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그리스, 터키('14.5)

터키 여행 26-16 (셀축, 요한의 교회) (2014.5)

남녘하늘 2016. 8. 28. 00:24

 

 아침 일찍 파묵칼레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셀축으로 이동했다.  파묵깔레에서 셀축까지는 160km 떨어져 있어 버스로 3시간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터키에서 버스로 3시간은 아주 가까운 거리다. 터키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여행중에 비가 내렸다. 여행중에 비를 만나면 불편해지는데 그나마 이동중에 비가 내려서 다행이다. 지금은 우기가 아니어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비가 그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이동을 했다. 파묵칼레에서 셀축으로 이동하는 중간에는 농장이 많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기도 어려운, 무화과와 올리브가 있는 커다란 농장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전남지역에서 일부 생산되는 무화과가 이곳의 무화과와 경쟁을 하면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동중에 발전소 같아 보이는 건물도 지나치게 된다.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잦아들고 조금 더 지나치니 하늘이 맑아오기 시작했다.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이동중에 비가 그치니 기분이 좋다. 밖으로 내다 보이는 터키의 들판이 더욱 풍요로워 보인다.     

 

 

 


 파묵깔레를 출발하여 한 시간을 넘게 달리다 도로변 휴게소에 도착했다. 일행들은 화장실을 다녀오며 휴식을 취하는 동안 버스 기사분이 비에 젖은 버스를 깨끗하게 세차했다. 중간에 내리던 비가 그쳤지만 또 비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인데 세차를 해서 조금 의아했다. 가이드가 이동중에 터키인들은 깨끗한 창으로 좋은 기운이 들어온다고 믿어 이 버스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버스도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이슬람 코란에서도 청결을 중시해서 식당이나 다른 공공장소도 비교적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다.    

 

 

 

휴게소 옆에 빈 공터에 과일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 있었다. 노점상이라고 하기 보다는 자기 농장에서 키운 과일을 농장 앞에 전시해 놓고 판매하는 농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휴게소에서 할 일이 없어 이곳에 어떤 과일이 있는지 왔더니 농장에서 키운 딸기와 오렌지 자두 등 여러가지 과일을 팔고 있었다. 이동중에 먹기가 불편해서 그냥 형식적으로 가격만 물어 보았는데 가격도 엄청 저렴할 뿐만 아니라 몇가지 맛을 보라고 주는 순수한 시골농부의 인심이 묻어났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기 보다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정말로 나눠주고 싶어서 하는 행위라고 생각되었는데, 그 인심에 감동해서 딸기를 사가지고 와서 일행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손자가 함께 있어 손자와 사진도 한장 찍었다. 터키 사람의 인심에 다시한번 감동한 날이다. 

 

 

 

 

 

 터키 농부의 인심에 감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일행은 양가죽 제품 판매장 앞 주차장에 멈췄다. 이번 일정 중 세 군데의 특산품 판매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곳이다. 다름 판매점들과는 달리 입구에는 제법 신경을 쓴 정원이 있었다. 정원을 구경하러 온것이 아니기에,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지 않고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우리 일행중에도 매장 방문을 하면 꼭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있어 가이드한테 조금 덜 미안하기도 하지만, 제발 이런 여행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전에 간단한 패션쇼를 보여 주었다. 지금까지의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점과는 다른 한 수 위의 상술이 동원되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양가죽 제품 가격이 만만치 않기 않았는데, 고급 이미지를 주기 위해 모델까지 고용해서 패션쇼를 펼쳤다고 생각되었다. 도대체 이 시골마을에 러시아 사람으로 보이는 모델까지 고용해서 영업을 한다면 얼마나 거품이 많이 끼어 있을지가 상상이 되어 지갑을 열기가 더 어렵다.  중간에 나를 모델로 선정해서 뒷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여러가지 옷을 입히고는 함께 워킹을 하자고 한다. 별로 응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이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일행을 위해서 기꺼이 응해 주었다.  

