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해안 여행은 내가 속초에서 회사 직원 연수가 끝나는 날을 맞추어 학보사 후배인 박웅서와 조경운이가 시간을 내서 강릉 인근의 바우길을 함께 걸어보자고 해서 추진된 일정이었다. 하지만 일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후배들끼리 싸인이 조금 맞지 않아 바우길을 함께 걷기로 한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되어 그냥 바닷가 구경을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강릉에 있는 후배 문상연이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되어 있어 상연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 가면서 유명하다는 주문진의 소돌해안을 방문하게 되었다.
주문진을 아주 여러번 갔었지만 소돌 해안이 유명하다는 말을 학보사 후배인 박웅서로부터 처음 들었다. 유명한 명소라고 하는데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는지는 방문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소돌해안은 그저 동해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해안가에 인위적인 구조물을 여러개 만들어 놓고 관광자원으로 급조해서 만든 곳이였기 때문이다. 아들바위가 유명하다고 설명되어 있는데 그다지...
속초에서 주문진 항구로 가기 전에 만나는 자그마한 포구에 있는 소돌 해안이다. 공원입구에 아들바위라고 큰 바위에 새겨져 있다. 소돌해안의 바위는 비교적 평평해서 바닷가까지 접근하기 좋았다.바위 몇 개를 제외하곤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바다는 너무 잔잔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 파도가 없어 바다가 마치 호수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바위 끝 바닷물이 접하는 곳까지 다가가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동해안에서 이렇게 잔잔한 바다를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바다도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은 아닌지...
학보사 후배 박웅서와 조경운이와 함께.
해안으로 들어 오는 입구에 세워져 있는 저음 가수 배호님의 `파도'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관광 상품의 하나로서 만들어 놓은 듯한데 주변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못한 구조물일 뿐이다. 그냥 바다나 바라 볼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 더 낳지 않을까 싶다. 들어오는 입구의 바닥에도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평평하게 만들어 놓는 등 관광지로서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너무 인공적인 작업이 많이 들어가서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이다.
아들 바위 표시석. 일억오천만년전 쥬라기 시대에 바닷속에 있다가 지각변동으로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적혀 있는데, 강원도에 있는 높은 산 중에 이와 같은 현상에 의하지 않고 생긴 산이 있었나? 바위를 깍아내어 표시석을 넣어 둔 것도 또 다른 의미의 환경 파괴가 아닌가 싶다. 관광도 좋지만 제발 있는 그대로 놓아 두었으면...
또 아들바위 앞쪽에 어머니 뱃속에서 금방 나온 듯한 어린아이상도 만들어 놓았다. 특별하지 않은 관광 자원을 가지고 관광 상품을 만들기 위한 지역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노력이 가상하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파도가 거의 없는 잔잔한 바다여서 바위 끝부분까지 가 볼 수 있었다. 자연상태로 그냥 놓아 두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인공적인 구조물이 많았다는 생각이다. 그냥 바닷가 바위에서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다는 것 이외에 특별함이 없는 여행지였다. 인근에 횟집에 다수 있었으나 저녁에 강릉에서 식사가 예정되어 있어 이곳은 그냥 지나쳤다.
삼척에서 강릉으로 올라오는 후배 문상연이를 만나 저녁을 먹기 위해 우리 일행도 강릉으로 이동했다. 약속한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오랫만에 경포해수욕장을 산책했다. 아직 철이른 해수욕장인지라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파도에 떠 밀려간 모래를 충분히 보충하지 않아 군데 군데 모래가 파여 있었다. 주문진 바다와는 달리 경포 바다에는 파도가 조금 있었다.
경포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박웅서와 조경운이와 함께. 해변 백사장에 산책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후배들과 함께 셋이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옛날과는 달리 강릉 외곽을 통과하는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외지인들이 강릉을 들르지 않고 바로 목적지로 가 버려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경포해수욕장에는 큰 돈이 안되는 젊은 사람들만 많이 찾는다고 하네...
강릉시에서도 관광지에 많은 인프라를 갖추어 놓았다. 해변과 도로가 접하는 곳에 나무 데크로 만든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산책하거나 걸을 수 있는 해 놓았다. 또 관광안내를 겸한 무인 안내 시스템도 갖추어 놓았으며 이곳에서 사진도 찍고 이 사진을 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도 설치해 놓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광이 지역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후배 문상연이를 만나 오랫만에 강릉항이 있는 안목해수욕장 바닷가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강릉항과 안목항이 있는 이곳은 상연이가 요트와 관련해서 자주 방문하는 곳이고,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오후에 대관령 옛길을 비롯한 바우길을 걷고 싶었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후배들과 함께 보낸 시간도 즐겁다. 바우길은 다음번 강릉 방문시 걸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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