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중국 노산,태산('13.8)

중국 노산, 태산 산행 9-3 (노산 산행 2) (2013.8)

남녘하늘 2016. 2. 6. 00:23

 

 복(福)자 글씨가 새겨진 바위를 지나 이동하니 노산의 뒷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제법 넓은 전망대가 나왔다. 그곳에도 멋진 풍광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바다와 이어져 있는 노산의 뒷모습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서 보았던 앞쪽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번 해외산행을 함께 떠난 인원은 100명이 넘었지만, 산에 오르지 않고 칭다오 시내관광을 떠난 사람과 또 노산 일주산행을 하지 않은 인원을 빠지고 나니 정작 이 전망대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인원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또 일부 인원은 걸음이 빨라서 먼저 지나가버려 함께 단체사진을 찍지 못했다.

 

 

 

 전망대를 지나 잔도를 걸으며 다시 자연의 예술품들을 감상한다. 이어 절벽 갈라진 틈새로 흘러내리는 물을 받는 수조를 지나고, 원숭이의 환영을 받으며 노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에서 이문(離門) 사에에서 보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 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 아직 중국사람들은 트레킹의 개념도 없고, 산에서 걷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산 8쾌문을 일주하면서 우리 일행 이외에 다른 현지인은 거의 많이 만나지 못했다. 이렇게 멋진 산에 편하게 올라와서 조금 걷고 편한 곳만 찾아보고 내려가는 모양이다. 덕분이 우리는 호젖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노산에는 바위에 새겨놓은 글씨들이 많이 보였다. 아주 오래전에 금강산에 갔을 때 금강산의 곳곳에도 바위에 글자를 새기고 붉은 색칠을 해놓아서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었는데 중국의 산에서도 그런 흔적을 많이 본다. 하지만 돌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벽면 전체에 도덕경의 한부분을 빼곡히 새겨 놓은 바위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글씨도 아주 아름답고 힘이 넘쳐 보인다. 자연을 훼손한 낙서이지만 이 정도의 규모가 되면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해 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 공력만큼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도덕경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 노력은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 노산 산행 안내도를 새긴 조형물이 있어 현 위치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금 더 가니 벼랑에 제비집처럼 붙인 계단길을 따라서 바위능선을 넘어간다. 간문(艮門)은 화강암이 기울어져 생긴 동굴같은 문으로 주변에는 화강암이 많이 늘어서 있다. 간문(艮門) 근처에는 신선이 살았다는 선동(仙洞)도 나오는데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8쾌를 따라 도는 이 산에서도 보는 곳마다 풍광이 많이 다르다. 

 

 

 


 이제 노산 둘레를 거의 한바퀴 돌아 마지막 괘인 손문(巽門) 능선에 도착했다. 이곳은 다른 문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찰 입구에 있는 일주문같은 느낌을 주는데 능선을 따라 기다랗게 정자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손문에도 팔괘가 그려져 있었다.  이곳은 군부대가 있는 노산 정상과 연기봉을 연결하는 통로역할을 하는 바람능선이다. 군부대가 있어 노산의 정상에는 가지 못하고 산행객들에게 실질적인 정상 역할을 하는 영기봉으로 가기 위해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손문(巽門)에서부터 다시 이곳에 온 중국사람들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노산 산행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손문을 거쳐 연기봉에 올라왔다가 내려 가는 것이 노산 산행인 듯하다. 손문에서 능선을 따라 올라 오니 선천교가 나온다. 이곳도 바위봉우리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선천교를 지나 올라가니 영기봉 정상이 나온다.  

 

 

 


 영기봉에 오르니 노산 정상 (1,132m)에 있는 돔 형태의 레이더 기지를 비롯한 군사 시설물이 바로 앞에 보인다. 정상쪽으로도 바위가 엄청나게 많고, 전망이 좋으련만 일반인들은 오를 수 없어 이렇게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영기봉 정상에서도 막힘이 없어 노산의 정상과 칭다오 시내를 볼 수가 있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보면서 중국사람들조차 태산이 아무리 높다 해도 동해의 노산만 못하다고 하는 말이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만큼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좋다. 더구나 바다까지 잘 보이기 때문이다.  