 

 

 

 

 

 

 

 패션쇼가 끝나고 나서 바로 옆쪽에 있는 매장으로 이동한다. 화려한 조명을 갖춘 매장은 많은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이미 한국인 고객을 많이 상대한 경험을 가진 여러 명의 직원들이 한국말을 하면서 제품 설명을 한다. 패션쇼를 할 때는 우리 일행밖에 없었는데 매장에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여행사가 전속계약을 맺어 놓고 우리나라 사람을 동원하는 모양이다. 제품은 괜찮아 보였지만 가격표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비싸다. 하지만 터키가 가죽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도 아니고, 이곳에 와서 가죽제품을 살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기에 적당히 구경해 주는 것으로 끝냈다. 내 행동을 보면 절대로 물건을 구입하지 않을 사람이란 것을 그들도 눈치챗을 것이다.   

 

 

 


 가죽 제품 매장을 떠나서 사도 요한의 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은 터키 이즈미르주의 셀축시에 있다. 터키는 전 국민의 95%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지만 곳곳에 기독교 관련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 기독교인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진다고 한다. 요한의 교회라고 해서 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이곳은 무너진 성곽과 건물을 복원하고 있는 중이어서 아직 폐허같은 분위기의 유적지라는 인상이 남았던 곳이다. 성지 순례객들이 셀축에 가면 에페소 유적지와 더불어 반드시 거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셀축 중심 언덕에 있는 사도요한의 교회는 20개의 타워와 3개의 문으로 이루어진 성벽으로 둘러 싸여 있다. 우리가 들어가는 정문이외에도 동쪽과 서쪽에 두개의 문이 더 있다고 한다.  

 

 

 

 

 

 

 'St. John'이 영어 발음으로는 존이라고 읽지만 히브리어로는 요한이라고 한다. 예수의 12명중 한명인 요한은 예루살렘에서 추방당한 뒤 셀축으로 와서 노년을 보내고 생을 마쳤다고 한다. 이것을 기념하여 4세기 그의 무덤 위에 처음으로 나무로 된 교회가 세워졌고, 다시 6세기경에는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요한을 기리기 위해 교회를 재건했다고 한다. 한때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이곳 역시 지진으로 인해서 많이 훼손되어 교회터와 건물 유적만 남아 있다. 우리가 교회에 들어간 시간에는 생각보다는 관광객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복원된지 얼마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건물 내부에는 예수, 요한 , 마리아의 성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복원된 돌벽에 목조로 만든 지붕을 씌어서 만들어 놓은 건물이었다. 이 교회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건물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 곳이다. 건물에 대한 설명도 있지 않았고 가이드가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대리석 바닥의 십자형 구멍이 있었다. 이곳에 요한의 무덤터인줄 생각했었는데 세례를 주던 장소라고 한다. 이 푹 꺼진곳으로 예전에는 물이 차있었고, 그곳으로 세례자가 들어가서 세례를 받는 의식이 행해졌다고 한다. 지금의 교회처럼 세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 곳을 걸어서 지나는 것으로 세례를 주었다고 한다.    

 

 

 

 

 요한의 교회건물은 십자가 모양으로 지어졌는데 십자가가 교차 되는 지점에 요한의 묘가 있다. 중앙 돔 아래 위치한 요한의 무덤에는 4개의 대리석 기둥이 남아 있고, 실제로 시신은 있지 않다고 한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요한의 교회의 여러 곳과 무덤이 있는 이곳을 보아도 내게는 특별한 감정을 생기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엄청난 성지중의 하나이다. 대리석 기둥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로프로 막아 놓았다.    

