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거대한 화강암바위들로 구성되어 있는 노산을 처음 접하면서 느낌 감정은 육중함이다. 노산은 넓이는 446㎢로 남한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지리산 면적인 472㎢와 비슷하고 하는데 그냥 보기에는 그다지 커다란 산은 아니었다. 노산의 봉우리 중에 가장 높은 곳이 거봉(巨峰·1,132m)으로, 노산은 황산, 화산 등과 함께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명산중에 하나라고 한다. 특히 산의 정상주변으로 여덟개의 팔쾌 돌 관문이 있는데 이 관문들을 모두 돌면 중국인들은 복을 받는다고 해서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주차장 앞에 있는 천지순화(天地淳和) 문 바로 뒤로는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고, 그 옆으로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계획은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 갔다가 내려 오는 계획으로 일정으로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배에서 수속을 받느라 시간이 늦어져서 올라가는 것은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내려오는 것은 걸어서 내려 오는 것으로 변경했다. 케이블카는 2.5km 거리를 약15분 정도 타고 8부능선까지 올라간다. 케이블카의 탑승인원은 4인이고, 케이블카는 창문을 일부 열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열린 창문 틈으로 디카를 내밀어 노산의 풍경을 찍는다.
케이블카 이용료 40위안을 추가로 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한 것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다. 케이블카에서 바라 본 풍광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고도를 높이는데 칭다오 앞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졌고 중간 중간 있는 기암괴석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오를 수 있었다. 글로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풍광이었다. 산은 꼭 걸어서 올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가끔은 이렇게 편한 산행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자위해 본다. 산의 규모가 대단해서 주변의 산군까지 포함해 모두 돌아보려면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케이블카에서 멋진 풍광을 감상하면서 15분 정도를 올라가니 8부 능선에 있는 상부 탑승구에 도착한다. 케이블카 승하차장를 중심으로 부채처럼 펼쳐있는 산봉우리를 따라 계단,동굴, 잔도들이 연결되어 있다. 일행들이 모두 올라올 때까지 승차장에서 잠시 머물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서 보이는 바닷쪽 풍광도 상당히 멋있다. 걸어서 올라 왔다면 제법 힘도 들고 땀도 많이 흘렸을텐데 일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나 쉽게 올라 왔다. 노산 산행을 거져 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
케이블카 승강장부터 여행의 노산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케이블카 승장강 뒷편으로 있는 돌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경사가 제법 가라픈데 처음부터 걸어 올라 왔다면 이런 돌계단을 끊임없이 올라 왔을 것이다. 노산을 찾는 대부분의 중국사람들 중에 걸어서 노산을 오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게이블카를 타고 오르는데, 그래서인지 운동화에 평상복차람이나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처럼 등산복을 갖춘 중국인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노산도 온통 돌계단으로 되어 있어 나무처럼 반듯하게 자른 화강암 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돌계단을 밟지 않고는 노산을 오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돌 계단뿐만 아니라 산의 정상으로 다가갈 수록 바위들이 점점 많아진다. 출발한지 얼마지나지 않아서 자광동굴(慈光洞窟)이 나왔다. 큰 바위가 쓰려져 그 밑에 나있는 동굴을 부르는 이름이다. 풍광이 멋져서 이번에 함께 산행을 한 직원의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동굴을 지나니 전망대가 나오는데 전망대 주변의 나무에는 축원을 적은 붉은 천이 엄청나게 많이 달려 있다.
다시 계단을 따라 조금 오르니 8괘 문 중 첫 번째 문인 이문(離門)이 나온다. 속세와 잠시 이별을 하고 도교의 세계에 들어가는 의미로 입구에 이문을 세워 놓았다고 생각을 하며 문을 통과한다.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정상 주변의 암봉들이 장관이다. 정상부 뿐 아니라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부린 조화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비경이다. 이문을 시작으로 팔괘에 해당하는 여덟 개의 문이 정상을 중심으로 고리를 형성하며 이어진다. 등산로가 원형이기에 좌우 어디로 가도 이곳 이문에서 다시 만난다. 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내려 올때 찍기로 하고 석문 사진만 찍고는 그냥 지나친다.
이문(離門)을 통과하여 조금 더 오르니 넓은 광장이 나온다. 모처럼 전망이 좋은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노산의 산세에 감탄을 하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산 능선을 따라 성벽처럼 바위봉우리들이 갖가지 모양으로 도열해 있었다. 손바닥 바위, 집게바위, 병풍바위등 보는 위치에 따라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천태만상의 얼굴로 다가 온다. 바위능선 넘어 또다른 능선이 첩첩으로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가이드는 왼쪽으로 도는 길이 오른쪽으로 도는 것보다도 조금 쉽다고 해서 일행들이 왼쪽으로 해서 돌아보기로 했다.
