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바다마라톤 참가후기 (2006.5.20)

남녘하늘 2008. 5. 8. 11:24

  

일년전 바다의 날 마라톤대회때 너무 더운 날씨에 엄청 고생한 경험이 상기되어 오늘은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즐겁게 달리자는 생각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어제 비라도 내렸다면 좋았을텐데 서울은 비가 내린다고 해놓고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아 오늘도 많이 더울 것 같다.

 

지난주 차를 가지고 오다가 고생한 생각에 오늘은 좌석버스를 타고 여의도행. 여의도 근처까지는 잘 오는데 역시 63빌딩 근처는 교통체증이 엄청 심하다. 노련한 버스기사님 덕분에 많은 시간 걸리지 않고 대회장에 도착. 아침 날씨도 후덥지근한데 한낮에는 많이 더울 것 같은 예감이다.

 

토요일날 개최되는 마라톤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대회장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도 이제는 토요휴무제가 많이 정착되어졌거나 아니면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토요일을 쉴수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거나 둘중 하나의 이유인듯하다.

 

대회장은 많은 사람들로 인해 흙바닥에서 먼지가 많이 일어난다. 출발하기도 전에 신발에 뽀얀 먼지가 가득하다. 누군가는 사막마라톤에 참가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주최측이 행사준비를 많이 해서 지루하지는 않았고, 경품 추첨도 많이 했는데 오늘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꽝이다.

 

 

 

 

시간에 맞추어 풀코스 출발. 대략 800여명이 풀코스에 참가했다. 한강 주로에서는 이 정도의 인원이 달린다면 정체도 일어나지 않고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을 즐기는 사람들과도 방해를 주지 않아 적당한 것 같다. 날씨가 서서히 더워지고 있어 첫 5Km까지는 6분주로 달리기로 하고 동생과 몇 사람의 지인이 무리지어 출발했다. 주로가 좁아지는 1Km 지점에서 약간의 정체가 있었지만 생각한대로 진행된다.

 

첫 2.5Km 지점에 급수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후 2-2.5Km 마다 급수대가 운영되고 있어 날씨가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갈증을 느끼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스펀지를 제공하는 대신 급수대를 많이 운영한 것은 참 잘한 것 같다는 느낌. 물도 미지근해지지 않도록 그늘진 곳에 급수대를 운영하면서 얼음물에 넣어두어 시원한 상태로 제공하니 너무 좋았다.

 

대회에 참가하면서 집구석에 쌓아두기만 하는 고만고만한 기념품을 나누어 주는 것보다는 달림이를 위한 이런 세심한 배려가 있는 편이 훨씬 낳다고 생각하는데 대회를 주최하는 측에선 왜 그런 생각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기념품 때문에 참가비가 비싼 것보다는 기념품 없이 참가비를 낮추는 것도 고려해볼만 한데...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달린 몇 사람이 마치 소풍을 나온듯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5Km 지점까지 달렸다. 중간에 속도가 조금 빨라져서 통과시간은 29분이다. 천천이 달리다 보니 날씨가 덥지만 힘이 들지도 않고, 이야기를 하면서 달리니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난 땀이 별로 난지 않았는데 주위에 달리는 사람들을 보니 땀을 엄청 많이 흘린다.

 

함께 달린 사람들과 끝까지 하면 4시간이 넘을 것 같고, 또 너무 천천이 달리는 것 같아 5Km를 통과하면서 먼저 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속도를 조금 높였다. 5Km까지 가면서 왜 이렇게 천천이 가느냐고 물었던 몇 사람을 다시 추월했는데 8Km 지점에서 100회 마라톤 클럽의 회원중 함께 달리고 싶은 몇사람이 있어서 다시 속도를 조금 줄였다.

