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말레이시아 ('16.6)

말레이시아여행 20-1 (바투 동굴), (2016.6)

남녘하늘 2017. 12. 16. 00:43


 집사람과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나는 지난 2010년부터 여러번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지만 항상 다른 일행들과 함께 했었는데 집사람과 함께 빠른 시일 안에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을 올해 겨우 이루게 되었다. 특히 말레이시아 말레카에 함께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리 여행과 관련한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해 놓아서 특별히 이번 여행을 위해서 따로 준비한 것은 없었다. 당연히 내가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자유여행이다. 


 나는 여러번 다녀 보았지만 집사람은 말레이시아 여행이 처음인지라 집사람이 꼭 가 보아야 할 장소를 위주로 해서 내가 가보지 못한 몇 몇 곳을 추가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이번 여행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없이 다닐 수 있었다. 여행을 출발하는 6월이 서울도 더웠는데 말레이시아도 꽤나 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가 더 들어서 은퇴를 하게 되면 1년에 한번씩은 말레이시아에 가서 한달 정도는 살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사람에게도 그 전초적인 성격의 여행이다.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편으로 출발해서 6시간 걸려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오후에 출발했더니 말레이시아로 가는 도중에 어둠이 몰려 왔다.






 말레이시아는 회교 국가라서 공항에서도 히잡을 두른 여성들이 많이 보였다. 서울도 조금 더운 날씨였지만 이곳에 도착하니 훨씬 더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특급 열차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시내 중심가까지는 고속철로 30분 정도 걸린다. 여러번 이용했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이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비교적 여행하기 좋은 시스템을 갖춘 나라여서 배낭 여행자가 여행을 하기에 불편함이 거의 없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첫 여행지인 바투동굴(Batu Caves)을 방문하기 위해서 호텔을 나섰다. 나는 바투동굴 방문이 세번째 방문이지만 쿠알라룸푸르에 와서 바투 동굴을 보지 않고 가면 아쉬움이 남을 듯해서 집사람을 위해서 첫 여행지로 선택했다. 그동안 바투동굴을 갈 때마다 승용차를 타고 편하게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방문하기로 하고 호텔에서 지하철을 타고 KL 센트럴(KL Sentral)역으로 이동했다. 바투동굴에 가려면 여기에서 KL 커뮤터(KL Kommuter) 라인으로 갈아타야 한다.     







 KL 커뮤터는 통근 기차의 개념이라 지하철과는 달리 창구에서 표를 따로 사야 한다. 차표도 지하철의 플라스틱 토큰이 아닌 종이에 인쇄된 표를 준다. 표를 산 후, KL Kommuter 라고 쓰여있는 게이트를 통과하면 기차를 탈 수 있다. 종이표여서 타로 표를 태그하거나 집어 넣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좌석이 지정석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빈자리가 있으면 앉아갈 수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열차가 붐비지 않아 편하게 이동했다. 매번 승용차로 가다가 말레이시아에서 열차를 타고 가는 것도 재미있다.    





 30여분 만에 기차의 종착역인 바투동굴에 도착했다. 그간 승용차로 올 때 기차역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바투동굴을 바라보고 왼쬭편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역에서 내린 사람들을 따라가면 바로 바투동굴로 갈 수 있다. 나는 세번째 방문이라 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뿐 바투동굴이 어디에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 역 입구 바로 앞쪽에 원숭이 신인 하누만이 서 있다. 역으로 도착할 덕분에 하누만 신상도 처음 보게 되었다. 몇 번 왔어도 동굴 왼편에 이런 것이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바투동굴로 이동하는 중에도 처음 보는 힌두신전이 있었는데 깨끗하고 잘 관리되고 있었다. 그간 여러번 왔어도 동굴만 보고 가기에 급급해서 다른 것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갔다. 이슬람교가 주류를 이루는 말레이시아의 수도에서 힌두사원이 가장 인기있는 관광코스란 점이 흥미로운데 말레이시아는 국교가 이슬람이지만 다른 종교도 배척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 통합을 종교보다 더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바투동굴은 인도에서 건너온 힌두교도들이 세운 힌두교도의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이후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열리는 축제인 타이푸삼으로 인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곳이다.  





 드디어 바투동굴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무르간 황금동상이 나왔다. 50m 높이의 거대한 금빛 조형물로 힌두교 최고 신중의 하나인 시바의 둘째 아들로 힘, 전쟁, 파괴를 관장하는 무루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파괴를 관장하는 신이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공포스러운 이미지는 없고 온화하고 평화스러워 보였다. 신상 왼쪽으로 계단을 올라야 석회암이로 이루어진 바투 동굴에 들어 갈 수 있다. 더위를 피해서 아침 일찍 도착했음에도 관광객이 생각보다는 많다.   





 동굴로 올라가는 계단은 총 272개인데, 272라는 숫자는 힌두교 교리에서 인간이 태어나 지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죄의 숫자라고 한다. 계단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왼쪽부터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한다. 그래서 올라갈 때는 과거의 죄를 고해하고 반성하면서 과거의 계단으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미래에 자신이 짓게 될 죄를 미리 용서받기 위해서 미래의 계단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계단이 경사가 심하고 폭이 좁아서 올라가기 힘들었다.   





