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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 동기모임 (2011.12.22)

남녘하늘 2012. 1. 6. 22:38

 

크리스마스를 몇 일 앞두고 대학학보사 동기 모임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 저녁식사를 부부가 함께 모여서 하고, 또 식사후 공연까지 보기로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저녁식사 약속시간이 비교적 빠르게 잡혔다. 모이는 장소가  직장 근처라면 모르겠으나 시간이 제법 걸리는 곳이여서 근무를 마치고는 약속시간에 맞출 수가 없어 오후 휴가를 내서 일찍 시내로 나가게 되었다.

 

오후 시간이 비어서 모처럼 집사람과 몇 곳을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한파가 몰려와서 날씨가 엄청나게 춥다. 가보고 싶은 곳들이 모두 야외에 있어 추운 날씨에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약속장소와 가까운 명동과 서울시청 주변이나 둘러 보고 약속장소로 가기로 했다. 명동이나 시청 주변에 가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장에 와보니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 번잡한 명동을 돌아다녀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 나오는 곳도 별로 없고,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이 되어 있는 곳도 눈에 뛰질 않는다. 최근 에너지절약을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대형건물의 조명까지도 규제를 하다보니 큰 건물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 더불어 최근 경기가 너무 어렵다 보니 모두가 긴축을 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분위기가 아닌듯하다.

 

최소한 명동성당에 가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 명동성당에 갔더니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와 MBC 문화방송이 공동으로 ‘바보 나눔 대축제’행사가 진행하고 있었다. 바보 나눔 대축제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 나눔’ 정신을 계승해 이시대 나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것으로, 오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는데 저녁 5시부터는 생방송으로 두시간 가량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가 들어 갔을 때에는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날씨만 춥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여러 가수도 나오고, 좋은 취지의 행사여서 동참하고 싶었으나 날씨가 너무 추워서 김종서의 노래 한곡 듣는 것으로 끝냈다. 그나마 행사진행 사진은 찍지도 못하게 한다.

 

 

 

 

 

 

생방송을 위한 무대뿐만 아니라 주변에 여러가지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명동대성당의 앞마당과 성당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이르기까지 홍보부스를 비롯해서 나눔부스, 체험부스 등 20여개의 부스가 설치되어 여러가지 물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바람직한 나눔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취지의 여러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중 한곳에서는 감사의 편지를 쓰는 곳이 있었는데, 날씨가 추워 글쓰기에는 좋은 상황이 아니였지만 집사람에게 감사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명동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고 김수환추기경님과 김연아선수의 사진이 세워져 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찍었다. 장갑도 없이 바람부는 명동성당에서 오래 머물수 없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나왔다. 행사를 하더라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날씨가 워낙 추우니 관람객도 많지 않고, 행사를 준비하는 스텝들도 엄청 고생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중에 생방송을 할 때는 김연아 선수도 참여한다고 하는데 끝까지 기다리질 못했고,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났기를 바라면서 나왔다.

 

 

 

오늘 명동을 돌아 다니면서 유일하게 만난 명동예술극장 앞의 크리스마스 트리. 명동 골목 골목을 모두 돌아다니지 않아 꼭 이곳에만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때 같았으면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올 겨울을 혹독하게 보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누구나 훈훈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 들어와서 소득의 양극화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 졌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바같 날씨가 너무 추워서 식사를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카페에 들어가서 차를 한잔 마셨다. 실내와 실외의 기온차가 30도에 육박하지 않을까싶다. 저녁 약속시간은 아직 충분한데 더 이상 다닐 곳이 없어 따뜻한 이곳에서 시간을 한참 보냈다.  

 

 

 

차를 한잔 마시는동안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버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한해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이다. 5시 20분도 되지 않아서 해가 지는 날인데,  오후 6시가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캄캄하다. 서울 시청앞에 갔더니 이곳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른 해 같았으면 시청앞 광장에 '루미나리에'나 다른 장식이 가득했을텐데 올해는 시청앞 광장에 이 트리가 하나 있었을 뿐 주변 어디에도 비스한 조형물이나 조명등을 볼 수 없어 쓸쓸한 느낌이다. 종교가 다른 내가 이렇게 느낄 때에는 천주교나 기독교 신자들은 한층 더 했을 것 같다.      

 

 

 

 

오늘 모임은 우리 학보사 동기들의 입학 30년을 맞아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였는데, 지방에서 생활하고 있거나 외국에 근무중인 동기 몇 명을 제외하고 부부가 함께 모이다 보니 2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모였다. 그동안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부부동반 모임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부부동반 모임을 하지 않으면 가정의 평화가 보장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제는 부부동반 모임을 자주 갖기로 하고 오늘 모임을 갖게 되었다. 항상 정의감에 사로 잡혀 있는 청년들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중년들이다.

 

오랫만에 썩 괜찮은 곳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얼마전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관람했던 '비밥'공연을 다시 보러 왔다. 전체 일행중에 한 혼자만 이 공연을 미리 보았기에 내가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번 본 것 다시 한번 더 봐도 재미있는 공연이었기에 큰 문제가 없다. 이번에서 사람이 많아서 무료 관람은 할 수 없어, 조금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하게 되었다. 디카도 가져갔고, 공연 시작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지난번 관람때 찍지 못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공연장 입구가 협소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모두 함께 모여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개중에는 사진 찍히는 것을 그다지 즐겨 하지 않는 친구도 있고...

 

 

 

 

 

공연을 마치고 나서 다시 세실극장 주변에 있는 장소로 옮겨서 뒷풀이을 했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보를 조선일보사에 와서 만들었기 때문에 세실극장과 조선일보사가 있는 정동과 신문로 일대는 추억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때에 비해서 개발이 이루어져서 모습은 많이 바뀌었어도 추억은 변함이 없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도 매번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게 되지만,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을 보낸 추억이 있기에 매번 들어도 흥겹다. 오늘도 변함없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지만 즐거웠다. 내년부터는 이런 모임을 주기적으로 갖자고 했는데 얼마나 지켜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