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초에 입대한 작은 아들이 신병훈련을 마치고 수료하게 되었다. 요즘은 내가 군생활을 할 때와는 달리 신병 교육을 받기 전에 어느사단에 배치되는지도 알려주었고, 또 훈련을 마치고 나서 수료식을 한다고 부모들에게 수료식에 참석하라고 서신까지 왔다. 작은 아들의 근무하게 될 부대는 경기도 화성에 있다고 하는데, 신병교육은 일산에 있는 부대에서 받았다. 아들이 입대할 때에 내 마음 속에 두가지 마음이 있었는데 하나는 추운 강원도에 가서 고생을 많이 하면서 군생활을 했으면 하는 마음과, 또 하나는 너무 고생을 하는 것보다는 편한 곳에서 건강히 제대해서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함께 있었다. 군 생활을 통해 생각이 바뀌고, 좀 더 멋진 아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기에 강원도의 힘든 부대에 가서 군생활을 했으면 했는데, 아들은 내 바램과는 달리 서울에서 가까운 화성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군생활을 후방에서 하게 되는 것도 자기 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들이 설을 몇일 앞두고 입대해서 한겨울은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이 끝나지 않은 시절이었는데 교육받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나도 30년전 3월에 입대했는데 그 때도 상당히 춥게 훈련을 받았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아들이 훈련을 받은 곳은 논산보다 더 북쪽이고 시기도 2월달에 입대하게 되었으니 많이 추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은 훈련소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훈련병들의 일과에 대해서 알려주고, 또 훈련병들에게 보낸 메일도 훈련병에게 전달해 주어서 아들의 소식은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오늘 작은 아들의 수료식에는 나와 집사람. 그리고 병원에 정기검진을 받으로 오신 아버지께서도 함께 하셨다. 요즘은 각 가정마다 자녀가 한두명이다 보니 아들이 없는 집도 많고, 있어서 한명 밖에 없는 가정도 많다보니 독자를 군대에 보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아들 수료식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입대와 마찬가지로 요즘 수료식에 가지 않는 부모가 거의 없다고 한다. 나중에 원망을 듣지 않기 위해서 아들 수료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행사에 참석하기 앞서 아들이 훈련을 받았던 내무반을 공개하고 있어서 한번 돌아보았다. 내무반 한켠에는 현역들에게 지급되는 군장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내무반 한견에는 '내가 메고 있는 군장의 무게는 아버지의 어깨보다 가볍다'라는 글귀와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고통은 어머니가 날 낳으실때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글귀가 쓰적여 있었다. 아들 세대는 우리가 자랄 때보다는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자라났기에 참고 견디는 것을 잘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군대에서 참고 견디는 것을 가르켜 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들이 한달넘게 저 글귀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백마무대, 육군 제9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의 신병교육 수료를 축하한다는 프랜카드가 강당에 붙어 있었다. 날이 포근했으면 운동장에서 수료식이 진행되었을텐데 생각보다는 날씨가 쌀쌀해서 실내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수료하는 훈련병과 훈련병의 가족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다소 규모가 작았다고 생각되지만 추운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것보다는 낳기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행사 시작을 앞두고 군악대의 연주도 있었고 정훈참모의 강의도 있었다.
가족들이 모두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오늘 수료식을 하는 신병들이 강당 앞에 도착했다. 우렁찬 목소리에 절도있어 보이는 동작, 그리고 씩씩한 모습으로 아들과 아들의 동료들이 도착했다. 조금 기다리니 작은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5주만에 보는 아들은 외모에서부터 많이 달라져 있었다. 훈련기간 집으로 보낸 편지에서 살을 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그 결과 14kg 감량했다고 하는데 그 편지 내용을 믿지 못했었는데 아들의 얼굴을 보니 실제 그 정도로 감량했는지 알수는 없지만 상당히 노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내에서 수료식을 진행하니 좁아서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반대로 집중해서 수료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아들의 뒷보습을 바로 알아볼 수가 있었다. 한달간의 훈련으로 아들이 많이 바뀌었다. 단지 수료식에서 보여주기 위해서 과장되게 교육을 시켰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아들의 변화 모습을 짧은 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요즘 군대가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도, 남자라면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퇴소식 마지막 행사는 부모가 아들의 계급장을 달아주는 것이였다. 옛날 장교가 임관할 때 소위계급장을 달아 주는 것은 보았어도, 이병 계급장을 달아주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요즘은 군복에 계급장을 부착하는 곳에 찍찍이가 부탁되어 있어서 계급장을 갔다 붙이면 되게 만들어 놓았다. 사진을 찍어 주느라 할아버지가 먼저 달아주었고, 다시 집사람이 한번 더 달아주었다. 집사람은 다른 때는 강한 것 같은데, 말썽꾸러기 작은 아들이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리네. 어쩔 수 없는 어머니다.
