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충주마라톤 참가후기 (2006.5.14)

남녘하늘 2008. 5. 7. 09:19

  

아침 6시 압구정동에서 단체버스에 탑승, 중간에 여주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충주 탄금대 시민의 광장에 도착한 것이 8시 10분. 잘 뚤린 중부내륙간 고속도로를 통해 충주로 직행했는데 엄청 빨리 도착했다. 출발할 때는 쌀쌀한 느낌이었는데 안개가 많이 낀 것으로 봐서 한낮의 온도가 많이 올라갈 것 같은 일교차가 큰 날씨다. 출발장소에는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준비를 하고 있다.

 

출발지가 종합운동장이 아닌 좁은 광장이어서 다소 어수선한 느낌은 들지만 대회를 치루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물품보관소의 운영도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 같지만 그 또한 달리는데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간단하게 회원들과 사진 몇장 찍고 출발점으로 이동.

 

날씨가 서서히 더워지고 있다. 충주에서의 마라톤 참가는 지난 2001년도에 한번 했었고 이번이 두번째 참가하는 대회인데 그 때에는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출발했었는데 아마 시내 교통의 통제에 어려움으로 인하여 출발 및 도착지를 탄금대 시민의 광장으로 변경한 듯하다.

 

풀코스 참가자가 대략 800여명. 중소도시의 대회치고는 제법 많은 선수가 참가한 것 같다. 대회에 참가한다고 새벽 일찍부터 부산히 움직였는데 이동거리가 짧아 버스에서 잠을 자지 않았더니 출발시간이 되니 피곤한 느낌이 든다. 날씨도 덥고 졸리기도 해서 빨리 들어와서 쉬어야겠다고 하니 옆에서 잘 뛴다고 유세부리지 말라고 한다.

 

9시 정각에 출발. 햇살이 점점 뜨거워지기는 하지만 중간 중간에 가로수 그늘이 있어 햇살을 피할 수 없는 한강변의 달리기보다는 한결 낳은 것 같다. 대열의 뒷쪽에서 출발했더니 출발후 언덕에 올라보니 벌써 선두는 보이질 않는다. 첫 2Km까지는 6분 페이스로 달리자고 마음을 먹고 추월없이 주위의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 달렸다.

 

 대회 주최측에서 날씨가 더울 것을 예상했는지 모르지만 급수지원 상태가 무척 마음에 든다. 2.5Km부터 첫 급수대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더워도 목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급수대가 운영되어 마음에 들었다.

 

몇 년전 한번 달려본 길이였는데 코스가 약간 바뀌었고, 막판의 고개가 없는 코스로 변경된 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달리는 동안 응원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현지 주민들도 볼 수가 없어 흥이 나지 않는 점이 단점이다. 아직까지 충주에서의 마라톤은 지역주민의 축제는 아닌듯하다. 7Km 지점에 있는 충주박물관과 보수중인 중앙탑 근처에서 지역주민의 응원을 받았을 뿐 그 이후는 한번도 응원이 없다가 마지막 결승점에서야 사람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계속 올라가는 느낌은 들었는데 다행이 중간 중간에 바람이 불어 체온을 낮춰주었고 또 나무 그늘을 이용해서 달렸더니 27Km까지는 큰 부담없이 달렸다. 27Km 통과시간이 2시간 정도. 오늘도 기록에는 큰 관심이 없어 중간기록을 체크하지 않고 달렸더니 중간 속도는 알수가 없다. 다만 첫 2Km까지는 6분 페이스, 그 이후로는 대략 4분 30초의 속도로 달렸던 것 같다. 이 속도를 끝까지 유지한다면 결승점에는 3시간 10분 근처에 들어갈 수 있었을텐데 27Km 통과 이후 의욕이 상실되면서 체력저하가 느껴진다.

 

그동안 계속 추월만 했었는데 이제는 앞뒤간의 주자간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면서 추월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중주댐이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가 덥다보니 농수로에 흐르는 물에 뛰어들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생각뿐 실행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농수로에 흐르는 물이 얼마나 깨끗하고 맑아 보이던지 정말 발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2시간 15분에 충주댐앞 30Km 지점을 통과하고 나서는 걷고 싶은 유혹이 생겼지만 그래도 걷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남은 거리가 12Km 정도 남았으니 항상 생각하는 남산달리기 2회전의 거리가 남아 있을 뿐이다. 천천히 달려도 1시간 10분이면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1시간만 더 고생을 참자라는 생각을 했다.

 

즐겁게 뛰어야 하는데 후반부의 달리기는 그다지 즐겁지가 않다. Km 당 6분 속도로 속도가 늦추어지는데도 날 추월해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마 더운 날씨로 인해 다들 힘들게 뛰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내 앞에서 잘 달리다가 지쳐 걷고 있는 주자 몇사람을 추월했다.

 

중간에 도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대회운영에 약간의 흠이였지만 차량 통행으로 인해 위험을 느낀 정도는 아니었기에 바쁜 사람들을 교통통제로 묶어놓고 욕 얻어먹는 것보다는 낳다는 생각을 했다. 40Km를 통과하고 나서는 도로를 벗어나 강변 뚝방길이다. 비교적 지역주민을 위해 잘 관리해 놓았는데 거리표시가 잘못되었는지 그 2Km가 너무나 길다.

 

강가라 맞바람은 거세게 불고, 처음 달리는 지역이라 어디가 결승점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 2Km로 인해 막판에 정말 힘이 들었다. 결승점의 통과 시간은 3시간 29분 18초. 3시간 30분은 넘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막판 몇 백m는 힘을 낸 결과이다.

 

힘은 들었지만 역시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면 즐겁고 기쁘다. 대회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두부와 국수와 막걸리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중간에 응원객은 없었지만 대회장에서의 준비는 좋아 전체적인 대회평에서는 꽤 괜찮은 점수를 주어도 될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 5월 이후의 대회 참가는 좀 더 생각을 더해 보고 결정을 해야 할 듯하다. 탄금대 시민의 광장이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주변에 목욕탕이 없다. 주최측에 문의하니 시내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주차장 바로 앞 모텔에 가서 목욕만 하고 나오겠다고 하니 5천원만 내라고 해서 모텔 객실을 이용했다. 나올 때 주인이 다른 달림이에게도 소개좀 해달라고 한다. 나로 인해 생각지도 않던 수입원을 하나 찾은 모양이다.

 

거리도 멀리 않고 오고 가는데에도 그다지 부담되지 않는 충주에서의 마라톤. 힘은 들었지만 좋은 추억을 또 하나 남겼다. 다만 5월 중순에 날씨가 이렇게 덥다면 앞으로 가을까지는 대회 참가를 가능하면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 1주일뒤에 있을 바다마라톤 대회가 걱정이 된다. 한강변을 나무 그늘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