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대회를 앞두고 오늘 대회에서 기록을 단축해보려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더위로 인해 실패했다. 마음만 앞서갔을 뿐 몸이 따라 주질 않아서 8Km를 지나면서 편하게 달리자는 모드로 바꾸어 그나마 힘들게 달리지 않은 것에 만족한다. 더운 날씨로 인해 물을 많이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더니 온몸이 땀냄새로 진동한다.
출발시간이 10시. 날씨가 덥기는 했으나 출발지인 잠실운동장 안쪽은 그늘이 져서 그다지 덥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었다. 오늘 계획은 30Km 까지는 매Km를 4분 15초의 속도로 달려보고 그 나머지는 몸 상태에 따라 달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처럼 출발도 앞쪽에서 했고 출발후에도 선두권의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서 나갔다. 역시 앞쪽에서 달리는 사람들의 발소리는 경쾌하고 가벼워보인다.
천천히 달리던 평소와 달리 조금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과 무리를 지어 첫 5Km를 함께 달렸는데 뭉쳐서 달리니 그다지 빠르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고 달릴만했다. 5Km 통과시간은 21분 25초. 매 Km를 4분 17초로 달려온 셈이다. 그런데 운동장을 나와 그늘하나 없는 양재천변을 달리다보니 땀이 흐르는 것이 이 속도로 끝까지 달릴 수도 없을 것이 느껴지고 괜한 욕심을 부리다가 기록단축은 커녕 완주하지도 못할 수 있으리란 느낌이 강력하게 왔다.
같은 속도로 3Km를 더 달리면서 고민을 하다가 과감하게 무리에서 이탈, 속도를 낮추어주었다. 더운 날씨에 좋은 기록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후 가장 편한 달리기 속도인 매 Km를 5분 페이스를 유지해 3시간 30분 안에는 들어오자는 마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속도를 늦추어도 달리기가 편해지는 것 같지가 않다. 날씨가 워낙 더우니 빨리 달리나 천천히 달리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듯 하다.
속도를 많이 늦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추월해 가는 주자가 별로 없다. 나만 힘들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로에 있는 모든 주자들이 모두 힘들게 달리고 있는 셈이다. 속도를 많이 늦추었더니 10Km 통과시간은 44분 20초. 작년과는 달리 코스가 약간 바뀌어서 양재천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탄천에서의 거리는 조금 짧아진듯한데 양재천이든 탄천이든 그늘이 없기는 마찬가지고 바람이 별로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양재천에는 산책나온 사람이 별로 없어 작년과는 달리 주로가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10Km를 통과하고 나서는 오늘 달리기가 무척 힘들것이란 생각과 함께 초반 8Km에서 속도를 늦춘 것이 잘한 일인데 이미 빠르게 달려서 갈수록 힘이들 것이란 느낌이 온다. 그늘하나 없는 양재천을 뛰면서 급수대의 물뿐만이 아니라 스펀지 부스에서도 꼭 하나씩을 챙겨 목뒷부분에 열기를 식혀주었다. 17.5Km를 통과할 무렵 양재천을 벗어나 탄천으로 접어든다. 오늘 날씨는 최고 기온이 26도 정도라고 들었는데 그늘 한점 없다보니 혹서기 대회보다 힘이 든것 같은 느낌이다.
탄천에서의 달리기는 양재천보다 폭이 조금 넓어 시야가 좋아졌을 뿐 덥기는 매한가지이다. 뛰기 싶은 마음이 자꾸 사라지려는 것을 스스로 다독거려가면서 한걸음씩을 줄여나갔다. 뛴다는 생각보다는 걷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나싶다. 이런 날에 좋은 기록을 꿈꾸고 있었으니 참으로 욕심이 컸던 것 같다. 탄천에서도 천천히 달리는데 날 추월해가는 사람이 가끔 있기는 하지만 그 숫자가 얼마되질 않는다. 날 추월해가는 사람을 몇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다시 내 속도로 돌아와 천천히 달리기를 반복한다.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에 얼굴이 조금이라도 덜 탔으면 하는 바램에 햇빛의 방향으로 모자챙을 바꿔주면서 달린다. 서울공항 옆 탄천변은 분당에서 달리기 연습을 할 때 가끔 달려보는 홈 그라운드이긴 한데 날씨가 워낙 더우니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챙기지도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쭉 뻗은 직선주로가 지겨울 뿐이다. 서울 공항이 끝나가는 지점에 두번째 반환점이 있었다. 대략 27Km 지점이었던 것 같다.
통상 반환점을 돌면 남은 거리가 절반인데 오늘은 두번의 반환점을 가지고 있어 이제 남은 거리는 15Km 남짖, 생각만해도 기쁘다. 이제 천천히 가더라도 완주는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바람한줌 없는 날씨인줄 알았는데 반환점을 돌아서니 약간의 바람이 분다. 그동안 바람을 등지고 달리느라 바람을 느끼지 못했었나보다.
시간은 12시가 넘어 가장 더운 시간으로 접어들고 구름한점 없지만 바람이 조금 불어주니 한결 달리기가 편해진다. 중간에 급수대에서 시간을 조금씩 지체했더니 3시간 30분안에 들어가기가 조금 빠듯해 보이는데 다행이 반환점을 돌아서면서 다시 힘이 나기 시작했다. 앞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는줄 알았는데 반환하면서 헤아려보니 대략 100명이 안되는 것 같다.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Km당 5분주만 계속하면 목표시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속도를 더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반환점을 돌아서서는 앞쪽에서 달리던 사람들이 걷고 있는 모습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더운 날씨 생각하지 않고 초반에 무리하는 바람에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었다.
30Km가 넘어서면서 힘은 많이 들었지만 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목표가 가까워진다는 평범한 생각을 하면서 자세는 끝까지 흐트러트리지 않고 씩씩하게 달렸다.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나도 긴장을 조금만 풀어버리면 똑같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반면교사로 삼고 달렸다. 오늘 같은 상태라면 춘천이 심히 걱정이 된다. 날씨가 조금 덥다고 이렇게 페이스가 엉망이 되버린다면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38Km 지점부터는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의 고가 아래를 달리다보니 처음으로 그늘을 달리게 된다. 얼마나 기쁘고 얼마나 힘이 솟아나는지... 중간에 많이 떨어졌던 기록이 이곳에서부터 많이 회복했다. 오늘 달리기를 스스로 평가해보면 더운 날씨에 힘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퍼져버린 꼴이다. 천천히 달리면 편할 줄 알았는데 워낙 더우니 천천히 달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래도 후반에 걷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추월했더니 최종기록 3시간 29분 48초에 풀코스 전체 참가자중 67등을 했다.
앞으로 더운 날 달리기는 가급적 참가하지 말 것과 참가하더라도 목표를 대폭 낮추어 처음부터 즐거운 달리기가 되어야 할 것을 교훈으로 다시 느꼈다. 중간 중간에 스펀지로 목 뒷부분을 ?셔 주었더니 막판에 콧물이 나오는 것 같아 스펀지도 너무 많이 사용하면 안될 것 같다. 너무 더워 땀범벅에 얼굴도 벌겋게 익어버렸지만 또 하나의 도전에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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