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인도네시아 ('17.7)

인도네시아 여행 29-1 (자카르타 국립박물관, 성당 ), (2017.7)

남녘하늘 2018. 9. 23. 00:42


 집사람과 함께 인도네시아 여행을 떠났다. 발리는 몇 번 가보았지만 발리를 제외한 인도네시아의 다른 곳은 가보지 않았기에 작년 말레이시아 여행에 이어서 올해는 인도네시아 여행을 가겠다고 미리 마음을 먹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여름휴가를 조금 빨리 써서 6월말에 가려고 생각했었는데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후배가 올해는 6월 25일까지가 무슬림들의 금식기간인 라마단 기간이라고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고 알려 주었다. 올해 라마단은 5월 27일부터 6월 25일까지라고 했다. 


 라마단이 다음날부터 새로운 해가 시작되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명절인 르바란이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의 설이나 추석처럼 도시에 와 있던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떠나게 되어 인도네시아 내에서 차편을 구하기도 힘들고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더구나 후배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고향으로 가기 때문에 여행시기를 조금 늦추는 편이 좋겠다고 해서 열흘정도 늦추어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실제로 처음 예정했던 기간에 인도네시아 국내선 항공을 두번 이용하려고 했는데 르바란 기간중에는 할인이 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비쌌다. 


 결국 7월5일 인도네시아로 떠나게 되었다.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은 먼저 자카르타에 도착해서 대학교 학보사 후배집에 머물면서 자카르타 구경을 하고 난뒤에 인도네시아의 경주라고 불리는 족자카르타로 이동해서 보로부드로 사원과 프난바남 사원을 둘러볼 생각이다. 족자카르타 관광을 마치고 나면 다시 발리로 넘어가서 가보지 않은 발리섬의 곳곳을 다니고 발리에서 서울로 되돌아 오는 일정을 잡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두번의 국내선 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미리 인도네시아 왕복항공과 국내항공, 그리고 호텔을 예약해 놓고 자유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대략적인 일정은 세워 놓았지만 무리하게 다니지는 않고 힘들면 일정을 생략하고 쉬면 된다. 족자카르타와 발리에서는 차를 렌트해서 내가 직접 운전을 할 생각으로 국제면허증도 신청해 놓았다. 지난 겨울 홍콩여행을 다녀와서 집사람과 반년만에 다시 해외여행을 떠난다. 모처럼 식사시간이 어중간해서 대한항공 라운지를 이용했다.   






7시간의 비행끝에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공항에 도착했다. 자카르타(Jacatra)는 인구가 천만명을 넘어섰으며 2016년 근교를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3천만명이 넘어 일본 도쿄 도시권에 이어 세계 제2위로 세계 굴지의 메가 시티이며, 동남아시아 최고의 도시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첫 인상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든 일처리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출발할 때 많은 사람들이 핸드 캐이어를 가지고 타는 바람에 늦게 탄 승객들의 짐을 다시 화물칸에 옮기느라 출발이 늦어졌는데 왜 그렇게 핸드캐리어를 가지고 왔는지 물품을 찾으면서 깨달았다. 우리나라 같으면 10분이면 나왔을 짐이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도착하면 여유가 있을줄 알았는데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엄청 민폐가 되어 버렸다. 후배가 기사를 공항에 보내 주었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약속한 시간에서 2시간이나 늦어버렸다. 원래 그렇게 늦는 것을 아는지 기다리는 사람은 별로 개의치 않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후배 집에서 하루밤을 자고 아침부터 자카르타 구경을 하기로 했다. 자카르타에는 볼 것이 별로 없다는 후배의 이야기였지만 처음 방문한 나로서는 자카르타의 모든 것이 볼거리였고, 특히 한 도시를 방문하면 박물관 관람을 빼 놓지 않기에 박물관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후배가 오늘은 하루 온종일 시간을 내어서 함께 다니면서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한다. 후배는 국립박물관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문화해설을 하고 있어서 더욱 좋았다. 한국에서 중요한 사람이 오면 대사관에서 연락이 오고 문화해설을 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국빈급 대우를 받는 셈이다.   





 자카르타에서 25년동안 생활한 후배는 일반적으로 자카르타 주재원들이 그러하듯이 가정부와 기사를 두고 있었다. 덕분에 시내구경을 다른 사람들 보다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에 대해서는 오기 전부터 이야기를 들었지만 첫날부터 일부구간에서 체험을 했다. 하루만에 진단할 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인도네시아 정부나 자카르타 시에서 도로 확충에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오토바이가 너무 많아서 상습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자카르타 박물관. 본관과 신관으로 되어 있는데 본관은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오늘은 신관 관람만 가능하다고 한다. 모두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나마 신관이라도 문을 열였으니 다행이다. 본관 앞에는 태국 국왕이 선물한 꼬끼리 동상이 있어 이곳 사람들은 코끼리박물관이라고하면 더 잘 알아 듣는다고 한다. 본관과 신관 사이에는 1960년대에 인도네시아가 만들었다는 항공기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신관 입구쪽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수 많은 민족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나간다는 의미를 가진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수많은 섬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국가의 통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면서도 각 민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다앙성 안에서의 통일이라는 인도네시아 국시가 박물관 조형물에서도 나타나 있는 모양이다. 조형물을 배경으로 당연히 사진을 찍고 가야 할 것 같다. 아침 이른 시간에 도착했는데도 현지인들이 많이 방문해 있었다. 




