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그리스, 터키('14.5)

터키 여행 26-13 (파묵깔레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 (2014.5)

남녘하늘 2016. 8. 17. 00:09

 

 안탈리아에서 오늘 방문할 파물칼레가 있는 데니즐리까지는 240Km로 약 4시간 남짓 소요되는 거리다. 안탈리아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길은 카파도키아에서 안탈리아를 올 때와 마찬가지로 토로스 산맥을 넘어가야 한다. 안탈리아 도심을 벗어나자 바로 오르막 산길에 들어선다. 소나무들이 울창한 산길을 지나고 나니 다시 메마른 민둥산들이 계속된다. 가파르게 잘려나간 산비탈을 보니 아마도 도로가 만들어진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은 것 같고, 쭉 뻗은 도로에는 지나가는 차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카묵칼레로 가는 길도 넓은 평원을 지나기도 하고 마을을 지나기도 하면서 들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쉬지 않고 달려갔다. 달리는 길 양 옆으로는 오렌지와 올리브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푸르른 평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새삼 터키라는 나라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차창 밖으로는 욕심나는 땅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비싼 경비를 들여서 외국에 왔으면 이런 풍광을 즐기는 것도 즐거운 일인텐데 일행들은 버스만 타면 잠을 자니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여행을 떠나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를 돌아보았는지 기록하거나 사진을 찍어두면 시간이 지나도 여행의 추억을 복귀하기가 쉽다. 내가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고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는 것도 나중에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서이다. 나는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을 믿는다. 메모가 귀찮아 뒤로 미루게 되면 결국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혼란이 오게 된다. 토로스 산맥을 넘어 중간에 차르디쉬(Çavdir)라는 마을에 있는 휴게소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뷔페로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한 뒤 데니즐리로 향해 출발하게 된다. 

 

 

 

 

  식사를 빨리 마치고 휴게소 근처에 있는 마을사람들이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가판대를 구경했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것들을 구경하는 것이 여행에서 얻는 소소한 재미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시골을 다니다보면 보이는 것처럼 현지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그것으로 가공한 간단한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여행객을 상대로 팔려고 가판대에 전시해 놓았다. 물건만 전시해 놓고 지키는 사람도 없어, 가격을 물어보지도 못하고 구입하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높은 산을 내려와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오니 데니즐리(Denizli)를 지나게 된다. 데니즐리는 관광지라기 보다는 다른 도시로 오가는 관문이 되는 곳인데, 시내도 매우 작고 관광할 거리가 많지 않다고 한다. 우리처럼 관광버스로 편하게 이동하지 않을 경우에는 파묵칼레를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차를 갈아타야 한다고 한다. 공항도 인근에 위치해 있고, 다른 도시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여서 지나가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이곳 데니즐리에서 동쪽으로 18km 떨어져 있는 파묵칼레까지는 2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데니즐리에 있는 의류 아울렛 매장을 또 들렀다. 터키에도 목화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좋은 제품이 많다고 가이드가 말을 하지만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특히 거위털이 들어간 이불이 싸다고 했지만, 예의상 따라 가는 것일 뿐 구매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1층과 지하층에 매장이 있었는데  1층에는 이불, 그릇 등 생활용품을 판매했고, 지하 1층에 큰 의류매장이 있었다. 고가의 브랜드 옷을 저렴하게 팔고 있었지만 진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관광을 해야 할 시간을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짜증이 난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터키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물어보니 멀리 우즈베키스탄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집이 사마르칸트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고 했는데, 나도 사마르칸트에 가 보았다고 했더니 반가와하면서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 고향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게 되니 자연스럽게 옷을 구매하라고 권하지도 않고, 다음에 한국에도 돈을 벌러 갈 계획을 이야기한다. 그래도 월급을 받고 있으니 다른 손님에게 가서 열심히 영업을 했다.      

 

 

 

 처음에 마음 먹었던 것처럼 아울렛 매장에서 아무 것도 구입하지 않고 일찌감치 나와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생과일쥬스를 먹었다. 이곳도 옷을 사러 여행객들이 많이 들리는 곳이어서인지 쥬스의 가격이 대도시에서 팔고 있는 것만큼이나 비쌌다. 그래도 한국에서 사먹는 가격과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저렴하긴 하다. 여기서 석류쥬스와 오렌지 쥬스를 사 먹었다.    

