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그리스, 터키('14.5)

터키 여행 26-14 (파묵칼레 - 목화의 성) (2014.5)

남녘하늘 2016. 8. 20. 07:48

 

 히에라폴리스 유적지를 먼저 돌아보고 나서 내려 오는 길에 석회층을 구경하게 되었다. 히에라폴리스를 구경하면서는 과거 역사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우려야 했지만 석회층은 신비한 자연환경을 느끼기만 하면 되는 곳이다. 먼저 가이드로가 석회붕(Travertine)은 석회를 함유한 물이 솟아 넘쳐 암석 표면으로 흐르면서 오랜 세월 동안 침전되고 응고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암석화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위에 계속 침전이 진행되어 마치 계단처럼 몇 겹이 되는 석회봉을 만들었고, 아직도 매년 1mm정도씩 증가한다고 말해 준다. 현재의 두께로 환산시 적게 잡아도 석회층의 나이가 1만 4000년 정도라고 한다. 석회봉이 있는 이 지역의 이름이 파묵칼레(Pamukkale)인데,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으로 하얀 석회층이  장관을 이루고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다.

 

 가이드가 파묵칼레에 대한 설명을 하고 나서 1시간 반정도의 자유시간을 주면서 주변을 돌아보고 매표소에서 만나자고 한다. 또 바쁘게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이곳을 마음대로 출입했었으나 지금은 오염을 막고 석회층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을 신은 채 출입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석회봉 윗쪽에 있는 공원 데크에 신발을 벗어 놓고 석회층으로 내려간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최근에 그 수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오전에는 물을 막아 놓았다가 오후에만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도랑에 발만 담그는 데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신기한 석회봉이다. 석회봉을 멀리서 보았을 때는 미끄럽고, 차가운 느낌일 것 같았는데, 막상 맨발로 들어와보니 미끄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간 까끌거리는 느낌아다. 물이 고여 있는 곳은 푸른 빛을 띄었고, 안에 들어가면 하얗고 뿌연 석회가 발에 밟힌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동선을 따라 아래쪽로 이동해 보았다. 중간 중간에 온천물이 고여 있는 작은 못들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저마다 들어가 발을 담그고 포즈를 잡는다. 석회봉을 어느 정도 내려가니 석회봉 앞쪽으로 파란 호수와 파묵칼레 마을의 풍광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나온다. 파묵칼레는 작은 동네인지라 아기자기해 보이고, 주변에는 산과 논이 많이 보인다. 석회봉 뿐만 아니라 탁트인 전망의 마을 풍경도 상당히 아름답다. 여유가 된다면 석회봉을 따라서 마을 앞 호수까지도 가보고 싶지만 자유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기에 마을까지 갔다올 여유는 없을 듯하다.

 

 

 

 

 파묵칼레의 석회층은 생각했던 것처럼 깨끗한 상황은 아니었다. 위쪽의 욕조는 순백의 느낌이 아니었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오염이 되어진 듯하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아랫쪽 마을에 호텔을 많이 신축하면서 물을 뽑아쓰게되어 윗쪽에서 흐르는 온천수의 양이 많이 줄어든 것이 더 큰 영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석회봉을 지역별로 구분해서 물을 을려 보낸다고 한다. 물이 모자라니 석회봉들이 예전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행자들이 멋진 곳의 사진만 배경으로 찍어서 그렇지 상태가 좋지 않은 곳도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의 눈에는 신기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야외온천을 즐기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온천수의 수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야외온천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였다. 그럼에도 서양사람들은 수영복을 입은채 중간중간에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탕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 온천을 할 생각이면 히에라폴리스 유적온천에서 수영을 맘껏 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류머티즘, 피부병, 심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옛날에는 치료와 휴식을 위해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특히 로마 시대에는 여러 황제와 고관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하얀 눈처럼 경사면을 온통 뒤덮은 장관을 감상하면서 심신의 치료를 겸할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남들처럼 수영복 차림에 목욕은 하지 못해도 도랑을 따라 흐르는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온천수의 수량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온도가 그리 뜨거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곳에 와서 멋진 풍광을 즐기면 족욕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잠시 흐르는 물속에 발을 담궈 보았지만 기분은 상쾌해진다.      

 

 

 

 

 더운 날씨에 따듯한 물에 족욕까지 마치고 나니 몸이 더 나른해지만, 석회붕 윗쪽에 있던 공원 데크에서 물에 젖은 발을 말리고나니 기부은 상쾌하고 개운하다. 아직 일행과 만나야 할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있는 이곳에서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워서 석회봉의 다른 쪽도 구경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아까 보지 못한 히에라폴리스 유적지를 조금 더 돌아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다른쪽 석회봉을 구경하기 위헤 북쪽으로 이동했다. 석회층 정상 부분은 나무 데크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듯 별로 보이지 않았고, 조금 이동하니 또 다른 석회봉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나라도 요즘 가뭄이 심해졌지만 터키도 엄청난 가뭄이라고 하는데 반대편 석회봉쪽은 거의 말라붙어 있다. 온천수량이 부족하니 물이 찰랑찰랑해야 할 계단식 석회봉에는 물이 한방울도 없고, 염전에 바닷물이 말라버려 소금을 채취하고 있는 그런 풍경이다. 색상도 변한 곳이 많아서 안타까운 심정이다.  

