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 조정경기장도 강변인지라 아침에 도착하니 서늘함이 느껴진다. 분당에서 대회장까지 오는데 시간이 20여분밖에 걸리지 않아 모처럼 대회장에 대회 시작 2시간 전에 도착했다.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기온이 서늘해 달리기복장으로 갈아입지 못하고 대회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출발 30여분 전에야 복장을 착용하고 짐을 맡겼다. 오늘 대회는 다른 대회와 달리 풀코스가 제일 늦게 출발하는지라 다른 코스가 출발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무릎에 테이핑을 해주는 봉사센터에서 그다지 필요한 것은 아니였지만 무릎보호 테이핑도 해보았다.
구름이 끼고 날씨가 서늘해서 기록에 욕심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보아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이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 체온을 높이지 않아 비교적 달리기에는 좋은 듯하다. 미리 계획했던대로 전반 하프까지는 조금 빠르게 달려보고 후반 하프는 소풍나온 기분으로 달리기로 한다. 초반에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해 기록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선두쪽으로 가서 준비했다. 오늘 대회는 아디다스에서 초청한 선수들이 많아 기록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출발총성과 함께 출발, 역시 빠르게 뛰어나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초반 호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앞쪽 그룹의 흐름에 맞추어 나간다. 1Km를 지나면서 기록을 보니 4분 6초로 초반 속도으로는 많이 빠른 셈이다. 하지만 하프까지만 따라 갈 생각이기에 그 흐름에 맞추어 보기로 한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하늘에 구름이 가득끼어 달리기에 편하다. 초반에 너무 무리해서 후반에 즐겁게 달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어짜피 다음주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늘 초반과 비슷한 속도로 달려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오늘 달리기는 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5Km 통과시간은 20분 44초로 당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빠르게 통과했지만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이 속도로 반환점까지 달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5Km 지점 통과이후 나타난 긴 언덕길이 발목을 잡는다. 언덕도 비슷한 시간으로 달려보리라 마음을 먹지만 생각보다는 긴 언덕에서 같은 속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주변에 달리는 사람들과 비슷한 보조를 맞추니 Km 당 4분 30초의 속도가 유지된다. 주변에 마라톤대회에 대거 참가하는 (주)위아의 선수들이 많아 그 중 한사람을 타겟으로 삼고 그 사람을 따라서 줄기차게 달렸다.
10Km 통과시간은 43분으로 구간 속도는 22분 18초가 조금 넘게 걸렸다. 긴 언덕에서 속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호홉이나 다른 부분에서 문제점은 느껴지지 않는다. 춘천에서 초반 언덕길도 무리없이 오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 긴 언덕을 오르고 나니 시작되는 긴 내리막. 타켓으로 삼았던 선수와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엄청 속도를 내면서 내려가는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나 혼자 내리막에서 Km 당 4분 15초의 속도를 유지하며 정속으로 달렸다.
도로 한쪽을 완벽하게 차단해 주어서 달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면서도 한쪽 도로는 차량통행을 가능하도록 해 놓아 달리면서도 운전자들에게 미안함이 없어 좋았다. 그래도 중간 중간 차량통제 구역이 있어 불편함이 있었으리라 판단되어지고, 차량이 정체되는 구간도 있는 것 같다. 긴 내리막을 내려와 15Km 통과 시간은 1시간 4분으로 이 구간에서는 21분 16초가 걸려 거의 목표한 정속주행이 이루어졌다. 15Km 통과직전에 파시코에서 나누어주는 스포츠겔을 두개나 받아 달리는 동안 잘 먹었다.
15Km 통과이후 다시 시작되는 언덕. 다시 속도가 조금 떨어진다. 아디다스 한강마라톤은 이 두개의 긴 언덕으로 인해 기록에 욕심내는 사람은 많이 손해를 볼듯싶다. 첫번째 언덕만큼은 길지는 않았지만 경사가 조금 더 가파르다. 정상까지 힘들게 올라온뒤 이번에는 내리막에서 조금 속도를 높여 보았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결승점까지 달린다면 속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어짜피 하프까지만 달리고 천천히 달릴 계획이라 조금 빨리 달렸더니 언덕을 뛰는 코스였음에도 내리막이었던 15Km 구간을 달렸을 때보다 빠른 기록이 나온다.
20Km 통과시간은 1시간 25분. 구간 기록은 21분 8초로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기록이다. 이제 1Km만 더 가면 내가 계획했던 목표거리는 달성되고 그 이후부터는 편한 달리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남은 1Km를 3분 45초 통과해서 21Km 통과시간은 1시간 29분 13초이다. 처음에 생각했던 목표에 비해서는 1-2분 정도 늦어진 기록이지만 언덕에서의 달리기를 고려하지 않았기에 그 정도이면 목표달성은 했다고 생각한다.