집사람이 다시 한번 계급장을 달아 주었다. 여자들은 군생활을 하지 않아서 이병과 일병의 구별을 잘하지 못한다. 이병이 아래계급인지 일병이 아래계급인지 늘 헛갈려 한다.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고 나면 구별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운 겨울에 훈련을 받아서인지 가까이 가서 보니 아들 손이 생각보다는 많이 거칠해져 있었다. 우리 세대와는 달리 아들 세대는 자라나면서 큰 고생을 하지 않고 자랐기에 군대에 입대해서 받은 기본훈련조차도 힘이 들었을 것이다. 할아버지도 손자의 거칠은 손이 안타까우셨나 보다. 나는 그런 점에서 잔정이 부족한지 그리 안스럽지 않았다.
수료식을 마치고 나서 가족이 수료식에 참석한 병사에 한해서 외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외출이 주어졌다. 장소를 일산지역을 한정해 놓아서 멀리까지 갈 수 없지만, 그래도 부대밖으로 나간다는 점에서 아들이 무척 좋아한다. 집사람이 미리 인터넷으로 장소를 예약해 놓아서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훈련을 받으면서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면서 몸무게를 줄여 놓았는데, 부페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이 내키지 않았는데 한끼 잘 먹는다고 바로 살찌는 것이 아니라는 집사람의 논리에 내가 밀려서 부페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역시 식탐이 많은 작은 녀석은 얼굴에 화색이 돌아올 정도로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몸무게를 줄인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인근에 있는 병원에 들러서 몇가지 조치를 해 주었다. 추운 겨울에 훈련을 받다보니 여러 곳에 문제가 있었는데 군대에서는 적절한 조치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군대 감기약이 잘 듣지 않는 것을 비롯해서 군의료기관의 진료 능력이 민간보다 못하다는 점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인듯하다. 아들이 병원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가져간 태블릿PC로 자기 친구들에게 몇 가지 연락을 취하는 등 컴퓨터를 끼고 사는 일은 잠시 동안의 외출시간에도 여전 한 듯하다. 그런 것을 보면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기도 하고...
오후 4시까지 외출이 허락되었지만 갈 수 있는 지역이 일산지역에 한정되어 있는지라 식사하고 병원에 다녀 오니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겨울 간다고 간 곳이 일산 호수공원이었다. 병원을 다녀 오느라 영화관을 가기에도 시간이 어중간해서 호수공원에 갔더니 우리처럼 신병교육을 마치고 가족과 함깨 나온 아들 동기생들이 여럿 있었다. 한정되어진 공간에 있어야하니 갈 곳이 뻔한 모양이다. 아버지께서도 일산 호수공원에는 처음 오셨다고 해서 아들과 함게 사진 몇장을 남겼다.
아들의 모습을 보면 입대전에 비해서 몸무게를 14kg줄였다고 하는데 아직도 살을 더 빼야 하겠지만 그래도 입대할 때에 비해서는 봐 줄만하다는 생각이다. 나름대로 살을 빼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노력을 했을 것이란 것을 본다면 기특하다는 생각이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공부를 하거나 다른 목표을 정해서 아둥바둥 하며서 마음 졸이지 말고, 건강한 몸 하나만 만들어서 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을 성취하고 오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식사와 함께 외출시간이 끝나서 다시 훈련소로 되돌아 왔다.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이 훈련을 마친 아들과 조금이라고 함께 있으려 하다보니 되돌아 오는 길에 도로에서 정체가 발생한다.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부대로 복귀해서 아들이 한달 넘게 훈련을 받으며 생활했던 내무반에도 돌아보고, 아들이 군생활을 하면서 필요하다고 하는 물품을 PX에 들러서 구입해 주었다. 훈련을 받는 동안 벨트로 없이 훈련을 받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벨트없는 군복을 입고 훈련을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무던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한심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구별이 되질 않는다.
이제 아들과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가족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아들은 다시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 수료식을 마친 내일, 아들은 이곳 백마부태를 떠나서 자신이 근무하게될 화성으로 간다고 한다. 전방으로 배치받은 것이 아니어서 본인도 별로 걱정이 없는 듯하다, 할아버지께 경례를 붙이고는 다시 훈련소로 복귀했다. 짧은 훈련 기간 사람이 많이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여간 정신과 육체가 모두 건강해진 아들을 보면서 역시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들이 남은 군생활도 아무 탈없이 잘 마치고 제대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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