 

 

 

 데니즐리에서 버스를 타고 20여분을 더 가니  멀리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언덕이 나왔다.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의미로 이곳 석회붕의 경사면을 흐르는 온천수가 빚어낸 장관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석회성분을 다량 함유한 이곳의 온천수가 오랜 세월동안 바위 위를 흐르면서 표면을 탄산칼슘 결정체로 뒤덮어 마치 하얀 목화로 만든 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멀리 버스에서 바라보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눈이 내런 설원처럼 보였다.  

 

 

 

 관광객이 어지간히 많이 오는 모양이다. 입장권을 판매하는 장소는 이곳에 고대 유적지라고 볼 수 없을만큼 세련된 외관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도록 커다란 그늘막을 하늘에 설치해 놓았고, 그 아래 기념품을 하는 상점과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터키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꼭 한번 다녀간다는 파묵칼레, 환상적이고 멋진 풍광으로 인해 소문이 많이 퍼져서 터키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조차 많이 알고 있는 곳이기도하다. 이곳 파묵칼레 지역은 1988년 세계적으로 드물게 유네스코로부터 복합문화유산 지정을 받아 석회층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로마 유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남문 역할을 하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사우스 로만 게이트(South Roman Gate)를 들어서니 폐허 같은 광활한 유적지가 펼쳐진다. 바로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다. 옛 도시 안으로 들어서니 눈앞에는 드넓은 유적지가 펼쳐져 있는데 오른쪽으로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히에라폴리스 유적을 탐방하는 코스인 듯하다. 히에라폴리스 유적은 BC 190년 페르가몬의 왕 에우메네스 3세에 의해 세워진 고대 도시다. 도시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텔레포스의 아내였던 히에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로마 시대에는 로마 제국의 고위 관료들을 위한 여름 휴양지였고 비잔틴 시대까지 오랫동안에 걸쳐 번성했으나 셀주크 왕조에 정복당하고 1354년 이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된 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 신전, 공동묘지, 온천욕장 등 귀중한 문화유적이 남아 있다.   

 

 

 

 

 구릉지 곳곳에 폐허로 남은 유적지가 보인다. 가는 길 왼편 성벽 앞에 신전 기둥 같은 유적이 하나 보이는데 체육시설이었던 김나지움(Gymnasium)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지진으로 대부분의 건물들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있어 머리 속으로 그 당시 영화로운 도시의 모습을 상상해 내는 것이 어렵다. 사라진 이도시를 1887년 독일 고고학자 카를프만이 발견하였고 이후 발굴 및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드넓은 들판에 펼쳐져 있는 여러 유적지를 아쉬운 마음으로 멀리서 바라보았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전성기 시절의 히에라폴리스를 지도로 표현해 놓은 안내판이 있었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했던 모양이다. 기원전 129년에 로마인들에게 점령당한 히에라폴리스는 새로운 통치자들 아래에서 번영했는데, 이곳은 아나톨리아인, 마케도니아인, 로마인, 유대인들이 함께 있었던 국제 도시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와서 휴양과 온천을 즐겼다고 한다. 지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묵칼레의 주요 볼거리는 파묵칼레의 석회층과 히에라폴리스라는 로마 시대의 도시 유적이다. 

 

 

 

 파묵칼레의 석회층 구경은 조금 뒤에 하기로 하고 먼저 히에라폴리스라 유적을 돌아 보기로 했다. 이동하는 길에 고고학 박물관이 보이는데 이 박물관은 로마시절 욕장터를 복원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 안에는 석관, 히에라폴리스와 아프로디시아스 등에서 출토된 유물 조각 등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나 가이드가 나중에 자유시간에 여유가 되면 보라고 했는데 박물관에 들어갈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박물관 마당에는 히에라폴리스 유적지 발굴 중에 나온 갖가지 아치를 이룬 돌문과 석관묘, 크고 작은 돌조각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그런 유적보다 유적지에 비키니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관광객의 모습에 눈이 더 간다.    

 

 

 

 
 파묵칼레는 닭이 유명한건지 상징인건지 잘 모르겠는데 히에라폴리스 입구에도 닭 조형물도 있었고 기념품 상점에 가면 닭 장식품과 자석이 많았다. 고고학 박물관을 조금 더 지나가면 히에라폴리스 앞으로는 유적 온천이 있다. 유적 온천(Antique Pool) 은 지진으로 파손된 유적 위에 온천물이 솟아나와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풀장 바닥에는 로마 시대의 기둥이 무너진채 그대로 나뒹굴고 있었다. 온천에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은 무료이지만 온천에서 수영을 하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고 한다. 유적지를 돌아볼 시간도 없는데 수영은 가당치도 않은 일, 잠시 들어가서 유적 온천을 둘러 보았다.  

