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이지(東大寺)를 구경하고 되돌아 오는 길에 나라공원의 끝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고후쿠지(興福寺)를 방문했다. 코후쿠지는 도다이지와 함께 나라의 불교계를 대표하는 사찰중 하나다.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 곳에 있어서 어디가 정문인지 알 수가 없다. 따로 정문을 만들어 놓지 않고 어디 곳이든 절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듯하다. 일본의 유력 귀족 가문으로 이름을 떨친 후지와라(藤原) 가문에 의해서 710년 창건된 사찰로 일본의 국보12개가 있는 절이다. 나라시대에는 일본의 4대절, 헤이안시대에는 일본의 7대절에 들어갈만큼 위세가 있었던 절이다.
경내에 들어와서 고후쿠지의 가장 큰 볼거리인 고주노토(五重塔)부터 보았다. 일본에서 2번째로 높은 목조탑이고, 나라에서는 제일 높은 것으로, 나라에서는 고후쿠지의 고주노토 보다 건물의 높이를 높게 지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목조 건물로 최초의 원형으로부터 5번 소실된 후 1426년에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높이 51m로 백제약식의 탑이다. 탑 주위에 울타리가 쳐 있고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끊어서 들어가야 하는데 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입장해 들어가지는 않았다. 높은 높이 때문에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기는 부담스럽다.
절마당 가운데에는 있는 고후쿠지(興福寺)의 가장 중심이 되는 금당인 나카가네(中金堂)는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가리막으로 가려진 채 2018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지금도 공사를 하고 있었다. 복원 예상도가 가림막에 붙어 있었는데 고후쿠지의 기존 건축물과는 느낌이 상당히 다른 분위기로 보인다. 큰 복원 공사가 중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전체적인 느낌이 공사장 같다.
공사중인 나카가네(中金堂)를 지나면 팔각 지붕의 난엔도(南円堂)가 나온다. 현재의 건물은 1789년경에 중건된 건물이지만 1210년 건축된 북원당을 모델로 하여 중건되어 813년의 에도시대 양식은 아니라 한다. 그 때문에 근처에 있는 호쿠엔도(北円堂)는 국보로 지정되어 있지만 난엔도는 중요문화재로 되어 있다. 이곳에 있는 불상은 1년에 한번만 공개한다고 한다. 난엔도 근처에는 부적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점이 붙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불상은 보지 못하지만 앞에서 소원을 빌고 있었다.
고후쿠지의 경내 안내도가 안쪽에 세워져 있었다. 고쿠호칸(國寶館)은 내부에 나라시대부터 가마쿠라 시대의 불상이 가득하여 입장료를 별도로 내고라도 꼭 들어가 보아야 하는 곳이라는데 당숙께서 추천을 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다. 당숙은 올 때마다 국보관을 비롯해서 이곳 고후쿠지를 구경하는 곳이어서 다른 더 중요한 곳을 보여줄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후큐자의 상징과도 같은 고주노토(五重塔)의 옆으로는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건물인 도콘도(東金堂)가 있다. 726년 처음 지어진 도콘도는 두 차례의 전란에 모두 소실 된 후1415년 경 재건되었다. 정면 7칸, 측면 4칸 구조로 배흘림 기둥의 맞배지붕 주심포 건물이며 약사여래상을 본존으로 하여 일광, 월광보살, 문수보살, 사천왕, 십이지신상 등이 안치되어 있다. 입장하지 않고 밖에서 사진 한장 찍는 것으로 도콘도 구경도 마친다.
세계유산 고후투지 북참도라는 표석. 수많은 문화 유산은 간직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외관상으로 보면 별로 볼 것이 없다. 지금의 나라 공원 전체가 다 고후쿠지(興福寺)의 절터일 정도로 큰 절로 세워졌으나, 지금처럼 초라한 모습이 된 것은 1868년 메이지 유신 때 일어난 폐불훼석(우리나라로 치면 조선 초기 억불정책) 운동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도콘도(東金堂)나 고주노토(五重塔) 등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내부까지 구경을 하고 왔으면 생각이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외관 구경만 하고 왔다.
고후쿠지(興福寺) 구경을 마치고 다시 나라역쪽으로 이동했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 히가시무키 도리(東向通り) 상점가로 들어갔다. 아케이드 형식으로 잘 꾸며진 상점가는 일본의 어느 상점가처럼 비슷한 느낌이지만 나라만의 골동품이나 기념품, 전통음식들이 특히 많이 있어서 이동중 눈요기가 많이 된다. 돈까스 전문점인 간코(がんこ)라는 곳에 들어 갔는데 나라의 맛집이었던 모양이다. 일본사람도 많았지만 외국인들도 꽤나 많았고, 직접 먹어보니 맛 있었다. 분위기도 괜찮고, 서비스도 괜찮고 맛도 있고 대체로 만족하고 나왔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나이가 70세가 넘은 숙부님과 함께 움직이려니 숙부님도 힘이 들 것 같고, 우리도 빨리 구경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근처에서 차를 한잔 하면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아들과 둘이서 2시간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고 오겠다고 했다. 다시 만날 장소 약속을 정하고 히가시무키 나가마치(東向中町) 거리부터 구경을 나섰다. 규모는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야무지게 있을 것은 모두 있었다.
히가시무키 도리(東向通り) 상점가에서 나와 산조도리(三条通)로 나오니 나라 센베이 맛집으로 유명한 나카타니도오(中谷堂) 가 보였다. 다른 곳과는 달리 이 집앞에는 맛집으로 소문이 나 있는지 입구에 줄을 엄청나게 서 있다. 센베라고 하면 그냥 전병이고 맛이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맛기행을 온 사람들은 줄을 서서 사 먹겠지만 우리는 오늘 가 보아야 할 곳이 많이 남아 있어서 줄서는 것은 포기하고 가던 길을 계속간다. 간코지(元興寺)를 향해서 바로 이동한다.
나라마치(奈良町)는 꽤 오래 전부터 유지되어 온 일본 전통거리 정도라고 해서 간코지(元興寺)를 찾아가는 길에 방문해 보았다. 우리나라의 전주 한옥마을이나 북촌 한옥마을 정도의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래된 일본 도시의 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일본 전통의 냄새가 이곳 저곳에서 나는 곳이기도 하다. 상점이거나,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고 아기자기한 물건을 판매하는 잡화점도 있어서 구경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외관의 모습이 오래된 거리라는 느낌이 팍팍 묻어 난다.
나라마치에 있는 나라시 사료보존관(奈良市立史料保存館)을 방문해 보았다.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었고,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다. 사료 보존관은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자체적으로 1979년에 만든 나라지역 사회연구회라는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였다. 나라의 고지도를 비롯해서 관련 책자도 전시해 놓았고, 과거 모습을 재현해 놓은 디오라마도 있었다. 전시물 중에는 1568년부터의 나라의 연표가 씌어져 있었는데 1945년에는 미군이 나라에 들어왔다고 적혀 있었다. 시민들이 단순하게 박제된 고가옥만 보존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문화활동도 지원하고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부러운 현실이다.
사료보존관에서 나와 간코지(元興寺)로 이동하면서 다시 한번 나라마치(奈良町)를 돌아 보았는데 좁은 거리가 깨끗하고도 옛 정취가 느껴진다. 건물 대부분 200-300년된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어 소소하게 산책하기 좋다. 나같은 외국인들이 이 거리를 많이 찾아서 다니는 모양이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오래된 건물을 살짝 개조해서 옛스러운 느낌의 카페도 많이 보였다. 아들과 차한잔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여유도 부렸어야 했는데 지나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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