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크라톤이라고 말하니 바로 알아 듯고 데려다 준다. 족자카르타에 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지는 않은 듯한 수라가르타(솔로)의 느낌이다. 왕궁 입구라고 차를 세워 주는데 왕궁 앞까지 차가 들어가고 주변에 사람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도 보이는 등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흰색 벽을 따라서 미로찾기 길을 찾아가는 듯한 느낌도 든다. 왕궁 입구가 정확하게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을 따라서 가보니 나왔다.
3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수라카르타는 1745년 마타람 술탄 왕국의 수도가 된 후 바틱, 무용, 예술 등 전통적인 문화가 발달하면서 자바 섬의 문화 중심지로 떠오른다. 그래서 볼 곳이 많은데 의외로 관광객이 적다. 높은 빌딩들이 별로 없어 전통적 건축물들이 그대로 많이 남아 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스라카르타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었기에 전통이 더 보존되어 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수라카르타에는 북쪽의 망쿠네가란 왕궁과 남쪽의 까수나난 왕궁이 있다. 두 왕궁 모두 정교한 모습으로 자바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한다. 오늘 방문한 곳은 수라카르타 왕궁(Keraton Surakarta Hadiningrat)으로도 불리는 까수나난 왕궁(Keraton Kasunanan)이다.
저렴한 입장료를 내고 왕궁에 입장했다. 규모는 꽤 커 보였고 Kraton Solo 왕궁과 박물관 모두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관람객에게 다 개방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먼저 박물관에 들어가게 되는데 박물관 앞마당이 꽤 넓다. 이 곳도 옛날에는 왕궁의 일부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물관은 상관 없지만 왕궁으로 들어갈 때는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고... 또한 박물관은 복장에 제약이 없는데 왕궁에 들어갈 때는 짧은 치마나 옷은 안되는 모양이다. 다행히 나는 반바지를 입었는데 싸롱을 입지 않아도 되었고, 집사람에게는 싸롱을 따로 건내 주었다.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2명의 술탄이 남아 있다. 족자카르타와 오늘 방문한 수라카르타(솔로) 두 곳이다. 두 지역이 하나의 왕국이었는데 1755년에 둘로 나뉘게 된다. 1741년부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자바 섬에서 이권을 챙겼는데 당시 수라카르타 왕국은 이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동인도회사의 후원을 받는 수라카르타 왕국에 대해서 족자카르타에 기반을 둔 하멩쿠부워노 1세가 반대세력을 확보해 1748년 수라카르타 왕국을 공격해 족자카르타가 분할하게 되었다고 한다. 1755년 마타람 술탄국 지역에서 2번째로 술탄의 칭호를 받는 왕이 되어 족자 술탄국을 열게 되었다. 오늘 방문한 수라카르타 크라톤은 분할되기 전에 만들어졌던 왕궁이다.
크라톤 안쪽은 너무나도 조용했고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크라톤 입구에 들어서니 바로 박물관으로 개조해 놓은 옛 건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긴 회랑같은 건물 안쪽에는 여러가지 왕궁에서 사용하던 물건에서부터 사진, 가구, 가마, 마차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화려했던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고 너무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벽에 페인트도 벗겨지고 화려한 듯 하면서도 퇴색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박물관 마당 가운데에 우물이 있었는데. 멀리서 보니 두레박을 사용해서 물을 퍼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관광객에게 물을 주고 약간의 기부금을 받는 것으로 보였는데, 목이 마르지도 않았고 정수되지 않은 물을 마시는 것이 걱정되어 가까이 가 보지도 않았다. 현지인들은 부담없이 마시고 있었다. 이곳의 마당은 궁전이라기 보다는 정원이라고 할만큼 나무가 많이 심여져 있다. 덕분에 덥지도 않고 보기에도 좋다.
마당을 가로 질러 반대쪽 전시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쪽 전시장은 반대편에 있었던 전시장보다는 조금 신경을 쓴 흔적이 많았다. 전시해 놓은 것들도 그냥 대충 가져다 놓은 느낌이 아니라 생각해서 배치해 놓았고, 보여주기 위해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와양(Wayang)을 공연하는 모습의 모형도 만들어 놓았고, 왕과 왕비가 전통복장을 하고 앉아 있는 모습을 표현해 놓은 전시물도 있었다. 조명도 밝게 해 놓았고 벽면에는 인도네시아의 풍습을 알려 주는 전시물을 설치해 놓았다.
