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안락한 집을 지어주는 봉사 단체인 해비타트 운동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이번에 우리 공사가 한국해비타트에 후원금을 지원하면서 집짓기 봉사활동까지 참여하게 되어 동료들과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집을 짓는 장소는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 집터 뒷쪽으로 나즈막한 산이 있고, 집터 앞쪽으로는 개울이 흐르고 있는 아주 좋은 위치였다. 이번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동료들도 이런 장소라면 우리도 한번 살아볼만하다고 한마디씩 한다.
오늘 봉사활동에 대해 사전에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확인하지 않고 단순 노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참가했다. 하지만 이왕이면 집을 짓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착해서 현장을 살펴보니 이미 본체는 다 지어져 있었다. 기둥을 세우고 벽체를 만들거나 지붕을 덮는 공정이면 좋았을텐데 이미 그런 공정은 끝나 버렸고, 이제는 집 안쪽에서 주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세부 공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지, 봉사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는 없는 일. 주어진 일에 충실할 수 밖에 없었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기금 전달식이 있어 조금을 기다려야 했다. 봉사활동을 나오면 봉사활동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오늘도 사진을 찍기 위한 행사가 우선된다는 느낌. 주객이 전도되면 안되는데.... 양평 송학리 주택건축 현장의 모습이다.
봉사 활동에 앞서 건축 지원금 전달식이 있었다. 원래는 사장님이 오셔서 전달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감사님이 대신 참석해서 기금 전달식을 했다. 해비타트의 희망의 집짓기 사업에 동참하는 의미로 우리측에서 적지 않은 지원금을 전달했다. 지원금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이런 운동에 동참해서 노력 봉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해비타트 홈페이지를 통해서 자원봉사를 신청할 수도 있는데 다른 봉사활동과는 달리 신청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본격적인 봉사 활동에 앞서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있는 중이다. 평소 집을 짓는 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동료들이어서 안전 사고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지켜지지 않으면 사고로 연결되어 질 수 있는 것들이어서 주의깊게 듣고 있다. 사전 설명이 끝나고 나서 간단히 체조까지 하고 난뒤에 봉사활동에 참가한 동료를 두 파트로 나눠어 작업이 배정되었다. 이때까지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공기 좋은 양평에 와서 방진복과 방진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할줄은 몰랐다. 두 파트로 작업인원을 구분한 뒤 한파트는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자재를 나르는 작업에 투입되었고, 나머지 한 파트는 나를 포함해서 방진복과 마스크를 배포한뒤 주택의 방한과 방풍을 위한 유리섬유 같은 것을 벽체와 천정에 붙이는 작업을 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미세한 가루들이 많아서 방진복과 방진 마스크가 지급되었던 것이다. 날씨가 더운데 옷위에 방진복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일을 하자니 덥기도 하거니와, 생각보다는 힘이 드는 공정이었다.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식사와 함께 휴식시간... 방진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목부위에 미세한 가루로 인해 간질간질 한다. 대부분 처음 접하는 작업이었음에도 참여한 동료들이 꼼꼼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가장 많은 하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라 하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다. 양평 송학리 현장에는 4개동 16가구가 지어지고 있는데 대략 한달 정도 뒤인 11월말이면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셈이다.
점심시간 이후 4시간 가까이 오후 작업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날씨가 더 더워져서 옷을 조금 벗어놓고 방진복을 입고 작업했다. 한국해비타트는 이곳 송학리 현장의 집이 완공되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2천번째 주택 헌정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50만 가구의 집짓기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꼼꼼하게 잘 지어야 하지만, 아프리카나 열대지방에서는 벽과 지붕만 만들면 한가구의 집이 완성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50만 가구를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겨우 2천 가구를 짓고도 해비타트 운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데, 우리는....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이 되어서 작업을 끝냈다. 모두 땀을 흘려가면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골조가 완성된 상태에서 내부 작업을 했기에 보기에는 한 일이 별로 없어보이지만 우리가 한 작업이 잘못되면 겨울에 춥게 지낼 수 밖에 없는 중요한 공정이었다. 집짓기 행사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에는 건물의 높은 곳에도 올라가보고 망치질과 톱질도 해보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공정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느 공정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고, 모두의 정성이 이어질 때 제대로 된 집이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왔다.
행사장을 떠나기 앞서 동료들과 함께... 앞에서도 말했지만 통합된 우리 공사는 평소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동안 임대주택 113만 가구를 포함해서 주택을 220여만 가구를 지어 우리나라 총 주택의 13%를 지었음에도 2천가구밖에 짓지 못한 해비타트에 비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가 홍보하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친서민적인 자세로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택지도 778 ㎢를 개발해서 우리나라 택지의 82%를 공급했음에도 이 또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아쉽다.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오늘 하루 봉사활동은 상당히 뜻깊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점점 더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어려워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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