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안(태안:泰安)에서 웨이팡(濰坊:유방)시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줄 알았더니 차로 세시간 반이 걸렸다. 깜깜해져서야 웨이팡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모든 지명을 우리식으로 말하는데 유일하게 웨이팡만 중국식으로 발음을 한다. 아마도 우리말 발음인 ‘유방’이 좀 껄끄러워서 그런 모양이다. 나는 다른 도시도 모두 중국 발음으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다른 도시는 우리말 한자어로 표현을 하니 나중에 중국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도 서로 딴소리를 하게 될 것이다. 지명과 사람이름은 그나라 사람들이 부르는대로 말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웨이팡은 연(鳶)의 도시라고 한다. 가로등에 나비 모양 장식이 있어서 나비와 관련이 있는 도시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나비, 새 등 다양한 모양의 연을 주제로 한 것이라고 한다. 한 때 제나라의 수도였던 곳이기도 하다. 나중에 인구에 대한 통계를 잠시 보았더니 인구가 900만명이 넘는다. 그다지 커다란 도시로 보이지 않았는데, 중국은 조그마한 도시도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우리와는 인구의 개념자체가 다른 모양이다.
타이안쪽에서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웨이팡으로 왔기 때문에 저녁이 조금 늦어졌다. 저녁식사는 웨이팡의 수상황궁(水上皇宮)이라고 되어 있는 워터테마파크의 2층에 있는 식당에서 했다. 수영장을 비롯해서 각종 놀이시설이 있는 종합테마파크인데 외관이 무슨 식물원의 모습을 하고 있어 특색이 있었다. 입구에 커다란 원형 대관람차도 있었는데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식당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테마파크 안쪽을 지나갔는데 아직 사람들이 많이 남아서 놀고 있었는데 그다지 최식신 시설들은 아닌듯 하다. 하지만 중국의 변화 속도는 무척 빠르다는 것을 이곳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
2층에 있었던 식당은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게 상당히 넓었다. 인테리어도 썩 잘해 놓은 듯하다. 미리 전화를 해 놓았는지 일행이 도착하자 마자 여러가지 음식을 수북하게 쌓아 놓는다. 점심을 먹고 시간이 조금 지났던지라 식사를 맛있게 했다. 중국음식이 우리 음식에 비해서는 기름이 많기는 하지만 이곳도 한국 여행객들이 단체로 많이 찾는 곳인라서 그런지 몰라도 비교적 우리 입맛을 고려해서 느끼한 맛을 없애 놓았다. 식사를 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으면 좋을텐데 숙소로 바로 이동하는 바람에 이곳의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왔다.
식당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범해호텔(泛海大酒店, OCEANWIDE HOTEL)로 이동해서 짐을 풀었다. 호텔이 비교적 도심에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단체여행을 하게 되면 숙박비를 줄이기 위해서 외곽에 위치한 호텔을 정하는 경향이 있어서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중국은 도심에 있는 호텔비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모양이다. 도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숙소의 컨디션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어짜피 잠만 자고 갈 상황이라서 다른 시설을 이용할 시간도 없긴 하지만...
어제 저녁 라이우(래무:萊蕪)에서와는 달리 오늘은 식사를 마치고도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아서 호텔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태산에 올라 갔다 오고 또 버스로 이동하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피곤하다고 일찍 잠을 잔다면 멀리 중국까지 와서 산만 보고 가는 기억밖에 나지 않을 것 같아 일단 호텔을 나섰다. 호텔 바로 앞쪽에는 강물인지 인공호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물이 흐르고 있었다. 비교적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호텔이어서 주변에 둘러 볼 것이 많이 있었다. 어제 잠을 잔 신바이호텔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호텔에서 나오니 멋진 조명을 하고 있는 다리가 나온다. 웨이팡 시내에 있는 다리에도 모두 이처럼 조명을 해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다리가 웨이팡의 멋진 다리중에 하나임에는 틀림 없을 것 같다. 주변이 시내 중심가인듯 건물 외벽에 싸인몰과 조명을 해 놓아서 상당히 화려해 보인다. 낮에 왔었다면 이런 야경을 보지 못했을텐데 밤에 도착해서 멋진 야경을 보게 된다. 이 다리가 있는 거리가 웨이팡의 중심도로인 东风东街(동펑동지에)였다.
