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발리 ('15.5)

발리여행 25-19 (사누르 맹그로브 숲, 사누르 시내산책), (2015.5)

남녘하늘 2017. 5. 28. 00:31

 

 사누르 지역에 맹그로브(mangrove)나무 습지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방문해 보고 싶었는데, 숲이 있는 대략적인 위치는 알겠으나 어디로 가야 사람들이 이야기 했던 숲을 제대로 볼 수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 것은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할텐데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구글 맵을 이용해서 숲과 붙어 있는 도로를 찾아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데크까지 깔려 있고, 입장료를 받는다는 맹그로브 숲은 찾지 못했다. 대신 관리 되지 않고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 맹그로브 나무는 볼 수 있었다.

 

 사누르 해안 남쪽 아랫쪽으로 맹그로브 숲을 찾아 갔더니 펜름박 사원(Pura Dalem Pengembak)이 있었는데 행사가 있었는지 젊은 청소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 나오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자그마한 힌두교 사원만 있고, 사원에서 도로가 끊어져 있다. 사원 앞쪽으로 맹그로브 숲이 조성되어 있기는 했지만 숲 안쪽으로 들어가서 볼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맹그로브 숲 앞쪽 입간판에 'penanaman dan pemeliharaan mangrove' 이라는 말이 쓰여 있어서 번역을 해 보았더니 '맹그로브 심기 및 유지 보수"라는내용이었다. 이 숲도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 숲이 아니라 관리하고 있는 숲인 모양이다.      

 

 

 

 

 

 지금은 밀물로 바닷물이 들어와 있어서 맹그로브 나무의 뿌리를 볼 수 없는 상황인 듯했다. 그냥 바닷물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맹그로브 나무는 적도에 가까운 열대 및 아열대 위도에서 잘 자라는데 원래 고향이 인도와 말레이지아 일대라고 한다. 바닷가에 있는 맹그로브 숲은 수많은 바다 생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서, 물고기들은 맹그로브 뿌리사이에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고 한다.  또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들도 맹그로브 숲이 있는 늪지의 바닷가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사원 안쪽에 있는 맹그로브 숲의 아주 일부만 본 것으로는 숲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좀더 맹그로브 숲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사원이 있는 반대편 길을 따라서 해안으로 나가보면 숲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해서 해안길을 따라서 이동했더니 숲의 반대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조그마한 섬처럼 모래가 밀려와서 사구의 형태를 이룬 곳이 있어서 가까이에서는 볼 수 없지만 맹그로브 숲 전체를 조망해 볼 수는 있게 되어 있었다.

 

 

 

 

 

 

 

 조금 전 사원앞의 입간판에 써 있던 '맹그로브 심기 및 유지 보수'의 내용처럼 새로 맹그로브 나무를 심어서 키우고 있는 것으도 보였다. 이곳은 사람들이 찾아 오기에는 너무 외진 곳이고, 맹그로브 슾을 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위치였다. 해안에는 생각보다는 지저분한 생활 쓰레기들이 많이 밀려와 있어서 보기에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맹그로브가 사는 곳은 보통 수심이 1미터쯤 되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대부분 바닥이 질퍽한 개펄로 이루어졌으며, 소금기 많은 바닷물이 인해 다른 식물은 살아갈 수 없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잘 살아간다.   

 

 

 

 

 

 

 해안가도 내가 가고 싶어 했던 맹그로브 습지대는 아니어서 한번 더 숲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맹그로브 숲이 형성되어 있는 지역을 따라서 이동하다가 다시 바닷가쪽으로 들어가는 도로(JL Pemelisan)이 있어서 들어 왔더니 맹그로브 숲을 가까이에서 볼수 있는 곳이 연결되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처음에 가 보려고 했던 일반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이미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며, 교육용 현장 학습 장소로 많이 활용되는 맹그로브 숲은 아니었다. 하지만 맹그로브 나무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는 있는 곳이였다.  

