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인도네시아 ('17.7)

인도네시아 여행 29-13 ( 족자카르타 보로부두르 사원 ), (2017.7)

남녘하늘 2018. 10. 23. 06:17


 새벽 5시 50분에 어제 예약해 놓았던 아리여행사의 기사가 호텔로 찾아왔다. 다른 일행은 없이 우리 가족 2명만 단촐하게 다니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오전에는 보도부두르 사원쪽을 구경하고 오후에는 프람바난 사원을 중심으로 주변의 몇 몇 사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더 일찍 출발해서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해 뜨는 것을 보는 것도 좋다고 했지만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하루 일정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날이 더워지기 전에 시작하는 일정으로 정했다. 호텔에서 약 한시간 정도 차로 이동하니 보로부두르 사원 입구에 도착했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서 차만 렌트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도로 상황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 정도라면 내가 직접 운전해서 내 일정대로 다녀도 되는데 많이 아쉽다.   





 이번 족자카르타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은 보로부두르 사원과 프람바난 사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세계테마기행이나 다른 TV 여행채널에서 본 풍경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다음에 꼭 가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중부 자바의 족자카르타 시에서 북서쪽으로 42km 떨어진 곳에 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바간과 더불어 세계 3대 불교유적지 중 하나인 이곳은 고대 인도어인 범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언덕 위의 사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 있는 앙코르와트 유적은 여러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곳은 단일사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보로부두르 사원의 입장료는 성인은 325,000Rp, 어린이와 학생은 195,000Rp다. 그리고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의 입장료가 10배 가까이 비싸다. 아예 입장하는 곳이 달리 되어 있는데 비싼 입장료 때문인지 선심 쓰듯 작은 생수 한병이나 커피 한 잔중 하나을 공짜로 준다. 미리 보로부두르 사원과 프람바난 사원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입장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통합권을 기사에게 이야기했더니 기사가 따로 여행권을 끊어서 왔다. 입장권에 가격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여행사와 발권하는 사람들과 은밀한 거래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내가 입장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그냥 넘어 간다. 





 

 검색대를 거쳐 사원으로 들어가면 가는 길은 공원처럼 나무들이 울창하고 보기 좋았다. 사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역사관이 있는 것 같았는데 사원을 구경하고 나서 나오는 길에 구경을 할 생각이었는데 들어갔던 곳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나오게 되었다. 미리 보로부두르 사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들어가는 길에 가 보아야 할 것 같다.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지배하던 1907년부터 복구가 시작되었고 1973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유네스코 주도하에 복원작업이 이루어졌다. 현재의 이름인 보로부두르 라는 명칭조차 정확한 이름인지 아닌지 모른다고 한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사원이 산봉우리나 피라미드처럼 우뚝 서서 맞이한다. 이 사원은 8세기 중엽 중부 자바에서 번성한 샤일렌드라(Silendr) 불교왕조 때에 세워졌으며 우리나라 석굴암과 비슷한 시기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앙코르와트보다는 300년 정도 건축 시기가 앞서는데 이 후 앙코르와트 건축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사원을 완공하는데 적어도 70년 이상이 걸렸을 것으로 추측되며 건축의 목적, 의의, 동원된 노동자, 예산, 건설기간 등이 기록되지 않아 큰 불가사의로 남아있다.





 위쪽에서 내려다본 보로부두르 사원의 모습이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총 9층의 형태로 구성된 보로부두르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고 한다. 불교의 3계를 상징한다는데, 번뇌 단계인 욕계(欲界), 깨달음을 구하는 색계(色界), 해탈의 경지에 이른 무색계(無色界)를 충실히 반영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제일 아래쪽의 기단은 한변의 길이가 124m인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올라 갈수록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계단식 구조로 되어 있어 아시아의 피라미드라고 불린다고 한다.    