 계단을 오르면 동굴 입구가 나온다. 입구를 통과하면 광장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넓은 동굴과 공간이 나온다. 천장까지 높이가 100m에 이르는 거대한 석회암 동굴로,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규모가 컸다. 입구에 도착하니 낙수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물방울이 끊임없이 아래도 떨어져 아직까지 진행중인 석회암 동굴임을 알 수 있고 바닥은 흥건하게 젖어 있다. 신전은 백년이 조금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석회암 동굴은 4억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동굴 내부 곳곳에 세워진 힌두신의 형상과 힌두 신화를 그린 벽화가 화려한 장식처럼 늘어서 있다. 넓은 광장을 지나면 다시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오르니 계단 위에도 작은 힌두 사원이 있다. 머떤 종류의 행사를 하는지는 잘 알수 없지만 동굴 전체에 요란한 음악이 울려 펴지고 있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와서 축복을 기원하는 행사로 보였다. 단순하게 관광지로만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힌두교도들에게는 그들이 즐겨 찾는 힌두 사원인 모양이다. 이곳은 천장이 뻥 뚫려 있어 윗쪽에서 빛이 바로 내려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투동굴 곳곳에는 힌두교와 관련된 신상들이 놓여져있고, 찬찬히 살펴보니 사원도 여러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인도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사제들을 보니 인도영화가 눈 앞에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신도들 사이에 끼어서 축복이라도 한번 받아 보았으면 좋았을 터인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실행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신전 안쪽에도 원숭이가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앞서 왔을 때에는 보지 못했던 닭들도 동굴에 많이 보였다. 왜 닭이 신전안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몇 곳이 있다. 나는 이런 곳에서 기념품을 잘 사지 않는데 그래도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물건이 잘 팔리니 성업중이라고 생각된다. 기념품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바투동굴 입구에는 야생 원숭이들이 떼지어 살면서, 길목에서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놈들은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나 음료수를 받어먹는 것을 넘어 오히려 어린아이나 여자들이 먹을 것을 들고 있으면 빼앗으려고 덤기기도 한다. 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영악하기 그지없다. 가끔 폭력적인 포즈와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손에 먹을 것을 들고 있으면 빼앗으려 하기에 먹거리를 들고 다니지 않으면 된다.     





 오늘도 동굴에서 나오면서 입구에 있던 상가에서 코코넛을 사 먹었다. 열대 지방에 와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누려 보기로 한다. 서울에서 먹는 코코넛과 현지에서 먹는 코코넛이 아무래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관광지 앞에서 판매하고 있어서 가격은 싼 편이 아니지만 서울에서 파는 가격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 시원하게 해서 주면 좋으련만 아직 그 정도의 서비스는 되지 않아서 미지근하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료라서 맛있게 먹었다.  





 다시 역으로 되돌아 와서 기차를 타고  KL 센트럴(KL Sentral)역의 한정거장 전에 있는 쿠알라룸푸르역으로 돌아 왔다.  KL 센트럴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메르데카 광장쪽으로 갈까 생각했는데 쿠알라룸푸르 역에서 내려 걸으면서 주변을 구경하려고 생각을 바꿨다. 대략적인 여행 목적지는 정해 놓았지만 자유여행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내 마음대로 목적지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쿠알라룸푸르 역은 오래된 역으로 여유롭고 조용한 역이다. 





 쿠알라룸푸르 기차역(KL Railway Station)은 1910년에 건립된 오래된 건물이다. 여기에는 호텔, 게스트 하우스, 레스토랑 등이 있다.  KL 센트럴(KL Sentral)역이 생기기 이전 이곳은 쿠알라룸푸르 교통의 중심지였으며, 외관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이 역사를 집사람에게 구경시켜 주려고 역에서 내린 것이다. 역에서 내리지 않으면 그냥 차를 타고 지나치기만 하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쿠알라룸푸르 역과 맞은편에는 말레이시아 철도국 건물이 있다.  






 메르데카 광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국립 이슬람 사원(Masjid Negara)를 지나치게 된다. 이 모스크는 말레이시아의 상징이기도 하고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예쁜 모스크 중 하나로 불린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모스크는 다른 사원들과는 다르게 돔이 둥그렇지 않고 상당히 세련되 보인다. 최근에 지어진 것인 줄 알았는데 1965년 8월에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완공된지 50년도 넘은 모스크이다. 국립 이슬람 사원은 말레이시아 13주와 이슬람교의 5계율을 의미하는 18각의 별모양 돔과 높이 73m의 첨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동시에 8,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이 있다. 다음에 다시 정식으로 방문할 계획이 있어서 오늘은 그냥 지나친다.   






 국립 이슬람 사원 앞 2차선 정도 되는 도로를 막아 놓고서 임시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전에 모스크를 방문했을 때 보지 못했는데 점심 시간에 잠시 운용되는 것인지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 열린 것인지는 확실치가 않다. 다만 먹거리를 비롯해서 다양한 제품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특별한 행사의 일환으로 벼룩시장 같은 것이 임시로 형성된 듯하다. 생각지 않았던 구경거리가 생겨서 장터 끝까지 가서 구경을 하고 또 여러가지 먹거리를 사 먹었다.  점심시간이어서 주변에 현지인들도 많이 와서 먹거리를 사먹고 있었다.    







 국립 모스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메르데카 광장 앞쪽에 있는 쿠알라룸푸르 시티 갤러리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쿠알라룸푸르는 도시 전체가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보행자 도로가 잘 되어 있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국립 모스크 주변은 숲도 많이 있는 편이고 나무 그늘도 많이 있어서 걷기에 좋은 보행자 도로가 있다. 아무리 숲 길이어도 너무나 더운 날씨여서 걷는데 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빨리 시원한 곳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다.   






(2편에서 계속)