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에 출발했음에도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등 조금 지체했더니 평창 도착시간이 7시가 조금 지났다. 막연이 대회출발 시간이 9시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침 8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여유있게 준비할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바빠진다. 서울과는 달리 평창의 날씨는 서늘하다. 찌는듯한 서울에 있다 갑자기 서울보다 기온이 10도는 낮은 곳에 오니 갑자기 다른 나라에 온듯한 느낌이다.
대회 참가자 102명. 100명으로 제한했는데 입금이 늦었던 사람이 떼를 써 2명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번 대회의 배번은 자신의 풀코스 대회 참가횟수를 배번으로 주었다. 뛰면서 상대방의 배번을 보면 몇번째 대회 참가자인지를 알 수 있는 셈이다. 나의 배번의 57번. 따라서 이번 대회가 풀코스 마라톤 57번째 참가다. 한국자생식물원 안 100회 마라톤 공원에 참가자 100여명이 모였는데 워낙 참가자가 적은 탓도 있지만 평소 마라톤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참가자 안면이 대부분 눈에 익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대회장인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장과 정영주 포커스마라톤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8시 조금 넘어서 출발. 대회 코스는 7월 말에 미리 방문해서 살펴본지라 익숙하다. 그때보다 날씨가 많이 서늘해져 뛰기에 한결 편하다. 산악 크로스컨트리 개념으로 기록에 욕심내지 않고 평평하지 않은 길 부상당하지 않고 달리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동갑인 최병주를 출발하면서 만나 서로 호홉을 맞추면서 반환점까지 함께 달렸다. 정확한 주로거리 표시가 되어 있고 5Km 간격으로 급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참가자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자도 많았고 지원이 참 잘됐다는 느낌이다. 워낙 깨끗한 자연에서의 달리기인지라 공기가 깨끗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도로를 통제하지 않고 달리니 운전자들의 불평이 있을리 없어 욕먹지 않고 달릴수 있는 대회이다.
처음 7Km 구간까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 7Km 지점인 월정사부터 다음 7Km 지점인 상원사까지는 아주 잘 관리된 흙길이고, 마지막 반환점인 두로령까지의 7Km는 엄청난 오르막 길이면서 바위와 자갈이 가득한 산길을 달리는 코스이다. 코스중 최저고도는 해발 597.5m이고 20Km 지점인 최고고도인 두로령 고개마루 해발 1328m 이니 730여m를 오르 내리는 코스였지만 주변 경관이 워낙 뛰어나고 준비가 잘 된 대회여서 아주 즐거운 여행을 하고 왔다.
출발지인 한국자생식물원에서 2Km 정도는 내리막을 달리다가 이후 20Km 까지는 끝없는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14Km까지는 오르막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막한 오르막이다. 푸른 빛의 나무와 그 나무의 그늘 사이로 좋은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다 보니 힘도 들지 않는다. 대략 5분 15초 페이스로 14Km까지 달려왔다. 대회 참가자가 100여명 밖에 되질 않으니 초반에 몇 사람을 추월하고 나서는 가도 가도 앞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14Km 급수대에서 물어보니 앞에 10명이 조금 넘는 사람이 지나갔다고 한다. 이후 아주 급격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비포장인데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어서 도로를 잘 관리하지 않아 자갈과 바위가 많아 착지에 신경을 쓰면서 달린다. 가도 가도 끝없는 오르막이다. 힘이 들어도 중간에 걷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끝없는 오르막길에서 결국 한번 걷게 되고, 한번 걷고 나니 자꾸 걷게되어 결국 서너번 걸은 다음에야 두도령 정상에 도착했다.