 언덕을 올라가 사원앞에 다다렀는데, 광각렌즈를 사용하지 않아서 사원의 전체 모습을 한번에 담을 수 없었다. 규모가 크기는 했지만 TV에서 보고 상상해 왔던 내 머리속의 규모보다는 조금 작았다. 나는 보이는 것보다 더 엄청나게 클 줄 알았다. 아직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관람객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 관람은 동쪽문으로 올라가서 북쪽문으로 나오게 된다. 스님이 염불을 외며 돌 수 있는 회랑의 층수는 모두 9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일 아래에 위치한 기단을 제외한 층수이다. 5층까지는 사각형의 단이 있고, 그 위에는 3층짜리 원형 단, 그리고 마지막에는 탑이 하나 있다. 높이는 42m이나 무게가 무려 350만톤이나 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문화 유적 가운데 불교와 힌두의 유적을 모두 짠디(Candi)라고 지칭하며 돌로 만들어진 옛 건축물이라는 뜻인데, 우리는 보통 사원으로 해석한다. 8세기 중엽에 완공된 보로부두르 사원은 잃어버린 역사 속에 홀로 남아서 역사를 증명하고 있는 유적이다. 약 1,000년간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잠들어 있던 보로부두르는 1814년에 당시 인도네시아를 통치하고 있던 영국의 래플즈에 의해 발견된다. 이후 네덜란드 통치하에 있던 시기에 몇 차례 복구 공사를 거쳐 1991년 드디어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아 아시아 유적으로 최초로 대규모 복구 사업이 유네스코의 주도하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복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진으로 인한 피해, 도굴꾼들에 의한 도난, 영국 총독 통치시절 태국 국왕에게 유물 일부를 떠어내 선물하는 등 훼손된 부분이 많다고 한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화산암의 일종인 안산암으로 이루어졌다. 거의 일정한 크기로 돌과 돌 사이에 홈을 파서 서로를 결합 조립했는데, 우리나라의 한옥을 짓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사각형의 하단부에 있는 주벽과 부벽에는 부처의 탄생, 고난, 열반의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2,672개의 부조에 빼곡히 조각해 놓았다고 한다. 







 보로부두르 사원에 오기 전에 자카르타에 있는 후배로 부터 몇 가지 설명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사진으로도 설명이 되어 있었다. 5개의 난간에 배치되어 있는 불상들은 각 방향에 따라 자세가 다른다고 한다. 동쪽 면에 설치된 불상은 가부좌를 틀고 오른손을 무릎 위에 엎어 놓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번뇌를 물리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석굴암 불상과 같은 자세라고 한다. 서쪽 면에 설치된 불상은 오른손을 왼손 위에 얹고 양손 바닥은 하늘로 향하게 하여 배꼽 밑에 두고 있다. 잡념을 버리고 집중하여 삼매경에 드는 모양이라고 한다. 남쪽 면에 설치된 불상은 가부좌를 틀고 오른손을 무릎 위에 두고 손바닥이 하늘로 향한 모양을 하고 있다. 북쪽 면에 설치된 불상은 모두 오른 손바닥을 바깥으로 향하게 하여 어깨 높이까지 들어올린 모양을 하고 있다. 돌아 다니면서 보니 정말로 방향에 따로 모든 부처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504개의 불상들 중 거의 300여개의 가까운 불상들이 훼손된 상태다. 안타까울 뿐이다.  









 사원의 아랫쪽은 천천히 둘러보기로 하고 우선 사람들로 많이 붐비는 윗쪽부터 돌아 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어 조금 늦어지면 여유있게 상층부를 볼 수 없을 듯 해서였다. 상층부에는 종 모양의 스투파(Stupa)가 3층의 원형 단을 이루며 72개가 규칙적으로 늘어선 있다. 스투파는 산스크리트어로 탑이라는 뜻이다. 정상 중앙부에는 72개 스투파 중에서 가장 큰 스투파가 자리잡고 있다. 이 거대한 스투파는 안쪽은 비어 있고 공(空)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탑을 7바퀴를 돌며 마음을 비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인지 실제 탑을 돌고 있는 사람도 보이지만 우리는 그 사람을 피해서 사진 한장 남기는 것으로 대신했다.   





 윗쪽에는 탐욕이 모두 사라져 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무색계의 단계로 이를 상징하는 스투파와 불상들이 모셔져 있다. 원형으로 된 3층의 기단에는 스투파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었다. 보통의 스투파에는 고승의 유해들이 안치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보로부두르 사원에는 각각 부처상이 위치하고 있다. 총 3개의 기단에 아랫쪽에는 32개, 중간에는 24개, 윗쪽에는 16개의 스투파가 있다. 종 구조물 안에 있는 부처님조차 안을 들여다 보면 목이 없는 등 온전한 것이 별로 없다. 답답한 현실이다. 그러나 사원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주위 전망이 탁 트이고 좋다.






