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양평 남한강마라톤 참가후기 (2006.6.4)

남녘하늘 2008. 5. 9. 08:48

 (3:36:58)    

 

오늘도 무척 더운 날이다. 이런날 뛰러 나가는 것이 너무 자신을 학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달리기가 좋으니 어떡하나? 분당구청에서 검푸회원들과 함께 카풀을 해서 양평으로 이동한다. 광주를 지나 양평까지는 길이 막히지 않았는데 대회장 근처에는 역시 정체가 생긴다.

 

더운  시기에 열리는 대회인지라 출발시간이 다른 마라톤대회보다는 빠른 8시 30분. 한낮의 불볕더위를 피해보려는 주최측의 의지가 엿보인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대회장 도착시간이  7시 40분. 제대로 정비할 시간이 없다. 더구나 출발전에 두사람을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어 더운 분주했다.  만나볼 사람을 모두 만나고 나니 짐맡기고 스트레칭할 시간도 없다.

 

출발 집결지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간단한 스트레칭. 초반에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달리면서 몸을 풀기로 했다. 양평대회는 처음 참가하는데 대회장인 강상공원의 주변환경도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고 주최측에서 대회준비를 잘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빠른 출발때문에 준비운동은 하지 못했지만 기분 좋은 상태로 출발하게 된다.

 

오늘도 더운 날씨에 기록을 신경쓰겠다는 생각은 없고 천천히 새로운 코스를 달리면서 산수를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첫 5Km 까지는 정광춘아우와 배경준형과 함께 6분/Km의 속도로 달렸다. 초반에 빨리 달리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었으나 아침에 오늘 달리게 될 주로로 오면서 코스를 살펴보니 크고 작은 언덕이 여러개 있어 언덕을 무시하고 달려서는 좋은 기록도 즐거운 달리기도 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다. 뒷쪽에서 출발 4시간 페이스 메에커를 따라갔다.

 

 

 

 

첫 급수대인 2.5Km 지점에서 앞서가는 주자의 다리에 걸려 마라톤대회 참가이후 처음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이 손등이 햇볕에 타지 말라고 목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손으로 넘어지면서 장갑의 안쪽부분이 닳아 찢어졌지만 손과 발에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였지만 순발력으로 인해 부상을 모면했지만 잘못하면 크게 다칠뻔했다. 앞으로 급수대에서 앞사람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좀 더 빠르게 달렸다면 손바닥에도 상처가 생겼을 것 같다.

 

이후 앞사람을 조심하면서 남한강의 경치를 즐기기 시작했다. 5Km를 통과하고 나서는 함께 뛰는 주자들과 헤어져 속도를 조금 올렸다. 매 Km를 5분의 속도로 달리기로 마음먹고 앞서가던 사람을 한사람씩 추월하기 시작했다. 남한감을 따라 펼쳐진 주로는 도로변에 있는 가로수로 인해 그늘을 많이 만들어주었고 또 지루할만하면 나타나는 언덕이 긴장감을 더해준다.

 

또한 강변의 물냄새와 고기 비릿내같은 냄새도 맡으면서 남한강의 경치를 관람하며 달렸다. 더운 날씨였지만 비교적 급수대를 많이 운영하고 있어 충분한 수분섭취를 할 수 있었다. 기록에 신경쓰지 않을 때에는 달리면서 주로에서 주는 바나나와 연양갱등도 먹으면서 달릴 수 있어 좋다. 5Km 이후 반환점까지 가면서 한사람에게도 추월당하지 않고 꽤 많은 사람들을 추월하면서 달린 것 같다.  

 

 

 

강건너 양수리를 지나치고 분원리 반환점까지 올때까지 힘이 들거나 많이 덥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역시 평소의 페이스보다 속도를 늦추면 달리기가 많이 편해짐을 알 수 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17Km 쯤에서 만난는 선두로 오늘은 18Km에 가서야 만났다. 그러면 선두의 기록은 2시간 40분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이 더운날 2시간 40분대에 달려도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난 초반 5Km의 6분대 기록을 염두에 두고 총 3시간 35분을 잠정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달린다.

 

반환점 이후에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5분의 속도로 달리니 추월하는 주자가 많이 생긴다. 다만 앞으로 갈수록 주자간의 거리가 많이 벌어져 있어 반환점까지 추월했던 사람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28Km부터 시작되는 4Km 정도의 아주 긴 언덕에서도 힘이 부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어 초반 천천히 달린 것이 결국 후반부에 오버 페이스를 방지하고 정속을 유지시켜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긴 언덕을 넘고나서 37Km 까지는 자세나 속도가 문제가 없이 달렸는데 37Km를 넘으니 또 피곤함과 함께 정신적인 나태함이 몰려온다. 남은 거리가 이제 5Km 정도인데 정신력으로 버텨보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다리가 계속 무거워진다. 조금씩 처지는 속도를 애써 무시하면서 속도를 유지시켜 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

 

더운 날씨에 급수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도 많이 피곤한지 자세가 흐트려져 있고 일부는 그늘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말로 더운날이고 내가 좋아서 하는 달리기이기에 이 더운 뙤약볕 아래 달리는 것이지 남이 시켜서 한다면 할 수 없을 것이다.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큰소리로 격려해주니 나도 힘이 다시 솟는다.

 

결승점 근처로 다가갈수록 그동안 거의 볼수 없었던 사람들이 보이면서 박수를 쳐준다. 41Km 지점을 통과할때 소속을 알수 없는 어느 마라톤 클럽회원이 자기 회원들에게 주려고 사 놓았던 아이스크림 한개를 건네준다. 반갑게 받기는 했는데 인사만 했을뿐 어느 클럽인지 물어보질 못해 나중에 많이 미안했다. 남은 1Km는 이 시원한 아이스크림의 힘으로 달렸다.

 

결승점에 도착한 시간은 3시간 36분 58초. 마음속에 생각했던 35분의 기록보다 2분정도 늦여졌는데 37Km 이후 무거워진 다리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하지만 이 더운 날씨에 30분대 기록을 만든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풀코스 참가 남자 475명중  51등이라는 기록도 확인했다. 참가자가 꽤 많은줄 알았는데 500명도 안되었다. 신청자가 800명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 더운 날씨에 중도포기를 하지 않았나싶다. 이제 혹서기 대회때까지는 풀코스 대회참가는 없다. 당분간 혼자서 연습을 많이 하여야 하는데 가능할런지....

 

 


결승점에 통과하자 주최측에서 대형 타월을 한장씩 나누어주는데 어깨에 걸치고 있으니 팔과 어깨가 햇살에 타지않아 좋았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순두부도 먹어주고 맛사지도 받고 간식으로 나온 스포츠음료도 먹어주면서 시간을 보내다 오늘 대회에서 풀코스 100회 완주를 하는 전순영님을 마중하기 위해 다시 주로로 나가서 기다리다 합류해 다시 결승점을 밟았다.

 

 

 

 

 

대회장에 갈때보다 월씬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서울로 돌아왔는데 역시 주말에 서울이외에서 대회를 치르게 되면 항상 돌아오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달리기가 좋아서 길이 막히는줄 알면서도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닐까. 즐거운 맘으로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