 

 

 

 

 

 풀장 바닥에는 로마시대에 쓰였던 돌과 신전의 대리석 기둥이 제멋대로 쓰러져 있었고 사람들은 그 위에 걸터 앉거나 붙들고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유물이 너무 흔해서인지 생각의 차이인지 모르겠으나 한편으론 부럽고 한편으론 이래도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다. 유적 온천 주변으로 야자나무와 각종 꽃나무도 심어져 있고 분위기는 좋았다. 서양사람들이 많이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런 곳에 와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유유자적 쉬고 있는 모습이 부럽다.     

 

 

 


 유적온천에서 나와 언덕길을 조금 더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2세기에 세워진 아폴론 신전(Apollon Temple)이 철망으로 넓게 둘러 쳐져 있었다. 히에라폴리스(신성한 도시)에는 정교한 도시계획에 의해 많은 신전들이 들어섰지만, 현재는 이 아폴론 신전만이 유일하게 남아 철망으로 둘러 쌓인채 폐허의 모습으로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보수를 위해서 개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철망 사이로 아폴론신전을 바라보면서 철망을 따라 원형극장으로 향한다.     

 

 

 

 

 조금 더 올라가니 2세기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건설된 야외극장이 나왔다. 언덕의 경사면을 이용하여 건설된 극장은 로마시대의 원형극장들 가운데 아스펜도스에 있는 것 다음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히에라폴리스는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시절 가장 부유한 도시였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은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야외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터키에 와서 로마시대의 유물을 많이 보게되고 가는 유적지마다 모두 원형극장은 있어서 눈이 호강한다는 생각이다.

 

 

 

 

 

 야외 원형극장답게 위쪽에서 내려다 보는 원형 극장의 주변은 앞이 탁트여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과거에 이곳에 원형극장을 만들었을 때에도 이런 조망을 생각하고 만들었을 것이다. 극장 앞쪽으로는 아직도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았고, 여기 저기 부서진 많은 건축물의 조각들이 보인다. 원형극장 너머로 멀리 목화의 성을 의미하는 파물칼레의 하얀 석회붕도 보인다. 이곳에는 그늘도 없고 날씨도 엄청나게 더워서 사진을 찍고 나니 더 이상 머물기가 어려웠다.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극장 아래쪽에 내려가 보았다.  

 

 

 

 


 극장 위쪽에서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주어진 자유시간을 이용해서 아랫쪽으로 내려와 보았다. 무대까지 한번 가 보려고 갔더니 무대로 통하는 길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고 열쇠까지 채워 놓았다.  아직 복원이 끝나지 않아서 작업을 하기 위해 그랬을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원형극장 가운데로 기둥과 조각상이 있었는데 계속적인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했다. 가까이서 보니 기둥의 색상이 조금 다른 것으로 보아 제 기둥을 찾지 못해 복원을 위해 새로 제작한 듯하다. 날씨가 덥지 않았으면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구경했으면 좋았겠지만 날씨가 도와주지도 않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어 히에라폴리스의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 원형극장에서 내려간다.  

 

 

 


 히에라폴리스는 생각보다 넓었으며 곳곳에 많은 유적이 있었다. 원형극장을 둘러보고 나서 가이드가 석회봉에 대한 설명을 하고 나서 유적지를 둘러 볼 수 있는 시간을 조금 주겠다고 한다. 내려 오는 동안에도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바삐 움직여 보았다. 조금 먼 곳에 보이는 유적지를 가 보고 싶지만 자유시간을 준다고 해서 그냥 일행과 함께 내려왔다. 히에라폴리스의 넓다란 유적지를 모두 둘러볼 시간이 없겠지만 주요 시설만이라도 보고 싶은데 어느 정도 시간을 줄지 알수가 없다. 비슷해 보이는 유물이 널부러져 있어도 모두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고, 또 그 사적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유물이 아닌 것이다. 좀 여유있게 관람햇으면 좋으려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웃렛 매장만 가지 않았어도 여유가 많았을텐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짜증이 난다.  

 

 

 

 

 

 

 

(1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