 

 

 


맹그로브 나무의 독특한 생존 전략가운데 하나는 허공에 드러나 있는 뿌리다. 대부분의 나무는 뿌리가 땅속에 있지만, 맹그로브는 바닷물속에

뻘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면서 일부는 수면위에 드러내고 있다. 이 뿌리를 버팀뿌리 혹은 호흡뿌리라고 한다. 맹그로브 나무는 큰 파도나 태풍으로부터 해안지역으로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고, 목재나 땔감으로도 활용되며 의약품이나 염색제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맹그로브 나무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것은 좋았는데 이곳에는 아주 조그맣고 독한 모기들이 너무 많아서 오랫동안 머물수가 없었다. 처음에 가고 싶었던 데크가 있는 공원같은 맹그로브 숲은 가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주 가까이에서 숲을 구경할 수 있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 했다는 기분이다. 이제 어디 가서도 맹그로브 나무를 자세히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맹그로브 숲을 보고 나서  2011년도에 발리에 왔을 때 머물렀던 사누르 홈이란 집을 다시 방문해 보았다.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 때 왔을 때에도 편하게 지냈던 추억의 장소여서 주인이 그대로 운영을 하고 있으면 인사라도 했으면 했는데 우리가 다녀온 뒤로 주인이 바뀐 것으로 보였다. 방문한 기념으로 대문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겼다. 차를 렌트해서 마음껏 다닐 수 있으니 이런 추억의 장소도 다시 돌아 볼수가 있다.  

 

 

 

 

 사누르에서는 여유롭게 일정을 잡아 놓아서 천천히 게으른 모드로 돌아 다녔는데 해변만 볼 것이 아니라 안쪽 도시도 한번 둘러 보자고 생각하고 시내 구경을 나섰다. 시내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한가하고 시골 읍내같은 분위기다. 여행 일정이 처음 예상보다 길어져서 우선 세탁을 맡기기 위해서 세탁소를 찾았는데 구따에 비해서 세탁비가 반값 이하다. 무게로 달아서 세탁비를 받는데 1kg에 5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으니 인건비는 전혀 고려가 되지 않은 가격으로 보였다.  

 

 

 

 

 

우리가 묵고 있는 이나 그랜드 발리 비치호텔은 사누르의 북쪽에 많이 치우쳐 있어서, 사누르 시내를 돌아 보려면 한참을 걸어서 내려 와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빌려서 구경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누르의 중심 도로인 다나우 탐블링안 로드(Jl. Danau Tamblingan)를 따라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 숙소,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우리는 날씨도 덥고, 세탁물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서 일단 차를 가지고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로가 좁고 차를 세워 놓고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한참을 가다가 다시 차로 돌아와서 차를 가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날씨가 덥더라도 그냥 걸어서 구경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야 할 듯하다.    

 

 

 

 

 

 시내 구경을 하면서 호텔 앞쪽 길을 따라서 이동하니 다시 사누르 비치가 나왔다. 북쪽의 비치에 비해서는 남쪽에 있는 비치에 사람도 더 많고 활기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늦은 시간인데 바닷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이쪽 해안에는 사누르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이 바닷가에 나와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안가에서 옥수수를 삶아서 판매하는 오투바이 노점상 아저씨가 있었는데 사서 맛을 보니 생각보다 맛 있었다. 진작 이런 맛인줄 알았으면 여행 다니면서 조금 더 자주 사 먹을 것을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놓치고 있었다.  

 

 

 

 

 

 저녁시간이 되어 가니 각종 시설물에 조명이 들어오고 음식점과 호텔에도 조명이 커졌다. 느긋하고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노년층의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지역으로 거리에는 서양 여행자들도 많이 보였고, 서양사람들이 좋아할 스타일의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이 보였다. 사누르는 꾸따처럼 분주하지도 않고 나이 많은 외국 여행객들이 장기 투숙하는 숙소가 많다고 하는데, 골목골목이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좋은 장소가 많아서 모두 들려보고 싶은 마음이다.    

 

 

 

 

 

 저녁 식사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던 와룽을 찾아서 들어갔다. 어디가 맛집인지 처음 방문한 사람으로서 알수는 없지만 일단 손님이 많은 곳은 실패할 확률이 낳지 않을까 생각한다. 쇼핑몰인 하디스에서 하얏트 호텔까지 걸어 내려가면 중간중간 사람들이 많이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등이 보였는데, 역시 분위기도 좋아보이는 집이 사람도 많이 있다. 오늘도 식사를 하면서 아들은 빈탕맥주 한잔, 나는 운전을 해야 해서 식당에서는 참았다. 여유있게 사누르 중심도로인 다나우 탐블링안 로드를 따라서 좋은 구경을 많이 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서 다시 해변으로 나가 보았다. 사누르 해변의 밤문화가 어떤지를 보고 싶어서였다. 역시 낮보다는 밤에 해변을 따라서 있는 펍과 카페에 서양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에서 크레페를 만들어 팔고 있는 소년이 있었는데 만드는 솜씨가 대단하다. 여행에서의 즐거움이 이렇게 소소한 먹거리를 즐기는데 있다는 아들의 지론에 따라, 저녁을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크레페를 주문해서 먹었다. 

 

 

 

 

 

 

(20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