 

 신관은 1층부터 역사 순서대로 전시물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1층이 선사시대 유뮬을 전시하고 윗층인 4층이 근대유물을 전시하고 있었다. 1층에는 직립보행으로 유명한 자바원인의 유골이 전시되어 있었다. 1891년에 발견된 자바 원인의 두개골은 진품은 아니지만 자카르타가 있는 섬이 자바섬이고, 자바원인의 유골이 발견된 곳이 우리가 방문할 예정인 족자카르타 근처였다고 한다. 경기도 전곡에 있는 선사박물관의 이미지가 떠올랐던 신관 1층이었다.    





 1862년에 완공되고 1968년에 정식으로 오픈해 인도네시아의 고고학 유물과 각종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국립박물관은 수마트라, 자바, 발리, 보르네오 등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유물이 골고루 전시되어 있다. 각 지역별 민족별 특성과 관습, 문화를 설명하는 여러 유물이 전시되어있었다. 전시장 한켠에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사는 다양한 집모양도 미니어처로 만들어서 전시하고 있었다. 다른 유물은 역사가 오래된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들과 비슷한 느낌의 유물들이 많았다.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바위도 전시되고 있었다.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의 고전어로서 힌두교, 대승불교 경전의 언어인데, 불교와 힌두교와 함께 인도네시아에도 전해졌던 모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 지금은 공용어로서는 영어를 사용하고 말레이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한다. 이 기념석을 보면서 진흥왕 순수비 생각이 떠 올랐다.   




 의외로 깨끗하고 잘 정리 되어 있으며 볼거리도 많았던 박물관이다. 일부 전시물은 사진 찰영이 허용되지 않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후배가 자세한 설명을 더해주니 그냥 바위나 조각품으로만 보였을 많은 유물이 의미를 갖고 다가 왔다. 문화와 유물은 꼭 그 나라의 경제력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어온 역사에 비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도 더운 열대지방에 있지만 풍부한 문화적 재료를 가진 나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틱(BATIK)은 인도네시아 전통 수공예 염색법으로 2009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박물관 1층 입구 한 켠에 인도네시아의 바틱 장인이 바틱 체험행사를 하고 있었다. 후배와는 잘 아는 사이여서 바틱 체험을 해 보겠냐고 권유를 했지만 보아야 할 것이 많아서 참가한 어린이가 하는 것을 잠시 구경하다가 나왔다. 시간만 많다면 장인한테 직접 교육을 받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기는 하다. 




 박물관에서 나와 점심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모나스 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시내 중심가에도 교통체증이 상당히 심해서 원래 후배가 생각하고 있었던 식당까지 이동하지 못하고 중간에 있던 일반식당을 찾아 갔다. 몇번 와 본적이 있는 식당이라고 했는데,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인지 깨끗하고 상당히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해서 먹는 첫 인도네시아식 음식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자카르타 대성당(Taman Komunikasi Katedral)을 보러 갔다. 최대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시내 중심에 천주교 성당이 있다는 사실이 특이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화교, 유교 6대 종교가 헌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으며,신분증에 종교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무교는 공산당을 지지함을 의미해서 모든 국민은 종교를 지녀야 한다고 한다. 후배가 성당에 다니고 있어 맞은편에 있는 이스티크랄 모스크보다 먼저 방문한 것 같다.   





 1901년에 지어진 네오 고딕 양식이 성당은 두 개의 쌍둥이 첨탑이 특징이다. 성당 정면에 허름하게 막을 처 놓고 보수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좀 허술한 느낌이다. 성당 앞 마당이 너무 좁아서 가까이에서는 성당의 전체 모습을 찍을 수가 없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는 출입구 근처에 십자가와 함께 인도네시아 국가 상징인 가루다 빤짜실라 (Garuda Pancasila)가 있었다. 가루다는 힌두교에서 비쉬누의 메신저이자 이동수단인 독수리형를 말한다. 가루다 밑에 인니어 "Bhinneka Tunggal Ika"는 "Unity in diversity" (다양성안에서의 통합)을 의미하는 국가 모토다.    






 평일이라 미사도 없고 천주교 신도 수가 적어서 그런건지 성당 안은 비교적 한산하고 조용했다. 가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조용히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성당안에는 몇 사람 없다. 성당 내부는 유럽에 있는 성당에 온 분위기다. 입구 맞은편으로 오래된 커다란 파이프오르간도 보이고, 벽 및 천장 등을 보면 네오 앤티크 양식이 정말 멋스럽게 느껴진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경건하다. 천정이 워낙 높아서 내부가 시원한 느낌이다.  






 성당에서 나오니 한쪽편에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마리아상이 인자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숲속처럼 아늑한 느낌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도 좋을 듯했다. 이 성당 맞은편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크다는 이슬람 사원인 이스티크랄 모스크(Istiqlal Mosque)가 있는데 성당이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이 특이하게 느껴졌다. 잠시 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보기 위해서 이동하기로 했다. 차를 가지고 이동하기에는 시간만 많이 걸리고 다소 불편할 것 같아서 성당에 차를 세워 놓고 행단보도를 건넜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