크라톤을 방문하면서 어디가 박물관이고 어디가 왕궁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유뮬이나 전시가 있는 공간은 박물관이라고 생각하고 왕궁은 박물관을 포함한 전체 공간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왕궁은 전체적으로 밝은 하늘색으로 칠을 해두었으며 건물을 다 둘러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많은 부분이 제한구역으로 되어 있어 일부 가 볼 수 있는 곳만 보고 와야 한다. 아마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은 들어 갈 수 없도로 하는 것 같았다. 같은 동남아권인 태국의 왕궁에 비교하면 화려함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곳 나름의 특색있고 소박한 왕궁의 모습이다.
왕궁의 건물 내부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는 모양이다. 공식적인 행사를 할 때만 사용하는지 우리가 갔을 때에는 노란 천으로 싸 놓았다. 그냥 공개해 놓으면 보기에도 좋을 터인데 사람들이 게을러서 청소하기 싫어서 꽁꽁 싸 둔 모양이다. 거의 모든 건물에 그렇게 되어 있으니 보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방법을 찾으면 있을 터인데 아주 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곳이란 인상이다. 그냥 솔로 크라톤을 방문해 보았다는데 의미가 있는 관광이 되어버렸다.
전망대로 추측되는 건물이다. 한번 올라가서 크라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이곳 역시 입장할 수 없는 공간이다. 무슨 건물인지 궁금해서 나오면서 확인해 보니 이름이 Panggung sangga Buwana 이라고 되어 있다. 안내서가 없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높이 35m의 탑으로 술탄이 올라가서 명상을 했다고 한다. 전망대를 지나 숲이 있는 마당을 거쳐 다시 입장했던 곳으로 나오게 된다. 조금 더 크라톤의 여러 곳을 둘러 볼 줄 알았는데 개방되는 공간이 너무나 적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크라톤에 입장하기 전 매표소 앞쭉에 있었던 술탄 Pakubowono 6세의 동상.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지붕 아래 있고 그늘이 있어 들어갈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지금은 크라톤에 입장하는 시간이 끝나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줄어서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크라톤을 비롯해서 술카르타, 족자가르타 등에 있는 박물관과 공공기관에서 관리하는 곳의 입장 시간은 거의가 2시까지였다. 여행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시간인데 이곳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왕궁 입구쪽으로 다시 나왔다. 왕궁에 오기 위해서 택시를 내렸던 곳인데 상인들이 나와서 여러가지 음식을 팔고 있었다. 사탕수수 음료와 몇가지 길거리 음식를 사 먹었는데 족자카르타 보다 가격이 절반이고 자카르타에 비해서는 1/4 가격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은 그만큼 이곳이 관광객이 많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박물관과 크라톤에 들어가는 입장권을 파는 곳은 뒷쪽으로 들어가서 안쪽에 있지만 이곳이 크라톤의 출입문 중에 하나인 듯하다. 오늘은 이쪽 문을 열지 않아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 왕궁 경비병도 있다고 한다. 이미 닫혀 버린 정문 앞쪽에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 가고 정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정보는 부족하고 영어로 된 안내책자조차 없으니 대강 대강 눈치로 알아볼 수 밖에 없는 수라카르타의 관광 현실이다. 멀리 족자카르타에서 기차까지 타고 이곳까지 왔는데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크라톤에서 조금 걸어 나오니 KLEWER시장이 나왔다. 아주 조그만 규모의 시장으로 분위기가 상당히 침체되어 있어 보였다. 안쪽 매장에 한번 들어가 보았더니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공간이 많았고, 손님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라카르타(솔로)가 바틱의 본고장이어서 이 시장에서도 바틱제품을 많이 팔고 있었는데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시장 앞쪽에는 네덜란드에 통치 받던 시절에 만들어진 아주 커다란 대포가 전시되어 있는데 왜 시장앞에 대포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무엇인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장 앞에 있는 과일 노점상에서 약간의 과일을 구입했는데, 이 아주머니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면서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관광객이라도 엄청 바가지를 씌운다. 맛보기를 먹어본 죄로 속는줄 알면서도 조금 도와주자는 생각에 사 주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유명한 재래 시장인 게데시장(Pasar Gede)을 찾아가 보기로 하고 이동한다. 이곳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있어 택시나 베짝을 타고 이동하기에는 짧은 거리여서 조금 덥기는 하지만 시내 구경이라도 하면서 걷기로 했다. 족자카르타와는 달리 보행자 통로가 잘 되어 있고 공기가 좋아서 걷기에 부담이 없다.
(1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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