 

여기서부터 반환점까지 6명이 무리지어 매 Km 당 5분 40초의 속도로 달렸다. 다시 속도를 줄이니 땀도 별로 나지 않고 날씨가 덥다는 것은 느껴져 반환점 이후 고생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가는 동안에는 힘이 들지 않았다. 우리가 일정한 속도를 맞추어 달리니 우리에게 추월당한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 달려와 본의 아니게 페이스 메이커를 하게 된다. 아마 웃고 떠들면서 달리는 우리가 조금은 부러웠으리라 생각된다.

 

반환점의 도착 시간은 1시간 56분. 최근 나의 기록으로 볼때 많이 늦은 시간이지만 고생하지 않고 즐겁게 달린 것을 생각한다면 기록은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날씨가 더우면 체력소모가 많아지게 되어 중간 중간 급수대에서 바나나와 연양갱을 몇 개나 먹어 주었고 급수대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수분보충을 꼭 해 주었다. 함께 달린 일행과는 반환점에서 헤어지고 이문희 형과 함께 골인점까지 계속 함께 뛰었다.

 

 

 

 

반환점을 돌고 나니 한강의 바람이 체온을 낮춰준다. 한겨울에 불던 한강 칼바람이 여름에는 이런 기분좋은 바람이 되기도 하는가 싶으니 항상 나쁘기만 한것은 없는가보다. 이 바람도 항상 부는 것은 아닐텐데 오늘 불어오는 바람은 기록달성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불만이었을지 모르나 나같은 사람에게는 한없이 고마운 바람이었다.

 

갈때보다는 약간 빠른 매 Km당 5분 15초 정도의 정속으로 되돌아왔다. 갈때보다 속도가 조금 빨리지니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추월하게 된다. 더운 날씨탓에 반환점 이후로는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나는 바람탓과 반환점까지 천천이 달릴 덕분에 또 평소에 적당한 운동을 해 놓은 탓에 힘들지 않고 되돌아오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작년때와는 너무 다르게 즐겁게 달릴 수 있어 좋았다.

 

 힘은 들지 않다고 느꼈어도 더운 날씨임에는 틀림없다. 바람이 불지 않는 코스를 지나게되면 후끈거리는 지열을 느낄 수 있었고, 중간 중간 만나게 되는 한강 다리밑의 그늘은 그 짧은 구간이지만 기쁨을 주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수 있다. 결승점에 다가갈 수록 한강 주로에는 달리는 사람과 자전거를 타는 일부를 제외하곤 산책하는 사람을 구경하기가 점점 힘들어갔다.

 

끝까지 정속을 유지하며 결승점 통과. 시간은 후반부가 전반보다 6분 빠른 1시간 50분이 걸렸고 총 소요시간은 3시간 46분이다. 속도를 조금 늦추었더니 정말로 즐겁게 달렸다. 결승점에서도 대회 주최측에서 시원한 생수 한병과 얼음에 얼린 생수 한병을 주어 기분이 좋았다. 이미 5Km, 10Km, 하프코스에 참가한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 모두 돌아가버려 대회장은 썰렁한 분위기이다. 결승점에서 사회자가 결승점에 들어오는 주자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며 완주를 축하해준다.

 

들어와서 보니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지 못했는지 바른 곳과 제대로 바르지 못한 곳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제대로 바르지 못한 곳은 살이 익어버린 듯하다. 다시 햇빛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여름철이다. 올 여름에는 적당이 달려 좀 덜 태웠으면 한다. 목욕탕만 가면 남들이 달리기를 하는 사람인지 쉽게 알수 있을만큼 옷을 입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완벽하게 차이가 난다.

 

대회 종료후 함께 달린 아우와 함께 목욕하고 모처럼 명동에 가서 간단한 요기와 함께 맥주 한잔을 하면서 주말을 마무리했다. 어짜피 오늘은 아이들이 학교을 가는 토요일이라 집에 있으면 심심했을 터인데 앞으로 토요일에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더위에 고생하며 달린 다른 분들께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오늘 대회는 생각보다 즐겁게 달린 54번째 풀코스대회로 기억된다. 앞으로도 더운 여름철 대회에 참가할 때는 기록에 욕심내지 말고 즐겁게 달려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