15Km 이후 이쁘장하게 생긴 아가씨 같은 주자가 나와 비슷한 속도로 너무 잘 달리고 있었는데 너무 편안한 모습으로 달려 간단히 얘기라도 나눠보고 싶었다. 하지만 피차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 말을 건네면 힘이 들까봐 애기를 나누지 못했었는데 하프 반환점 가까이와서 배번을 살펴보니 일본인 여성 주자였다. 미리 알았으면 일본말로 격려라도 한번 했을텐데 너무 늦게 알아 아쉽다. 일본 주자라는 것을 안 순간 나는 속도를 낮쳤고, 그 주자는 같은 속도로 달려 나가 버렸다.
이후 남은 하프구간의 달리기는 그야말로 소풍분위기였다. 힘은 남아 있으되 다음주를 위해 힘을 비축하고, 내가 느끼지 못하는 부상 방지를 위해 천천히 달려 주니 너무나 편하다. 나는 정말로 천천히 뛴다고 생각하는데도 Km당 구간 기록이 6분을 넘지 않는다. 4분대의 속도로 달리다가 6분 가까운 속도로 달리니 주자들이 나를 엄청 추월해간다. 추월해가는 주자들을 신경쓰지 않고 내 페이스의 달리기를 지속한다.
24Km를 통과할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동안 너무 건조하고 가을 가뭄이 심했기에 비가 내리는 것은 반갑기는 하지만 출발지에 맡겨 놓은 짐이 걱정된다. 짐보관용 비닐이 주둥이를 묶을수도 없을 정도로 작아서 대충 넣어두기만 했는데 가방속에 있는 카메라가 걱정된다. 내가 들어갈 때까지 비가 적당히 내려야하는데... 비가 내리긴 하는데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아니어서 달리는데 불편함은 없다. 이 정도 내리는 비라면 오히려 기록향상에 도움이 될 듯한데 이미 나와는 상관이 없다.
반환점 이후 속도를 많이 늦추었더니 알고 있는 많은 주자들이 날 추월한다. 초반 무리해 후반부에 힘이 빠져 천천히 뛰고 있는줄 알고 힘내라고 응원까지 한다. 그런 주자들에게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어 나도 같이 힘내시라고 답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하프지점 통과이후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예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도로변의 가로수와 근처 산에 생각보다는 많이 단풍이 들어있었다. 빨리 달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광경들이다. 27Km 지점을 통과하고 나서는 팔당호를 끼고 달리는 도로인지라 산과 강을 모두 감상하며 달릴 수 있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비도 내려 운치도 있고 아름답게 물든 산과 강을 보며 즐기면서 달리는 기분도 꽤 괜찮았다.
천천히 달리니 발바닥이나 발목에 전혀 부담이 가는 것 같지도 않고 초반에 빨리 뛰면서 뭉쳤던 엉덩이 근육도 다 풀리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게 만든다. 매Km당 6분에서 6분 20초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결승점까지 달렸다. 결승점에 다가갈수록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지만 체온을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운동화도 조금씩 젖기 시작하고 도로의 이곳 저곳에 빗물이 고이면서 착지를 할때 조금 신경쓰이게 만든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들어와서도 2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호수변의 콘크리트 도로를 막아놓고 보도블럭위를 달리게 만들어 놓아 너무나 불편했다. 주최측에서 달리는 주자의 입장을 고려해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위의 달리기보다는 다른 대안을 찾았을텐데 오랜시간을 달려온 주자들의 부상위험을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한참을 달리다가 보도블럭 옆의 잔디밭으로 들어가 뛰니 엄청 편하다. 평평하지는 않지만 흙길의 푹씬함과 느낌이 좋다.
결승점의 도착시간은 3시간 40분 26초. 예상했던 기록보다는 4-5분이 빠른 2시간 11분 25초로 후반 하프를 달렸고, 전반 하프에 비해 42분 12초 늦게 달린 셈이다. 춘천대회에서 기록에 욕심을 두고 있으면 목표한 대회 일주일 전인 오늘 대회에서 풀코스를 뛰지 말라고 하지만, 이론서에 나온 것과는 달리 혼자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또한 어짜피 하프정도의 훈련을 할 것이라면 후반부에 천천히 뛰어 풀코스 횟수나 한번 더 늘리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 결과는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생각했던대로의 기록달성과 편안한 달리기를 한 것 같다.
결승점 도착 이후 비가 조금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해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은 조금 고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품보관소에 갔더니 다행이 짐위에 비닐을 덮어놓아 가방이 젖지는 않았는데 가방을 찾아 탈의실로 가는 동안에도 젖어버린다. 뛸때는 느끼지 못했던 비 내릴때의 불편함이 뛰고 나니 거북스럽고 귀찮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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