하는 중간에 옛 일본 문화와 주택과 거리가 잘 보존된 다카야마(高山)를 관광하고 가는 일정이어서 오늘도 아침에 비교적 일찍 출발하게 되었다. 도야마에 여러번 왔지만 나고야 공항을 이용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또 다카야마(高山)를 방문하는 것도 처음이어서 설레는 기분이다. 늘 같은 곳만 방문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게 되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다카야마는 도야마에서 버스로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도야마를 떠나서 다카야마로 이동하니 평야 지대에서 점점 산이 깊어지고 계곡이 깊어지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푸른 하늘과 초록의 논은 우리나라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풍경이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일본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도야마를 출발한지 2시간 30분 정도 지니니 다카야마 근처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안내판을 보니 몇 년전에 도야마에 왔다가 구경했었던 시라카와고(白川鄕) 이곳에서 76km 떨어져 있다고 되어 있었다. 시라카와고를 방문했을 때에는 다카야마와는 별 상관없는 곳인줄 알았는데 이쪽 지역이었던 모양이다. 다카야마에서 그다지 멀리 있지 않은데 아직 일본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탓에 따로 따로 생각하고 있었다. 히다(飛騨)지방의 전통가옥을 보존하기 위해 세운 일종의 민속촌인 히다노 사토(飛騨の里)도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오늘 우리가 방문하는 일본 중부 기후(岐阜)현에 위치한 히다 지방의 중심도시 다카야마(高山)는 전체 면적의 92%가 산으로 이루어진 작은 산간도시이다. 전통이 느껴지는 거리, 역사적인 사원들, 특색 있는 공예품과 향토 요리 등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많은 이곳은 리틀 교토라고 불리며 연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과거 이 지역은 국가에 세금대신 노역으로 쿄토(京都·)에 가서 사찰과 건물을 짓고, 그 목수들이 고향으로 되돌아 와서 에도에서 지은 건물을 본떠서 다카야마에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그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일본사람들조차 이곳을 아끼고 찾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다카야마에 도착해서 버스주차장에서 나오니 다카야마 시정기념관이 보였다. 다카야마의 옛 시청 건물이었다는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에는 과거에 사용하던 전화기, 라디오 등의 집기와 사무실 문패 등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다카야마에 머물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만 남기고 시내 구경을 하기 위해서 이동했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타카야마 진야(陣屋)로 가는 도중에 지나게 되는 나카바시(中橋). 다카야마 시내 중심으로 미야가와 강이 흐르고 있고, 그 강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다리가 있는데 그중 가장 예쁘고 잘 꾸며진 다리가 빨간색으로 가장 눈에 띄는 나카바시 다리라고 한다. 그래서 다카야마를 취재 나오거나 하면 이 다리를 배경으로 영상을 찍어간다고 한다. 나카바시 다리에서 바라보는 미야카와 강은 개울같은 곳이고 평범한 곳인데, 깨끗하게 잘 꾸며 놓았다.
나카바시(中橋)를 지나가면 바로 다카야마(高山) 진야(陣屋) 아침시장(朝市)이 나온다. 타카야마 진야 앞 아침시장은 그 역사가 300년 이상이나 되었다는데, 농민들이 생산한 청과물을 비롯해 건어물, 채소, 채소절임 등을 판매하고 있어 이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느낄수 있다. 유명한 시장이라고 해서 기대를 했었는데 우리의 시골 장을 보는 것보다도 여러가지 면에서 월씬 못하다는 느낌이다.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았고 판매하고 있는 물품도 많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우리의 장터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특산물을 판매한다는 정도... 그래도 천막을 쳐 놓고 있는 아침시장을 둘러 보려는 외국 관광객도 많았고, 물품을 사러온 현지인도 많이 보였다.
아침 시장 바로 앞쪽에는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다카야마(高山) 진야(陣屋)가 있다. 진야란 에도 시대의 행정기관으로 재판소와 납세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보았던 곳이라고 한다. 옛날 일본에 60곳 이상이 있었지만, 현재 남아있는 진야는 타카야마 이곳 뿐이라고 한다. 이전에 177년 동안 히다의 지방 정부청사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1615년에 지어졌으며, 현재의 건물은 19세기에 들어 재건한 것으로 아직도 상태가 좋아 보였다.내부로 들어가면 사무실과 응접실이 있는 본관과 곡물 창고등과 함께 고문기구가 전시된 재판소를 유료로 볼 수 있다. 다카야마에서 더 보고 싶은 곳이 있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고 안쪽에 들어가지는 않고 바깥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관람을 마쳤다.