호텔과 백화점등 비교적 음식점과 매장이 많이 있었던 중흥상업거리(中兴商业街)로 이동했다. 시간이 조금 늦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고 매장은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음식점은 아직 영업을 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피자헛도 보였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 동내에도 한인들이 많이 있는 것인지, 한류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글 간판과 함께 한국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음식점이 여럿 보였다. 아직 웨이팡이란 도시가 관광도시가 아닌데 한글 간판과 한국음식을 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
중흥상업거리(中兴商业街)는 태화성과 쇼핑몰이 이어있어서 커다란 하나의 쇼핑몰처럼 보였다.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꼬치를 전문적으로 파는 음식점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다. 우리나라의 실내포장마차 같은 분위기인데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여러집에 모여 있어서 이곳에서도 꽤 유명한 곳으로 보였다. 낮에는 사람들이 다니던 거리를 밤이 되면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지인들도 많이 있었고, 우리같은 여행객들도 많았다. 저녁은 이미 배불리 먹었던지라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맥주와 꼬치를 시켜 먹었는데 가격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오랫만에 동료들과 함께 술 한잔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우리가 일찍 꼬치집에 자리를 잡았던 것인지 한참 뒤에 우리와 함께 여행을 온 동료들이 술집을 찾아서 몇 팀이 더 나타났다. 이런 선술집을 찾아서 많이 헤메고 다녔던 모양이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호텔 주변을 돌아볼 생각에 한잔 더 하자는 동료와 헤어져서 먼저 방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해 주었다. 다른 일행들은 일찍 잠들지 않고 꽤 늦은 시간까지 한잔 더 한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방에 혼자서 자고 있었다.
웨이팡의 도시 이미지는 연(鳶)의 도시라고 한다. 웨이팡시가 중국 내에서 연의 발상지라고 알려져 있고, 그 때문에 이곳에 연을 주제로 한 세계 유일의 연 박물관도 있다고 한다. 연의 고장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호텔 객실에도 연모양의 장식이 인테리어로 걸려 있었다. 그리고 어제 호텔로 오던 길가에서 나비 모양의 연을 형상화한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는 것도 보았다. 도시의 여러 곳에서도 연을 도시라는 것을 관광으로 이미지로 사용하려는 듯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봄이 되면 이 도시에서 국제 연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시간이 되면 연 박물관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혼자서 여행을 한다면 아침에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호텔 주변을 조금 달려 주었을텐데 이번 여행은 마라톤 여행이 아니어서 아침부터 유난을 떨면서 달리기가 싫어서 따로 준비하지 않았었다. 호텔은 호수가 아닌 백랑하(白浪河)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강을 끼고 있었고, 강변에 잘 꾸며진 공원이 있어서 아침에 달리기를 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웨이팡 지역도 미리 지리공부를 하고 왔으면 아침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했을텐데 사전 지식이 없어서 어제 밤에 돌아 다녔던 곳을 다시 한번 더 가 보기로 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택시가 조금 보이고 거리가 한산하다.
어제 밤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되었던 빌딩을 아침에 보니 특색 있는 건물은 아니었다. 웨이팡이 아직 관광도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호텔을 나서면서 리셥션에서 호텔 주변 지도를 부탁했더니 지도가 없다고 한다. 최소한 호텔을 중심으로 해서 주변 지도 정도는 준비해 놓거나 아니면 관청에서 만들어 놓은 웨이팡 지도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때문에 주변에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발길가는대로 돌아다니는 산책이 되어 버렸다. 대형 쇼핑몰인 태화성(泰华城)과 중흥상업거리(中兴商业街)를 다시 가 본다.