 

 

 

 


 

 요한의 무덤까지 가이드가 안내를 해주고 나머지는 자유시간을 주면서 곳곳을 돌아보라고 한다. 하지만 곳곳에 보이는 대리석 기둥과 함께 붉은벽돌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벽면 그리고 흩어진 잔해만 있는 교회를, 자세한 설명도 없이 돌아다니려니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유적만 돌아다니듯한 것 같다. 계속해서 발굴과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속도는 엄청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인 느낌이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과 함께 교회라기 보다는 신전이나 요새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윗쪽으로 올라가니 교회의 전체 모습이 보여지는 전망좋은 장소에 도착했다. 웅장했던 교회의 규모를 말해주는 조각난 건축물의 잔해. 거대한 돌기둥과 조각난 건축물의 잔해들만 남아있는 이곳이 지진으로 무너지기전에는 130m 길이에 6개의 돔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잔해만 남아 있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굉장하다는 표현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이곳이 멀쩡한 상태로 지금까지 보전되었다면 엄청났을 것 같다. 교회 건물터 아래로는 셀축시의 모습도 들어 온다. 아래쪽에 있는 것은 과거의 모습을 그려 놓은 복원도의 그림이다.    

 

 

 

 


 곳곳에 널린 폐허의 흔적과 잔해가 굉장히 많이 있었고, 복원 공사는 진행하고 있는 듯 유물을 차곡차곡 정리해 놓은 곳도 있었다. 수많은 기둥의 잔해와 함께 조각과 문자가 새겨있는 돌판 같은게 여기 저기에 널려 있는데,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빨리 복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아 잘 보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방치되어 있는 유물을 보면서 부러움과 함께 안타까움이 많이 교차했다.   

 

 

 

 

 


 여기 저기 파헤쳐진 돌무더기 뿐인 듯하여 조금은 황량해 보이지만 넓은 교회터에 서면 시야가 탁트여 작은 마을 셀축의 전경을 감상하시기 좋다. 사진의 뒤쪽으로 보이는 바위 산과 뒷산의 중간 허리부분이 우리 일행이 점심을 먹고 나서 방문한 히드리아누스 신전과 셀수스도서관이 있는 위치라고 한다.  

 

 


  교회 뒷편 언덕 윗쪽으로는 7세기에 지어졌다는 성곽이 보인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셀축시내도 더 잘 보이고 교회의 전반적인 풍광이 잘 보이겠지만, 군사시설이 있어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가능한 높은 곳으로 이동해 보려고 했는데 중간에 철망이 쳐 있어서 갈수가 없었다. 그곳으로 가는 중간에도 복원을 하기 위해서인지 기둥처럼 보이는 유물이 쌓여 있었다. 쌓여 있다는 표현보다는 방치되어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이제는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입구로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다.       

 

 

 

 

 사전 지식을 가지지 못하고 방문했던 사도요한의 교회. 너무나 많이 방치되어 있던 유물을 보면서 도대체 터키에는 얼마나 많은 유적이 있기에 이런 곳도 이정도 복원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나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터키에서는 어지간한 유적지를 보고서는 더 이상 감동이 나오지 않을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곳에 온전했을 때에는 얼마나 대단했을지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독자적인 여행이었다면 시간을 조금 더 투자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이제는  또 다른 여행지로 떠나야 하는 시간이다. 그나마 출입문으로 사용되는 성문입구는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다. 

 

 

 

 

 셀축에서는 사도요한의 교회를 둘러본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채  떠나게 되어서 많이 아쉽다. 도심에도 고풍스러운 건물과 유적같아 보이는 것들이 많이 보였는데 겨우 사도요한의 교회 구경을 한 것만으로 끝내고 점심을 먹으로 간다고 하니 나 혼자 점심을 먹지 않고 주변을 둘러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다른 일행에게 폐를 끼칠 수 없어 개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가죽 옷 매장을 가지 않았다면 도심에 버스를 세워 놓고 자유시간을 한시간만 주었어도 여행의 느낌이 크게 달라졋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나는 아직까지는 자유여행을 떠나냐 하는 체질이다.

 

 

 

 

 

 

(1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