이문(離門)을 지나 다시 가파른 계단 길을 조금 더 올라가면 드디어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은 곤문(坤門)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손문(巽門)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진행하지만,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왼쪽 곤문쪽으로 이동한다. 오늘 산행은 8괘 문을 모두 돌게 되는데 조금 전에 지나온 이문(離門)에서 시작해서 곤문(坤門), 태문(兌門), 건문(乾門), 감문(坎門), 간문(艮門), 진문(震門), 손문(巽門)을 순환한 뒤 다시 이문으로 내려 오는 코스이다. 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오르지 못하고 정상을 중심으로 팔괘문을 따라 대략 4.5Km정도 된다고 하는데, 능선을 따라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고 한다.
능선을 올라 바위 기둥 사이를 통과하자 곤문(坤門)의 괘가 보였다. 이곳 바위에는 파란색으로 바위에 글자를 새겨 놓았다. 바위 능선을 타고 넘나드는 바람이 시원하니 더위에 지친 등산객이 걸터 앉아 서위 식히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바람 길목이었다. 그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서 보았던 노산과는 다른 서쪽 방향의 조망을 볼 수 있었는데 올라오면서 보았던 풍광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바다를 접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줄지어 늘어선 본우리와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경이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감탄을 자아 낸다.
바위가 무너져 만들어진 건곤동(乾坤洞 : QIANKUN CAVE)을 지나 태문(兌門)으로 향한다. 이어 풍교험도(風橋險渡)라고 쓰여진 인공 굴다리를 지난다. 노산의 다른 곳과는 달리 인공 구조물이 나와서 사진을 한장 찍고 지나게 된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드는 경치였다.
인공동굴을 지나 조금 더 이동하니 깊은 계곡이 나타나면서 철삭교(鐵索橋:CHAIN BRIDGE)라고 불리는 커다란 구름다리가 있었다. 다리는 튼튼해 보였는데 흔들다리인 것 같아 중간에서 움직여 보아도 튼튼하게 만들어 놓아서인지 출렁거리지 않는다. 다리 오른쪽으로는 철다리를 만들기 전에 다녔던 옛길이 보이고, 다리 너머로 태문(兌門)이 보인다. 철다리 중간에서 내려다 보이는 오지봉을 비롯한 계곡의 풍광도 한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이다.
철다리를 지나 깎아지른 바위 사이로 좁게 이어지는 문이 태문(兌門)이다. 태문의 서쪽에 있는 자연암으로 만들어진 문으로, 바위 윗쪽에 태문이라고 조각해 놓아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있다. 8쾌에 따른 문이 하도 많아서 특이한 문이 아니면 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한다. 노산을 구경하러 온 것이지 노산에 있는 문을 찾아보려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문이 있는 길을 자강로 (自强路) 라고 부른다고 한다.
태문(兌門)을 지나 조금 더 이동해서 바위봉우리 사이를 오르자 건물이 한채 있었다. 노산에 올라 본격적인 산행을 하면서 처음 본 건물이어서 특별한 느낌이다. 인적이 별로 없는 오봉선관(五峰仙館)은 본래 도교사당이였으나 한때 매점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비어 있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고, 쉴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약간의 휴식을 취해도 괜찮을 것 같다. 건물 앞쪽에는 산행지도와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다. 오봉선관을 지나니 시멘트 포장도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정상의 군부대로 이어지는 도로인 모양이다. 도로 건너편에 있는 이정표를 따라서 숲으로 들어가니 그동안 계속 보았던 바위는 보이지 않지만 더운 날씨에 숲속길이 좋다.
숲속길을 따라 이동해도 날씨가 더워서 땀은 계속 흐른다. 숲 속이지만 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며 이동하니 감문(坎門)이 나온다. 감문은 자연 문이 아닌 나무로 만든 인조 문이다. 그러나 숲길은 오래 이어지지 않고 조금 더 이동하니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다시 암벽들이 펼쳐진다. 멀리 앞쪽으로 바위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쌓인 사이에 붉은 글씨로 복(福)자 두개가 위아래로 새겨진 바위기둥이 눈에 들어 온다. 복이 쏟아져 들어 오라고 복자를 거꾸로 써 놓는데 이곳에는 바르게 두개를 써 놓았다. 복(福)자 글씨가 새겨진 바위는 봉우리를 여러번 돌 때까지 아주 잘 보였는데, 명당에 자리잡은 쌍복이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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