어제밤 꼬치구이에 맥주를 한잔 했던 곳을 다시 찾아 보았더니 어젯밤의 한잔 하던 분위기는 날이 밝아서 없어져 버렸고, 대신 온 거리와 건물 사이로 쓰레기만 날리고 있었다. 아직 청소를 하지 않아서이겠지만 장사를 마치고 주변 청소도 하지 않고 그냥 문들 닫아버린 모양이다. 장사하는 사람 따로 있고 청소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상황인지 모르겠다. 중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큰 차이가 나지 없이 2위의 지위를 차지했지만 아직 이런 점에서는 한참 더 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활의 습관까지 바뀌면 우리나라가 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꼬치구이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백랑하(白浪河) 강쪽으로 보면 규문문(奎文門)이 보인다. 현판에 규문문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청나라 시절의 유적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자세한 설명을 찾을 길이 없다. 과거 이곳에 있었던 성곽의 한쪽 출입문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관리상태는 그다지 잘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주변에 상업지구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움직인다면, 지금부터라도 신경을 좀 더 써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규문문을 지나서 백랑하(白浪河)를 지나 다시 호텔쪽으로 돌아왔다. 이 강변에도 공원을 잘 꾸며 놓아서 어제 밤에 보았던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공원시설이 가동되지 않고 있지만 강 가운데에는 분수시설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시간에 맞춰서 음악과 함께 분수가 작동하는 것으로 보였다. 사전 지식이 있었거나, 아침 달리기를 했다면 이곳에서 호텔로 돌아오지 않고 반대쪽으로 갔다면 인민광장도 구경할 수 있었을 것이고 웨이팡 연 박물관도 가 보았을텐데, 이 지역에 관광을 온 것이 아니어서 두루두루 보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강변을 따라서 양쪽 모두 쇼핑몰과 상가가 이어져 있었고, 상가와 강변 사이에 공원이 잘 꾸며져 있었다. 이곳 주민들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산책과 운동을 하고 있었다. 상가의 한쪽 공간에서는 중국 전통악기를 가지고 나온 분들이 공연이라기 보다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잘 알지는 못해도 상당한 실력이라는 느낌이다. 봐 주는 사람이 없어도 한동안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공원 이곳 저곳에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등 부지런한 중국 사람들의 모습을 이곳에서도 많이 보게 된다.
태화성(泰华城)이 있는 공원지역에서 내가 묵었던 호텔을 지나 북쪽으로 가 보았다. 한쪽으로 너무 멀리까지 가게되면 돌아와야 할 거리가 자꾸 멀어지기에 한쪽으로만 가 볼 수가 없었다. 호텔을 지나 북쪽 방향으로도 강변을 따라서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한참을 올라가니 남쪽에 있었던 규문문(奎文門)과 비슷해 보이는 문이 하나 더 보였다. 통제(通濟)라는 석판이 붙어 있었는데 청나라 시절에는 규문문에서 이곳까지 성벽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도시로 개발되면서 성벽은 거의 사라져버렸고, 그 자리에 커다란 쇼핑몰이 들어섰고,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통제(通濟) 앞쪽으로도 커다란 돌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한참을 강을 따라 돌아 다녔더니 아파트 사이로 해가 뜬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서 출발할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미리 이 지역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호텔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돌아 다니지 않고 특정장소를 선택해서 다녀 왔을텐데 지나고 나니 아쉬움으로 남는다. 통제(通濟)맞은편 쪽에는 십홀원(十笏园:스후위안)이라 명나라때 지어진 정원이 딸린 유명한 집이 있었는데 문을 열 시간이 아니아서 가도 입장할 수 없었겠지만 미리 알지 못해서 가보지도 못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전승기념비가 있는 소공원을 지나쳐 왔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제법 많은 것을 보았다는 느낌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웨이팡을 출발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호텔이 도심에 있었지만 호텔 주변으로는 일반 주택과 아파트가 있는 주택가였다. 중국 사람들도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는다고 하더니 호텔 앞에 자그마한 트럭을 개조해서 음식을 판매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른 시간에도 찾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니 고객이 많은 모양이다. 길거리에서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한번 먹어 보고 싶었는데 아침을 너무 잘 먹었다.
웨이팡(濰坊)을 출발해 웨이하이(威海)로 이동한다. 웨이팡은 하룻밤 잠만 자고 떠나는 도시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돌아다닌 덕분에 남들보다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떠난다. 하지만 웨이팡의 겉모습 일부만 보았기에 이곳을 보았다고 할 수는 없다. 앞으로 산둥성은 몇 번 더 방문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웨이팡을 다시 방문할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몇 몇 방문하고 싶은 곳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산둥성에 있는 다른 도시에 비해서 특색이 있는 도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날리기 대회가 열릴 때 한번 온다면 모르겠지만...
(8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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