 

 

 

 

 

 

 온천수가 찰랑찰랑 넘쳐야 하지만 물이 말라버려서 사진만 보면 영략없이 눈덮인 산에 오른 것 같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멋진 풍광 앞에서 글로 그 느낌을 표현하기기 아려운 경우가 있는데 파묵칼레의 석회봉 또한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우리 나라를 다니면서 전혀 접할 수 없는 풍경으로 내 언어적 표현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표현해 내는 것이 어렵다. 사진으로 찍어도 눈으로 본 느낌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다. 훼손이 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한번은 와서 두눈으로 봐야할 곳이란 생각이다. 이쪽 방향에서는 고대 히에라폴리스 유적과 석회봉이 어울린 절묘한 지형을 볼 수 있다.   

 

 

 

 

 

 석회봉 정상에는 이국적인 느낌의 자그마한 공원이 있었다. 이 공원을 가로지르는 온천수가 보였는데 이곳에 있는 저수조에서 물을 받아 놓았다가 어느 쪽으로 물을 흘려보내는지 결정을 하는 모양이다. 아랫쪽에는 관광객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곳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벤치도 놓여 있었는데 나무 그늘도 없는 뙤약볕에 쉴 수가 없어 다시 이동한다.    

 

 

 

 

 석회붕 구경을 이쯤에서 끝내고 집사람과 함께 히에라폴리스 북쪽 문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처음에 이곳에 도착해서 전성기 시절의 히에라폴리스를 표현해 놓은 안내판을 보고나서 박물관과 원형극장쪽만 구경했기에 신전이나 석관묘 등도 보고 싶었다.우리 일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여행객은 온천수에서 쉽게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지 이쪽은 관광객을 보기가 쉽지 않다. 더운 날씨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하지만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지는 넓게 흩어져 있었다. 1,200여기의 석관묘가 있다는 곳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한참을 걸어도 무너지 성벽만 보일뿐 찾고자 하는 유적은 보이지 않는다.   

 

 

 

 

 

 북문까지 이어지는 유적지를 좀더 둘러보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지만 단체로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 여행을 온지라 다른 일행에게 폐를 끼칠 수 없어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래도 석회봉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은 덕분에 다른 일행과는 달리 북쪽에 있는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지를 조금 더 살펴 볼 수 있었다. 시간이 20분, 아니 10분만 더있었어도 조금 더 멀리 보였던 성벽까지 다녀왔을텐데 그 정도의 여유도 없었다.  

 

 

 

 

 날씨가 더워서 걸음을 재촉해 다시 남쪽 출입구로 되돌아 왔다. 이곳에는 그늘막이 쳐저 있어서 뙤약볕은 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른 일행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가보고 싶었던 유적지를 눈앞에서 포기하고 시간에 맞춰 나왔는데 가이드를 포함해서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짜증이 나지만 어찌할 방법도 없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입구에 있는 기념품점에도 들어가서 구경도 하면서, 간단한 음료수도 사 먹으면서 일행을 기다렸다.     

 

 

 

 기념품점에서 시간을 보내도 일행이 돌아오질 않는다. 쓸데 없이 무료하게 기다리기 싫어서 매표소 주변에 보이는 여러 유적지를 구경하러 돌아다녔다. 남쪽 매표소 주변에도 꽤 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고대의 주거지 같아 보이기도하고 무덤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냥 사진 몇장 찍는 것으로 끝냈다. 히에라폴리스에서 보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인데 그만큰 이 지역이 광범위하게 유적이 남아 있는 것 같다. 한참후에 일행이 돌아왔는데 일행중 한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기다리느라 늦었다고 한다. 원래 매표소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왜 안쪽에서 사람을 기다렸는지 모르겠으나, 더 물어 보았자 내 기분만 상하니 잊기로 한다.    

 

 

 

 

 

 석회봉에서 내려와 숙소로 이동한다. 숙소가 석회봉에서 내려다 보였던 아랫쪽 마을인줄 알았더니, 이번에도 이곳에 있는 숙소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가능하면 사람들이 많이 머물고 있고 관광지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면 좋겠는데 여행사에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행자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듯하다. 오늘밤에도 택시를 타고 다시 파묵칼레로 넘어 와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마을앞쪽에 있는 조그마한 호수 주변도 한번 걸어 보았으면 좋으련만...  

 

 

 

 

 

 

(1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