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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들 군입대 (2013.2.5)

남녘하늘 2014. 8. 15. 19:58

작은 아들이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이지만 큰 녀석이 아직 군대를 가지 않았는데 작은 녀석부터 보내려니 맘이 아련하다. 30여년 전에 내가 입대할 때 아버지께서 "나는 군대를갔다 왔지만 우리 아들이 군대 갈 때는 통일이 되어 아들은 군대가지 않았으면 했다"라고 하시면서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계셨었다.  그런데 다시 30년이 지난 오늘 내가 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처지가 되었고, 통일이 되지 않은 상황은 30년이 더 지났어도 바뀌질 않았네. 

 

 큰 녀석부터 먼저 순서대로 군대를 보냈어야 하는데, 큰 녀석은 공부를 조금 더 하고 내년에 군대를 가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말해 주었고, 작은 녀석은 빨리 군대를 갔다 와야 철도 들고 사회 물정도 배우게 될 것 같아서 내가 빨리 군대를 다녀 오라고 했다. 군대라고 하는 곳이 단체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이 경험해야 하고, 또 개인적인 시간도 없이 속박되는 가운데 참고 견디는 일을 배워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또 훈련이나 운동을 하게 되면 건강도 좋아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급적 내가 근무했었던 강원도 양구같은 곳에 가서 군생활을 했으면 했는데, 306보충대로 입소하게 되었으니 강원도에서 근무하지는 않을 듯하다.

 

 요즘은 입대날자를 본인이 선택해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설을 이번주 일요일인지라 설을 5일 남겨두고 입대 예정자들이 별로 신청하지 않았었나 보다. 입영 가능 일로 남아 있기에 아들에게 지금 입대하면 겨울을 군대에서 한번만 보내고 오게 되고, 어짜피 군대를 갈 생각이면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것이 고참이 빨리 된다고 설득해서 아들이 그말을 따라 오늘 입영하게 된 것이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식탐도 많고 운동도 하지 않아서 입대하기 전에 몸무게가 내 상상을 초월한다. 더구나 군대가서 몸무게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입대를 앞두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몸이 더 불었다. 살찐 것이 보기 싫어서 입대하는 날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남자인 나와 달리 집사람은 의정부가 멀지도 않은데 배웅을 해 주어야겠다고 한다. 내가 군대 갈 때는 따라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요즘은 집안에 아들이 한둘밖에 안되니 모든 부모들이 입대하는 장소까지 배웅을 가는 모양이다.

 

 

 

 

 

   의정부에서 점심을 사 먹이고 306보충대로 향했다. 생각보다는 많은 수의 장정들이 입대하기 위해 모여 있었고, 그 보다 훨씬 많은 환송객이 보충대에 모여 있었다. 아주 많이 길었던 아들이 머리카락도 최대한 늦게 짜른다고 하더니 입대를 압두고 어제 이발했다. 아주 어릴 때 짧은 머리를 보고는 한동안 보지 못했는데... 머리를 깍아도 살찐 모습은 어쩔 수가 없다. 아들 말로는 군대가서 25kg 이상 감량해서 정상체중을 만들어 오겠다고 한다. 믿고 기다려 봐야지... 이제 자신의 몸은 자신이 관리해야 할 나이가 되었으니...   

 

 

 

 

 

 가족들과 어디에 있다가 모였는지 모르겠는데 입소식 행사를 할 무렵이 되니 생각보다는 많은 장정들이 모여 들었다. 대부분의 입영 장병 한명에 서너명씩은 따라 온 듯하다.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들은 여자 친구를 비롯해서 학교 친구들까지 엄청난 인파다. 만약 내가 보충대에 따라 가지 않았으면 두고 두고 한소리 들었을지 모를 정도였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한 집안에 한둘밖에 없는 귀한 자식들이다 보니 옛날 내가 입대할 때와의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군생활도 내가 할 때 30개월에서 21개월로 대폭 축소 되었는데...     

 

 

 

 

 

 

 

 

 운동장 한가운데로 장정들이 모이고, 그 주변을 가족들이 둘러싸서 입영식 행사를 진행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군대에서도 입영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니 행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요즘 군대에서는 입대한 장정들을 매섭게 훈련시키고 신체의 극한상황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교육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나같이 부대원들이 사고치지 않고 제대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아 싶다. 운영의 묘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나약한 군인이 아니라 국가가 필요로 하는 참군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군대가는 당사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겠지.

 

 

 

 

 이제 입영식 행사를 위해 아들이 운동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무덤덤한데 역시 어머니는 아들을 군대보내는 느낌이 다른가보다. 맨날 속만 썩이는 녀석임에도 군대에 간다고 하니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난 군대가서 철들고 멋진 사나이가 되어 오길 바라고 더 이상의 감정은 없는데... 하여간 군대에 입대하는 이상 몸 건강하게 잘 지내고, 동료 선후배와 좋은 관계를 맺고, 미래를 생각하는 큰 사람이 되어서 오기를 바래본다. 큰 욕심 내지 않고 살만 빼서 와도 성공적인 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논산에 입영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입영식 행사를 끝내고 장정들은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렸다. 아들 얼굴 한번이라도 보려고 기다렸던 사람들이 너무 허무하게 행사가 끝나버리니 아쉬운가보다. 집사람에게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고, 군생활 열심히 하도록 기도해주라고 말하고 일찌감치 보충대를 나왔다. 아직 운동장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아들이 어느 곳에 가서 훈련을 받게 될지는 몰라도 분명 고생을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좀 더 멋진 사람으로 변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생각 자체가 욕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