그래도 오르막길에서 2명이나 추월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적게 걸었던 모양이다. 정상 가까이 가니 선두주자가 반환점을 돌아 나를 지나쳐간다. 대략 나와의 시간을 계산해보니 25분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정상에서 다시 1Km를 내려가서 반환점이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것은 좋았는데 반환후 다시 올라오려니 그것도 힘이 든다. 선두가 지나간 이후 나보다 앞선 주자를 세어보니 내 앞에 12명이 있다. 생각에 3명만 추월하면 10등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
반환후 힘을 내서 걷지 않고 1Km를 다시 뛰어 올라왔다. 내 뒤에도 나를 바싹 뒤따르는 사람들이 많아 후반에 체력을 안배하지 못하면 오히려 생각보다 더 못 뛸지 모른 다는 생각에 긴장이 된다. 정상에 도착한 이후 이제부터는 끝없는 내리막길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오르막길에서는 다치거나 부상을 당할 위험이 많지 않지만 내리막길에서 욕심을 부리면 부상의 위험이 많아 조심하면서 천천히 내려오기로 한다. 때문에 상원사까지 내려오는 내리막길에서 두명에게 추월을 당했다. 그러나 어짜피 등수나 기록을 생각하면 참가한 대회가 아닌지라 추월을 당해도 무덤덤하다. 부상당하지 않고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고 자위한다.
28Km 지점인 상원사에서부터는 다시 잘 관리된 비포장 흙길이다. 시간은 출발한지 3시간 가까이 지나 11시가 되어 가는데 아침에 비해서는 절과 산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차량이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달리는 주자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난폭한 운전자가 없고 간간이 창문을 열고 힘내라고 인사와 박수까지 쳐준다. 달리면서 힘이나고 즐거워지는 일이다.
완만하지만 내리막길이다 보니 조금 속도가 빨라져 Km당 속도가 4분 30초까지도 나온다. 내리막길이라고 너무 무리하면 막판에 고생할 것 같아 속도를 조절해주면서 달린다. 한낮이 되어갈수록 이곳의 기온도 올라가기 시작해 서울보다는 덥지 않더라도 흐르는 땀은 어쩔 수 없다. 상원사에서부터 월정사까지는 길 옆에 계곡이 있는데 깨끗한 물이 흘러 물속에 들어가서 머리라도 감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꼈지만 그럴 수 없는 일. 대회 참가가 아닐때 계곡에 놀러와서 발을 한번 담궈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월정사를 지나면서 다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만나게 되고 남은 거리는 이제 불과 7Km. 시간 계산을 해보니 4시간 안에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비포장 오르막길에서 시간을 많이 까먹기는 했지만 크로스컨트리 같은 대회장에서 4시간 안에 들어온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4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체력도 초반에 무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여유가 있어 보인다. 다만 자갈과 바위가 있는 곳을 달려서인지 발바닥과 발목부근에 미세한 불편함이 느껴지지만 크게 우려한 정도는 아니다. 38Km 지점에서 끝으로 한명을 더 추월해 28Km 부터 총 4명을 추월했다. 앞에 보이지도 않던 사람이 커브를 돌아서면 보이고 그 사람을 목표로 삼아 달리다 보면 한사람씩을 추월했는데 몇 사람 참가하지 않은 대회에서 한명 한명을 따라잡은 재미가 솔솔하다.
막판 2Km를 남기고나서는 출발지로 들어가는 오르막길이다. 그늘도 별로 없고 정오에 가까워 날씨는 덥고 급수대도 지나쳐버려 결승점까지 물도 없는데 오르막길을 오르려니 많이 힘든다. 결국 식물원 입구 근처에 와서는 다시 한번 걸었다. 걸어도 4시간 안에는 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에...
도착시간은 3시간 50분 49초. 참가자 중에서 11등을 했다. 참가자가 적어서 등수는 큰 의미가 없고, 산악길을 달려 4시간 안에 들어온 것과 들어와서도 그다지 힘이 들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진 것이 참 좋았다. 너무나 멋진 자연과 또 자원봉사를 와서 완벽한 지원을 해준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오대산에서 처음 치뤄진 대회. 내년에는 조건에 더욱 강화되어 참석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건만 된다면 꼭 다시 참석하고픈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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