진야(陣屋) 앞에는 이 지역 출신의 야마오카 뎃슈(山岡 鐵舟 1836~1888)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메이지 시대의 정치인이면서 서도, 검도, 선(禪)에 일가견을 이루어 검선일여(劍禪一如)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라고 한다.
다카야마(高山) 진야(陣屋)를 지나쳐 다시 나카바시를 건너면 아까 지나쳤던 후루이 마치나미(古い 町並み)가 시작된다. 이곳에서 일행들에게 각자 다카야마 시내 구경을 3시간 정도 돌아보고 주차장 근처에서 모이는 것으로 했다. 후루이 마치나미는 전통 건축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에도 시대의 거리로, 타카야마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인 거리로 손꼽히는 곳이다. 400년 전 만들어진 격자형 시가지가 잘 보존되어 있고, 작고 낮은 처마와 격자무늬 창 등 독특한 전통 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 본토인 혼슈섬의 한 가운데 위치하면서 일본의 작은 교토로 불린다.
비록 골목이 좁고 매우 오래된 전통 목조 가옥이긴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또 전통 주택의 대부분은 상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기념품점은 물론 양조장, 공예품점, 옛날 과자점, 찻집 등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점들이다. 현재 다카야마는 인구 9만의 중소 도시다. 인구가 정체 상태라 관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는데 곳곳에서 그런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의 여행자를 위해서 한국어판 안내서와 산책지도도 만들어 놓았다. 상점에서 근무하는 현지인들도 관광객을 상대로 너무 친절하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 점은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사람들이 한국에 여행을 와서 돈을 쓰고 가면 그 사람을 상대로 진심어린 서비스를 제공해야지 한번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전주한옥마을처럼 일본의 오래된 건축물들을 보존하고 잘 가꾸어 놓아서 골목 곳곳에 볼거리가 많다. 등나무 꽃이 핀 예쁜 집앞으로 관광용으로 사용되는 인력거가 지나가고 있었다. 깔끔하게 잘 관리하면서 작은 공간이라도 있으면 꼭 화분을 놓아서 아름답게 장식을 해 놓았는데, 핵심 관광지이다 보니 어쩐지 영화 촬영장 같은 인위적인 느낌도 조금 들기는 한다. 인력거를 보니 한번 타고 설명을 들으면서 마을 구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정도의 여유시간이 없어 아쉽다.
일본은 지방마다 특산품이 발달해서 어느 지방에 가더라도 지방 툭산품이 많이 보인다. 다카야마의 특산품인 목공예품, 술, 산나물로 만든 각종 절임 등인데, 아기자기한 상점과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쇼핑샵들은 큐슈에 있던 유후인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귀엽고 특색있는 목각 제품들과 보기만해도 먹고싶은 다양한 간식거리들은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다. 다카야마에서 먹은 아이스크림도 생각보다는 맛있었다.
에도 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후루이 마치나미(古い町並み)를 지나쳐 가면, 개울처럼 보이는 미야가와(宮川) 강변에 있는 미야가와(宮川) 아침시장(朝市)이 나온다. 먼저 다녀 왔던 진야(陣屋) 아침시장(朝市)보다는 조금 더 규모도 크고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종류도 더 다양하기는 하지만 이 시장 역시 들었던 소문이 비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다카야마는 산에서 농산물을 재배하고 겨울을 대비해 우리의 김치에 해당할만한 츠케모노(つけもの)를 만들어 아침시장에서 거래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것이 츠케모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집에서 가꾼 야채와 손으로 만든 공예품 등 다양한 물품은 판매하고 있었다.
미야가와(宮川) 아침시장(朝市) 옆으로 흐르고 있는 미야가와는 수량은 많지 않지만 무척 깨끗하다. 일본에 와서 느끼는 것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시나 시골이나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 물속에 각종 물고기가 있었는데 자연하천에 붉은 색 잉어가 헤엄치고 있어서 신기했다. 추운 겨울에도 그냥 방류해서 키우는 것인지 잠시 궁금하다.
전통의 거리 중심지를 조금 벗어나니, 옛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요즘의 생활상까지 옅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다카야마가 눈에 들어왔다. 미야가와(宮川)를 건너는 가지바시(鍛治橋)를 지나서 타카야마 역 방향으로 고쿠분지 거리를 따라 이동한다. 전통거리를 구경하고 나서 산쪽에 있는 동쪽 산쪽에 있는 사찰지구(寺町)를 갈까 생각하다가 더 유서깊은 고쿠분지(國分寺)를 둘러 보기로 했다. 동편에 있는 사찰지구도 다카야마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다카야마 성주였던 가나 모리 가문에서 이 지역에 교토의 히가시야마처럼 절과 신사를 건립했기 때문이다.
(8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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