 스투파는 총 72개인데 이것은 불교에서 인간의 수명인 72세를 의미하고, 7번의 환생으로 총 504년의 생을 다 살고 나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이 사원에 있는 부처의 수도 504개라고 한다. 하지만 504개의 불상 중 절반 이상이 머리가 없는 상태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불교에서 사람의 수명을 72세로 본다는 것도 신기하다. 불경이 만들어질 때 사람의 수명이 그렇게 길었는지 모르겠다. 정상의 스투파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지듯이 스투파 안의 부처님을 만지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는데, 문화재를 잘 보호해야 하는데 자꾸 만지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사원위로 올라오는 것도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상층부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내고 왔다. 투어 일행을 따라서 온 것이 아닌지라 내가 머물고 싶은만큼 있어도 되니 너무 좋다. 사진도 원없이 많이 찍었다. 1층부터 4층까지는 벽에 불교와 관련된 설화나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담긴 부조가 새겨져 있다. 보로부두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이 부조를 자연스럽게 보고, 결국 마지막 층에 다다르면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1층부터 보아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위쪽에서 내려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거꾸로 보게 되었다. 하지만 위에서부터 보던지 아래서부터 보던지 내 눈에는 그것이 그것이다. 







 보로부두르 사원의 하일라이트는 상층부이기 때문에 회랑이 있는 중간층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부조의 내용은 잘 알지 못해도 돌아 다니면서 구경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은 사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또 상층부에 가서 스투파를 배경을 사진찍고 내려가는 모양이다. 서양 사람들이 역시 중간층에서도 자주 보인다. 그런 사람들의 관람 형태를 배워야 한다.   








 세밀하게 조각한 섬세함이 놀랍다. 다만 유네스코에서 복원을 했어도 중간 중간 퍼즐이 맞지 않게 복원된 흔적도 보였다. 목이 없어진 불상도 많지만 이정도면 꽤 훌륭한 복원이라고 생각된다. 방대한 복구작업이 끝난 후에 보로부두르 사원은 불교 신자들의 참배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석가 탄신일은 싯다르따(Siddharta)가 태어난 날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와이삭(Waisak)이라고 부른다. 음력으로 4월 보름달이 뜨는 날을 석가 탄신일로 정해서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공휴일이며, 이곳 보로부두르 사원과  먼둣사원에서 기념행사가 개최된다고 한다.    







 함께 온 일행이 없이 내 맘대로 보고 갈 수 있는 자유여행이 참 좋다. 이곳에서 얼마든지 있더라도 그것은 내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 돌아 보아야 할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서 관람을 마쳐야 할 듯하다. 한참을 돌아 다녔더니 부조의 내용이 모두가 비슷한 것으로 느껴지지 시작했다. 더구나 옆에서 유적지를 해설해 주는 사람이 없이 알고 있는 지식과 주워들은 내용으로는 전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모두 설명을 듣자면 하루를 온종일 투자해도 부족할 것 같다. 입장해서 2시간 넘게 둘러보고 내려갈 준비를 했다. 






 아직 해가 구름속에 있지만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한다. 다행히 지내가 높아서인지 중간 중간 바람이 불어와서 시원함을 선사한다. 실컷 구경하고 사원을 내려오니 내가 들어올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 오고 있었다. 아마 족자카르타에서 아침을 먹고 나온 관광객들이 아닌가 싶다. 사원 주변으로 펼쳐져 있는 숲이 싱그러움을 더해 준다. 족자카르타에서 매연에 시달렸는데 조금 떨어진 이곳은 공기도 좋고 상쾌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보로부두르 사원을 실컷 즐겼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새벽에 가서 일출을 보는 선라이즈 투어와 저녁 무렵 가서 석양을 보는 선셋 투어가 따로 있다고 한다.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하는데, 가능하면 우리처럼 아침 일찍 방문해서 관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많이 덥지도 않고, 조용하고 사람이 적어서 둘러 보기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북문을 통해서 사원을 내려 오게 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관람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것 같다. 아침에 입장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마치고 나가고 있다. 나가는 길에 박물관을 구경하고 가고 싶었는데 나가는 길에 보기는 힘들게 되어 있다. 






(1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