 

 

 

 


 노산 정상에서 감상하는 아름다운 조망들 바위의 모습들이 우리나라 설악산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영암 월출산과도 많이 닮아 있다. 바로 아래에 보이는 정자는 육합정이고 다리 이름은 선천교다. 노산에서 가장 멋진 멋진 곳은 육합정과 선천교인 듯하다. 그래서 중국사람들도 노산 산행을 하면 이곳까지만 다녀 가는 모양이다. 육합은 천지동서남북의 합이 되는 중간지점이라는 의미로 천간과 지간 중에서 가장 좋은 기운이 모여 6가지의 합을 이루는 곳으로 가장 위치가 좋은 명당 자리임을 뜻한다고 한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오늘 멀리 바다까지 비교적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고 한다. 10번 올라오면 2~3번 정도 청명한 날씨를 만나고 나머지는 흐리거나 황사, 연무로 인해 희뿌연 경우가 대부분이라는데 오늘 우리는 복을 쌓아서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육합정과 선천교를 구경하고 나서 다시 손문(巽門)으로 내려 왔다. 이제부터는 거의 내리막길을 내려 오면 된다. 처음 출발했던 이문(離門)과 전망대 방향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전망이 좋았던 선천교 근처에서 너무 오래동안 지체했더니 그 사이에 사람들이 많이 줄어 들었다. 케이블카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중국사람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가기 위해서 조금 서둘러 내려 갔던 모양이다. 가는 곳마다 올라갈 때의 복잡함 대신 썰렁함이 느껴진다. 아직 해가 떨어지려면 한참이나 남아 있는데, 참 신기한 산행을 한다. 이곳 사람들은....  

 

 

 

 

 최고봉인 거봉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팔괘를 따라 도는 원형일주 산행을 마치고 처음 출발했던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왔다.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승차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우리는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기에 눈길도 주지 않고 내려간다. 전망대 왼쪽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은 숲속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하산 길의 돌계단은 정상부의 돌계단보다 더 힘들었다.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지루하게 이어졌다. 내려가면서 간혹 케이블카가 보였다가 숲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기암과 괴석은 길목에서도 많이 보인다. 

 

 

 

 

 

 한참을 내려 오니 길 옆으로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1,100m나 되는 높은 산이어서 계곡과 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길 옆으로는 보이지 않다가 한참을 내려 오니 나타난 것이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많이 더웠던지라 잠시 계곡으로 내려가서 신발을 벗어 놓고 발도 씻어 주었다. 물이 생각보다는 차갑고 깨긋하다. 후미에 있는일행들보다는 조금 빨리 내려 왔기에 계곡에서 쉬면서 여유를 부렸다. 잠시후 우리가 일어날 무렵 후미조 역시 물소리를 듣고 약속이나 한듯이 이 계곡으로 내려 왔다. 산행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것이다.   

 

 

 

 

 급경사 계단길이 끝나고 경사도가 완만해지면서 걷는 것이 한결 수월해 졌다. 주변 산을 둘러 보아도 제법 많이 내려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산행로 옆으로 케이블가를 볼 수 있었는데 아랫쪽으로 내려 오니 나무가 많이지면서 숲이 우거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주변의 조망이 나빠졌다. 한참을 숲속 길을 따라 걸어 내려왔더니 갑자기 케이블카 탑승장이 가까이 보인다. 드디어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천지순화(天地淳和) 문 근처에까지 내려 온 것이다. 이곳을 걸어서 올라 갔으면 많이 힘들었겠지만 천천히 걸어서 내려 오니 금방 내려왔다는 느낌이다. 다만 초반에 돌계단이 많아서 무릎에 무리가 조금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오늘이 일요일이어서인지 중국인들이 노산을 많이 찾아왔었는데, 우리가 걸어서 산을 내려오는 동안에 케이블카 운행시간이 끝나서인지 주차장에는 우리 일행 이외에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내려 오면서 계곡에서 발도 씻고 여유를 부리면서 왔더니 산아래 관광버스를 세워 놓은 주차장까지 가는 셔틀버스도 이제 두어대만 남아 있다고 한다. 조금 더 여유를 부렸으면 마지막 셔틀버스를 놓칠뻔 했던 셈이다. 노산은 옛날에는 도교의 본거지라고 여겨질 만큼 노산의 도교 사원은 매우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지나온 산행로에서는 도교사원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태문(兌門)을 지나서 있었던 오봉선관(五峰仙館) 이외에는 도교사원을 보지 못했는데, 가이드가 저녁식사 일정때문에 먼저 내가가는 바람에 그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나마 있던 중국 관광객은 모두 내려가 버려린 텅빈 주차장에서 조금 늦게 내려 오는 일행을 기다리면서 단체 사진을 남긴다. 104명이 함께 왔는데 이곳에서 단체 사진은 2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막차를 기다리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중이다. 아침에 배에서 내리면서 수속 시간이 많이 걸려서 노산 산행에 차질이 있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노련한 가이드 덕분에 산행을 무사히 끝냈다. 올라 갈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또 빨리 탑승할 수 있돌고 조치해 주어서 걸어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노산 8쾌 문까지 모두 돌아볼 수 있었다.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어울려져 수려한 경치의 노산을 잘 둘러 보았다는 생각이다.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